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과거를 찾는 것은 잊고 여행 중 #
135화
반화가 마나로 남겨진 흔적들을 보며 어떤 놈인지 재미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해골, 근데 너랑 내가 항상 같이 돌아다녔어?”
“흐음... 그건 아닙니다. 제가 힘이 없을 때는 늘 데리고 다녔지만 어느 정도 힘을 갖춘 후에는 따로 돌아다니기도 했죠. 아! 제가 태어나기 전에는 스승이라는 자와 같이 돌아다녔습니다. 그때의 이야기도 마스터에게 들어, 어느 정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 스승이라는 사람이랑은 어딜 주로 돌아다녔대?”
“글쎄요? 정확한 지명이 아니라서 어디인지는 모릅니다. 목적은 분명했지요. 강한 놈을 찾아 다니는 것.”
참 빡빡한 여행이 아닐 수 없다. 강한 놈을 찾아다니는 여행이라니. 도장을 깨는 것도 아니고.
“물론 그 스승이라는 자는 팔을 잃고 힘을 회복하지 못했으니 거의 마스터가 놈들과 싸웠다고 했습니다.”
“그 양반은 그 꼴이 났으면 좀 쉬지 따라 다녔다고?”
“허허허, 뭐... 그 스승에 그 제자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다 보니 어디까지 들어 왔는지도 알 수 없는 곳까지 들어 와 버린 반화와 해골씨. 그리고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아이들.
“음? 얘들은 또 어디 갔어? 령아, 애들 어디 갔어? 순이 이 놈은 당연히 모를 거고.”
-캬웅!
다행히 령이는 아이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고 있었다. 그때 령이가 가리킨 방향에서 맹이와 삼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아아아아아~~~
“?? 뭐가 급해서 부르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목소리 톤으로 봐서는 곤란한 상황은 아닌 것 같은데 그를 이렇게 부르는 이유가 뭘까?
-캬웅~
앞서 나가는 령이의 뒤를 따라 해골씨와 반화도 따라갔다.
“점점 마나 빛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네?”
이제 흡사 밤하늘의 별을 뿌려 놓은 듯 사방에서 마나가 빛나고 있었다.
사라라라라~
-아빠! 뭐해! 빨리 와봐!
가까이 갈수록 삼이가 부르는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온다.
“왜?”
-오면 안 다니까?
답답했던 삼이가 아예 직접 반화에게 날아와 팔을 잡고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오히려 불안해지는 반화.
“사고 친 거 아니지?”
-아빠는 내가 맨 날 뭐 사고만치는 줄 알아!?
‘어? 잠깐만 저 대사, 내가 엄마한테 하는 얘긴데...?’
어쩐지 익숙한 말을 삼이가 똑같이 했다. 이래서 아이들은 빨리 배운다고 하는 것인가? 그런데 왜 늘 안 좋은 걸 저렇게 빨리 배우는 걸까...
삼이의 인도에 따라 길을 걷던 반화는 목적지가 바로 동굴임을 깨달았다.
“동굴? 여기야?”
-응! 저기 신기한 거 있어!
삼이가 말하는 신기한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동굴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심상치 않기는 했다.
저벅...저벅...
-맹이 이모!! 아빠 데려왔어!
-아빠!! 이것 좀 보세요! 예쁘죠?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맹이가 뭔가를 가리키며 방방 뛰었다.
“응? 호오? 이건 또 뭐지?”
“허...신기하군요. 죽은 것 같진 않은데.”
해골씨도 옆으로 와서 구경하며 감탄사를 뱉었다. 그들의 앞에 있는 건 바로 물방울에 갇힌 사람이었다. 그것도 여자.
“나방인가?”
“...누가 봐도 요정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만?”
“요정은 개뿔, 날개 붙어 있으면 다 요정이야?”
“그거 너무 외모 차별적인 이야기 아닙니까?”
이들이 이렇게 이야기 하는 이유는 물방울 같은 것에 갇혀 있는 여자가 소설 속의 요정처럼 8등신에 쭉쭉빵빵한 그런 말도 안 되는 존재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나방 같은 날개는 달려 있었지만 3등신, 혹은 2등신으로 보이는 여자는 찐빵처럼 빵빵한 볼에 두툼한 뱃살, 그리고... 물고기의 하반신을 가지고 있었다.
“이건, 인어도 아니고, 요정도 아니고 뭐야 도대체?”
“흐음... 그건 그렇다고 치고, 저 물방울 같은 건 뭘 까요?”
“나도 모르겠는데?”
툭!
투우웅~
반화가 물방울을 한번 쳐봤다. 힘을 그대로 흡수하며 파동이 치는 물방울. 촉감도 진짜 물방울 같았다. 좀 큰 물방울.
-나도, 나도!! 나도 쳐 볼래!
“응? 안...”
퍽!!!
퍼어엉!!! ... 철퍼덕!
“돼...”
-힝...터졌어.
삼이가 반화가 하는 걸 그대로 따라하다가 힘 조절을 못하고 그대로 물방울을 터트려버렸다. 안에 웅크리고 있던 요상한 녀석이 바닥에 철퍼덕하는 찰진 소리를 내며 떨어져 버린다.
