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화-찾아가는 서비스 #
148화
드디어 출근 날, 명하는 두려움에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집에는 엄마라는 더욱 무서운 존재가 있었으니 결국 아침부터 미리 받은 계약금으로 지른 정장과 가방으로 제대로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내 붕붕이... 네가 걸림돌이 될 줄이야.”
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차, 붕붕이...명하가 애증의 눈빛으로 한번 슥 보다가 이내 히죽거리며 차에 올라탔다. 비록 저당 잡힌 녀석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다가 다시 출발하며 우울해지는 명하. 옆에서 랑이가 그걸 보며 한숨을 쉬었다. 명하는 그래도 반항이라도 해봤지... 랑이는 그런 것도 없었다.
아침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이들의 출근 시간에 비하면 많이 느긋한 시간이라 명하의 붕붕이는 도로를 시원하게 달려 뉴월드 본사에 도착했다.
“언니, 저거 왠지 지옥에 있는 성 같지 않아?”
명하가 건물 앞에 서서 중얼거렸다. 본사 건물 앞에는 어마어마한 인원의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있었는데 누군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하자 우르르 몰리며 그 사람을 둘러싼다.
“어? 민사장님이네?”
자세히 보니 민사장이었다. 곤란한 표정으로 취재진을 뚫으려 했지만 힘으로 뚫기에는 너무 많았다.
불쑥!
“어??”
갑자기 취재진을 뚫고 들어 온 손이 민사장을 확 끌어당긴다.
“자자! 사장님 일하셔야하니까 공식 발표 있을 때까지 물러나세요! 지금 우리 사장님 귀하신 시간 뺏으면 손해가 얼마인지 알아요? 여러분이 물어 낼 겁니까?! 비켜요 비켜!!”
취재진들을 밀치며 명하가 민사장을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취재진의 얼떨결에 명하의 힘에 밀려나고 본사 건물에서 나온 경호원들과 합류함으로써 취재진을 따돌렸다.
“명하씨 오셨네요? 어제는 절대 출근 안한다고 하더니?”
“어쩔 수 있나요... 망할 오빠자식이 계약서를 들고 흔드는데. 이 나이에 콩밥 먹을 순 없잖아요.”
“하하하... 근데 저 취재진 아마 반화씨 집으로도 찾아 갈 것 같던데...”
직장과 집 양쪽에서 시달릴 명하가 걱정된 민사장이 말했으나 명하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 오빠 집에요? 죽고 싶으면 그러라고 하세요.”
“하긴...”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람도 아니니 취재진 따위를 그냥 두고 보진 않을 것이다. 그 사람은...
“그런데 진짜 반화씨가 제거한 종족이 뱀파이어 입니까?”
민사장도 알라보려고 반화에게 연락해 봤지만 받지 않았기에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다.
“오빠는 모기라고 부르던데, 모르겠네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피 빨아 먹는 게 똑같긴 하네요.”
“끙...또 일거리가. 안 그래도 요즘 게이트 주변에 이상한 몬스터들이 나타난다고 바쁜데.”
“이상한 몬스터요?”
“네, 신소이씨 팀하고 티거 길드에게 부탁은 해뒀는데 우리 회사 소속 팀들은 물론 다른 쪽에도 피해가 생겼어요. 다행히 인명 피해까진 생기지 않았는데... 한참 개발 단계 중인 지역이라.”
민사장이 골치 아픈 듯 머리를 흔들었다.
“내가 할 일은 아니죠? 전 오빠 일만 담당하기로 했는데.”
“...그래도 제가 사장인데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면...”
“아, 몰라요. 랑이 언니! 얼른 가요!”
명하가 은근슬쩍 일을 넘기려는 민사장을 피해 올라 가버린다. 사장을 넘어 이제 회장 소릴 듣는 민사장을 개 무시하는 명하...
“에 휴, 그래. 사고나 치지 마라. 오빠처럼.”
반화 일을 처리하는 게 절대 만만치는 않을 테니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
“어? 사장님! 여기 있었네요.”
“아, 신소이씨? 어? 옆에는 용군주님이시네요?”
지난 중국원정 때 안면을 튼 용군주가 어쩐 일인지 신소이와 같이 왔다. 옆에는 티거 길드장도 있었다.
“아, 요즘 백수래요. 반화 별장 사건 보셨죠? 거기에 덩치랑 용용이랑 같이 있어서 지금 백수래요.”
“아, 그래요? 혹시 반화씨 별장, 큼... 일단 올라가서 얘기하죠?”
로비에 집중된 사람들의 이목을 느낀 민사장이 세 사람을 데리고 올라간다.
.
.
.
“뭐가 이렇게 칙칙해?”
