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46화 (147/295)

# 146화-뜻밖의 손님 #

146화

충격적인 상황을 겪은 사람들은 아무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래도 사망자는 없네요.”

“...그 사람, 정말 아무렇지 않게 그 놈들을 죽였어요.”

좀 진정이 되니 그 충격적인 모습을 떠올린 사람들. 반화의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던 사람들은 그 소름 돋는 무감정한 음성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

“마치 귀찮게 구는 모기를 잡으라는 듯 말했어요.”

“그리고 그 해골은 정말 쉽게 놈들을 없애버렸죠... 그 해골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적어도 우리정도는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겠죠.”

해골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들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서둘러 이 곳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눈앞에 몬스터군주를 세계적인 능력자로 만들어 준 롭스가 있음에도 더 이상 촬영은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서둘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을 뿐.

.

.

.

“마스터, 굳이 인간들을 살려 준 이유는 뭡니까?”

해골씨가 의아한 듯 물었다. 사실 모기들에게 당한 사람들이 살아 있는 이유는 반화 덕분이었다. 정확히는 반화가 파스에게 시켜 미리 사람들에게 나노 머신을 주입한 덕분이었다. 최소한의 생명에 필요한 혈액을 나노 머신들이 대신 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이 살아 있는 것이었다. 거기에 회복할 수 있게 혈액 재생도 촉진시켜 주었고.

“동족애?”

“허허허허허허허! 제가 마스터에게 들은 말 중 가장 웃긴 말이 군요, 허허허허”

해골씨가 정말 웃긴다는 듯 웃었다.

퍽!!!

“...”

우득! 우드드득!

한방에 해골씨의 웃음을 잠재운 반화.

“...진짜 이유가 뭡니까? 저들이 마스터에 대해 어떤 말을 하며 돌아다닐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과거에도 그러다가 결국 마왕이 되셨습니다. 다른 세계라고는 하지만 다른 반응일 것이라고 확신을 하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해골씨가 반화의 의해 날아간 갈비뼈를 다시 맞추며 물었다.

“내가 마왕이라고 불린다고 뭐 달라졌어?”

반화의 말에 해골씨는 말이 없었다. 인간들이 마스터를 뭐라고 부르던 마스터는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원래 마스터의 변덕은 심했다. 산적들과 어울려 놀다가도 돌아갈 땐 모조리 정리하고 갈 때도 있었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안 끼치는 녀석들이라 살려 준 것뿐이야. 물론 그럴 실력도 없는 녀석들이고 좀 귀찮게 굴긴 했지만.”

“그렇군요...”

반화의 말이 완전히 이해가는 건 아니지만 모든 건 어차피 반화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이니, 해골씨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원래 마스터의 일에는 그냥 신경 끄는 것이 답이었다. 깊이 생각해 봤자 오히려 반화의 생각은 상상 그 이상으로 단순 할 때가 많았으니까.

...

한편 자신의 종족, 자신의 부하가 모두 소멸되었음에도 그들의 왕은 무덤덤했다.

“꼴좋군, 언제나 인간들을 아래로 보며 하찮다고 하던 녀석들이 결국 인간의 손에 죽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인간들보다 특별히 강한 존재로 태어났으면서 항상 오만과 자만으로 인간들에게 밀려 살았던 그들은 인간들을 자신들 아래로 봤다. 가장 손쉬운 자기 위안으로 별다를 게 없는 상대를 깔봤던 것이다. 거기에 반은 인간의 피가 섞인 그녀는 인간인 어머니의 손에서 자라다가 결국 저들에 의해 어머니가 죽고 그들의 노예처럼 생활을 했다. 고작 인간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반은 자신들의 피가 있어 죽이지는 않는다고 조롱하며.

그러다가 반화를 만났다.

