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1화-과거를 찾아서 #
131화
스윽...
“커헉...”
어둠 속에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남성이 거친 숨을 토하며 피를 토했다.
“쿨럭...”
“겨우 여기까지 밖에 못 온 거야?”
“!!!”
남성이 뒤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깜짝 놀라 뒤 돌아보니,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놈이 그를 조롱하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로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인 남성이 다시 몸을 어둠에 숨기려고 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는 자.
“쯧, 귀찮게... 한 번에 가면 좀 좋아?”
남성이 사라진 것을 본 자가 혀를 차며 귀찮다는 내색을 비치며 가만히 한 곳을 응시했다.
스윽..
“추적.”
고개를 한 번 끄덕거리며 낮게 중얼거린다.
“흠... 역시 나가린가?”
스르륵...
“뭐야, 놓쳤어?”
“응? 아냐, 안 놓쳤어... 그냥 어디까지 가는지 보려고 뒀는데 한국을 벗어나질 않네.”
“그래? 흐음, 여기에 놈들이 있을 리는 없을 테고, 최대한 시간을 끄면서 자신을 이용해 꼬리만 자르는 거겠지?”
“아마도?”
대화를 나누고 있는 자들은 바로 퓰과 셀라였다. 처음 남성을 쫓아 온 게 퓰, 나중에 온 것이 셀라.
이 둘이 왜 그 남성을 쫓는 것일까?
...
조금 전.
명하와 가족을 제거하고 사건을 분신으로 묻어버리려 했던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그 실패는 중앙에서 내려온 백작이라는 남성을 화나게 만들었다.
“감히 이 몸을 농락했다는 거지?”
“아...아닙니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그..그녀석이 제 분신을 사용해서 일을 처리하기로 했는데..”
“했는데?”
백작이 변명을 하는 자의 뒷말을 놓치지 않고 똑같이 따라하며 점점 더 분위기가 험해진다.
“그러니까, 아까 나갔는데...아무래도 실패를.”
“허... 겨우 인간을 처리하는데 실패?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도, 연락도 없었다는 건가? 그럼 설마 사로잡혔다는 건가?”
“...지금, 저와 연결된 교감이 끊어졌습니다...아무래도 소멸한 것 같습니다...”
기사단과 연결된 교감이 끊어진 것을 느끼고 절망적인 표정을 짓는다.
“한심한 놈. 인간들에게 일족을 그냥 바쳤다는 건가!!!”
“허억....!”
백작의 분노를 정통으로 받은 자가 숨을 쉬지 못하고 컥컥 거리며 목을 부여잡고 괴로워한다.
“쓸모없는 놈! 모든 책임을 안고 사라져라.”
“아...안 돼...!”
퍽!!!!
... 백작의 손짓에 그대로 머리가 사라져 버린 자가 한줌의 핏덩이가 되어 바닥에 스며든다.
“감히 멍청한 일족이라고 해도 인간 따위가 건드렸단 말이지...”
백작이 일을 어렵게 만든 인간들에게 분노를 돌리며 모습을 감춘다.
스윽...
“여기인가? 흐음...!! 뭐...뭐지!?”
백작이 반화의 본가 앞에 나타났다. 그러다 주변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당황한다.
그리고 반화의 집에서는..
“응?”
퓰과 셀라가 밥을 먹으려던 차에 또 다시 느껴지는 진한 혈향에 인상을 썼다.
“이거 또 모기 새끼가 들어 왔나 본데?”
“그러게, 왜 자꾸 여기로 달려드는 거야?”
퓰과 셀라가 짜증난다며 신경질을 내자 반화의 가족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 한 겨울에 모기가 있다고요?”
“아, 네...뭐 지하가 따뜻해서 모기가 부화했나 봐요.”
“아~음... 그럴 수도 있나?”
수화가 셀라의 설명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지만 그렇게 이상한 것 같진 않아 그냥 넘어간다. 다른 가족들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지만 랑이는 둘을 이상한 눈으로 봤다.
“뭐야?”
“뭐야...?라고? 어린 용의 시키가 콱!”
“...요?”
셀라가 대뜸 반말하는 랑이에게 인상을 쓰자 랑이가 재빨리 존댓말을 붙인다. 성질 더러운 불의 정령왕은 자신의 반말이 기분이 나쁜가 보다. 반화는 그런 쪽으론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무슨 일인데요?? 아까부터 수상한데? 마스터한테 말해요?”
“음...잠깐만 우리 좀 보자.”
셀라와 퓰이 식사를 하다 말고 랑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향한다. 잘 시간이라 반화의 가족들은 그런 셋을 그냥 두고 먼저 잠에 취한다.
“음?? 이 칙칙한 기운은 뭐야..요?”
“모기.”
셀라의 간단한 설명에 아직 천년밖에 살지 못한 랑이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휴... 밤의 일족이라고 있어. 자꾸 저 놈들이 여기에 와서 한번 처리했는데 또 왔네. 우리가 저 놈 따라가서 박멸시키고 올 테니까 집 좀 잘 지켜줘? 그 괴물이 괜히 우리한테 화풀이 못하게. 집안의 쥐는 좀 못 믿겠단 말이지.”
