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3화-초대받지 않은 손님 #
153화
고양이 발자국과 갑자기 나타난 순이를 번갈아 보는 사람들.
“에이...가만, 쟤 어디서 봤는데?”
신소이가 믿지 못한다는 듯 말하다가 문득 순이의 모습을 어디서 한번 본 것 같아 고개를 갸웃했다.
“반화씨가 키우는 고양이잖아요. 신소이씨는 반화씨 누나랑 친구라면서 그것도 몰라요?”
“아니, 그건 아는데. 순이 저 녀석, 원래 털이 저렇게 푸른색이 아니었는데? 그리고 저 푸른색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아요?”
용군주가 신소이에게 뭐라 하자 그녀가 발끈하며 말했다. 그녀도 저 고양이가 순이라는 건 알았다. 그런데 저 푸른색 털의 고양이를 어디선가 꼭 본 것 같아 티거 길드장에게도 물어봤다.
“음... 저도 어디서 본 것...아!!!”
“응? 어디서 본지 기억나요??”
“예, 확실한 건 아닌데...저 푸른색 고양이, 지난번 일본 게이트에서 일어났던 지배자 몬스터의 난동을 진정시킨 고양이랑 닮았는데요? 그, 왜 있잖아요. 푸른 네코 신이라고 일본인들이 계속 반화씨의 몬스터와 비교하는. 자기들이 테이밍 할 거라고 매번 큰소리치면서 정작 한번도 구경조차 못했다는 고양이 신.”
“!!! 맞아!! 그때 기사에 난 사진 본 적 있어!”
-냐...냐?
그들의 말에 당황한 순이.
“너 아무래도 들킨 듯.”
-냐아!!
원인 제공을 한 건 분명 령이었지만 령이는 지금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상태. 아무도 구미호 형태의 지배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순이 자신이 인간들에게 이 녀석이 그녀석이요!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게 순이였어..? 그거 혹시 반화도 아나?”
-냐아아...!
“응?... 말하지 말라고?”
신소이가 순이의 다급한 울음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자신의 말을 알아들은 건가 아리송했다.
텁!
-냐아~
초롱초롱!
신소이를 향해 앞발 하나를 뻗어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순이.
“으으으..”
덥썩!!
부빗! 부빗!
“너무 귀여워!! 으아아... 왜 이렇게 귀여운 녀석들이 그 망나니한테 있는 거야!!”
신소이가 순이의 눈빛 공격에 참지 못하고 녀석을 령이에게서 뺏어 얼굴을 부비며 좌절했다. 당장이라도 이 아이를 데려가고 싶었는데 하필 주인이 양아치! 아니, 반화치, 라니!
...
‘저거 지금 한숨 쉬는 거 아냐?’
‘표정이 썩었어...?“
신소이는 볼 수 없는 순이의 표정을 본 두 남자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고양이에 대해서 잘 몰라 확실한 건 아니었지만 분명 순이의 표정이 미묘하게 신소이와 눈을 마주칠 때와 안겨서 보이지 않을 때가 조금 달라 보였다.
그런데 반화는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 왜 순이가 이러는 걸까?
“그런데 이렇게 위험한 곳에 어떻게 왔어요??”
“잘~이요.”
“아, 그러시구나...”
시선 돌리기! 신소이가 령이에게 시선을 돌리는 사이 순이가 노에라에게 눈짓을 했다.
“...악마, 무슨 생각인 거냐..”
일단 순이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1도 이해되지 않는 모습에 궁시렁거리는 노에라. 순이의 눈짓대로 오염종의 사체를 순식간에 바닥에 묻어버린 후 아무 일 없다는 듯 순이에게 고개를 슬쩍 끄덕인다.
“어...?! 여기 있던 오염종 어디 갔어??”
“??!? 응?”
신소이가 뒤늦게 사체가 사라진 사실을 깨닫고 말했지만 두 사람도 순이의 연기에 정신이 팔려 사라지는 것 눈치 채지 못했기에 영문을 몰랐다. 그야말로 귀신같은 솜씨였다. 노에라가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어깨를 으쓱하며 순이를 봤다. 눈짓만으로 순이의 뜻을 알아차린 노에라는 어느새 순이의 일등 집사였다.
-냥!
휙!
이제 볼일이 끝났다는 듯 신소이의 품에서 빠져나온 순이가 다시 령이의 품에 안긴다. 역시 이쪽이 더 푹신푹신하고 쿠션감이 있어 좋았다.
