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8화-과거를 찾아서 #
128화
휙!!!
후우웅!!!
“쯧쯧 불나방 같은 모기들 같으니라고...”
멀리서 해골씨가 발악하는 모기들을 보며 혀를 찼다. 마스터의 저 악취미는 여전했다. 상대를 농락하는, 상대가 가진 힘의 바닥까지 긁어 사용하게 만드는 질 나쁜 방식.
“으아아악!!!! 맞아라 좀!!!”
휙!!!
“어디서 모기가 왱왱 거리지?”
퍽!!!
“!!!”
반화가 모기를 쫓듯이 손을 휘젓자 그에게 달려들었던 놈이 그대로 한줌의 핏덩이가 되어 흩날렸다.
“설마...우릴 농락한 것인가...”
최고장로가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자신들을 통제할 방법 없을 때, 놈들은 깊은 생각을 하지 못하고 가장 단순하게 눈앞의 적을 죽이는 것에 눈이 멀었고 그 결과는 반화의 농락으로 비참해진 자신들의 모습이었다.
“이런 개!!...”
퍽!!
“모기들이 불을 싫어했나? 추운 걸 싫어하나?”
놈들이 분노 하거나 말거나 반화는 자기만의 고민에 빠졌다.
“아! 요즘은 모기 잡을 때 전기채를 쓰던데, 그게 좋겠네.”
드디어 결정한 듯 반화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놈들을 그대로 날려버린다.
퍼버버버버벅!!!
“끄억...!”
“자! 이제 장난은 그만 둘까?”
반화가 양손을 펼치며 놈들을 향해 말했다.
“장난이라고...?”
놈들이 뭐라고 하던지 반화는 자기 할 일을 했다.
치지지지지지직...촤르르르르!!!!!
“이런 미친!!”
반화의 양 손끝에서 시작된 전류가 하늘에 원을 그리며 만난다. 그리고 놈들의 머리 위 하늘을 전류로 뒤덮는다.
우르르릉!!! 콰릉!!!
촤자자작!!!
번쩍!!!
천지가 개벽하듯 울리는 천둥소리...
“모두 흩어져!!!”
누군가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뿔뿔이 흩어지는 수천의 밤의 일족들. 그러나..
촤자자작!!! 콰릉!!!!
“끅!!!”
푸스스스...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내리 꽂는 번개에 반항 한번 없이 재가 되어버린다. 일반적인 번개라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반화가 직접 만든 번개는 그 궤를 아예 달리 했다. 뭐가 되었던 닿기만 하면 그대로 재로 만들어 버리는 힘!
“멈춰!! 제발...멈춰주세요...흐흐흑...”
급기야 자리에 앉아 자신들이 하등하다고 말한 인간에게 목숨을 구걸하는 놈들.
“흐음...어이, 늙은이.”
“쿨럭!... 부탁이네...살려 주게...”
“그러니까 내 질문에 대답 잘 했으면 이런 일 없잖아?”
“말하겠네! 뭐든지!”
물끄럼.
반화가 목숨을 구걸하는 늙은 밤의 일족을 가만히 쳐다봤다. 참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엘프들과...
“그래그래, 어제 ...”
“저놈들이네!”
“장로님!!!”
반화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하나 남은 팔로 한쪽에 몰려있는 놈들을 가리키는 장로.
“우린 어제 밖을 나가지 않았어요! 어제 밖으로 나간 건 저 녀석들입니다!”
“우...우린 그냥 잠깐 답답한 마음에 밖에 나갔다가 바로 들어 왔다고! 그리고 저놈들도 나갔었어!!”
웅성...웅성...
개판이었다. 놈들은 서로 자기가 아닌 다른 무리를 가리키며 반화의 앞에서 싸우기 시작했다.
“정말 지랄을 하는 구나.”
“마스터, 그만 놀고 끝내시죠? 시간이 많이 지났습니다. 마스터의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응?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놈들을 괴롭히는데 정신이 팔리다 보니 시간가는 줄도 몰랐던 반화는 기다리다 못해 옆으로 다가온 해골씨의 말에 해가 지려고 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원래 어두운 곳이라 시간 개념이 모호한 것도 있었지만.
“저놈들입니다. 저놈들이 어제 몸에 피를 잔뜩 묻히고 들어 왔습니다.”
“그래?”
“아닙니다!! 장로님! 저희들에게 왜 그러시는 겁니까!? 아무리 평소에 장로님 말에 잘 따르지 않았다고 해도 이렇게 모함하다뇨!”
“시끄럽네! 자네들로 해결될 일이야. 조용히들 가게!”
“이이익!!”
“장로님께 무슨 짓을 하려고!”
“이런 개자식들!!”
