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6화- 폭발 #
156화
들끓는 기운 그대로 고개를 돌리다가 까망이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헉!!!”
그 섬뜩함에 까망이는 숨도 못 쉬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지만 반화는 신경도 쓰지 않고 한쪽을 노려봤다.
“저기라고 했지? 마왕이라는 놈이 있는 곳.”
“예...예...”
까망이가 반화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존대를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놀러 왔는데 미안해, 얘들아.”
반화가 맹이와 삼이에게 사과를 했다. 녀석들과 재미있게 놀려고 왔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아이들의 기대를 깬 것 같아 미안했다. 그러나 오래전이지만 자신의 친구였던 녀석이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 있는 것을 봤는데 어떻게 그냥 넘길 수 있을까.
고통스러워 보이는 녀석의 최후에 대한 보답을 반화가 직접 주기로 결정한 이상 미안하지만 아이들과의 놀이는 여기서 끝내야 할 것 같았다.
-으음... 우리는 그냥 기다리고 있을 게요...
맹이가 그런 반화의 기분을 알아차리고 반화에게 말했다. 갔다 오라고, 기다리고 있겠다고...
“그래, 착하네 우리 꼬맹이.”
반화가 맹이와 삼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며 말하곤 까망이를 봤다.
“마왕이라는 놈이 몇 놈이야?”
“어...? 그걸 어떻게?”
마왕이 여럿 있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반화가 여럿이 있다는 걸 안다는 듯 말하자 까망이가 당황했다.
“지금 가는 곳이 네 녀석의 마왕은 아닐 테고.”
“!!”
이런 가벼운 모략 따위는 반화에게 통하지 않았다. 그냥 귀찮아서 묻지 않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자신의 친구 옹이와 관련된 모든 놈들에게 녀석이 당한 고통의 몇 배로 되갚아줘야 했다.
“여...열 명이 있다.”
“그래?”
반화는 일단 묻기는 했지만 까망이를 믿을 수 없었다. 그동안 보여준 모습으로는 그리 똑똑한 녀석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으니까. 그냥 한 번 물어 본 것이었다.
찌지지직!!!
“파스.”
[!!?어어..!?]
뭔가 나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파스가 갑자기 들려온 반화의 말에 당황했다. 그러나 반화는 녀석의 반응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다른 세계에 있을 자신이 말을 걸어오니 당황했겠지 하며 생각했다.
“지금 여기랑 거기 공간 찢어서 연결해 뒀어. 위성 이쪽으로 보내.”
[무슨 일입니까?...?]
평소와 다른 반화의 모습에 파스는 궁금했지만 일단 반화의 말대로 그동안 만든 위성을 움직이며 물었다.
“바닥에 기어다는 벌레 하나까지 찾아야 되니까 위성 전부 보내.”
[아, 알겠습니다. 지금 이동하고 있습니다. 전부 다 이동하는데 시간이 조금 소요될 것 같은데...]
“어느 정도?”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지구에 있는 것도 불러 올까요?]
“가족들한테 붙어 있는 것만 남기고 다 가져와.”
[옙!]
이곳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과거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아마 지구와 비슷할 것 같았다. 그 정도면 파스가 가지고 있는 위성들로 충분히 샅샅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3시간이라... 그동안 일단 한 놈 족쳐봐야겠네. 맹이야, 삼이야. 집에 가 있을래?”
교육상 별로 좋은 장면은 아닐 것이 분명하기에 아이들을 되돌려 보내기로 했지만 녀석들이 거부했다.
-아빠랑 있을래!
-나도요!
“으음...”
잠시 고민하던 반화는 미안하지만 녀석들을 강제로 집으로 보내기로 했다. 여차하면 이 세계를 아예 산산조각 낼 생각이었는데 아이들이 있으면 마음이 약해질까 두려웠다.
“미안해. 아빠가 꼭 맛있는 거 해줄게? 착하지?”
-우웅...
강제로 보내기 전 다행히 녀석들을 한 번 더 설득해 본 반화는 착하게도 그의 말을 들어주는 녀석들에게 약속했다. 꼭 맛있는 걸 해주기로.
-까망이는?
“응?...”
삼이의 말에 반화가 잠시 고민했다. 옹이 녀석과 관계도 되지 않았고 이 세계의 녀석이라기엔 너무 순박한 녀석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지만 삼이의 눈망울에 결국 같이 집으로 보내 주기로 했다. 녀석을 보면 옹이가 생각나기고 했고, 어차피 방향만 알고 있으면 찾기도 쉽고 이제 파스도 데려왔으니 길잡이도 필요 없었다.
“집에 가서 얌전히 있어.”
“아, 알았다. 그런데... 불쌍한 녀석들도 많다...”
“...”
까망이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많은 피가 흐를 것 라는 건 알았다. 그리고 그 피는 대부분 자신과 같은 종족의 것임을 머리는 나쁘지만 느낌으로는 알 수 있었다. 특별히 애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고통스럽게 최후를 맞이하는 건 안 그래도 바닥을 사는 녀석들이 너무 불쌍했다.