“으음... 알았어..요.”
“그래그래. 뭐해?”
셀라가 멀뚱멀뚱 서있는 퓰을 보고 말하자 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
“뭐하냐고. 가서 모기 잡아.”
“...알았어...”
부부라도 힘의 차이는 무시하지 못했다. 드래곤이라는 명함도 저 폭군 정령왕에게는 부족했으니까.
셀라의 말에 고분고분 모기가 나타난 곳으로 이동한 퓰은 다짜고짜 자신을 공격하는 모기에게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퍽!!
파파팍!!!
“젠장! 드래곤이 왜 여기에!?”
퓰이의 기운을 짐작한 모기(?)백작이 자신의 기습이 허무하게 막히자 바로 몸을 숨기려 했다.
스으...
크롸롸로라!!!!!!
“커헉!!”
어둠에 몸을 숨기려던 모기백작은 퓰의 피어에 내상을 입고 피를 토했다.
“모기 주제 어딜 앵겨?”
퓰이 진심으로 짜증난 다는 듯 녀석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내상을 입으면서도 어둠 속으로 사라진 백작.
“잘 도망갔나? 좀 모기친구들 많은 곳에 가면 좋을 텐데.”
퓰이 중얼거렸다. 이왕이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놈이 제발 본진으로 돌아갔기를 바라며 마법으로 놈을 추적한 그가 백작이 멈춘 곳으로 이동한다.
.
.
.
“이번엔 어디로 갔어?”
“으음...중국이라는 곳으로 넘어가려는 것 같은데? 지금 바다 위에 있어.”
“중국? 그쪽은 그 괴물이 날려버려서 아무 것도 없을 텐데? 그냥 그놈 잡아서 족치자.”
“...족치자가 뭐야...”
“불만 있어?”
“아, 아냐.”
퓰이 셀라의 거친 언행에 잔소리를 하려다가 셀라의 눈빛에 침묵한다. 그리고 셀라의 말처럼 그냥 귀찮게 돌아다니지 말고 놈을 잡아서 족...아니 고문하기로 한다.
“갔다 와. 올 때 싱싱한 회도 좀 사오고.”
“...회는 왜?”
“바다 간다며?”
그거랑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셀라의 말에 퓰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곤 모기백작에게로 이동한다. 기왕 잡는 거 조금 괴롭혀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
.
.
“살던 곳에 풀어 주고 오셨습니까?”
“응.”
“그런데 그 쥐, 평범한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요?”
해골씨가 쥐의 모습을 떠올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등에 금 박힌 쥐가 평범한 쥐일 리가 있겠냐?”
반화의 말대로 쥐가 금을 먹었다고 금이 가죽에 튀어 나오는 놈이었는데 거기서 이미 평범함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닐까?
“그렇긴 하지만...흐음...”
뭔가 찝찝한 마음이 드는 해골씨였지만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자! 이제 그만 다시 가 볼까?”
“그러죠.”
반화가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순이, 령이! 니들은 애기들 사고 안치게 하려고 데려 온 거라고. 그냥 구경만 하지 말고 좀 움직여!”
멀뚱멀뚱 반화의 곁에만 붙어있는 두 녀석을 보며 그가 답답한 듯 말했지만 두 녀석은 귀에 담지도 않았다. 령이는 쁘니를 돌보긴 했지만 슬슬 혼자하게 두고 있었고 순이는...
“에휴...니가 문제야 니가. 삼이가 널 좋아하는 게 신기할 정도네.”
차안에서 뒹굴뒹굴 거리기만 하는 녀석이 뭐가 좋다는 건지, 삼이에게 ‘자신이 좋아’, ‘순이가 좋아’를 물으면 바로 고민도 없이 순이가 좋다고 말하는 것이 못내 서운한 반화였다.
-아빠아아아아~!
“응? 왜?”
삼이가 갑자기 반화를 부른다.
-나도 차타고 갈래.
삼이가 졸린 눈을 비비며 그에게 칭얼거리고, 맹이도 쁘니도, 그리고 멍이까지 조금 피곤한 기색인 것을 발견한다.
“흐음...해골은 멀쩡하고, 멍이 녀석만 차에 넣을 수 있으면 되겠는데...맹아! 쁘니랑 삼이 데리고 차안에 들어갈래?”
-으움...멍이는요?
“멍이도 곧 들어 갈 거야.”
-네에~!
먼저 셋을 차안에 넣은 반화가 멍이에게 다가갔다.
-크릉?
“조금만 줄이자. 안 아프게 해줄게.”
-크릉!?
반화의 손길에 깜짝 놀라는 녀석 때문에 반화가 황당한 표정을 짓는다.
“야이쒸... 내가 언제 너 때리기라도 했어? 넌 맞은 적도 없...암튼!”
잘 기억나지 않았다. 원래 때린 놈은 기억하지 못하는 거니까. 반화가 얼렁뚱땅 그냥 넘겨버리고 녀석을 롭스에게 했던 것처럼 기운을 풀어 몸집을 작게 만들었다. 롭스에게 실험(?)아닌 실험을 한 뒤라 이번엔 더 숙련된 스킬로 빠르게 녀석의 몸집을 대형견정도의 크기로 줄인다.
