# 157화-폭발 #
157화
서류에 치여 결국 새벽에 퇴근하게 된 민사장.
“끄으으....”
좀비 같은 몰골로 사장실을 나오던 중 사장실 앞 로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명하를 발견했다.
“?? 명하씨?”
“으으음...응?...어??”
“여기서 뭐합니까?”
“으댜댜댜댜!!! 캬아!!!”
“...”
민사장이 졸고 있는 명하를 흔들자 잠시 멍하게 눈을 뜬 명하가 이내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며 이상한 소리를 냈다.
“자! 갑시다!”
“?? 어딜요? 이 시간에?”
“한잔 합시다. 예?”
명하의 박력에 결국 새벽에 심야포차에 가게 된 민사장.
...
“갑자기 왜...?”
한잔씩 마시고 나서야 민사장이 이유를 물었다.
“그걸 몰라서 묻는 건 아니죠?”
“...?”
모른다고 하고 싶었으나 모른다고 하면 저 질끈 쥐어진 주먹이 자신의 면상으로 날라 올 것이 분명했기에 일단 말을 하지 않고 생각하는 척 하던 민사장. 그러나 그 행동도 답이 될 수 없었다.
퍽!!
“윽!?”
“크리스마스 기억 안나요??”
“?”
“와, 진짜...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 못해...어!?..!!”
콰앙!!
“꺄아아아!!!”
“뭐, 뭐야!?”
굉음과 함께 사람들이 비명이 새벽의 고요함을 깨웠다.
“사장님! 뒤!”
“예..? 어!!”
명하가 가리킨 곳을 본 민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넋을 잃었다. 그가 보고 있는 곳에는 자신이 일으켜 세운 회사의 건물이 무너지고 있었다.
“이게, 무슨!?”
...
“뭐야? 여긴 어디야??? 분명 그곳으로 이동하려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 인간들이 너무 많습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자고.”
“예!”
마왕... 그들이 뉴월드 본사를 박살내며 갑자기 나타났다. 주변을 살피며 당황하던 놈들이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지금 그들의 상태는 매우 좋지 않았다.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잊어버린 신전을 통해 강제로 강림했기에 상태를 회복하려면 아주 많은 양의 생기가 필요했다.
주변에 약한 인간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생기를 보충하는 것 보다 자리를 옮겨 안전한 곳을 찾는 게 우선이었다.
“바다... 바다를 건너자.”
“예!”
하늘을 통해 이동하던 마왕이 바다를 발견하고 감개무량한 표정을 지었다가 다시 서둘러 움직였다.
.
.
.
그때, 파스는 다른 것에 집중하고 있어 이 사실을 가볍게 넘겨버렸다. 반화의 가족에 대한 안전 문제가 아닌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도 했고 지금은 본체만 지구에 있어 무슨 일인지 분석하기엔 무리였다.
현재 반화의 명령에 따라 마왕성의 위치를 반화에게 지도로 띄워 주었고 그의 분노에 하나씩 지도에서 지워지고 있었다.
“악몽이 어떻게....?”
“원래 뒤가 찜찜하면 악몽을 꾸잖아? 그래서 왔지.”
“!! 설마?”
반화의 눈앞에 있는 뱀을 닮은 거대한 마족이 동공이 확장될 정도로 놀랐다. 악몽이 다시 온 것도 놀라운데 어떻게 그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스윽...
“예전처럼 그렇게 당할 까 보냐!!!”
후우우웅!!!!
콰득!!!
“크아아악!!!”
놈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손에 쥔 무기를 휘둘렀지만 무기와 함께 팔이 뭉겨져 버렸다. 그렇게 사지가 하나, 둘... 망치로 찍은 듯 뭉개지고 흘러나오는 피를 막기 위해 불로 지져졌다.
“영혼까지 고통 받게 해줄게.”
-!!! 끄아아아아아악!!!
반화의 손이 놈의 머릿속을 파고들며 빠져나가려는 놈의 영혼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특별하게 만든 아공간에 집어넣고 다른 목표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그가 떠난 곳에 숨 쉬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풀 한포기 조차...
...
그 일을 몇 번 반복했을까 지도에는 이제 하나 밖에 남지 않았다.
“여기야?”