반화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말했다. 괴물들이 있던 세계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여긴 기본 마나 자체가 좀 칙칙했다. 아이들도 막상 들어와 보니 느껴지는 칙칙한 기운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아빠, 여기 기분 나빠!
“그러게.”
반화도 삼이의 말에 공감했다. 여긴 정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마치 똥물에 뒹구는 느낌이랄까?
“그나저나 여긴 뭐야?”
건물 안인 것 같았는데 불도 없었다. 일반인이었다면 아마 앞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흡사 지하 굴 같았다. 그리고 여기 저기 그려진 벽화를 보니 이곳에서 어떤 불쌍한 놈이 소환의식을 치르고 있었던 것 같았다. 반화가 진과 함께 잡아채는 바람에 그냥 그대로 소멸되었지만.
“칙칙한 놈이구만. 불도 없이.”
팟!!
반화가 빛을 만들어내자 그제야 밝아지는 내부. 정말 삭막한 장소였다. 분위기로 봐서는 약간 신전의 느낌이 났다.
“일단 밖으로 나가 보자, 얘들아!”
천천히 내부에서 밖으로 걸어 나가 보는 반화.
저벅...저벅...
“아무 것도 없네.”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텅텅 빈 장소였다. 그냥 단순히 소환의식을 치르지 위해 존재하는 것 장소 같았다. 더 볼 것이 없다고 생각한 반화는 서둘러 그냥 빨리 나왔다. 아이들도 흥미가 없는 듯 힘없이 따라 왔다. 아무래도 기대하고 왔는데 기운이 이 모양이라 실망이 큰 것 같았다.
터덜 터덜...
힘없는 걸음으로 따라오는 녀석들.
-응? 빛이다!
반화가 만든 빛이 아니라 진짜 빛이었다. 먹구름이 가득해 밝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하 같았던 건물 안 보다는 확실히 밝았다.
“뭔 동네가 빛도 칙칙하네.”
반화의 감상평 그대로 칙칙한 동네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니 반화와 아이들을 반겨주는 것들이 있었다.
“뭐냐 니들은?”
“!! 넌 뭐지? 어떻게 거기서 나오는 것이냐!!!”
다행히 반화는 소환의식을 치른 녀석의 기억을 삼켜 놈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아빠! 아빠! 쟤들이 뭐래? 까망이들이 뭐래?“
“까망이..?”
-응! 까망이들!
뭐, 놈들이 검은 피부를 가지긴 했는데 까망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지기엔 생긴 게 좀 험악했다. 인간의 형태이긴 했는데 조금은 기괴한 모습들이었다. 팔이 여섯 개인 놈도 있고 눈이 여섯 개인 놈도 있고. 여튼, 각자 강하게 자기 중장을 하는 얼굴들이었다. 그 중에 그나마 정상처럼 보이는 녀석이 대장처럼 보여 반화가 놈에게 물었다.
“니들 뭐냐니까? 왜 거기서 그러고 있어?”
“!!”
자신들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습의 반화에게 오히려 자신들이 당황하는 녀석들.
“누구냐! 그 녀석은 어디 있는 거지?”
“내가 먼저 물었잖아, 자식아.”
“네 놈! 어떻게 우리의 언어를 쓸 수 있는 거지?”
분명 말을 알아듣는데 대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점점 짜증이 나는 반화.
-까망아~~ 놀자!!
파닥! 파닥!!
“??!?”
언제 간 건지 덩치가 덩치만한 녀석 옆에서 삼이가 짧은 날개로 파닥거렸다. 당황한 나머지 아무 반응도 못하는 놈.
“저... 어떻게 해야?”
삼이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놈은 반화와 대치하고 있는 멀쩡한 놈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다.
“멍청한! 그걸 뭣 하러 묻고 있어!?”
“헙!...”
아마 평소에도 저런 모습을 많이 보이는 녀석 같았다. 어벙하게 삼이가 어깨에 앉아서 말을 거는 데도 어떻게 할지 모르고 물어보다니...
“쟤는 또 언제 저리 간 거야.”
반화도 그 모습이 기가 막혀 황당하긴 했다. 삼이도, 덩치도.
툭! 툭!
-놀자아~
꼬리로 녀석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며 칭얼거리는 삼이의 모습을 보며 반화는 그래도 기분이 좋아져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맹이는...
“어?”
퍼억!!!
“크헉!”
-기분 나빠!
“...그렇다고 팰 것까지야 없잖아 맹이야.”
반화와 대치하고 있던 녀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인지 맹이가 작은 털뭉치 같은 주먹으로 마구 패고 있었다. 주위에 있던 놈들은 당황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그 광경을 구경만 했다. 그들의 대장이 겨우 저런 주먹에 저렇게 괴로워한 가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장난을 친다고 하기엔 너무 리얼하고 애초에 그런 장난을 치는 존재가 아니었다.