“뭐지? 분명 여기 있었는데...”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
“우린 이만 가 볼게요. 혹시나 위험할까 싶어서 온 거라.”
“예? 같이 있는 게 좋지...아, 뭐...괜찮겠네요.”
무려 지배자급 몬스터를 날려버린 둘이다. 물론 아직도 어떤 힘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자신들보다 강한 여자와 순이라는 건 확실하니까 굳이 붙잡지 않는다. 신소이만 아쉽다는 듯 순이를 쳐다본다. 그리고...
-와앙!
“쓰읍!”
-끼잉...
쁘니도 령이에게 다가가려다가 령이의 인상에 신소이의 품에 안긴다. 더 이상 칭얼거림을 받아 주지 않겠다는 태도에 풀이 죽은 쁘니.
“그럼 가 볼게요.”
“예.”
령이와 순이가 사라지고 일행들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사체 실종에 고민해봤지만 흔적도 없이 노에라가 귀신같은 솜씨로 묻어버렸기에 포기한다.
“끙... 일단 우리도 돌아갈까요? 여기서 게이트까지 가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자고요...또 그런 놈이 오면 막을 수 있는 방법도 없고.”
오염종이라는 걸 알았으니 일단 돌아가서 회의를 할 것이다. 대책이 필요할 테니까.
...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진 령이와 순이.
“뭔 짓을 했길래 그걸 숨겼어?”
-냐아~
“... 언제 또 그런 거야?”
-...
령이의 말에 대답이 없는 순이. 그냥 잠깐 심심해서 돌아다니다가 신기한 녀석을 발견해 잠깐, 아~주 잠깐 놀아 줬을 뿐인데 그녀석이 이렇게 오염 되었을 줄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살려두는 게 아니었다고 생각하는 순이.
“끙... 그래도 지금이라도 알아차려서 다행이네.”
진짜 심심해서 신소이 일행에게 가던 중에 순이가 익숙한 기운에 이상이 생겼음을 깨닫고 놈에게 가려다가 령이가 갑자기 쁘니의 소리가 들린다며 신소이 일행에게 온 것이었다. 덤으로 몬스터의 머리를 날려버린 것이고, 그 덕에 순이는 증거를 은폐했고 이제 원인을 은폐하러 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떤 놈이기에 그런 녀석까지 감염시키는 거지?”
령이에게도 만만치 않은 지배자급이 오염되었으니 감염원의 힘이 그만큼 강하다는 말이었다. 도대체 뭘 건드린 건지...
-냐아~
“너한테나 허약한 놈이겠지.”
순이의 말에 령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고오오오오..!!
“윽! 이게 무슨?!”
지독할 정도 강한 기운이 순이와 령이에게 느껴졌다.
-냐아!!!
“!?...알았어...”
순이의 말에 녀석을 품에서 놓아준 령이가 순이를 잠시 보다가 이내 지독한 기운의 반대편으로 사라진다.
-스하하하하...역시 네 놈이구나!
기운을 타고 흘러든 목소리가 순이의 주변을 울린다.
-냐아아아아!!!!
-컥!...
그런 놈의 기운은 ‘냥이후!’ 한방으로 날려버린 순이가 꼬리를 세우며 놈이 있는 곳으로 생각되는 곳으로 달려간다.
-!! 젠장!!
콰아아아!!!!
순이와의 힘의 차이를 느낀 놈이 기겁하며 늦기 전에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 방향이 하필 반화의 별장이 있는 방향이었다.
순이가 다급하게 녀석을 쫓아 가보지만 녀석이 너무 빨라 아무래도 별장까지 가서야 따라 잡을 것 같았다.
-냐아아아!!!!!
다급하게 놈을 불러보지만 대답 없는 놈...
.
.
.
한편 생기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반화는 밤이 지나고 망혼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멈췄다.
“음, 좋아. 그래도 그럭저럭 많이 모았네.”
보이는 족족 생기덩어리로 만들어 그 양만 해도 집 한 채는 거뜬히 채울 양이 되었다. 한주먹 떼어 낸 후 아이들에게 조금 주고 자신도 맛을 보는 반화.
“확실히 신기한 맛이야.”
하긴 생기를 먹는데 평범한 맛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생기를 먹은 삼이와 맹이는 더욱 생기발랄해졌다.
-아빠! 아빠!!
“...이제 좀 쉬자....”
쉴 새 없이 반화를 부르는 녀석들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로 지쳐가는 반화는 결국 쉬었다가려고 했다.
“얘들아~ 밥 먹고...응?”