“그래.”
겨우 녀석들을 집에 돌려보내고 반화는 조용히 옹이의 머리와 사체를 붙여 아공간에 보관해 두었다.
“천천히 가 줄게. 조금이라도 더 숨 쉴 수 있게.”
한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반화.
.
.
.
“뭐!? 악몽???”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인간인 것은 확실하답니다.”
“이런 멍청한! 그쪽으로는 절대 소환의식에 응하지 말라 했는데!!”
아틀란티스와 연결된 유일한 통로 잊어버린 신전은 예전에 폐쇄했었다. 그 후로는 그 곳에서의 소환의식이 발동되어도 잘 거절해왔는데 이렇게 사고를 치다니...
“1군단장 그놈 바로 강등시키고 놈의 일족 모두 암옥에 쳐 넣어!”
“...예!”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검은 감옥에 일가 전부를 가둘 정도로 이 일은 심각했다. 악몽이 다시 이곳에 나타났다니...
“아직 확실한 건...”
퍽!!!
“확실하고 말고는 중요한 게 아냐! 그 문을 열었다는 게 중요하지! 그 괴물이라면 살짝 열린 차원의 틈도 찢고 들어 올 수 있단 말이다! 게다가 소환에 응하는 녀석을 잡아먹고 역으로 이곳에 온 인간이야! 악몽보다 더 한 놈일 수 있어.”
“아...!”
마왕의 말에 그제야 사태파악을 한 부하가 심각함을 깨달았다.
“그럼... 어떡합니까? 그때 악몽으로 인해 대부분의 우리 종족들이 죄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설마 저희도?”
“맞서는 건 어리석어... 후우... 진짜 악몽인가? 또?”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왕이 이내 결심한 듯 벌떡 일어섰다.
“이대로 죽을 순 없지.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이 있지. 최소한의 인원만 뽑아내! 빨리!”
“예!”
뭔가 수를 생각해낸 모습에 부하가 재빨리 움직였다. 군단장에 대한 처벌은 나중이었다. 일단 왕의 말대로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
.
.
“응? 뭐야? 벌써 망혼이 나올 시간이 되었나?”
“뭔 소리야. 아직 시간 많이 남았구만.”
“저것 봐 멍청아! 뭔가 걸어오고 있잖아.”
“어!?”
저 멀리 뭔가 걸어오는 것이 정말 보였다.
“뭐지..?”
스으으으...
뭔가가 다가올수록 느껴지는 불길함에 성문을 지키던 자가 동료에게 손짓 했다.
“빨리! 안에 알려! 이상한 놈이 나타났다고.”
“어, 어!”
안쪽과 연락이 가능한 마력구슬이 있는 곳으로 동료가 뛰어가고, 홀로 남은 자가 재빨리 성문을 닫았다. 순식간에 성문을 걸어 잠근 후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게 뭐였을까 생각하던 중 연락을 하고 동료가 돌아왔다.
“문을 닫았어?”
“왠지 불길해서 일단 닫았어. 안쪽에는 연락했어?”
“어, 곧 있으면 기사단이 올 거야. 근데 그거 도대체 뭐였지? 크기는 그렇게 안 커보였는데.”
“몰라, 근데 망혼보다 더 기분 나쁜 기운이었어.”
그들은 중앙에서 올 기사단을 기다리는 동안 자신들이 봤던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기운을 뿜는 존재가 뭔지는 알 수 없었다.
“어! 왔다!”
저 멀리 이 곳으로 오고 있는 검은 피부에 검은 색 장비를 착용한 기사단. 그때,
콰아아앙!!!!
“!?!”
“컥!!”
성문...아니 성벽이 통째로 박살나며 문 앞에 있던 문지기들과 함께 가로막고 있는 것을 모두 날려 버리며 반화가 들어왔다.
“사람을 보고 말도 없이 문을 닫으면 기분이 나쁘잖아? 안 그래?”
“그, 그게 무슨?!”
“개소리지 뭐야.”
“!!”
빠각!!
“이게 무슨? 넌 뭐지??”
성문이 박살난 것을 보고 급하게 달려온 기사단이 반화를 발견하고 정체를 물었다. 성문지기 하나는 이미 머리가 터져 죽어있었다.
“인간이라고 알아?”
“인간?? 인간이라고?? 인간이 어떻게!?”
반화가 인간이라고 묻자 뭔가 생각난 듯 두려운 표정을 짓는 놈들.
“알긴 아나 보네? 그럼 그 인간이 성격 더럽다는 건 알아?”
반화의 말에 대답도 없이 조용히 만반의 태세를 갖추는 놈들. 악몽이라고 불렸던 인간이 있었긴 하지만 그 악몽은 예전에 떠난 존재. 같은 인간이라도 악몽처럼 강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거기에 그들은 악몽을 경험하지 못한 자들, 직접 겪었던 마왕들에 비해 두려움이 덜했다.
“흥! 인간이 어떻게 이곳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후회하게 해 주지! 일단 놈의 사지를 잘라 왕께 데려간다!”