급기야 장로의 말에 불복하며 힘이 없는 장로에게 달려들려다가 다른 놈들에게 막힌 자들. 척보니 원래 내부에서 힘겨루기 하던 그룹이었었나 보다.
번쩍!!!
콰르르릉!!!
파스스....
“허억!!!”
“자...장로님!”
보다 못한 반화가 장로를 재로 만들어버렸다.
우르르릉!!
“허헉...”
머리 바로 위에서 울리는 천둥소리에 놈들이 자기들이 싸운 것도 잊고 벌벌 떨었다.
“음~ 내가 뭐 딱히 해줄 말이 없네. 어차피 니들이나 나나, 약한 놈들 괴롭히는 건 똑같으니까, 그냥 잘 가라고.”
“아, 안 돼!!!”
콰르르르르르릉!!!!
콰르르릉!!!
치이이이이익....
...
순식간에 몇 천이 넘는 밤의 일족이 성과 함께 재가 되어 날린다.
“마스터의 악취미는 여전하네요.”
“니 마스터? 거참, 나랑 잘 맞겠는데?”
“후후후...”
하나의 일족을 재로 만들어 버린 반화도, 그 모습을 옆에서 본 해골씨도 너무 태연했다. 익숙한 듯이...
“가시죠, 오늘 마스터의 장난 때문에 시간이 다 지났습니다. 벌써 해가 지려하는 군요.”
“뭐, 내일 출발하는 걸로 하지.”
“너희들은 쉬고 있어라.”
-스아아아....
스르르르륵...
해골씨의 말에 자연스럽게 원래 없었다는 듯 사라지는 해골들.
“가시죠.”
“엉.”
스윽...
...
별장으로 돌아온 반화가 눈이 퉁퉁 부운 채 그에게 달려오는 맹이를 꼭 안아 줬다.
“아빠가 그 놈들 혼내주고 왔어. 잘했지?”
-응...
“맹이 뭐 먹고 싶은 거 없어? 치킨? 한우? 크라센? 뭐든 말만 해. 아빠가 해줄게.”
-으으응...
그의 품에서 도리질을 하는 녀석을 반화가 천천히 쓰다듬어줬다.
“그래... 그럼 나중에 배고파지면 먹자? 배고프면 말해야 돼?”
-응...
이렇게 풀이 죽은 맹이라니... 안쓰러운 눈으로 반화가 녀석을 봤다. 나머지 아이들도 맹이의 적응되지 않는 모습에 다들 어쩔 줄 몰라 하는 눈치였다.
“해골. 애들 밥 좀 먹여.”
“예.”
해골씨에게 나머지 아이들을 맡겨 두고 반화가 맹이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천천히 걸어 나가던 반화가 이내 맹이와 함께 모습을 지웠다.
...
쿠르르르르....
힘차게 흐르는 푸르하르강에 모습을 드러낸 반화와 맹이. 어느새 반화의 품에서 내려와 한 손은 반화의 손을 꼭 잡고 강을 따라 걷는다.
“맹이야.”
-응?
“맹이 진짜 엄마, 아빠는 어땠어?”
-으움... 좋았어.
“뭐가?”
-그냥 다...
“그래? 그럼 나는?”
-아빠도 좋아!
“진짜?”
-응!
“아빠가 조금만 신경 썼으면 그 친구들 안 죽었을 텐데 미안해. 그래도 아빠 미워하면 안 돼?”
-아냐! 아빠 안 미워... 어쩔 수 없었잖아.
“정말?”
-응! 아빠도 좋고, 순이도 좋고 삼이도 좋고 다 좋아! 나중에...아주우우~~ 나중에 엄마, 아빠한테 꼭 자랑 할 거야. 맹이, 좋은 가족들이랑 잘 살고 있었다고...
“그래, 꼭 자랑해...근데 아빠 죽기 전에는 맹이.. 엄마, 아빠한테 안 보내 줄 거야.”
-히히히! 나두 아빠 옆에 오래오래 있을 거야.
-아빠!
“응?”
-배고파!
“그래? 뭐 먹고 싶어?”
-한우!
“그래, 아빠가 맹이 배 터질 때까지 먹여 줄게. 가자.”
잠깐의 산책으로 맹이의 기분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번이나 충격적인 경험을 했으니, 조금 더 성장해 잘 견딜 수 있는 것 일뿐... 그 아픔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까.
.
.
.
우물우물우물...
“맹이야... 그만 먹어. 배 터지겠어.”
-더 먹고 시푼데...
“내일 또 먹자. 알았지?”
혼자서 소한마리 양을 다 먹은 맹이의 볼록한 배를 보며 반화가 더 이상 안 되겠다는 듯 말렸다.