일족의 수발을 들며 인간 마을을 습격하던 때 자신의 어머니가 생각나게 하는 한 아이의 어미가 어떡해서든 살려보려고 한 어린 자식만큼은 주제도 모르고 자신이 살려내려고 하다가 일족에게 들킨 자신을 반화가 처음부터 지켜 본 것이었다. 그때 반화는 피바다가 된 마을을 그냥 한 번 쓱 보더니 말도 없이 일족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기 시작했었다. 날카로운 검으로 어떻게 찢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톱날을 걸어 당기는 것처럼 순식간에 일족을 몰살 시켜버린 반화가 그녀의 앞에 섰을 때 그녀는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다만 말없이 스치며 걸어가는 그를 쫓아다녔을 뿐.

그렇게 그를 쫓아다니다 보니 그가 흘리는 힘만 주워 먹었음에도 그녀는 일족 중 그 누구보다 강해 질 수 있었다. 그리고 반화가 사라진 후 그녀는 일족에게 돌아갔다. 자신의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어미를 죽이라고 명령했던 순혈족들을 모조리 쳐내고 밀어내니 인간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이 줄어들었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직계들과 손을 잡았었다. 그리고 인간에게 대항 할 수 있을 때까지 잠시 중앙을 버리고 떠났다. 힘을 키우기 위해 수면기에 들어가며 기억이 끊어졌다가 깨어났는데 역시나 자신의 피의 반을 차지하는 일족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교만하고 여전히 자기들 밖에 모르고 여전히 경솔했다.

“하긴 종족의 선조가 자체가 도망쳐 온 쓰레기였으니까. 지들이 숨기면 모를 줄 알았나?”

어딘지 모를 고향에서 쫓겨난 종족. 그게 이 세상에 일족이 생겨난 이유였다.

“뭘 그렇게 중얼거려?”

“예? 아, 아닙니다!”

반화가 혼자 생각에 잠긴 왕을 보며 말하자 화들짝 놀란 녀석이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 대답했다.

“왜, 슬프기라도 해?”

“아뇨.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자신은 혼자였었으니까. 힘으로 누르고 있었을 뿐.

“그럼 가서 일해. 저기 잡초 보이지? 듀스잎 옆에 난 것을 다 뽑아. 손톱도 딱 잡초 뽑기에 제 격이네.”

“...예...”

종족이 소멸한 건 슬프지 않았지만 마왕의 옆에 있어야 한다는 건 슬펐다. 그는 분명 그녀의 은인이지만 그렇다고 친절한 은인은 아니었으니까. 게다가 지금은 성격도 조금 바뀌어 안 그래도 이상한 성격이 더 이상한 것 같았다.

“응? 왜 또 귀가 가렵지?”

반화가 귀를 긁적거리자 서둘러 그가 말한 곳으로 도망간 그녀가 자신의 자랑스러운 손톱을 꺼내 잡초를 자르기 시작했다.

“얌마! 자르지 말고 뿌리까지 뽑아야지!!”

“넵!!!”

그럴 거면 왜 손톱을 꺼내라고 한 거지!?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괜히 토 달면 일만 늘어날 뿐이라는 걸 알기에 그저 다시 손톱을 집어넣고 흙을 파내며 뿌리까지 뽑아낸다.

“궁시렁 궁시렁...”

그녀의 옆에는 조그만 쥐가 있었으니 외롭지 않았다.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조용한 것 보단 나았다.

“...뭘 봐?”

“...쥐새끼가 입이 험하네.”

빠지지직!!

둘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갑자기 잡초 뽑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다.

파바바바박!!

쑤옥! 쑤옥!!

미친 듯이 땅을 파며 잡초를 뽑는 땅의 신수와 하나하나 정확하게 뿌리까지 뽑아버리는 밤의 일족의 왕. 멍청하기는 둘 다 막상막하였다. 그냥 능력을 쓰면 되는데.

“열심히 하네. 좋아, 좋아.”

반화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며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반화는 그냥 놀고 있는 게 싫었던 것이었다...

.

.

.

허겁지겁 돌아간 사람들은 자신들이 겪은 일을 과연 방송해도 되는 것인가 고민했다.

“괜찮을까요...? 그 사람이 우릴..”

