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박멸 #
140화
“와, 너 너무 뻔뻔한 거 아냐? 지금 일족 다 죽이고 너 혼자라도 살아남겠다는 거야?”
“일족이라고는 하지만 한 번도 진심으로 저를 따른 녀석들은 없었습니다! 저는 방계에서 태어난 왕이니까요. 제가 힘을 키울 때도 틈만 나면 저를 죽이려 했던 놈들입니다! 살려만 주시면 성심성의껏 낮과 밤을 모시겠습니다!”
녀석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사실 반화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방계?”
“정확히는 방계의 일족과 인간사이의...”
“짬뽕이야?”
“예? 잠봉이 뭔지...?”
“먹는 거.”
“!!”
누가 들어도 오해할 만한 말을 한 반화에 경악하는 놈...아니 년.
“저는 맛없을 겁니다!”
저 게이트 너머 세계의 인간들은 자신과 같은 밤의 일족을 먹는 다고 착각 해버린 녀석. 이래서 부하 놈이 제물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나 싶었다.
“누가 너 같은 걸 먹는다는 거야?”
반화가 기분 나쁘다는 듯 인상을 썼다.
-아빠! 또 때려 줄까요?
움찔!
“아냐, 아냐. 더 때리면 죽을 것 같으니까. 그만 하고 돌아가자.”
-으음...응!
뭔가 아쉬운 것 같은 맹이였지만 어쩔 수 없이 반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저, 저는?”
“너? 당연히 같이 가야지.”
“!!!...”
녀석에겐 선택권이 없었다. 혹시나 그냥 놔주는 건가 희망을 가졌던 녀석이 절망으로 물든 표정을 짓는다.
텁!
스르륵...
반화가 녀석의 머리를 잡고 아이들과 함께 어두컴컴한 성에서 사라진다. 자신들의 왕과 성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도시, 왕국의 일족들은 이번엔 어떤 존재들을 괴롭힐까 고민하며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슈오오오오옥!!!!
쿠아아아아앙!!!!!!!!!!!!!!!!!!!!!
하늘에서 떨어진 알 수 없는 힘에 지상의 모든 것들이 증발해버린다... 정확하게 왕국의 영역만... 그 안의 존재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웃으며 사라졌다.
.
.
.
“응? 덩치 언제 왔어.”
-꾸옹!!
오랜만에 보는 반화에 녀석 답지 않게 반겨 준다.
휙!
털썩!
-꾸옹?
덩치가 반화가 마당 구석에 던져 버린 것에 궁금한 듯 반화를 바라봤다.
“아아, 쓸데가 있어서 가지고 온 거야. 용용이 안녕?”
-크릉!
“그 녀석은?”
스윽.
용용이가 반화의 말에 반화의 집으로 가는 진을 가리킨다.
“흐음, 맹이야. 삼이랑 잠깐만 여기 있어. 저놈 못 도망가게 잡고 있고.”
-응!
반화가 녀석들을 두고 잠시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 와 집으로 가는 진을 통해 집으로 간다.
“여어~ 아직 안 갔네?”
“하하하...반화씨? 저 좀 살려 주세요.”
집으로 돌아 온 반화가 본 것은 용군주가 해골씨의 손에 잡혀 있는 모습이었다.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반화를 애처롭게 보는 용군주...어째 저 인간은 점점 더 처량해지는 것 일까?
“해골, 놔 줘.”
“흐음, 아는 사람이 맞군요?”
“제가 계속 말했잖습니까! 이동하는 것 허락받았다고!”
제 주인을 닮아 남의 말은 귓등으로 듣지 않는 해골씨... 반화 덕분에 겨우 풀려난 용군주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친구들은 게이트로 보내고 자신만 기분 좋게 반화의 별장을 통해 넘어 왔는데 갑자기 살벌한 해골에게 붙잡혀 죽는 줄 알았다. 하필 그때 그와 안면이 있는 다른 녀석들이 모두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아니, 한 녀석이 있긴 했다.
-냐아아아암~
소파에 누워 나른한 한숨을 내쉬는 저 고양이! 빤히 보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는 저 얄미운 녀석!
“뭐해?”
“네...? 아, 아닙니다. 그나저나 오래 자리 비우신다 하셨는데 일찍 왔네요?”
“어제 왔어.”
“아... ”
반화가 대답하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애들은 다 어디 갔어?”
“아까 마스터의 가족 분 중 한분이 와서 데려 갔습니다. 파티를 한다고 하던데요?”
“넌?”
“...”
토닥토닥... 하긴 해골씨의 외모는 환영받기 힘들긴 했다.