“...?”
퍼덕! 퍼덕!
“[email protected]$%^%&^!!!!!”
“뭐라는 거냐? 쟤?”
“저도 처음 들어보는 말입니다만?”
화들짝 놀라며 떨어진 녀석이 펄떡펄떡 싱싱하게 꼬리를 바닥에 치며 알 수 없는 소리를 지른다.
“[email protected]!!!!!”
그러다가 갑자기 반화와 해골씨를 발견하고 놀라 날개를 파닥거리며 궁중으로 날아 벽에 붙어 버린다.
“날 수 있으면서 왜 생선처럼 그런 거야?”
“특이한 생물 같습니다. 아까 물방울 같은 것도 자의적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아마 그 물방울 안에서 휴식을 취하던, 수면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삼이가 갑자기 터트려 깜짝 놀란 것이고.
“어이, 말 할 줄 알아?”
“...어??? 제국어?”
반화의 제국어에 녀석도 제국어로 말했다.
“할 줄 아네. 너 뭐야?”
“그건 내가 할 말이다!! 남의 집에 와서 왜 행패야!”
녀석이 많이 억울한 표정으로 반화에게 소리쳤다. 그러나 반화는 억울했다. 자신은 가만히 있었는데...
“우리 애가 실수 할 수도 있지! 왜 애 기죽게 그래!”
-응? 삼이 기 안 죽었는데?
“...”
왜 이럴 때만 눈치가 사라지는 걸까? ... 이런 둘을 한심하게 보던 해골씨가 벽에 바짝 붙어 있는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이보게.”
“응?...어!!!!언데드!!!? 아닌데? 사기가 없어...뭐지? 넌 뭐야?”
“그건 내가 묻고 싶은 거네. 자네는 뭐지?”
“나? 나는 바로 빛과 바람, 물의 신수다!”
“너도 짬뽕 신수냐? 그런 녀석 나도 하나 알고 있는데.”
반화가 녀석의 말을 듣고 갑자기 노에라가 생각이 났다. 녀석도 땅과 바람의 신수라고 했는데...
“뭐? 짬뽕이 뭐지?”
“여러 가지 섞였다는 뜻일세.”
녀석의 질문에 해골씨가 친절하게 답해준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라 했는데 노에라처럼 바람의 속성도 있는 신수였다.
“나처럼 여러 가지 속성을 가진 신수가 또 있다고!? 말도 안 돼! 난 아주 특별한 신수라고!”
“안타깝지만 사실이라네, 그나저나 자네는 얼마나 살아 온 거지? 기운으로 봐선 그 녀석과 비슷한데.”
“으으으... 난 무려 2천년이나 살았다!”
“호오? 그런가? 그래서 제국어를 알고 있는 거군.”
이천년이면 제국의 흥망성쇠를 모두 봤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특이한 녀석이 어떻게 알려지지 않았을까? 해골씨는 자신이 중앙대륙을 돌아다닐 때 저런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인간... 또 나를 잡으러 온 건가? 예전의 나와는 달라!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거다!”
펄럭! 펄럭!
녀석이 위협적으로 날개를 펄럭이며 반화를 노려봤다. 아무래도 인간들에게 그리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모양이다.
“일단, 진정하게. 인간이 멸종된 사실을 모르는 것 같군.”
“웃기지마! 인간이 바로 앞에 있는데 멸종이 되었다고? 사기만 없을 뿐 역시 넌 언데드구나!”
“허허허...마스터? 말이 안 통하는데요? 그냥 무력으로 해결 할까요?”
“뭐야, 너. 고작 대화 몇 번 해놓고 포기냐?”
점잖은 척하는 해골씨의 인내심은 예상과 달리 아주 종이 두께였다.
“무시하지 마!!”
포로로롱~ 푸화하하하학!!!
“...이런 미친 생선 같은 게.”
-생선 같은 게!
“끙... 삼이야 그런 거 따라 하지 마.”
-응? 아빠는 하잖아.
“...안 할게.”
이 녀석 눈치가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아니면 약 올리는 건가? 삼이의 알 수 없는 속셈에 반화의 머리가 지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갑자기 맞은 물벼락에 보답은 해야 되니..
스윽...
화르르륵!!!
“으아아아!!!불!! 불이다!!!”
파닥! 파닥!!
그냥 손에 불을 피웠을 뿐인데 난리 법석을 떠는 녀석을 반화가 황당하게 봤다.
“뭐냐, 쟤. 진짜...”
“불 꺼줘! 제발!!”
피쉬쉬시식...
“쯧, 왜 보는 신수들 마다 꼬라지가 다 저런 거지?”
여태 정상적인 신수는 보지 못한 것 같은 반화였다. 물론 자신이 정상적인 만남을 하지 않았다는 건 전혀 생각하지 않는 반화.
“휴우... 역시 인간은 사악해.”
“아무래도 좀 모자란 신수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불이 꺼지자 안도의 숨을 내쉬는 녀석을 보며 해골씨와 반화가 혀를 차며 말했다.
“인간, 그리고 언데드! 어...그리고 허억??? 몬스터들?!”