[예, 마지막입니다.]
“없는데?”
[...? 그럴 리가 없는데..]
반화의 말에 파스가 당황한 듯 말했다.
“설마 튀었나? 파스, 몽땅 다 스캔 해.”
[예!]
반화의 말에 긴장한 파스가 서둘러 위성들을 이용해 행성 전체를 스캔하기 시작했다. 만약 자신이 놈을 놓쳤다면 이건 큰 문제였다, 지금 상태의 반화로 봐서는 무사히 넘어가진 않을 것 같았다. 어쩌면 ...
초조한 기색으로 파스가 여러 곳을 스캔하던 중 지구에서 벌어진 이상한 일이 떠올랐다. 설마 하고 폭발한 장소를 보고 있던 위성을 해킹해 어찌된 일인지 찾아봤다.
[...마스터?]
“찾았어?”
[그, 그게....놈들이 지구로 이동 한 것 같습니다...]
“? 지구? 놈들이 어떻게?”
지구로 향하는 게이트도 없을 텐데 어떻게 놈들이 지구로 향할 수 있었을 까? 그건 반화가 공간을 찢으면서 생긴 에너지가 놈들이 강제로 차원을 하려던 놈들의 궤도를 비틀어 버려 지구로 불시착하게 된 것이었다.
[정확한 경로는 모르겠지만 소환의식과 비슷한 경로가 아닐까요?]
“끝까지 귀찮게 하네.”
콰아아앙!!!!
반화가 짜증나는 듯 손을 가볍게 한번 터니 아래 있던 성이 그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제 여긴 없지?”
[예...]
“그놈들 지금 어디 있어?”
[그게... 위성이 지금 이 곳에 다 있어 놈들을 추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 일단 여기 있는 위성들 다 돌려보내.”
[예!]
뭐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의 잔재로 변한 성을 내려온 반화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녀석이 마지막을 보내려 했던 숲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결정할 것이다. 녀석의 고향인, 녀석이 끝내 포기 하지 않았던 이곳을 어떻게 할 것인지.
.
.
.
“내, 내 건물이!!!”
민사장이 패닉에 빠져 깨어 나오지 못하다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으나 눈앞의 현실에 좌절했다. 어떻게 세운 건물인데 저렇게 한 순간에...
“사장아!! 정신 좀 차려! 사람들 다 본다고.”
옆에서 명하가 넋을 잃은 민사장을 흔들며 바닥에 주저앉은 그를 끌어 당겼다.
“어? 저 사람! 뉴월드 회장 아냐??”
“진짜? 대박... 지금 자기 회사 건물 무너지는 걸 여기서 본 거야? 안타깝다...”
“그것보다 우리나라에서 폭탄테러라니...미친 거 아냐?”
사람들이 민사장을 발견하고 더욱 웅성거리자 옆에 있던 명하가 안 되겠다 싶어 민사장을 힘껏 끌어 당겨 자리를 옮겼다.
“어...?”
너무 쉽게 끌려오는 민사장... 명하도 , 민사장도 순간 당황했다.
“명하씨...힘이 왜 이렇게 강해요..?”
“그, 그러게요...? 아!! 저 능력자 각성했다던데...”
“!?”
민사장이 건물이 날라 갔다는 현실에 이어 두 번째로 충격을 받았다. 각성을 하고 자신을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끌어 당겼다니! 자칫 잘못했으면 팔이 뜯어질 수도 있었다. 그게 능력자들이 등록을 하고 인증 받아야 하는 이유인데, 이 여자는 그것도 모르다니! 소중한 자신의 오른팔이 멀쩡한 게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그 이유는 반화가 준 푸롱 열매 덕분이었지만.
“일단 사장님 집으로 갑시다!”
“예...? 왜 제 집으로..?”
“그럼 우리 집으로 갈래요? 난 상관없는데.”
“아닙니다.”
단호히 명하의 제안을 거절한 민사장이 일단 집으로...가는 게 아니라 사태파악을 위해 여기저기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명하는 자신의 계획이 저 폭탄테러에 망가짐에 열을 받았지만 자신의 첫 직장이 이렇게 망하는 건가 싶어 히죽히죽 웃음이 나왔다. 당분간 출근은 없을 테니..