“그럴 거면 거기서 우릴 죽였겠지. 거기서 우리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누가 알아? 살려준 걸 보면 상관없지 않을까? 촬영도 일단 허락하긴 했잖아. 그리고 그 괴물들 마치 뱀파이어 같았어.”

“어? 뱀파이어면 예전에 몬스터 군주의 여동생이 목격했다는 범죄자랑 비슷하겠는데요?”

“!!?”

몬스터 군주는 방송계에서는 아주 인터뷰하지 못해 안달 내는 사람인지라 그의 가족의 인터뷰도 그들 사이에서는 물론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진 내용이었다. 인터뷰에서의 범인은 아직도 잡지 못했다고 했다. 설마 그 뱀파이어 같은 유사인종 같은 것들이 범인이라면 몬스터 군주가 자신의 가족을 건드리려한 놈들에게 복수를 위해 그들을 잡아 온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 제작진은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이거 잘 짜서 공개만 하면 대박이긴 하겠는데...”

몬스터 군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함부로 지를 수가 없는 게 한이었다.

“지르죠? 그냥.”

제일 몬스터 군주를 경계했던 신유혜가 갑자기 과감하게 말했다.

“뒷감당은?”

“제 생각인데... 그 사람 전혀 신경 안 쓸 것 같아요.”

그녀의 말이 거의 정답에 가까웠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주저했다.

“...그래! 지르자! 대신, 그 사람 이미지를 타격하는 건 빼자. 우릴 살려줘서 그런 게 아니라, 우리가 죽을 수 도 있어서니까 그 정도는 감수 하자? 어차피 우리도 진실을 아는 게 아닌데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잖아. 시청률 올리자고 굳이 모험 할 필요 없지. 그냥 사람들에게 ‘카더라’라고만 해도 이슈가 충분히 될 테니까. 책임에서는 빠지고.”

PD의 결정에 다들 심각한 표정을 지었지만 천생 방송쟁이들인 그들은 이 좋은 소재를 버릴 수 없었다.

“그럼 일단 거기서 얻은 자료부터 볼까요? 완벽한 증거가 아니라도 사람들이 혹할만한 건 있어야죠.”

사실 제일 좋은 건 카메라에 담은 영상이겠지만 반화의 별장 안에서는 그럴 수 없었으니 빈약한 자료를 이용해야 했다.

“아!!! VJ 한명이 그 때 카메라를 돌리고 있었어요! 그 몬스터 군주의 거대한 몬스터를 찍으러 가는 길부터!”

“설마!?”

만약, 그 영상이 괴물들에게 습격당할 때도 담긴 영상이라면...

꿀꺽...

다들 마른 침을 삼키며 회의장으로 부른 VJ를 기다렸다.

.

.

-와...대박... 저거 진짜야? 실제 상황??

-출처 봐봐, CCB 방송국이야. 메이저 방송국에서 미쳤다고 허구로 소설 쓰겠냐?

-헐, 그럼 자기 동생이 범죄에 노출될 뻔해서 저 종족들을 다 잡아 온 건가? 거의 100명은 넘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습격당한 사람들은?!

영상은 절묘하게 끊어져 뒤의 일은 나오지 않고 제작진의 설명으로만 되어있었다. 사람들은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습격당했던 사람들의 신상을 요구했고 제작진은 당당히 공개해버림으로써 의문을 잠재웠다.

SNS과 각종 매체들은 난리가 났다. 새로운 유사인종의 등장과 그들을 처단해버린 반화의 이야기 때문에.

“엄마...오빠 또 사고 친 것 같아.”

“...또 뭐?”

명하가 폰을 하다가 반화에 대한 기사를 발견하고 옆에 있던 엄마에게 바로 말했다. 명하가 보여준 기사를 읽은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내가 오빠 집에 가볼게!”

명하가 벌떡 일어나 반화의 집으로 뛰어 갔다. 이놈의 웬수가 또 일을 만들다니!! 곧 있으면 정식 출근인데!

“안 돼... 출근하자마자 업무에 치일 거야. 지금이라도 그만 둔다고 해야겠어!”