물론 녀석은 우드득거리며 변하는 자신의 모습에 심하게 당황한 모습이었지만...
멀뚱. 멀뚱.
“...뭐하고 있어? 차에 타 임마.”
멍이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롭스를 발견한 반화가 자신을 멀뚱하게 쳐다보기에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럽게 롭스에게 차에 타라고 했다.
반화까지 다 차에 타자 해골씨가 대뜸 반화에게 말한다.
“생각났습니다.”
“?? 뭐가?”
생뚱맞은 해골씨의 말에 반화가 되물었다.
“그 쥐 말입니다.”
“쥐? 아직도 생각하고 있었어? 그래...뭐가 떠올랐는데?”
“그 쥐, 마스터가...”
“...? 마스터가?”
해골씨의 뒷말을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기다리는 반화.
“관련 없습니다.”
“...뭐야 그게?”
맥이 빠지는 해골씨의 말에 반화가 짜증을 냈다. 아마 노에라였으면 벌써 혹이 두 개는 생겼을 장난이었다.
“허허허허, 긴장 좀 되시나 봅니다?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일들이 나올까봐?”
“전혀?”
“허허허, 뭐 그렇다고 치죠. 아무튼 그 쥐는 마스터와는 상관이 없긴 한데 제 기억에 남아 있는 놈이라서 말한 겁니다. 마나의 산으로 인도하는 쥐라고 불리는 녀석이죠.”
“마나의 산?”
“예. 정확히는 마정석이 있는 산이죠. 인간들이 아주 환장하고 찾으려는 놈이었습니다. 뭐, 우리에게는 그렇게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요.”
“난 또 뭐라고, 진짜 별거 아니었네.”
“허허허.”
반화는 내심 자신과 뭔가 연결된 놈일까 조마조마했건만... 해골대가리에게 농락당한 반화는 복수를 다짐했다.
“출발이나 해. 해골대가리야!”
반화의 고성에도 허허 거리던 해골씨가 차를 출발시키고, 금세 소닉붐을 일으키며 목적지로 빠르게 달려갔다.
...
“호오~”
-흐음~?
-흐으응?
반화의 반응을 따라하는 맹이와 삼이.
“생각보다 멀쩡한데?”
반화가 해골씨가 정지한 곳의 장소를 둘러보며 예상 밖이라는 듯 말했다. 그들이 멈춘 곳은 과거 제국과 대립했던 왕국이었으나 해골씨의 마스터에 의해 왕궁이 박살나고 점점 쇠퇴하던 왕국의 수도였다. 박살난 왕궁은 복구 되어있었지만 수도를 포함해 모든 건축물에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건축물들이 제법 그럴듯한 모양새들을 갖추고 있었다.
“저 왕궁으로 한번 가보실까요? 아마 기록물이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해골씨도 보존이 잘된 건축물들에 예상 밖으로 반화의 대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일행을 이끌었다.
저벅...저벅...
.
.
툭!
퍼석!!!!! 와르르르르르....쿵!
“...?”
“지금 증거를 없애려고?”
해골씨가 반화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반화가 억울한 듯 해골씨에게 변명했다.
“내가 안 그랬거든? 순이, 이 자식!!”
-냐아?
초롱초롱!
순이가 반화의 말에 ‘난 몰라요’하는 순진한 표정을 짓는다.
“이 요물!!”
그런 순이의 반응에 반화가 열불이 난다는 듯 녀석을 붙잡으려 하자 얄밉게 쏙쏙 도망가는 녀석.
“쯧쯧. 그냥 실토 하셔도 됩니다. 자신이 이 왕궁을 부쉈다고.”
“아니거든? 증거 있어?”
반화가 해골씨의 말에 아니라고 우긴다. 이들이 이러는 이유는 왕궁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벌어진 일 때문이었다. 반화가 그냥 가볍게 왕궁 벽을 툭 건드렸는데 하필 타이밍 맞춰서 순이가 같이 왕궁 벽을 툭 건드렸고, 그 가벼운 터치들에 왕궁이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것이었다.
그에 반화가 억울하다는 듯 순이의 탓으로 돌렸는데, 이 것에 대한 진실을 해골씨가 맞출 수는 없었다. 둘 다 자신이 감지 할 수 있는 영역을 벗어난 존재들이기에, 다만 반화가 그랬을 것이라고 짐작 할 뿐. 아니, 확신 했을 뿐.
“궁이 무너졌다고 자료가 사라지진 않았겠지요.”
휘익!! 휙!!
우르르르르....쿵!!!쿵!!!
해골의 지휘자 같은 손짓에 퍼즐처럼 맞춰지는 왕궁!
“으음... 해골 주제 능력은 좋네...”
반화가 그 모습에 중얼거린다.
“허허허, 부술 줄만 아는 마스터와는 다르지요.”
그 와중에도 반화를 약 올리는 해골대가...아니, 해골씨. 이상하게 해골씨와 대화를 하면 반화가 말려 들어갔다. 그만큼 해골씨가 반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할까? 반화가 폭력을 쓰지 않는 선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