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화-초대받지 않은 손님 #
150화
안타깝게도 까망이가 원하던 상황대로 흘러가지는 못했다. 낯선 존재인 반화와 멍이를 본 성문을 지키던 녀석들이 의심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은 분명 크리머라는 녀석의 자식이 병력을 이끌고 나갔는데 혼자 돌아 온, 그것도 웬 이상한 것들을 달고 돌아온 그의 부하 까망이에게 의심을 품었고 녀석을 둘러싸 취조를 시작했다.
멍청한 녀석은 금세 진실을 토했고 놈들은 어리석게도 반화를 사로잡으려 했다. 그 결과...
퍽!!
-커헉!...
물론 상황은 놈들이 원했던 것처럼 풀리지 않았다. 맹이가 나설 것도 없이 반화의 그림자에서 튀어 나온 림자가 놈들을 단숨에 때려 눕혔다.
“어때? 아는 놈들이야?”
여러 세계에서 소환당하는 종족이라 혹시나 해서 림자를 데려 온 반화.
“글쎄..? 나는 모르는 녀석들이야.”
아쉽지만 림자는 모른다고 했다.
“그래? 이 녀석들이 니들처럼 소환되는 녀석들이었는데 제물을 이용한다는 놈들이야.”
“호오? 그래? 소환 당한다는 건 살고 있는 곳이 굉장히 척박하다는 말인데... 그럴 만하군. 기운이 아주 탁해. 죽어가는 곳이야.”
림자가 주변의 기운을 느껴보고 말했다. 아주 칙칙한 죽어가는 세계의 전형적인 기운이었다.
“죽어가는 기운이라... 스톨로지도 오래 되면 이렇게 변하려나?”
그러고 보니 스톨로지도 죽어가는 곳이었다. 만약 그곳이 지구와 게이트로 연결되지 않았다면 엘프들도 이 놈들처럼 되었을지 몰랐다.
반화가 림자와 대화를 하는 사이 까망이를 데리고 먼저 안으로 들어 가버린 삼이.
-우오오오~~!!!
“어떡하지... 그분이 아시면...”
까망이는 어쩔 수 없이 삼이 때문에 따라 들어가긴 했지만 점점 두려웠다. 그들의 주인인 1군단장 크리머는 잔혹하기로 유명한 자였다. 지금 이 상황은 벌써 안에 알려졌을 것이고 곳 병력들이 들이 닥칠 것인데 머리 옆에서 방방 뛰고 있는 이 솜털뭉치는 아무것도 모르고 신기하다는 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으니...
“꽤 그럴싸한데? 그렇지, 맹이야?”
뒤따라서 성문을 통과한 반화가 성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평범하면서 색다른 곳이기도 했다.
건물 양식은 중세의 건물들과 유사했고 주민들도 좀 특이하긴 했지만 일단 인간형 모습이었으니 멀리서 보면 아마 그냥 중세의 도시로 보일 것 같았다.
-으음...아빠! 저기 뭐가 날아 와요.
“응, 뭐가 날아오네.”
반화가 맹이가 가리킨 하늘을 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 태연하지 못한 까망이는 두려움에 몸을 벌벌 떨었다.
-엉.엉.엉.엉~~ 진동이다앙.앙.앙.!! 히!히!힛!
그 떨림이 삼이에게까지 전달되어 녀석이 이상한 목소리로 깔깔 거린다. 맹이도 그 소리에 까르르 거리며 웃는다.
“으으으으...죽을 거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녀석은 녀석들이 깔깔 거리는 것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저 멀리서 날아오고 있는 뭔가에만 신경이 쏠려 있었다.
“!!!”
-이놈!!!!!
“이놈?”
반화가 멀리서 외친 소리에 고개를 삐딱하게 돌렸다. 얼굴도 아직 안 텄는데 이놈이라니, 참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아닌가.
-아빠, 혼내 줄까요?
“아냐, 아빠가 혼낼게.”
맹이를 만류하고 반화가 직접 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고오오...촤아아악!!! 반화의 손에서 뻗어 나온 검은 기운이 멀리서 날아오고 있는 놈에게 까지 닿았다.
-!?!?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녀석이 검은 기운을 뿌리치려 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이미 놈의 몸은 기운에 사로잡혀 힘없이 끌려오고 있었다.
-이, 이게!?
녀석이 안간힘을 쓰며 벗어나려 하자 반화가 손을 한번 가볍게 턴다.
슈오오오오!!!! 쾅!!!
새애애애액!!!! 쾅!!!!!
좌우로 지상에 있는 것들을 몽땅 부시며 박혔다가 끌려오는 놈은 이제 아예 혼이 나간 상태였다.
“그냥 얌전하게 딸려 왔으면 이러지 않았잖아. 쯧.”
“??”
까망이가 어이없다는 듯 봤지만 반화는 가볍게 무시했다. 그런 눈빛이야 많이 받아 봤다. 여기서나 저기서나.
“야, 얘 누군데 그렇게 무서워했어?”