“위, 위대한 분이시여!”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듯 맹이를 향해 달려드는 놈들.
퍽!!! 퍽!!!
“커헉!”
달려드는 족족 맹이의 주먹에 맞고 날아다닌다. 반화는 이 모습을 보면서 과연 기뻐해야하는 가 아니면 화를 내야 하는 가 고민했다. 맹이가 놈들을 두들기며 하는 말을 들어 보면 반화에게 소리를 질러서 기분 나빠 그런 것 같아 화내기엔 좀 애매했다.
“맹이야, 이제 그만해... 다 죽겠다.”
-씩...씩...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 거리기까지 하는 맹이의 모습에 반화가 이상함을 느꼈다.
“응? 저게 뭐야?”
맹이의 머리 위로 이 곳의 칙칙한 마나가 스며들고 있는 것이 반화의 눈에 보였다. 아무래도 맹이의 돌발행동에는 저게 영향을 끼친 듯 했다.
“정말 짜증나는 곳이네.”
스윽... 서걱!!!
반화가 손을 들어 맹이의 머리로 스며드는 기운을 잘라 내고 녀석의 머리에 손을 대어 스며든 것까지 몽땅 뽑아 버렸다.
-응? 아빠! 얘들 왜 저래요?
“응, 니가 팼어.”
-으웅?
아무 것도 모른 다는 순진한 맹이의 표정을 보니 황당했지만 그만이 이곳의 기운이 좋지 못하면서 강력하다는 증거였다. 당연히 이 곳엣 사는 녀석들이 보통 녀석은 아닐 테지만 아무래도 정신력에 크게 작용하는 기운 같았다.
“삼이는...뭐, 괜찮네.”
아무래도 화를 내면서 생긴 빈틈을 파고든 것 같았다. 지금 삼이는 덩치의 어깨에서 꼬리로 녀석과 장난치며 기분이 매우 좋은 상태라 칙칙한 기운이 파고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원래 늘 업된 상태라 큰 걱정은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대화를 해야 할 놈들이 이렇게 널브러져 있어서야 대화는 불가능 했다. 파스나 롱이를 데려와 치료하기도 그렇고 하니 결국 그냥 두고 가기로 했다. 그래도 삼이의 옆에 있는 덩치 있는 녀석은 멀쩡하니까 안내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조금 모자라 보이지만.
“맹이야, 이제 괜찮아?”
-응?
아무래도 기운을 뽑아내면서 기억까지 조금 뽑아낸 것 같았다. 맹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치로 쓰러져 있는 놈들을 발로 한 번씩 톡톡 건드리며 움찔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었다.
“어이.”
“어..어?”
갑자기 반화가 부르자 어벙하게 대답하는 놈.
“니들은 뭐야? 여기 주민이야?”
“?? 주민? 그게 뭐지?”
“...하필 남아도 저런 놈이...”
반화는 한숨이 나오는 걸 겨우 참으며 인내를 가지고 놈에게 질문했다.
“여기 사는 놈이냐고.”
“그렇다! 나는 여기 산다!”
“이놈은 뭐야? 네 대장이야?”
툭! 움찔!
발끝으로 반화가 그와 대치했던 녀석을 건드리며 말하자 놈이 안절부절하며 말한다.
“그, 그러지 마라! 그분은 위대한 분의 자손이시다!”
“위대한 분은 또 뭐야. 시끄럽고 니들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여기에 뭐 볼일 있어?”
“그게...”
아무래도 녀석에게는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척 봐도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온 것 같았다.
“야, 네 집은 어디 있는지 알지?”
“당연하지!”
“그래, 집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네. 가자.”
“??”
반화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녀석.
“아오, 진짜 답답한 놈이네.”
-응? 아빠 답답해? 얍!!
찌리리릿!!!
“으헉!!”
삼이가 반화의 말을 듣고 놈에게 전기를 발산했다. 덕분에 짜릿함을 느낀 놈은 정신 번쩍 들며 반화의 말을 단숨에 이해했다.
“간다! 집 간다!!”
“...그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되니까... 아무래도 저 녀석은 충격요법이 아주 잘 통하는 녀석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분들은...?”
“얘들? 냅 둬, 알아서 정신 차리겠지.”
놈이 주위에 쓰러진 동료들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반화는 굳이 놈들을 챙길 이유가 없었다.
“그, 그런...”
찌리릿!!!!
“으헉!!! 간다! 집으로 지금 간다!!”
삼이의 재촉에 몸을 휙 돌려 움직이는 녀석.
“고놈 누굴 닮았는지 참 센스 있네.”
반화를 보며 윙크하는 삼이를 보며 반화는 멍이의 위에 맹이와 함께 올라타 녀석의 뒤를 따라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