그 자리에서 그냥 고기나 구워 먹으려 했는데 멀리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아빠! 저기 가보자!
삼이도 발견했는지 그를 부르며 손짓을 했다.
“그래, 뭐. 그냥 흙바닥보단 낫겠지.”
멀리 보이는 곳은 그래도 숲의 모양을 했으니까 먼지는 덜 나지 않을까하고 반화도 동의했다. 그런데 까망이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았다.
“서, 설마 저길 가려는 건가??”
“응? 저기 알아?”
“안 된다!! 저곳은...!!”
“왜?”
안된다고 하면 더 하고 싶어지는 반화인지라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했지만 그래도 이유는 들어보자 싶어서 녀석에게 물었다.
“금지된 구역이다! 절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그러니까 왜?”
“...? 금지된 곳이니까..”
“... 그게 다냐?”
뭔가 이유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이 멍청한 녀석은 그냥 금지된 지역이라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이유 따윈 녀석에게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거참 선동하기 쉬운 놈이네.”
하지 말라면 안 하고, 하라면 하는 그런 놈이었다. 반화가 제일 싫어하는... 그는 사고를 쳐도 자기 멋 대로인 녀석이 좋았다. 가령 순이라던가, 순이 같은 녀석들. 가끔 좀 과한 사고를 치긴 하지만.
“안 되는데...”
“시끄러, 임마. 안 되는 이유도 모르면서. 자! 얘들아. 저기로 가자!”
“나, 난 안 간다!”
-응? 까망아?
멍이가 반화와 맹이를 태우고 먼저 가버리자 까망이와 둘이 남게 된 삼이가 까망이를 부드럽게 불렀다.
“...난...”
-까망아?
“...간다...”
-아구, 착하다.
툭툭!
까망이가 진심 기특한 듯 솜방망이로 살짝 머리를 두들겨 주는 삼이. 물론 삼이 기준에서 살짝 이었다. 까망이는 순간 머리가 없어지는 줄 알았다. 정신 번쩍 든 까망이가 멍이의 뒤를 향해 전속력으로 뛰기 시작했다.
-달린다~ 달려라아~
다시 신난 삼이.
반화가 숲으로 들어서고 곧이어 까망이 위에 탄 삼이도 숲으로 들어 왔다.
“진짜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는데...”
까망이의 불안감은 상큼하게 무시한 반화가 숲을 살펴봤다. 색이 좀 칙칙한 것 빼고는 그럭저럭 그냥 평범한 숲 같았는데 왜 금지된 지역일까.
“뭐 꿀이라도 감춰 둔건가?”
저렇게 머리 나쁜 주민들만 있다면 이곳에 뭔가를 감춰두고 그렇게 말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설마 저렇게 멍청한 녀석이 대부분일 리 없을 테니...
“일단 밥부터 먹자. 얘들아! 돼지랑 소랑 둘 중 뭐가 좋아?”
-둘 다!
-나도 둘 다!!
“그, 그래. 둘 다 먹자.”
생기를 먹고 더욱 생기발랄해진 녀석들의 기세에 반화가 잠시 당황했으나 손은 이미 두 가지 고기를 다 꺼내고 있었다.
“삼이는 불 지피고 맹이는 땔감 좀 가져올래?”
-응!!
탓!
맹이가 땔감을 구하러 숲 안으로 들어가고... 반화는 고기에 밑간을 해두었다. 그리고 멍이를 원래 크기로 다시 되돌렸다.
“크면 더 많이 먹을 것 같으니까 작게 있어.”
-끼잉...
반화의 말에 시무룩해진 멍이.
“맹이 이 녀석이 왜 이렇게 안 오지?”
보통 때 같으면 그냥 생나무를 잘라 불로 간단하게 말려서 가져 왔을 텐데 이상하게 오래 걸리는 맹이.
“그것 봐라! 내가 들어오면 안 된다고...어...어!?”
까망이가 반화의 중얼거림에 기세등등하게 말하다가 갑자기 뭔가를 보고 놀랐다.
“응?... 맹이 왔어? 그런데...그건 뭐야?”
맹이가 나무를 한 가득 들고 오긴 했다. 근데 나무보다 더 큰 것이 맹이의 손에 질질 끌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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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지나고 성안을 수습한 자들은 해가 뜨고 나서야 제대로 쉴 수 있었다.
“끄응... 연락은 했어?”
“예, 왕성으로 연락했습니다. 곧 그들이 파견 나올 겁니다.”
“1군단장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었어... 그분의 상태는 어떤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부하의 말에 침울한 분위기가 환기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