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9화-박멸 #
139화
반화가 다시 나타난 곳은 드디어 밤의 일족의 소굴, 거대한 성 위였다. 모기들답게 습하고 음침한 협곡사이에 있는 성은 밤으로 착각할 만큼 어둡고 음산했다. 그나마 전기 모기채 같은 놈이 날뛰고 간 뒤라 여기저기 빛이 들어오긴 했지만..
“흠... 오랜만에 맹이 데려 와서 제대로 날뛰게 할까?”
문뜬 예전에 맹이에게 한 약속이 생각난 반화가 바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맹아!!”
-으응?
“아빠랑 놀러 안 갈래?”
-갈래요!!
-나도오오오!!!
반화의 말에 삼이가 득달같이 날아와 매달렸다.
“으음... 그래? 삼이도 갈까?”
-응!
“그러자 그럼.”
아까 둘러보니 양도 많아 보였는데 그냥 삼이도 데려가기로 한 반화가 양손에 녀석들을 하나씩 끼고 이동했다.
스윽..
-우아~ 어둡다!
파닥~파닥!
“자, 여기서 뭘 하거냐면... 모기를 잡을 거야.”
-모기?
반화의 말에 맹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모기. 저기 보면 저놈! 저런 놈들 잡으면 돼. 대신, 여기 있는 건물은 부수면 안 돼? 알았지? 저 놈들만 잡는 거야.”
-흐음... 알았어요!
그냥 잡아버리라고 하면 성을 통째로 날려 버릴 녀석들이라 일부러 힘을 제한되게 사용하도록 했다. 딱히 성을 보호하려는 것 보다 녀석들이 힘을 세밀하게 쓰는 걸 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화는 놈들이 빠져 나가지 못하게 성을 중심으로 펼쳐진 개미굴 같은 놈들의 왕국을 이세상과 분리를 시켜버렸다. 이제 이 공간은 반화의 공간이었다.
“자! 이제 마음대로 놀아 봐, 얘들아!”
-이야호!!!!
-간다아아!!!
반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달려 간 맹이가 팔찌를 검으로 바꿔 하얀 불꽃을 만든다. 그리고 삼이는 활활 타오르는 날개를 퍼덕이며 맹이의 뒤를 따라 간다.
“어?? 어!? 저건 또 뭐야!? 막아!!! 왕께서 곧 깨어나신다! 신성한 의식을 방해받으면 안 돼!”
우르르르!
맹이와 삼이를 발견한 모기들이 제단에 사체를 나르는 것도 잊고 둘을 막아서려고 날아 왔다.
우드드득!
“만만치 않아 보이는 놈들이야! 겉만 보고 달려들지 말고 차륜전으로 간다!”
그나마 머리를 쓸 줄 아는 녀석이 몸을 거대화시키고 손톱을 길게 빼며 동료들에게 외쳤다.
-히히히!! 덤벼!!!
그러나 해맑은 맹이의 도발에 놈들은 참지 못하고 덤벼들었다. 불나방처럼.
서걱!!!
화르르르!!!
“끄아아아아!!!”
제일 먼저 달려들었던 놈이 두 팔을 잘리고 불타면서 생긴 작열통에 비명을 지르는 것을 시작으로 맹이가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막아!! 막으라고!!!”
설렁 설렁 춤추듯 움직이면서도 한번 휘두를 때마다 반으로 갈라져 소멸되는 일족을 본 그들이 점점 겁을 먹고 몸을 뒤로 빼려 하자 삼이가 움직였다.
화르르륵!! 치지지지직!!!
-히히, 모기장이다!!
양 날개에서 뿜어져 나온 불꽃이 놈들을 둘러싸고 하늘은 삼이의 뿔에서 나온 푸른 전류로 막혀 버린 그들은 모기장에 들어온 모기일 뿐이었다.
“제법이네?”