“... 뭐가 그렇게 좋습니까?”
“아니에요. 근데 다친 사람은 없데요? 늦은 시간이라서 당직 근무자들이 걱정이네요.”
이제야 사람들을 걱정하는 명하.
“다행히 위쪽에만 폭탄이 터져서 당직 근무자들은 괜찮다고 하는데 조사 중이니... 끙... 일단 반화씨 집 좀 빌리겠습니다. 아무래도 넓은 곳이 필요할 것 같네요.”
“뭐, 그러세요.”
마치 자신의 집을 내어 준다는 듯 편하게 말하는 명하. 지금 자신의 오빠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음을 몰라 할 수 있는 객기였다.
...
반화의 집으로 이동한 둘은 일단 회사 간부들과 당장 활동 가능한 능력자들을 불렀다.
“...? 뭐지? 인간.”
“하하하...잠시 장소 좀... 건물이 폭발해서요.”
“흐음... 마음대로. 뒷감당은 스스로 하도록.”
해골씨가 잠시 나와 인간들을 발견하곤 다시 들어갔다. 워낙 넓어 인간들 좀 있다고 문제가 생기지 않으니 그냥 무시하기로 한 것이었다. 게다가 마스터의 가족이 데려 온 것을 뭐라 하기도 그랬다.
그러나 맹이와 삼이에게는 그 모습이 거슬렸다. 안 그래도 아빠의 기분이 매우 안 좋은데...
-아빠 집이야!!! 다 나가!!!!
-나가!!!!
“어, 어? 맹이야? 왜 그래?”
명하가 녀석들의 반응에 당황했다. 순이와 령이도 녀석들의 모습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이상한 녀석 하나와 집으로 돌아온 뒤 매우 침울한 표정으로 구석에 있더니 인간들을 보고 저렇게 화를 내다니. 평소 인간들에게 굉장히 친화적인 녀석들 답지 않았다. 늘 밝은 아이들이었는데...
-냐아~?
-아빠가 화났어...힝...
-냐아!?
삼이의 말에 깜짝 놀란 순이. 설마 별장 부순 걸 본 것인가? 파스가 복구해준다고 했는데!
“어? 오빠가 화났다고? 왜?”
-친구가 죽었어...
“...”
명하가 삼이의 말에 장난이 아님을 알아차리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장님아! 큰일이야! 여기 있으면 괜히 불똥 튀어!”
안 그래도 회의가 잠시 맹이와 삼이 때문에 중단되었는데, 명하의 말에 민사장이 서둘러 회의를 접고 나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오늘 일진은 정말 사나웠다. 마침 반화가 볼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아주 섬뜩한 분위기로...
“뭐야?”
“아, 반화씨 그게...”
스윽...
반화가 어정쩡한 사람들을 한번 스윽 쳐다봤다. 그 시선에 스친 사람들은 숨이 넘어갈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러다가 반화가 별다른 말없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심각한 모습에 순이가 조용히 반화를 따라가다가 그가 들어간 방문에 자리 잡고 지킨다.
“빨리 나가죠.”
민사장이 서둘러 반화의 집을 벗어났다. 아직도 얼어 있는 사람들... 그중에 신소이도 있었지만 그녀도 이번만큼은 소란을 떨지 않았다. 그만큼 반화는 아무 것도 아니지만 모두에게 뇌리에 각인 시킬 만한 공포를 주었다.
명하조차 차마 말을 걸지 못하고 거실에 앉아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화난 척한 적은 있어도 진짜 저런 모습은 자신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때, 아직도 떨려오는 손을 누군가 살포시 잡아준다.
“...? 맹이야?”
-아빠가 많이 슬프대...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맹이가 명하의 품에 안긴다. 그래도 남매라는 것일까? 반화의 품은 아니지만 명하의 품이 주는 안정감에 맹이가 그녀의 품에 꼭 안기고 삼이는 순이의 곁에서 반화의 방문을 지켰다.
“...무슨 일이지?”
당황한 것은 이 집안 식구들 전부였다. 해골씨는 물론 퓰, 셀라, 랑이... 심지어 노에라까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반화가 들어간 방문만 쳐다봤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괴롭혀졌는데도 저런 모습의 반화가 걱정되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인간임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