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4화-초대받지 않은 손님 #
154화
“공자님이 돌아오셨습니다!!”
“뭐!? 어떻게!?”
망혼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어떻게 돌아 올 수 있었던 것일까? 부하의 말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자가 서둘러 성문을 향해 달려갔다.
“공자님!!”
“으으으으...집사?”
“예! 접니다!”
“먹을 것! 먹을 것 다오!”
“예..? 아, 예!! 뭣들 하는가!?”
집사의 호통에 바쁘게 움직이는 자들. 공자의 상태를 확인한 집사는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깨달았다.
“다른 녀석들은...아, 아닙니다.”
공자가 저 상태인데 다른 녀석들이 보이지 않는 걸로 봐서 어떻게 되었는지 짐작이 되었다. 아마 그들의 희생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지.
“왜 돌아오시지 않았던 겁니까?”
“그 녀석이 괴물을 소환했어! 으으으...”
반화를 떠올린 공자가 몸을 벌벌 떨었다. 망혼보다 그 놈이 더 무서웠다.
“소환이요...? 잊어버린 신전은 소환되는 곳이지 하는 곳이 아닌데...”
“몰라! 가보니까 그 녀석은 없고 괴물이 나왔어!”
“괴물이 혹시... 지옥견과 비슷한 녀석을 타고 있는 자입니까?”
“?! 니가 그걸 어떻게!!?”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부하들을 먹이로 던지면서 왔지만 그 자신도 적지 않게 생기를 뺏기는 바람에 상태가 좋지 못했다.
우적! 우적!!
가지고 온 음식들을 그 자리에 앉아 먹어버리는 공자.
“지금 군단장님께서 정신을 잃은 상태입니다. 공자님께서 현재 최고 명령권자라는 말이죠. 장군들마저도 온전치 못한 상태고 곧 있으면 왕성에서 조사단이 나올 겁니다. 공자님이라도 정신 차리셔야 합니다.”
“!!? 아버님이 왜?!?”
“공자님이 만난 그 괴물이 여기에 왔었습니다. 병력을 초토화시키고 군단장님마저 그렇게 만들고 사라졌죠.”
“...으윽...”
반화 일행을 생각하니 갑자기 맹이에게 맞은 자리가 찌릿찌릿해진다.
“조사단이 오기 전까지 군단장님이 깨어나시지 않으면 공자님께서 조사단을 맞이해야 합니다.”
집사의 말에 정신을 차린 그가 먹고 있던 음식들을 몽땅 입에 우겨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자! 아버님부터 일단 봐야겠다.”
“예.”
...
맹이의 손에 든 건 은빛의 광채를 뽐내는 은갈치...가 아니라 씨서펜트와 닮은 놈이었다.
“뭐야, 맹아. 그거 어디서 났어?”
-저기! 이거 먹을래요!
“...알았어... 일단 여기 둬.”
쿵!!!
크기도 저번에 봤던 마룡의 크기와 비슷한 것 같은데... 왜인지 모르지만 맹이는 비늘이 달린 것들하고 인연이 좀 많은 것 같다. 랑이도 그러고 보면 맹이한테 낚였고.
“숲 안에 이런 놈이 있어? 딱 봐도 바다에 사는 놈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놈이 어디서 튀어 나왔는지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일단 가지고 온 거니 해체를 했다. 물에 사는 건 내장을 꺼내야 쉽게 상하지 않으니까 배부터 갈라 안에 있는 걸 꺼내려 했는데..
툭!...
“?? 뭐냐 이건?”
사람 몸 크기의 팔이 덜렁 나와 버렸다.
-팔이다~ 팔!
“팔? 그러네? 팔보다는 발에 가깝긴 한데... 사람 발은 아닌 것 같고.”
-삼이 손이랑 똑같아!
삼이가 자기 앞발을 가져가 대며 반화에게 말했다. 확실히 털이 젖어서 그렇지 삼이 앞발처럼 고양잇과의 발에 가까웠다.
“고양이 치고는 큰 것 같은데...”
다리하나가 사람만하니 몸은 더 컸을 것이다. 반화가 갑자기 튀어나온 발에 생각이 잠기자 맹이가 그를 흔들며 보채기 시작한다.
-아빠! 저거! 저거 먹을래요...
“응? 알았어, 잠깐만.”