반화가 그런 삼이를 보며 말했다. 브레스를 뿜거나 전기로 지지는 것만 할 줄 알았던 삼이의 놀라운 성장이었다. 그게 비록 남을 괴롭히기 최적화 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지금 저 방법은 꽤 좋았다. 안에서 맹이가 검을 휘두르며 날뛰고 삼이가 놈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묶는, 환장의 팀플레이였다.
놈들에겐 지옥 같겠지만...
“크아아악!”
서걱!!! 화르르르...
또 하나가 맹이의 검에 상, 하체가 분리 되며 타오른다.
“젠장! 이래선 그냥 개죽음일 뿐이야!!!”
뒤에서 말만 하던 놈이 갑자기 검은 안개가 되어 삼이의 포위망을 빠져 나가려 했다.
-응? 흐응~ 얍!!
연기를 막을 정도로 촘촘하지 않은 하늘의 전기장을 통과하려는 것을 발견한 삼이가 꼬리를 휘두르자 갑자기 검은 기운이 튀어나와 검은 연기를 집어 삼킨다.
“응? 저건???”
“크아아아!!! 사..살려줘!”
머리만 원래대로 돌아온 놈의 애처로운 비명에도 삼이가 날린 검은 기운은 놈이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삼켜버린다.
그리고 다시 삼이에게 돌아가려는 것을 반화가 잡아챘다.
-웅? 아빠아아아!!!그거 내꺼야아!
그 모습을 본 삼이가 반화에게 달려가 칭얼거린다.
“잠깐만, 이런 거 함부로 먹으면 안 돼, 이 녀석아!”
아무래도 반화의 기운을 흡수한 삼이가 그의 능력까지 일부 가져 간 것 같았다. 다행히 검은 기운을 살펴보니 기억을 훔치는 힘은 없었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반화가 그의 머리에 매달려 보채는 삼이에게 돌려주었다.
-히잉... 진짜 가져가는 줄 알았잖아!
“아빠 못 믿어?”
-으음...
반화는 자신이 이렇게 신용이 없는 사람인가 회의감이 들려고 했다.
-믿어!
“...이 자식...”
말로는 ‘믿어’라고 하지만 기운을 돌려받자마자 반화에게서 떨어지는 삼이를 반화가 이래서 자식을 키워도 소용이 없구나 하는 슬픈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에도 맹이는 검을 휘두르며 놈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는데 벌써 그 수가 수백은 넘어 보였다. 그야말로 양민 학살의 현장이었다. 점점 맹이가 그런 놈들에게 지루함을 느낄 무렵 검은 안개로 변해 놈들이 집단 탈출을 시도했다.
“개죽음 당할 순 없어!! 다 흩어져!! 하나라도 살아야지!!”
그러나 놈들의 발악은 발악으로만 끝이 났다.
-크아아아!!!
화르르르...쿠구구구!!!
맹이가 만든 하얀 불꽃의 소용돌이에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 놈들은 흔적도 없이 사려져 버린다. 애처로운 단말마의 비명만 남기고...
푸시시쉬....
1000은 넘어 보였던 놈들을 순식간에 정리해 버린 맹이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반화에게 돌아왔다.
“끝났어?”
-응!
그때,
“음?”
치지지직!!!
삼이가 친 전기장이 외부의 힘에 의해서 흔들렸다.
-움? 이익!
삼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더 강한 힘으로 전기장을 쳐버린 삼이 덕분에 외부의 힘이 튕겨 나가버린다.
외부에서 삼이의 힘을 파훼하려던 자는 황당했다. 오랜만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소란이 일어났기에 혼 좀 내주려고 했는데 그런 자신의 힘을 그냥 튕겨 내버렸다.
“저것들은 뭐하는 것이냐?”
“그...그게, 저희도 아직 정체를 모르고 있습니다.”
“뭐? 이런 한심한!”
퍽!!! 촤아아악!!
“!!!”
대답을 한 자는 대답을 했다는 이유로 한줌의 피가 되어 그에게 흡수 되었다. 그리고 그가 다른 먹잇감을 찾아 질문했다.
“저 안에 누가 있느냐?”
