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34화 (135/295)

# 134화-과거를 찾는 것은 잊고 여행 중 #

134화

-아빠, 아빠!

“왜...”

-또 해줘~

“안 돼, 방금 해줬잖아?”

-아아앙~~! 해줘어!!

“...”

이 소리는 맹, 삼이가 어젯밤 반화의 놀이에 맛이 들려 칭얼거리는 소리였다. 웬일로 아침 일찍 일어나는 가 싶었더니, 벌써 몇 번째 똑같이 놀아줬지만 이 녀석들은 질림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았다.

“배는 안 고파?”

-안 고파!

“...에휴... 그래.”

-아싸아!!

삼이가 반화의 항복에 맹이를 끌어안고 만세를 했다.

스윽...

두둥실~ 두둥실~

-간다! 간다아아아아아!!!!!

쓔오오오오오오오옥!!!!!!! 콰가가각아아앙아!!!!!

“?? 너무 높이 보낸 것 아닙니까?”

“아예 혼을 쏙 빼놔야겠어. 이러다가 하루 종일 저럴 거야.”

반화는 아예 대기권을 뚫어 녀석들을 날려 버렸다가 정말 운석이 떨어지는 것처럼 녀석들을 끌어당겼다.

콰아아아아악!!!!! 슈오오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콰아아아아아앙!!!!!

바닥에 부딪히기 전에 멈췄지만 그렇다고 충격파가 지상으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순간 어마어마한 진동이 퍼지고 뒤를 이어 후폭풍이 날아와 왕국의 수도를 아예 날려버린다.

“...흐음... 뭐, 넓고 좋네. 이제 사람도 안 사는데.”

-으아아앙!!!

“어...어???”

-훌쩍, 삼이야 울지 마... 쿨쩍...

녀석들이 떨어진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기에 뭔가 해서 봤더니 울고 있는 삼이를 맹이가 자기도 울면서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극성 맘인 순이가 그 모습을 보고 말았다.

“어? 아니야! 순아, 이건 말이지...으악!”

-냐아앙!!!!

팡!!!팡!!! 할퀴기! 할퀴기!! 깨물! 깨물!

“쯧쯧... 어쩐지 과하다 했어.”

해골씨가 순이에게 물어뜯기고 할퀴기 당하고, 솜방망이에 얻어맞는 것을 보며 혀를 찼다. 그리곤 울고 있는 두 녀석에게 천천히 걸어가 양손으로 하나씩 품에 안는다.

-으응?

-쿨쩍?

“허허허, 마스터는 지금 바쁘네요.”

-...

녀석들도 울음을 멈추고 순이에게 얼굴이 덮쳐져 머리가 보이지 않는 반화를 발견했다.

-쿨쩍...

“자자, 아침으로 고기 구워 놨으니, 우리 먼저 먹읍시다.”

-응!

...

“이 뚱냥이 자식!”

-냐앙!!!

이제 전쟁이었다. 뚱냥이라는 말에 더 화가 난 순이가 반화의 귀를 깨물고, 반화는 순이의 꼬리를 깨물며 개판이 되었다. 그 모습을 아이들이 고기를 뜯으며 구경하고, 령이가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헉...헉...”

-냐아.. 냐아..

“휴전!”

-냐!

휙! 휙!

짧은 전쟁을 마치고 결국 휴전을 선언한 둘이 고개를 휙 돌리며 서로의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반화는 잘못한 게 있는 지라 저 망나니 녀석을 혼도 못 내고, 열만 받았다.

“참, 거친 애정이시네요.”

“애정이라고? 이게? 웃기네!”

“허허허.”

해골씨는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절대 제대로 된 힘을 쓰지 않는 반화를 보며 그저 웃었다. 진짜 마스터가 열 받았다면 저렇게 어울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마스터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자기 가족을 잃은 녀석을 거뒀었는데, 지금 자신이 같이 있지 못하니 녀석이 걱정이 된다고.

아마도 그 녀석이 저 순이라는 녀석이리라.

“얼른 식사나 하시지요.”

“어.”

해골씨가 건네주는 스프를 마시며 반화가 순이를 힐긋 봤다.

“뭐해? 밥 안 먹어?”

휙!

“...에휴, 먹으라고 자식아.”

반화의 말에도 고개를 휙 돌린 녀석을 향해 결국 반화가 고기 한 덩어리를 들고 가서 옆에 앉는다. 그러자 반화의 품에 쏙 들어가 반화가 찢어 주는 고기는 받아먹는다. 여전히 고개는 돌린 채.

“음... 인간과 고양이는 1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생물이야...”

해골씨가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 같은 표정으로 보는 아이들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일행이 다시 차에 탑승했다. 멍이는 원래의 크기로 돌아와 맹이, 삼이, 쁘니를 태웠고 해골씨가 운전대를 잡았다. 롭스는 은근슬쩍 차에 탔다.

“가자.”

“예.”

차가 출발하고 멍이가 그 뒤를 쫓는다.

.

.

.

북유럽의 한적한 장소에 우뚝 서있는 작은 집, 그 집의 지하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른다.