“그렇게 보지 마십시오. 서프라이즈니 뭐니 하면서 잠시 기다리라고 했을 뿐입니다.”
“놀랍긴 하지 네 얼굴이.”
“...”
“아, 그 놈 잡았어.”
“누구? 아, 그 세계의 악동 말 입니까?”
“아니, 걔도 잡긴 했는데 모기 대빵 잡았다고.”
“허허허, 진짜 잡다니...”
해골씨는 마스터의 추진력에 감탄했다. 이렇게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가서 그놈 데리고 있어. 심심하면 노에라도 데려가고. 좀 오래 있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흐음...알겠습니다.”
해골씨가 본가에 있는 노에라를 소환시켜 별장으로 넘어가고 뻘쭘하게 있던 용군주가 이제야 입을 뗐다.
“저...그럼 저는 가도 될까요?”
“응? 아직도 있었어? 안 가고 뭐했어?”
“!!..크윽...아닙니다.”
서러워지는 용군주...
“아! 너 근데, 용용이는 안 데려가?”
“그게...저를 안 따라 옵니다. 덩치 때문에... 덩치는 반화씨가 말한 곳에만 있으니...”
덩치야 당연히 반화의 힘을 아니까 벗어날 생각을 하지 못하지만 용용이는 용군주가 만만하니... 불쌍한 인간.
“쯧...사냥 나가거나 탐사 갈 때 데려가. 어차피 집에 데리고 있기에는 좁잖아. 녀석들한테 말해 둘게.”
“어!? 진짜요?”
이대로 용군주 타이틀을 잃을 위기에 있던 그에겐 어두운 하늘의 한줄기 빛이었다.
“어, 그 녀석들이야 놀러 다니고 좋지 뭐. 그리고 집에서 파티 한다니까 먹고 가.”
“그...건 안 그러셔도 되는데요..?”
용군주는 그냥 이대로 행복하게 집에 가고 싶었지만 잠시 후 들어 온 명하에 의해 끌려갔다. 반화는 그런 용군주를 바라만 보고 있다가 문득 그가 새로 데려온 녀석이 생각났다.
“뭐야, 그 녀석도 데려 간 건가? 그 생선 대가리 어디 갔어? 순이야 말해 봐. 응?”
-냥!!
팡!!팡!!
괜히 순이에게 장난치다가 한 대 맞은 반화.
“성질머리 하고는...”
-아빠아~~!
-엄마아~~!
마침 맹이와 삼이가 별장에서 집으로 넘어왔다.
-냐아~
쓱!쓱!
순이가 자신에게 달려 온 삼이의 머리를 그루밍 해준다. 세상 얌전하게 순이의 품에 안겨 있는 삼이.
“읏차! 자, 저 쪽에서 파티 한다고 하니까 우리도 가자.”
-우아아~파티! 고기??
“음... 그건 모르겠지만... 있겠지.”
.
.
반화가 녀석들을 데리고 이브의 밤을 가족과 보낸 후, 아침 일찍 집으로 돌아와 지친 듯 소파에 기대며 누웠다.
“너는 뭐 낯가리는 것도 없나? 그렇게 쥐어 터져 놓고 웃음이 나와?”
“헤헤헤, 말을 하는 게 너무 오랜만이라! 다들 좋은 사람들 같아!! 너 빼고!”
어느새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된 생선.. 아니 바람과 물, 빛의 신수 녀석이 참 해맑은 얼굴로 반화에게 말했다.
“그래... 근데 네 이름 뭐라고?”
“아까 말했잖아! 루에르니포네크리트네스라우아아 라고!”
“...그냥 우아아 라고 부르자. 너무 기네. 아니면 삼합이 하고 할까?”
“안 돼!!!”
“시끄러.”
저 녀석은 정말 생선 대가리인 게 틀림없었다. 그렇게 맞아 놓고 겁도 없이 대들다니...아니, 눈치가 빠른 것인가? 반화가 더 이상 폭력을 가하지 않을 거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그럴 수도 있었다.
“그럼, 그냥 루네스라고 불러.”
“우아아가 더 낫지 않아? 안 그래, 얘들아?”
“...”
반화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랑이, 쁘니, 령이, 순, 맹, 삼... 다들 그때 말을 못해서 그렇지, 반화의 작명 센스는 최악이었다.
“너무하네... 안 그래 순아?”
휙!
최초의 피해자 순이의 명확한 무시에 반화가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다.
-아...아빠! 맹이는 꼬맹이라는 이름 좋아요!
“정말?”
끄덕!
덥썩! 부비부비.