“그...저희 일족 1000명의 기사들이...컥!!”
이번 대답도 마음에 들지 않는지 핏덩어리로 만들어 흡수한 그는 혀를 찼다.
“오랜만에 깨워서 무슨 일인가 했는데 저런 것도 해결 못하고 있다니. 쯧.”
그러는 자신도 저 전기장의 힘에 자신의 힘이 튕겨져 놓고 괜히 분위기를 잡는 그...아니, 그녀. 대놓고 말은 못하고 다들 속으로 욕을 했다.
잠시 후 전기장과 불의 장막이 걷어지고 불타버린 시체들 사이에서 반화와 삼이, 맹이가 나온다.
“음?? 인간?!”
웅성! 웅성!
반화를 발견한 모기들이 동요하기 시작한다. 거기에 그 인간 뒤로 흩어져 있는 동족의 사체들.
“인간이라.. 내가 잠든 사이 인간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게이트를 통해 지금 일족이 인간을 지배하기 위해 준비 중이었습니다!”
“게이트?”
“예! 1년 전 중앙대륙은 물론 각 대륙에 무작위로 생긴 차원포탈을 말합니다. 그 게이트라는 걸 지나가면 인간들만 사는 세상이 나옵니다. 게이트라는 말은 인간들이 지은 겁니다.”
“오호? 그런 일이 있었으면 바로 나를 깨웠어야지! 인간이 그렇게 멸종되고 인간들 본 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지경인데.”
“제물을 구하기 어려워서...”
일족의 왕이 이해가지 않는다는 듯 대답을 한 자를 쳐다봤다. 그러자 앞서 일족이 핏덩어리가 되어 흡수 되는 걸 봤던 그자는 서둘러 말을 이었다.
“인간들끼리 정보 교류가 굉장히 빠릅니다! 그래서 많은 수의 제물을 구하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거기에 인간들 중 지배자를 컨트롤 하는 놈이 있어 활동에 제약이 걸리고, 인간들의 기술이 굉장히 위협적입니다.”
“이런 한심한... 지금 인간들에게 겁을 먹어 나를 깨우지 못했다는 것이냐!”
“커헉!!”
‘미친! 자기도 제국이 무서워 도망가다 인간들이 멸종했다는 걸 알고 그제야 편히 수면에 들어 간 거면서!’
다들 말은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욕을 했다. 왕이라고 깨우면 일족에 도움이 될까 했지만 오히려 일족을 잡아먹고만 있는 꼴이라니! 거기에 아직 저 인간을 처리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일족 기사 1000을 아무 피해도 없이 재로 만들어 버린 인간을! 이래서 방계를 왕으로 만들면 안 되었는데 힘이 역대 왕들 중 가장 강한 바람에...
“거참, 사람 앞에 두고 뭐하냐?”
“뭐? 지금 이 몸에게 하는 말이냐?”
“얼씨구?”
반화가 자기를 앞에 두고 쇼를 하는 녀석에게 한마디 했다가 아주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이 몸? 흠, 대가리는 없고 몸뚱이만 있나봐? 그건 뭐지? 똥꼬가 위에 달렸나? 지금 나한테 방귀 뀐 거야?”
“뭐, 뭐!? 이런 하찮은 인간이 감히 나를 놀려!?”
“똥고에 털이 많이도 났네. 그거 좀 왁싱 해, 그래야 청결해진다고. 냄새 나잖아. 삼이야, 저 털 좀 없애 줄래?”
-응!!
“이익!!”
자신을 무시하고 날아다니는 털뭉치에게 말을 하는 반화에게 분노한 왕이 손을 뻗으려고 했지만 이미 삼이가 입을 벌린 후였다.
-푸아아아앙아!!!!!!
“?!!?”
화르르르륵!!!!!!....
“오우, 똥고 털만 없애면 되는데...”