“그, 그게... 그분의 오른팔이신 마룡 크렌트님이신데...”
그러고 보니 생긴 게 드래곤이랑 흡사했다. 뿔이 좀 괴상하게 생기고 비늘이 칙칙한 것을 빼면.
“뭐야, 드래곤이었어?”
자기가 잡아 놓고 뭔지도 모르는 반화.
-아빠! 아빠!!! 얘 먹자!
“어..엉?”
이번엔 반화도 당황했다.
-먹자, 먹자!!
삼이가 갑자기 식욕이 돋는 듯 마룡이라는 놈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보니까 멍이와 맹이도 입맛을 다시는 게 좀 이상했다.
“먹자고?? 얘를?”
-응!!
맛있어 보이는 비주얼은 아니었는데 갑자기 왜 식욕이 당긴 걸까? 자세히 보니 놈에게서 이상한 기운이 풍겼다.
“뭐야 이건 또?”
놈에게서 흘러나온 기운이 삼이, 맹이, 멍이는 물론 반화와 주변의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게 까지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놈이 기절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기운 같은데, 반화에게는 전혀 영향이 없었지만 아이들과 주민들 녀석들에게는 정신적으로 뭔가 작용하는 것 같았다.
“나는 마왕이 될 거다!!!!”
“...뭐야 이 미친놈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난동을 부리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살의를 발산하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공격하는 놈도 있었다.
“호오? 이거 재미있는데?”
아무래도 이건 개인의 욕망을 건드리는 것 같았다. 자신의 내면에 가장 큰 욕망을. 까망이를 보니 녀석은...
“zZZ...."
어느새 누워서 자고 있었다. 녀석의 욕망은 수면이었나 보다.
그럼, 아이들은 내면에서 가장 큰 욕망이 식욕...인 것 같다. 침을 질질 흘리며 기절한 마룡을 쳐다보는 녀석들.
“끙... 식욕... 이 자식들, 요즘 좀 포동포동 하다싶었는데.”
삼이와 맹이는 그렇다 치고 멍이 이 녀석까지 물들 줄이야...
스윽...꽈아악!!!
파스스스...
-응??
서걱!!
반화가 녀석들에서 흘러들어가는 기운을 제거하고 마룡의 뿔을 잘라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보니까 기운의 원천이 뿔이었다.
“얘 아직도 잡아먹을 거야?”
-응? 아니! 더러워!
퉷!
삼이가 반화의 말에 부르르 떨며 거부했다. 그렇다고 침을 뱉을 것까지야...
“그나저나 개판이구만.”
이미 기운은 퍼져 이곳 주민들에게 흡수 된 뒤였다. 반화는 굳이 제거해줄 필요를 못 느껴 그냥 구경만 했다. 팝콘을 꺼내면서...
“자, 이거나 먹으면서 구경하자.”
-응!!!
아이들에게도 나눠주며 누워서 자고 있는 까망이의 배에 앉아 주변을 구경했다. 웬만한 영화보다 스릴이 넘치는 액션이 따로 없었다.
-이런 멍청한 것들!!!!
허억!!
이런 난리 통에 갑작스런 호통이 성 안을 울렸다. 주민들이 욕망에 휩싸여 난동을 부리는 것도 멈추고 갑자기 벌벌 떨기 시작한다.
“그, 그분께서 분노하셨다...”
“살려주세요!!”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호통의 주인에게 용서를 구하는 녀석들.
“에이, 재미없어.”
-재미없어!
반화는 벌써 영화가 끝나 아쉬워했다.
-네 놈!!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궁금하면 이리 와 쫄보야. 소리만 내지 말고.”
-뭐!?
반화의 깐족임에 순간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올 뻔 했던 주인공은 애써 인내하며 자신들의 부하들을 먼저 보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놈이라 자신이 바로 나서기에는 조금 불안했다. 이런 촉 때문에 그가 군단장까지 해먹고 있는 것이었기에 그는 자신의 감각을 정말 신뢰했다.
쿠그그그그!!!
성 내부 중앙에서 달려오는 병사들.
“에라이 쫄보 자식. 내가 간다, 가. 멍아.”
-크릉!!
“얘들아, 아빠 꽉 잡아.”
-응!!!
반화가 멍이 위에 올라타며 아이들을 품에 넣었다. 그리고 말했다.
“멍아, 미친 듯이 달려 보자. 그냥 달리기만 해. 앞에 뭐가 있든.”
-아오오오!!!!!!!
콰아아아!!!!!!!
-!!!?
정말 미친 듯이 달려가는 멍이와 부딪히게 생긴 놈들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뭔가 하려고 하기도 전에 이미 놈들은 분쇄되어 이 세상을 떠나갔다.
콰드드드득!!!
쾅!!!!!
“이런 미친!!!”
자신의 병력들이 분쇄되며 반화를 전혀 막지 못하는 것을 알아차린 놈이 서둘러 도망치려 했다.
“어딜 가?”
“!!!”