명하가 각오를 단단히 하며 반화의 집과 연결된 문을 힘차게 열었다.

쾅!!

“오빠!!!”

“...?”

반화는 없고 랑이가 황당한 듯 명하를 봤다.

“언니! 오빠 어디 갔어요?!”

“마스터? 별장에 있을 걸?”

“별장???”

“아, 이렇게 말하면 모르려나, 게이트 내부에 있다고.”

랑이의 말에 맥이 빠진 명하.

“이놈의 사고뭉치는 집에나 붙어 있지 어딜 자꾸 싸돌아다니는 거야?”

“그 사고뭉치가 나를 말하는 건 아니겠지?”

“헉!”

명하가 한 숨을 쉬며 반화를 욕하자마자 들리는 반화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돌아봤다.

“깜짝 놀랐잖아!! 기척 좀 내고 다녀!”

“...여기 내 집이거든?”

주객전도도 유분수지 당당한 명하의 태도에 황당한 반화.

“그건 그렇고! 또 사고 쳤다며!?”

“뭔 사고?”

“이거! 이거 봐봐!”

명하가 폰을 내밀며 반화에게 속사포처럼 말을 이었다.

“나 오빠 매니저 안 해! 못해! 각이 딱 나오네, 시작부터 이 모양이면...”

“안 돼. 이미 계약 끝났어. 계약 파기하려면 돈 들고 와.”

명하의 말에 반화가 갑자기 계약서를 흔들며 말했다. 저렇게 빳빳한 종이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으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그,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 계약은 확실해야지. 계약금의 10배 지불. 자, 봐봐 니가 잘 적어 뒀지?”

반화는 철저하게 명하가 혹시나 발뺌할까 싶어 계약을 하고 계약금을 줘 버렸다. 명하야 그냥 반화만 믿고 싸인하고 계약금으로 이것저것 사느라 거의 탕진했고...

“말도 안 돼...사기야, 이건!”

“법으로 갈까? 나, 이길 수 있겠어?”

반화에게 줄서는 로펌이 몇 개일까... 아마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저 계약서를 왜 작성 했을까. 왜 저 망나니 같은 오빠를 믿었을까. 명하는 후회했다. 그때 계약금을 준다고 할 때 이상하다 생각했어야 했는데. 비서가 왜 계약금을 받고 시작하는 건지 생각도 안하고 덥썩 받다니...

이대로 반화의 따까리를 5년이나 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도 매번 사고만치는 반화를? 사고도 대형 사고만치는... 당장 내일 사무실에 가면 온갖 방송국, 기자들에게 시달릴 것이 눈에 뻔히 보였다.

[마스터!!]

명하의 반응에 흐뭇한 미소를 짓던 반화를 갑자기 파스가 불렀다.

“왜?”

[그 모기들 지금 다 모였어요. 어떡할까요?]

“응? 하나도 빠짐없이? 몇이나 돼?”

[한 1000정도 되는 것 같아요.]

“호오? 그럼 제물로 쓰기 딱 좋네. 준비는 끝났어?”

[예!]

“오빠 미쳤어? 왜 갑자기 혼잣말해? 혹시 뭐 다른 인격이 들어왔다 나가고 그런 건 아니지? 설마 그래서 매번 빈둥거리다가 그분이 오시면 나가서 사고를 치는...”

퍽!!

“우씨...”

반화는 간단히 폭력으로 동생의 예쁜 두상을 다듬어 주고 다시 파스에게 말했다. 이번엔 그냥 속으로...

‘차질 없게 몽땅 가둬.’

[옙!!]

반화의 오더에 파스가 신난 듯 바로 대답하더니 실행에 옮겼다. 자신이 만든 것을 이용하는 것을 참 좋아하는 녀석이었다.

“슬슬 이제 어떤 놈들인지 볼 수 있겠네.”

반화가 중얼거리는 걸 본 명하는 불안해졌다. 저 인간 혹시 사고에 사고를 치는 거 아닐까하고.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양심이 있으면 그러진 않겠지. 양심이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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