반화가 삼이가 저지른 상황에 안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삼이의 브레스는 이제 경지에 이르러 태울 것과 태우지 않을 것을 아주 잘 구분했고, 정확하게 왕의 머리만 싸그리 태워 버렸다. 문제는 브레스의 범위가 워낙 넓어 주변에 있는 모기들을 모조리 태워 버렸다는 아주 사소한 문제랄까?“
“어...억!? 내...내 머리가!!”
탐스러운 머릿결의 긴 생머리가 한 순간에 날아가 버린 왕은 주변에 자신의 수하가 재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것도 모르고 맨들맨들하며 머리가 타고 남은 고 재만 묻어나는 상황에 패닉에 빠졌다.
“휴우~ 저 놈까지 태워 버리는 줄 알았잖아 삼이야.”
-히히히! 이제 이렇게 할 수도 있어! 푸우~! 푸우~~
브레스로 도너츠를 만들며 반화에게 재롱을 피우는 삼이... 어쩐지 가금 멍이의 털에 불이 붙어 녹은 자국이 보이더라니.
“그래... 잘했어.”
-힛!
“이노오오오오옴!!!!”
쌔애애애액!!
콰앙!!!
사라진 머리에 분노한 왕이 반화에게 섬뜩한 보랏빛 강기를 무자비하게 날리지만 맹이에게 간단하게 막혀 버린다.
“!!”
“쯧, 맹이야. 가서 손 좀 봐줘. 죽이지는 말고.”
-응!!
이번에 맹이 차례였다. 그런데 맹이가 검을 팔찌로 바꾸고 놈에게 다가간다.
“응?”
반화가 그 모습에 이상하게 느꼈다. 왠지 맹이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내 친구들 죽인 놈들하고 비슷한 냄새가 나.
“뭐? 네 친구들이 누군지 알게 뭐야! 이 쥐방울만한 것이! 억?”
쿵!
맹이에게 핏빛 채찍을 날리고 반화에게 달려들려던 놈은 갑자기 자신을 당기는 힘에 모양 빠지게 바닥에 주저앉는다.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 녀석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아빠한테 그러면 안 돼. 내가 혼내 줄게!
“...?! 아...안 돼!”
-이건 돼!
퍼억!!!!
“컥!”
...
“흠...”
툭!
움찔!
툭!
...움찔?
“뭐하냐? 일어나 더 패기 전에.”
반화가 걸레조각이 되어 쓰러져 있는 녀석을 발로 툭툭 건드려 반응을 보다가 말했다.
벌떡!
머리는 타고 얼굴은 찐빵처럼 부풀어 오른 놈...아니 년이, 알몸에 가까운 넝마가 된 옷차림인 것도 모르고 벌떡 일어났다.
“자, 니가 해줄 일이 있는데 말이야, 이걸 니가 못하면...”
꿀꺽...
반화가 뒷말은하지 않았지만 어떤 말인지는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내용일 것이다. 불쌍한 몰골을 한 녀석에게 반화는 아무 감정 없이 자신의 용무를 말했다.
“불러 모아, 네 일족 모두.”
“?!”
“할 수 있어?”
“그...그게..”
잠시 고민하는 왕이었던 거지...
“뭐야, 못해?”
“아, 아닙니다!”
일족 따위 자신의 목숨 하나 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왕은 고민 따윈 치워버렸다.
“그런데, 모든 일족을 불러 모으진 못합니다만...?”
“왜?”
“예...? 그게 직계만 저와 교감을 하고 있어서...”
“왜?”
“교감에 한계가 있어 아래 것들과 하기에는 과부하가 걸려서...”
“왜?”
“...”
“못해?”
“하, 할 수 있습니다!”
스윽.
움찔!
“흐음... 정확하게 말해. 진짜 할 수 있어?”
“...직계들을 이용해 계단을 내려가듯 불러 모을 수는 있겠지만 외곽의 모든 일족은 무리입니다...”
진실을 얘기하면서도 그냥 거짓으로 할 수 있다고 말 할 걸 괜히 사실대로 말했나, 후회하는 놈.
“한계가 있단 말이지...”
반화가 녀석을 빤히 쳐다봤다.
“사...살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