스르르르...사악..사악!

검은 연기가 사람 같은 형체를 만들고... 이내 대화를 나눈다.

“일단 러시아라는 지역을 점령한다.”

“예!”

오랜 침묵을 깬 밤의 일족은 결국 인간의 땅을 빼앗기로 했다. 어차피 그들은 다른 종족에게는 늘 백해무익한 존재들. 타협 따위가 있을 수는 없었다. 그게 인간이라면 더욱 더 타협을 할 수 없는 존재들. 중앙대륙에서 인간들이 사라진지 벌써 천년이 넘었으니 그동안 축적한 일족의 힘이면 저들의 무기에도 충분히 상대 가능했다. 대량살상에 집중되어 있는 이곳 인간들의 무기에만 기습당하지 않는다면...

“핵이라는 무기부터 손에 넣고 인간들과 협상하는 척을 한다. 물론 진짜 협상처럼 하겠지만 우리는 전혀 그걸 지킬 생각이 없으니 대충하면 돼.”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자리 잡게 되면 엘프들과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거야. 엘프들이라면 우리와 부딪힐 생각이 없을 거야. 피차 이익이 없을 테니.”

“그것도 그렇군요. 그럼 그 한국이라는 나라와도 자연적으로 떨어지니...”

“그래, 한국이라는 곳과 미국이라는 곳은 일단 피해야하지. 그리고 유럽이라는 국가 중에서도 지금은 쇠퇴한 나라인 러시아와 저 밑의 인도라는 나라에서 시작해서 이 대륙을 우리가 차지  하는 것이다.”

“훌륭합니다!”

말을 마친 밤의 일족의 리더가 그의 앞에 도열한 자들을 향해 손짓을 했다.

“시작한다. 인간 사육을...”

“예!!”

지난 천 년간 인간이 없어서 힘은 축적했지만 재미는 없는 생활이었다. 인간만큼 피가 달콤하고, 다양한 상황을 만드는 종족은 아틀란티스라고 인간들이 명명한 세계에서는 없었다. 좀 달콤한 피를 가졌다고 생각되면 지배자들이었고 그들을 못 건드릴 건 아니지만 굳이 자신이 희생해서 그런 피를 얻으려는 일족의 일원은 없었다. 구하기 쉽고 맛있는 건 인간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들의 일족은 지구라는 세계의 인간들을 지배해 그들의 통제 하에 말 그대로 사육을 할 생각이었다.

“흐흐흐...”

당장은 최대한 소란이 없게 인간의 나라를 차지하겠지만 왕이 이곳으로 오는 날에는 세계수를 믿고 건방떠는 저 엘프들도 자신들을 막을 수 없으리라.

...

“뭐? 인도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누구랑? 왜?”

“그건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주변국들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도가 갑자기 왜 저러는 것인지...”

“이게 무슨 일이지...? 자국의 게이트 관리도 힘들 텐데 전쟁을 준비해?”

한국의 대통령이 비서가 가지고 온 소식에 황당하다는 표현을 했다.

“그래서 지금 세계연맹이 인도를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흐음...혹시 인도가 핵을 날리면 우리한테도 올 것 같아요?”

“인도의 기술이라면... 충분합니다.”

“허어...”

“걱정 마십시오. 저희에겐 그 핵보다 무서운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사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지요.”

“으음...그렇긴 하겠네요.”

대통령이 비서의 말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얼마 전 미국이 보내준 영상으로 확인한 그 무시무시한 모습...

“아직도 중국 땅이 뜨겁다지요?”

“예, 그래서 아직도 캠프를 짓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도 중국 게이트 안까지 정리한 것인지 몬스터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무서운 사람이에요... 일단 그래도, 우리도 대비는 해야 되니 뉴월드 측으로 연락하고, 군에도 대비하라고 하세요.”

“예!”

언제 부터인가 주변국들의 핵이 더 이상 두려워지지 않은 것이... 새삼 나라의 힘이 한 사람으로 인해 달라졌음을 실감하는 대통령.

“이럴 때일수록 내부를 잘 다져 놔야해.”

물이 고이면 썩을 테니까.

.

.

.

“명하씨?”

“네?”

“혹시 반화씨랑 연락 되세요?”

“오빠요? 요즘 연락 안 되는데요? 게이트 안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분명 엄마 잔소리 듣기 싫어서 안 나오는 거겠죠! 나는 이렇게 일에 치여 살고 있는데!!!! 혼자 띵가띵가 놀러 다니고!!!!!”

...민사장이 잠시 명하에게서 반화의 모습을 봤다. 저런 급격한 감정 기복이라니.

“큼... 그래요. 명하씨랑 랑이씨 오늘은 좀 일찍 퇴근하세요? 이제 얼추 정리는 다 끝난 것 같은데.”

“정말요!!?”

“네..넵.”

자신도 모르게 명하의 기세에 민사장이 쫄았다.

“아! 혹시 반화씨랑 연락이 되면 저한테 꼭 연락 좀 하라고 전해 주세요.”