이제야 반화의 아이들을 발견한 녀석이 불을 본 것처럼 놀랐다.
“해골아, 쟤 좀 교육 좀 시켜야겠는데? 아무래도 대화가 가능하려면.”
“허허허, 제가 잘 교육 시키겠습니다.”
해골씨가 뼈마디를 우득우득 거리면서 녀석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오...오지마!!”
녀석의 안타까운 반항에도 해골씨는 아랑곳없이 참교육을 실천했다.
“자자, 얘들아? 밖에 나가서 불빛 잡으면서 놀고 있어?”
-으음...알았어요!
맹이가 반화의 말에 삼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쁘니와 롭스, 멍이가 졸졸졸 따라 나가고 잠시 머뭇거리던 령이 마저 밖으로 나간다.
“넌... 뭐 그래 그냥 있어.”
순이는 그냥 그의 품에서 떨어질 생각이 없어 보였으므로 특별히 참교육 현장을 견학시켜 주었다.
퍽!!!
퍽!!!
“꾸엑!!”
.
.
.
파스는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기 일을 참 열심히 하고 있었다. 다단계 프로젝트의 핵심인 위성은 이미 중앙 대륙 곳곳에 떠있었고 반화가 날파리 군단으로 놀리는 녀석들은 아예 나노 머신과 마도공학을 결합시켜 더 이상 반화의 놀림을 받을 수 없을 정도의 입자로 거듭났다.
[응? 저건 뭐지?]
시험가동으로 10번째 위성을 움직이던 파스가 뭔가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위성을 활성화 시켰다. 그리고 군수 제 10군단, 나노 머신 입자를 투입 시켰다.
[흐음~ 이 종족인가? 엇? 휴...안 들켰네. 깜짝이야.]
순간 이 종족이 나노 머신 입자를 발견 한 것 같아 깜짝 놀랐던 파스가 이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정보를 캐내기 시작했다.
“인간 지배자들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이제 그 인간의 나라는 저희 손에 있는 거의 다름없습니다.”
“잘했어.”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드러낼 시기가 아니야. 그 지배자를 데리고 다닌다는 인간과 백작급의 일족을 소멸시킨 인간이 있는 그 나라... 그리고 엘프 왕국은 왕께서도 조심스럽게 생각하시는 부분이다.”
“예, 알고 있습니다. 최대한 은밀하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놈들의 정보를 일단 획득하고 본격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지금은 내부적으로 지배를 단단히 하는 과정 중입니다.”
“그래그래, 아주 유능한 친구군.”
이런 대화를 엿들은 파스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지배자를 데리고 다니는 거면 지구에 지금 마스터 밖에 없는데? 저 놈들 마스터와 무슨 관계라도 있나?]
다단계 프로젝트로 잠시 반화의 집에 경계를 소홀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파스가 의문을 품었다. 만약 저 놈들이 마스터와 관계가 있는 거라면 일단 바로 마스터에게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역시, 마스터한테 말하는 게 좋겠어.]
.
.
.
[마스터!]
“?”
한참 참교육을 지켜보고 있던 중에 갑자기 파스가 말을 걸었다.
“왜?”
[혹시 밤의 일족이라는 녀석들과 무슨 일 있습니까?]
“밤의 일족? 아~ 그 모기들? 왜?”
[놈들이 마스터를 언급하기에 혹시나 해서 물어 봤습니다.]
“나를?? 그놈들이 어떻게 나를 알지??”
[지배자를 데리고 다니는 인간이라고 하더군요. 그건 지금 마스터 밖에 없지 않습니까?]
반화가 파스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만약 지난번에 자신을 날려버린 모기들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알렸다면 지배자를 데리고 다니는 인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표현을 썼다는 건...
“이놈들 지구에서의 나를 알고 있어? 파스, 그 놈들 혹시 지금 지구에 있어?”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지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놈들 뭐하려고 하는 건지는 알아?”
[대충 들어보니까 지구를 자기들 손에 쥐고 지배하려는 속셈인 것 같습니다.]
“헛...새끼들 봐 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었는데.”
“음? 더 할까요? 이정도면 된 것 같은데요???”
“응? 아냐, 아냐... 아주 곤죽을 만들었네. 회복 시켜줘.”
반화가 파스와 대화하는 걸 들은 해골씨가 자신에게 말하는 것 인줄 알고 물었다. 반화가 그 말에 곤죽이 된 녀석을 보며 그만하라고 했다. 더 하면 죽을 것 같았다.
“크헉!...헉...헉...내가 뭘 잘 못했다고...우어어엉!!”
회복 되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는 녀석.
“그 물벼락, 평범한 존재였으면 절대 온전치 못할 공격이었다는 건 잊은 건가?”
“...그...그건! 너무 당황해서.”
“나도 너무 당황했어. 너의 그 산만함에.”
해골씨가 이제는 말로 녀석을 갈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화는 다시 파스에게 말을 걸었다.
“그놈들 정보 다 모아서 저장해 둬. 이것만 해결하고 그놈들 쓸어버리게.”
[옙!]
아무래도 좀 바빠질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