발을 보며 이상한 느낌이 든 반화가 그냥 일단 발을 검은 아공간에 넣어두고 씨서펜트 손질을 마저 했다. 꼬리부분은 회로 만들어 버리고 다리는 토막 내어 구이를 했다. 어쩐지 갈치 맛이 나게 생긴 비주얼이었지만 맛은 있어보였다.
아이들은 배에서 발이 나왔건 손이 나왔건 신경도 안 쓰고 먹었지만 반화는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으음, 왜 어디서 본 것 같지?”
“맛있다! 맛있다!”
“...”
눈치도 없이 소리 내며 먹고 있는 까망이를 보며 반화가 인상을 쓰다가 문득 머릿속에 하나의 영상이 지나갔다.
...
-맛있다옹!!
“더럽게 쳐 먹네. 그게 그렇게 맛있어?”
-응!
윤기 나는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처럼 생긴, 그러나 그 크기는 트럭과도 같은 녀석이 반화의 앞에서 뭔가를 먹고 있었다. 맛있게 먹는 모습에 반화가 괜히 타박했지만 입가에 미소는 지우지 못했다.
“천천히 먹어 임마. 쯧, 내가 원래 살던 곳에도 너처럼 식탐 많은 고양이 하나 있었는데...”
-난 고양이가 아니옹!
“알았어, 알았어. 마저 먹어. 여긴 망혼들이 못 오는 곳이니까 천천히 다 먹으라고.”
-히히히!
...
“!”
순식간에 스쳐간 영상에 반화가 벌떡 일어났다. 기억 속의 덩치 큰 고양이는 까망이처럼 검은 털에 지금은 토막이 나서 자신의 앞에 있는 커다란 고양이 발로 까망이처럼 야무지게 뭔가를 뜯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모습에 웃고 있었고.
벌떡!
저벅..저벅..
-응?? 아빠아아!? 어디가?
삼이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은 채 반화는 뭔가에 홀린 듯 어디론가 걸어갔다.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기를 빌면서.
그런 반화의 모습에 먹던 것들을 뿌리치고 삼이와 맹이가 반화의 뒤를 쫓았다. 혼자 남은 까망이는 다른 녀석들이 사라진지도 모르고 고기만 뜯고 있었다.
“맛있다! 맛있다!”
...
철퍽! 철~썩!
“이 주변 같은데...”
한참을 걸어가니 맹이가 씨서펜트를 잡은 곳으로 생각되는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가 있었다. 그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반화가 이내 한 곳을 향해 걸어갔다.
“...”
또 한참을 걷다가 내 멈춰 선다. 그리고 한 곳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반화.
-??
뒤 따라오던 삼이와 맹이가 낯선 반화의 모습에 다가오지는 못하고 뒤에서 물끄러미 쳐다만 본다.
“네가 왜 이렇게 있는 거야...?”
반화가 그의 눈앞에 있는 것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말했지만 눈앞에 있는 건 현실이었다. 그리고 그의 기억은 더 또렷하게 자신이 알고 있는 녀석이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그 녀석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빠...?
“그래... 시간이 지나서 그럴 수 있어... 한 만년쯤 지난 건가? 자연사 한 거겠지?”
삼이의 말도 듣지 못하고 반화가 혼잣말로 계속 중얼거렸다.
툭!
-아빠!!!
“...어..?어... 아 삼이야.”
-왜 그래??
삼이가 걱정된다는 듯 보자 그제야 자신의 추태를 깨달은 반화가 정신을 차렸다. 소중한 추억 속에 존재하던 녀석이 사체로 그것도 머리만 남아 있는 모습에 잠시 멍했던 것 같았다. 아무리 반화, 그 자신이 강하다고 해도 소중한 것들의 죽음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은 아니었다. 무뎌졌을 뿐... 하지만 그 무뎌짐이 지구로 돌아오며 잠시 풀린 것 같았다. 이렇게 정신이 멍할 정도라니., 삼이가 아니었으면 앞뒤 재지도 않고 이 세계를 날려 버릴 뻔했다.
“아냐. 괜찮아 얘들아. 아빠 친구가 갑자기 생각나서 그래.”
-?? 아빠 친구?
“응, 아빠가 여기서 사귄 친구가 여기에 잠들었어.”
반화의 말에 고개를 갸웃 하는 녀석들. 친구가 잠들었다고 해서 뭔가 했는데 가만히 반화가 말한 곳을 보니 커다란 고양잇과 생물의 머리가 땅에 그냥 놓아져 있었다.