“네!”

명하가 칼퇴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 사장님!”

“네??”

나가려는 민사장을 붙잡은 명하.

“야근 수당 다 계산하고 계신 거 맞죠? 초과 수당까지.”

“하하하, 걱정 마세요. 그런 거 안 떼먹습니다.”

“그럴 거라고 믿어요. 아니면...”

“하하하...그럼...”

민사장은 명하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애써 모른 척 하고 돌아 섰다. 반화를 풀어버린다니... 차라리 맹견을 사무실에 풀어 놓으라고!

.

.

.

“뭐지, 요즘 자꾸 귀가 가렵네.”

“허허허.”

“또 내 욕했냐?”

“저는 늘 한다니까요?”

“...”

순간 반화가 저 웃고 있는 해골대가리를 부숴볼까라는 충동에 빠졌다.

“왜요 한 대 치고 싶으신가요?”

“잘 아네?”

“당연...”

퍼석!!! 쏘옥..

“이제 좀 조용하네.”

충동을 이기지 못한 반화가 결국 해골씨의 머리를 부숴버렸다. 물론 저걸로 해골씨가 소멸된다거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잠시나마 저 얄미운 주둥이를 다물게 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우드드득..드득..

“역시, 그 성격은 어디가시지 않으셨네요. 그래도 꽤 오래 참으셨습니다?”

해골씨가 아무렇지 않게 익숙한 듯 몸을 회복시키며 반화에게 말했다.

“또 시끄럽네, 운전이나 해. 저거 절벽 아냐?”

“맞습니다.”

...

알면서도 그대로 절벽으로 돌진하는 차는 결국 중력과 가속도에 의해 포물선을 그리며 낙하했다.

슈오오오오...

-떨어진드아아아~~

차 옆에 붙어서 똑같이 떨어지고 있는 아이들이 신난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뭐 알고 가는 거야?”

“모릅니다.”

파워당당한 해골씨의 말에 반화가 황당하다는 듯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차에서 밖을 쳐다봤다.

“깊기도 하네.”

한참을 떨어진 것 같은데 아직도 떨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콰아아아아앙!!!!!!!

...

땅과의 만남을 가진 차가 너무 기쁜 나머지 아예 땅을 파고 들어 박혀 버린다. 아주 딥하게!

우우우우웅!!! 끼리리릭!!

후진기어를 넣은 해골씨가 악셀을 밟으니 땅에 완전히 박혔던 차가 땅이 똥을 싸듯 뽁하고 올라 왔다.

덜컥!

“호오? 여기 뭐지?”

절벽 아래의 풍경은 생각과는 달랐다. 빛도 들어오지 않아 음침할 것이라는 생각을 깨고 굉장히 산뜻한 느낌의 광경이었는데 일단 주위를 밝히고 있는 신비한 불빛이 눈에 확 들어왔다.

“개똥벌레인가?”

-와아아~~

타다다닥!

착!

-? 사라졌어!

신난 맹이가 불빛을 손으로 잡은 맹이가 주먹을 펴자 사라진 불빛.

“응? 사라졌어?”

-응!

죽은 것도 아니고 사라졌다니, 개똥벌레는 아닌 것 같았다.

“별 희한한 곳도 다 있네? 해골, 여기 아는 곳이야?”

“저도 처음 보는 곳 입니다만?”

“그렇겠지. 니가 뭘 알겠어.”

어쩐지 점점 해골씨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는 반화였다. 분명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미안한 감정이 담겨있었던 것 같은데...

“... 그나저나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여길 통과해서 가도 상관은 없을 것 같은데.”

“그러지 뭐, 애들도 좋아하는데.”

망둥어 마냥 불빛을 잡으려고 뛰어 다니는 녀석들을 보며 반화가 말했다. 얌전한 쁘니마저 방방 뛰는 걸 보니 어지간히 신난 모양이다.

“천천히 걸어가자. 차는 집어넣어 일단.”

“예, 뭐 그러죠. 급할 건 없으니까.”

해골씨가 차를 아공간에 집어넣고 반화와 함께 아이들의 뒤를 따라갔다. 물론 순이는 반화의 품에 안겨 있었고...

“니가 공주도 아니고 왜 땅을 밟기 싫어하는 거야?”

-냐!

“여튼, 지 몸 하나는 끝내주게 챙기네.”

그의 몸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순이를 안고 반화가 주변을 살펴보면서 슬슬 걸었다.

“해골씨, 저거 마나 맞지?”

“예, 마나가 뭉쳐진 것 같은데요?”

“흐음... 마나가 저절로 저렇게 뭉쳤을 리는 없겠지?”

“하나라면 모르겠지만 저렇게 많은 숫자가 저절로 생길 수 는 없죠. 그런데 저 불빛들 뭔가 이동한 경로 같지 않습니까?”

해골씨의 말대로 뭔가 낮게 날아갔다면 꼭 저런 모양으로 흩어져 있을 것 같긴 했다.

“마나를 저렇게 흘리고 가는 놈이라... 재미있는 놈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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