-알았어. 내가 봐 줄게.
“그래그래. 고마워?”
-응!
“뭘 봐?”
다정하게 맹이에게 말하는 반화를 신기하다는 듯 보는 아이들에게 반화가 멋쩍은 듯 말했지만 이미 그 모습을 본 아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아빠, 안 어울려. 킥!
삼이가 반화를 비웃었다.
-냥~
“음...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군요.”
“시끄러, 내일 아침에 다시 출발 할 거니까 다들 자!”
-히히히!
반화의 이미지가 무너진 최초의 날이었다.
...
“해골, 근데 어제 그 놈들 밤의 일족이라고 했지?”
“예.”
“걔네가 다는 아니겠지?”
“아마도 그 놈들 정도면, 중앙에는 접근도 못해본 뜨내기들이 모여 사는 것일 겁니다.”
“어쩐지 형편없더라.”
“뭐, 그 정도만 해도 그 일대에서는 상대할 놈들이 없었겠지만... 진짜들은 아마 인간들에게 밀려났던 영역을 찾으며 지금쯤 왕국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화와 해골씨가 차를 타고 이동하며 얘기를 나눴다. 아이들은 하루 만에 멀쩡해진 맹이를 다라 멍이를 타고 신나게 뛰어다니며 차를 따라 왔다.
-캬웅~
-냐아~
뒷 자석에서는 움직이기 싫어하는 두 녀석이 투닥거리고 있었다.
“지금 가는 곳이 과거 인간들의 왕국이 있었던 곳이라고?”
“예, 아마 마스터에 대한 욕이 아주 많을 왕국이죠.”
“?”
“마스터가 왕궁을 때려 부셨으니까요. 제국은 오히려 마스터에 대한 정보를 지웠죠. 황권에 위협이 되었으니까.”
“으흠? 그래서 제국 도서관에 네 마스터에 대한 정보가 없었던건가?”
제국의 리치가 있었던 도서관의 자료에는 마왕, 즉 해골씨의 마스터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다. 있어도 마왕으로만 나왔고 그 이유가 자신들의 황권을 지키기 위해서라...
“그렇죠. 근본도 없는 야인 주제에 그렇게 날뛰는데 막질 못하니 정보라도 차단하는 수밖에. 마스터는 거기에 대해 신경도 안 썼으니까요.”
“그렇단 말이지...그럼 지금 가는 곳에 자료가 남아 있으면 좋을 텐데.”
“세월이 세월이니만큼 기대는 너무 안하시는 게 좋습니다. 다만 그 장소를 지나가면서 기억을 떠올려 보는 것이죠.”
여전히 반화가 마스터라고 믿고 있는 해골씨.
“그래, 그래~기억이 나는 지 한번 보자고.”
반화도 그 마스터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자신처럼 괴물들의 세계에 들어 왔던 놈이니까...
.
.
.
“이명하.”
“??왜?”
“너 경찰서 갔다며?”
“응?? 그건 어떻게 알았어?”
“아주 떠벌리고 다녔던데? 인터뷰는 왜 했어?”
“그...그게. 아니, 기자가 알 권리를 주장하면서 한마디만 해달라고 하는데 그럼 내가 못된 짓 한 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한마디 해줬지!”
“아이고... 그 한마디가 ‘우리 오빠 이반화니까 나 건들면 다 죽어요!’ 야?”
“헤헤헤... 그 사람이 말을 참 잘하더라고. 나도 모르게 흥이 나서..”
경찰서에서 마침 죽치고 있던 기자에게 붙잡힌 명하는 간단하게 인터뷰를 했고 인터넷 신문에 훌륭한 일을 한 여자로 올라갔다. 거기에 명하가 한 말 때문에 여기저기서 그 인터넷 기사를 옮겨 퍼트려 결국 수화의 눈에도 띄게 된 것이었다. 세계 제일의 능력자의 동생의 선행, 그리고 그 선행의 수수께끼 범죄자... 사람들의 호기심을 아주 저격한 기사를 낸 그 기자는 보너스 두둑이 챙기며 신났겠지만...
“이 멍청이가! 그런 위험한 일에 처하면 냅다 도망쳐야지!”
“아니, 랑이 언니가 그 미친년을 한방에 때려 눕혔는데 뭐..”
명하의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에휴... 엄마가 모르는 걸 다행으로 알아. 알면 니 등짝 남아나질 않을 거다. 알바는 바로 그만 둬야 할 거고.”
“알바는 지금이라도 그만 두고 싶은데... 용돈 주면.”
명하는 그냥 엄마에게 등짝을 주고 알바를 포기할까 잠시 고민했지만 잘못하면 등짝과 알바, 그리고 용돈까지 다 잃을 수 있기에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