“옹이 라고 아빠가 옛날에 여기 왔을 때 사귄 친구야. 지금은 잠들었지만...”
반화가 아무렇게 방치된 녀석의 머리를 수습하며 말했다.
-아빠 여기 왔었어요?
“응. 왔던 것 같아. 아마도.”
.
.
.
-냐아아아!!!!!
콰아앙!!!!
“큭! 이런 미친!”
도망가다가 결국 순이에게 따라잡힌 녀석이 순이의 앞발에 스치며 바닥을 굴렀다. 이제 더 이상 도망 갈 수도 없었다. 뒤도는 즉시 저 작은 앞발에 머리통이 날아갈 테니까.
“감히 하찮은 짐승주제 이 몸에 생채기를 내다니!”
-냐?
지난번에 잠시 놀아줄 때는 찍소리도 못한 놈이 이제와 온몸을 시커멓게 물들이며 개념을 상실한 모습에 순이가 황당한 듯 쳐다봤다.
“신의 자손인 내가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순이는 녀석의 말에 역시 새대가리는 머리가 나빠 기억도 못하는 건가 싶었다. 자신의 장난감이 되었던 게 바로 얼마 전이었는데 그새 그걸 까먹은 건지, 거기에 지금도 스치듯 맞았음에도 바닥을 구른 녀석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냐냐냐!!!
“하압!!!”
펄럭!!!
후우우우우웅!!!
콰득!!!
콰가가가가가!!!!!
가벼운 날개 짓으로 공중에 떠오르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날려버린 놈이 순식간에 순이에게 달려들었다.
새애애애액!!!!
텁!
“!?!?”
퍼어어억!!!!!
콰아아아앙!!!!!!!!!!!!!!!
“쿨럭...”
빠지지지...직!!!
“끄아아아!!!!”
냥펀치에 간단하게 막힌 놈의 공격, 그 후 순이의 젤리 모양 푸른 번개가 놈의 정신을 확 일 깨워 줬다. 정신이 오염되면서 차올랐던 자신감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을 쳤다.
“한낱 짐승이 어떻게...”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이해가 가지 않는 순이의 힘에 잠시 넋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놈이 다시 벌떡 일어난다.
-!!!?
스아아아아!!!!
그리곤 갑자기 냅다 도망가기 시작했다. 순이는 당황하는 것도 잠시 눈앞에 있는 녀석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따라가며 놈에게 냥펀치를 날렸다.
쾅!
쾅!
쾅!!!
“흐흐흐... 역시 힘만 쎈 건가?”
별다른 기술 없이 무작위로 공격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놈은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순이의 공격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며 계속해서 순이를 놀렸다. 바닥까지 내려갔던 자신감이 다시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래서 잡을 수 있겠어?...?!”
-쿠어워어어엉!!!!!!!
후우우웅!!!
퍼어억!!!!
...
-냐아...?
-쿠워어어!!!!
-냐...
-꾸어엉...
순이와 대화를 나눈 녀석은 바로 롭스. 반화의 별장 옆을 자신의 영역으로 삼고 있는 아주 불쌍한 녀석이었다. 순이의 펀치로 또 난장판이 된 자신의 집을 보는 롭스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순이가 미안하다며 녀석을 달래 봤지만 이미 마음이 상한 녀석의 마음을 돌릴 수 는 없었다.
“끄으으...”
퍼석!!
“...”
겁도 없이 롭스의 영역에서 도망 다니던 놈은 롭스의 분노 가득한 주먹에 그대로 피떡이 되었으나 끈질긴 생명에 괜히 꿈틀거리다가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롭스에게 아예 밟혀 쥐포가 되며 생을 마감했다.
-냐아...
-꾸웅!
순이가 녀석의 기분을 풀기 위해 다가갔지만 롭스는 거부했다. 할 수없이 물러선 순이는 문득 별장이 생각났다. 분명 별장도 지나 온 것 같은데 롭스의 영역과 붙어 있는 별장이 과연 무사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 순이가 삐진 롭스를 두고 서둘러 별장으로 뛰어갔다.
-!!
“...이게 뭐야..?”
-냐아...?
“모른 척 하지 마!!”
안전을 위해 순이와 찢어졌던 령이가 초토화 된 반화의 별장을 보며 순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이 파괴왕!! 아니, 파괴냥아! 반화 오면 어쩌려고?”
-냐아...
순이 자신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걱정되었다. 잘못하면 진짜 혼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순이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