-크르르르....
도망치려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린 채 머리만 돌려 반화와 멍이의 모습을 확인한 놈의 표정은 경악 그 자체였다.
“어, 어떻게?!”
그의 오른팔은 기절해 있고 왼팔 역할을 하는 녀석은 지금 멍이의 발아래 깔려 있었다.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죽지는 않았다. 다만 앞으로 멀쩡하게 살아가기에는 그른 것 같았다.
“난 정중하게 문으로 들어 왔는데 다짜고짜 이놈! 하고 달려들면 기분이 나쁘잖아. 안 그래? 게다가 이상한 기운을 뿌리질 않나.”
“네, 네놈. 도대체 정체가 뭐냐! 설마 새로운 마왕 후보인가?”
“마왕 후보 같은 소리하고 있네. 아! 뭐, 마왕이라는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었다고는 하더라고.”
기억은 안 나지만 아틀란티스에서 한 때 마왕이긴 했다.
“?! 마왕이라고? 그게 무슨!”
“그건 알 거 없고, 자! 사과해.”
“내가 뭘 사과하라는 거지?”
“당연히 나를 욕한 것에 대한 사과지.”
놈이 반화의 말에 황당해 했다. 지(?)가 무대포로 쳐들어 와 놓고 왜 자신에게 사과를 하라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하지 않으면 험한 꼴 당 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이니...
“난 욕을 하지 않았다!”
결국 자존심을 지키는 놈.
“네 부하가 나한테 욕했어.”
-욕했어!
삼이는 놈의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반화의 말을 따라하며 놈을 약 올렸다.
“.크윽..내..부하가...한 일에 대해서 사죄...라고 할 줄 알았나!!!”
화아아아!!!
놈은 반화가 방심했다고 생각할 쯤 이상한 기운을 뿜어 자신의 머리와 반화의 머리를 연결시켰다.
“악몽의 군단장인 내가 너 같은 이단에게 당할 것 같았느냐! 평생 악몽에서 살다가 죽어라!”
자칭 악몽의 군단장인 놈의 능력은 상대의 꿈과 정신을 자기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힘이었다. 아무리 강한 자라도 그의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마왕도 그의 악몽은 부담스러워 했다.
-?
갑자기 태도가 바뀐 놈의 모습에 맹이와 삼이가 갸웃 했다. 설마 저 기운으로 자신들의 아빠에게 뭔가를 한 것일까?
-바보 아냐?
-바보 같아.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놈은 삼이와 맹이의 대화를 듣고 왠지 기분이 나빠졌다.
“네 놈들이 나의 힘을 알아 볼 수 있을 리 없지. 악몽에 빠져 평생을 살아라....!? 뭐, 뭐야!”
놈이 삼이와 맹이에게 반화에게 연결된 기운과 같은 것을 연결시키려 하자 갑자기 반화와 연결된 기운이 요동치며 자신의 컨트롤에 말을 듣지 않아 당황한다.
“이게 다였어? 쯧... 내가 현실의 악몽이 뭔지 알려 줄게.”
“!!??”
분명 자신의 기운에 먹힌 것 같았는데 멀쩡하게 움직이는 반화의 모습에 기겁한 놈이 뭔가 좋지 않은 느낌에 다시 도망가려 했다.
“이거 완전 쫄보네? 군단장이라며? 똥별이네 똥별 쯧.”
콰득!!
“크헉!!”
반화가 도망가려는 놈의 머리를 밟고 그대로 찍어버린다. 그대로 바닥에 머리가 박힌 놈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바닥에 박힌 머리가 오히려 멀쩡할 정도로 녀석의 몸은 맹이, 삼이. 그리고 반화의 구타에 만신창이가 되어 거의 걸레짝이 되고 있었다.
퍽!!
퍽!! 퍽!!!
뿌직...
-윽! 냄새!
거꾸로 박힌 자세 그대로 괄약근이 풀린 놈은 엄청난 냄새를 풍기며 엉덩이를 묵직하게 만들었다.
“아오, 더러운 자식.”
-더러워!
반화와 아이들이 놈에게서 떨어지며 코를 막았다. 냄새가 진짜 고약했다. 자신의 추태도 알지 못하고 기절해 버린 놈.
“쯧, 가자 얘들아.”
-응!!!
서둘러 자리를 뜬 반화는 잠시 주위를 둘러봤다. 멍이가 달린 길은 뻥 뚫려있었고 주위로 몰려 있는 놈들은 반화를 보며 벌벌 떨고 있었다.
“야.”
“!!!?”
반화가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을 부르자 정말 기절할 듯이 놀라는 녀석.
“마왕이라는 녀석들 어디 있어?”
그러거나 말거나 반화는 물었다. 마왕이라는 놈이 있는 곳을. 생긴 것에 비해 수준이 너무 떨어져 그 놈들의 면상을 한 번 보고 싶었다. 아틀란티스를 집어 삼킬 뻔했다는 말이 과연 진실인지 그놈들을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