“역시 맹이 밖에 없네.”
반화가 맹이를 안고 얼굴을 부빈다.
맹이의 희생으로 다행히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 마무리 짓지 않은 신수의 작명.
“내 이름은 루네스야! 절대 우아아는 아니라고!”
“마음대로 해. 어차피 생선이라고 부를 테니까.”
“이익!!”
“아, 그리고 그 녀석은 어디 있지? 해골이랑 같이 있나?”
반화가 황금쥐를 찾았다.
“그 녀석이라면 파스가 데려 갔어.”
셀라가 대답했다.
“?? 파스가? 왜?”
[이 녀석! 대박입니다!!]
마침 파스가 반화에게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말하는 자원을 귀신같이 어디 있는지 알려 줍니다! 탐사도 없이! 그냥 땅에 내려다주면 그 자원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하게!]
“그래? 금이나 찾으려고 했는데 그렇게도 쓸 수 있네. 적당히 부려 먹어. 노동법 알지?”
[내가 마스터도 아니고, 충분히 보상을 주면서 일을 시킬 겁니다.]
“뭐?”
[그럼 바빠서!!]
반화는 녀석을 언제가 한번 손을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요즘 말빨만 강해져서 저렇게 툭 치고
빠지는 게 아주 일품이었다.
“... 끙... 일단, 얘들아 낮잠 자고 있어.”
-네에~
셀라와 퓰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반화는 다시 별장으로 넘어왔다.
스그으..
“흐음~ 해골 잘 데리고 있어?”
“예, 뭐 보시다시피 딱히 뭘 할 것도 없었죠.”
해골씨의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녀석을 반화가 이상하게 바라봤다.
“으어어어... 몰라 봐서 죄송합니다! 마왕이시여!!”
“!?”
“허허허, 알고 보니 저를 아는 녀석이더군요. 당연히 마스터도...”
“뭐..? ”
“이제 기억나지 않으신다고 우겨도 소용없습니다. 마스터.”
반화가 해골씨의 기세등등한 말에 잠시 할 말을 잃는다. 반화를 보며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는 밤의 일족의 왕...
“너, 진짜 나를 알아? 이번에 거짓말하면 진짜 죽여 버릴 거다.”
“저, 정말입니다!! 그 때 한번 뵙지 않았습니까? 저에게 이런 힘을 주신 것도 마왕님이십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방계의 하프가 어떻게 왕을 차지했겠습니까!?”
“...내가? 그런데 왜 아까는 몰랐지?”
“마왕님 특유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몰랐습니다. 거기에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터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녀석이 저렇게 말하는 데도 반화는 믿을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물을 게. 진짜 나를 알아?”
“예!”
“후회하지 마라. 분명 ‘예’라고 했다.”
반화의 뒤에서 일렁이는 검은 기운을 본 녀석은 눈을 질끈 감았지만 말을 바꾸지 않았다.
스윽...
“후우...”
“허허허허, 제가 계속 말하지 않았습니까? 마스터라고.”
“끙...”
.
.
.
“뭐지? 중앙과의 교감이 끊어졌어.”
“다른 귀족들과의 연결들도 끊어졌어!”
인도의 뉴델리의 가장 화려한 호텔룸에서 편히 휴식을 취하던 일족들이 갑자기 당황스러움을 표현했다.
“어떻게 된 거지?!”
“모르겠어. 갑자기 끊어진 거라... 혹시 게이트가 사라졌나?”
“아냐, 게이트는 멀쩡해.”
“으음...”
“뭐, 다시 이어지겠지. 그들이 소멸되지 않는 이상.”
잠시 당황하긴 했지만 이내 침착해진 일족들이 다시 편한 자세를 취하며 인간들의 마사지를 받는다.
“그나저나 그 인간들이 가지고 있던 소환진, 정말 그거 맞아?”
“안에 있던 문양이 딱 그거였어.”
“놈들을 고문해 봤어?”
“어, 그놈들은 뭔가에 홀린 것 같았어. 아마 그 진에 이미 한번 손을 댄 것 같아. 이미 몇 놈 잡아먹은 것 같던데? 하찮은 인간이 건드렸으니 당연한 결과지.”
“흐음... 이걸 중앙에 알려야 하나?”
뭔가 아쉬운 듯 마사지를 받던 남자가 돌연 마사지를 하는 여자의 목을 깨문다.
“끄억!...”
털썩!
“치워.”
“...예.”
쓰러진 여자를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자들이 들어와 치우고 새로운 여자가 들어온다.
“이거, 우리가 먹자. 마침 지금 중앙과의 교감도 끊어 졌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