“예!”
촤르륵!!!
“기분도 안 좋은데...”
반화의 말과 함께 등 뒤의 검은 기운이 꿀렁 거리며 입맛을 다시 듯 움직였다.
스아아아...
꿈틀..
“!!?”
푹!! 푹!!!
뿌드드드드득!!!!... “커헉..”
...저벅...저벅...
말없이 빈껍데기만 남은 놈들의 옆을 지나가는 반화.
“파스, 얼마나 진행됐어?”
[이제 마지막 위성이 통과 했습니다. 행성 스캔을 시작하겠습니다.]
“개미 한 마리까지 몽땅 파악해.”
[예!]
반화의 기분이 몹시 좋지 않음을 깨달은 파스가 빠릿빠릿하게 명령을 수행했다. 파스에게 지시를 내린 반화는 천천히 거대한 내성이 보이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면서 그를 가로막는 것들은 더 이상 대화도 하지 않고 치워버리며 순식간에 내성 안으로 들어간다.
“악몽...”
“뭘 좀 아는 놈이 이제야 나오네? 네가 마왕이야?”
“네가 어떻게...? 분명 이곳으로 올 구멍은 모두 막았는데?”
“나도 여기인 줄은 몰랐지. 근데 내가 뭐 하나 발견해서 말이야.”
“서, 설마...?”
반화가 뭔가 아는 눈치의 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거대한 몸집의 박쥐 날개, 그리고 이마 양쪽으로 솟은 뿔이 다른 녀석들과는 격이 다르다는 걸 뽐내고 있었지만 반화의 앞에서 벌벌 떠는 것은 똑같았다.
“역시...알고 있구나?”
“나, 난 아니다! 내가 하자고 한 게 아니야!”
“그럼 니가 알고 있는 사실, 다 뱉어 내봐.”
“후우... 그러니까!?!? 왜, 왜에에!!!”
푹!!
“입으로 내뱉어 낼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가져 갈 거니까.”
뿌드드드...퍽!!!
반화의 검은 기운에 먹인 놈이 그 압력에 이기지 못하고 핏덩어리가 되었다. 그 속에서 이미 알아 낼 것들은 기억을 뽑아 다 알아낸 반화...
드드드드드드....
반화의 주위로 땅이 진동하기 시작한다.
[!??? 마스터??]
그 모습을 위성을 통해 지켜보던 파스가 반화에게 말을 걸었지만 이미 그에겐 어떤 소리고 들리지 않았다.
“옹이를... 그렇게 고통스럽게 했다고? 금방이라도 수명이 다 할 아이를? 그렇게...!!!!!!!!”
!!!!!
핏발 선 반화의 눈이 섬뜩하게 정면을 봤다.
“죽어서도 죽여 달라고, 그렇게 고통스럽게 해주마... 파스, 지도 띄워. 이 곳과 같은 성 10개만 찾아.”
[네, 넵!]
이곳을 지워 버릴 것이다. 그래도 까망이를 생각해서 다른 놈들은 편하게 보내 줄 생각이었다. 다만 옹이의 죽음에 직접적으로 관여된 10놈, 아니 이제 9놈은 반화 자신이 직접 하나하나 처리 할 생각이었다. 놈들의 영혼까지 뽑아내 끝까지 괴롭혀 줄 것이다. 자신이 죽을 때까지 영원히 고통 받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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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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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염종이라는 놈들이 보이지 않는다고요?”
“예, 여러 번에 걸쳐서 조사를 했는데 더 이상 발견되는 오염종이 없답니다.”
“그래요? 그럼 그 놈이 마지막이었던 건가?”
민사장이 오염종에 대한 보고를 들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세한 내용은 자신이 가지 않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신소이의 말로는 오염종이 생기는 원인을 처리하려면 반화가 와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최대한 그쪽으로는 활동 하지 마시고 차라리 더 올라가서 활동하세요.”
“? 더 올라가라고요?”
“예, 그 쪽이 더 안전합니다. 신소이씨랑 티거 길드에서 이미 조사했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아아, 뭐 그렇다면... 근데 그 쪽으로는 그분의 베이스캠프가 있지 않습니까?”
“가까이 가진 말고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 뭐라고 안 할 겁니다. 걱정 마세요. 뭐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피해만 주지 않으면 상관 안 할 거예요.”
“예,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보고를 마친 부하직원이 사장실을 나가고, 그래도 한 가지 문제는 해결되었다는 사실에 민사장이 기지개를 켜며 여유를 느꼈다.
쾅!!!
“?? 명하씨?”
“아주 여유가 넘치시네요?”
“아니에요! 이제 막 급한 일이 끝나서 잠시 기지개를 폈을 뿐...”
쿵!!
“자! 그럼 이거 결재 좀 하시죠? 다! 몽땅! 오빠에게 세계에서 들어 온 요청들이에요. 제가 처리하기엔 요청한 조직들이 참 대단해서요.”
“...이게...?”
산처럼 쌓인 서류에 민사장이 울상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