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5화-과거를 찾아서 #
125화
반화가 여행을 떠나기 전 한가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을 때 해골씨는 파스의 본체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걸 알려고 했다.
“쯧, 뭐가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은 거야?”
반화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자발적인 공부라니!
“에고를 고대에 만들었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고대의 마법이 뛰어난 건 알았지만 이정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니...”
“그래?”
반화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해골씨에게는 충격이었었나 보다.
“자! 이제 슬슬 가자고.”
반화가 차에 타며 아이들에게 외쳤다.
가지 않으려는 순이를 겨우겨우 설득해서 태우고, 령이와 쁘니, 삼, 맹, 롭스, 해골씨 까지 모두 탑승한다.
“해골, 크기 좀 못 줄여? 불편해 보이는데?”
반이 접혀 있는 해골씨를 보며 반화가 말하자 신기하게 줄어드는 해골씨.
“좋아, 그럼 슬슬 가 볼까? 림자!”
“오랜만이군.”
“요즘 운전자 없이 돌아다니는 유령 슈퍼카가 있다는데... 적당히 해라?”
“...알았다.”
얼마 전 쉬는 동안 부모님의 카페에서 들은 소문이었다. 이 일대에 가끔 저녁에 운전자가 없는 차가 돌아다닌다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바로 림자를 생각한 반화가 파스를 이용해 추적한 결과 역시나, 림자였다.
“가자. 게이트로.”
“알겠다!”
팀이라고 말해도 될 반화의 식구들을 태운 차가 게이트로 시원하게 달렸다.
-아빠, 아빠! 이번엔 어디 가요?
“이번엔 여러 군데 돌아다닐 거야.”
-우아아아~!
신난 녀석들 덕분에 반화도 즐거워 졌다. 가족들에겐 일하러 가서 좀 오래 걸린다고 미리 말해 뒀으니 걱정 없었고, 덩치와 용용이는 용군주를 따라 일단 같이 활동하기로 했다.
“롱이 녀석 까지 연애를 하다니...”
롱이는 세계수와 떨어지기 싫어해 일단 그쪽에 뒀는데 그 때문에 반화는 엄마에게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명하와 랑이는 지금 한참 야근에 시달리고 있을 것이고, 잉여부부는 요즘 요리에 재미가 들려 쿡방을 한다나? 인터넷으로 개인 방송을 하고 있었다. 웃긴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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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사람 누구지? 무슨 몬스터들을 저렇게 많이 데리고 다니지?”
“어?! 저사람 알아! 몬스터 군주야!”
“몬스터 군주?? 그 사람은 엄청 큰 몬스터 데리고 다니는 거 아니었어? 쟤들은 너무 귀여 운거 아냐? 와...저건 구미호인가?”
사람들이 반화와 아이들을 보며 쑥덕거린다. 덩치, 롭스를 주로 보여줬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에 의아한 모양이었지만 이내 뒤에 따르는 해골씨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애기들 교육 시키려고 그러는 건가? 어릴 때부터 조기 교육?”
“와씨...이젠 몬스터도 조기 교육하는 건가?”
“징하다, 한국...”
조금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반화는 신경 쓰지 않고 절차를 밟았다. 사실 그냥 공간 찢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민사장의 불쌍한 표정이 상상되어, 그리고 이렇게 하면 명하와 랑이가 더 고생해야하니까 일부러 정식으로 입장하는 것이다. 일이나 열심히 하라고.
“확인 되었습니다. 안전한 여행 되십시오.”
“네.”
게이트를 통과한 반화와 아이들, 해골씨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간들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게이트를 이용해 이런 일을 하다니.”
“미국에서 본거 아냐?”
“그땐 별 관심이 없었지요.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라, 지식에 대한 탐욕만 있었지 주위를 돌아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래? 뭐 오늘은 여기 좀 구경하다 갈까? 얼마나 발전했는지 구경도 좀 할 겸.”
시간이 그리 많이 흐르지 않았는데도 게이트 내부의 환경은 정말 확 바뀌었다. 일단 안전성벽 안으로는 몬스터 정리가 끝이나 개발이 한창이었고 외곽으로도 많은 베이스캠프가 곳곳에 펼쳐져 능력자들 팀, 길드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미국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리고 이곳 게이트 앞 성에는 능력자들의 유흥, 여행객들의 위한 볼거리 등등 아예 다른 나라,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관광지가 되어있었다.
“흐음...뭐 그렇게 구미가 당기는 건 아닙니다만?”
“...그래. 그럼 그냥 바로 가자.”
“예.”
기껏 생각 해줬더니...
1구역 성을 지나 바로 외곽을 통과한 반화는 림자를 돌려보냈다.
“집 잘 지키고, 밤늦게 돌아다니는 건 적당히 해 임마.”
“알겠다...”
‘귀신같은 마스터 같으니라고...’
“가.”
녀석을 보내고 반화가 운전대를 잡는다.
“자, 가보자고. 방향이 어디야?”
“북으로 일단 쭉 직진해서 제국을 통과할 겁니다.”
“알았어.”
-아빠아~! 난 멍이랑 같이 갈래!
“응? 멍이랑? 잠깐만.”
차에 태울 수 없어 일단 집에 두고 온 멍이를 공간을 찢어 데려온 반화.
-크르릉!?
갑자기 바뀐 환경에 당황하던 녀석이 이내 맹이를 발견하고 꼬리를 흔든다.
-멍아~! 자! 가자!!! 아빠 먼저 가요요오~
맹이가 삼이, 롭스, 쁘니를 태우고 먼저 출발해 버린다.
“...저 방향 아니지?”
“...예. 뭐, 그냥 루트를 바꾸죠.”
처음부터 계획과는 다른 상황을 마주한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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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초원으로 진입한 반화 일행.
“인간들처럼 이렇게 이동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군요.”
“니가 운전해.”
원래 그냥 차에 그냥 타고 가는 건 편했다. 반화는 림자를 괜히 두고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이내 그냥 해골씨에게 운전을 알려 주기로 했다. 지켜야할 교통 법규가 있는 것도 아니니 그냥 움직이는 방법만 알려 주면 되었고, 이 해골대가리는 뭐든 배우는 것에 익숙했다.
“오오! 좋지요. 그럼 제가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럴래?”
“예.”
예상과 다른 반응에 반화가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금세 조작법을 알려 주고 편하게 주변을 구경하며,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봤다.
“흐음...삼이가 이젠 날아다니는데 익숙해 졌나 보네.”
언젠가부터 삼이 녀석이 날아다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걷는 모습보다 날아다니는 모습이 익숙해보였다. 물론 아직은 짧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거리는 게 너무 귀여웠지만.
“순아, 아직도 기분 안 좋아?”
-냐아?
“응? 괜찮나 보네?”
-냥~
억지로 데려올 때 까지만 해도 심통이 나있던 녀석인데 그래도 이렇게 막상 나오니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창문 틈으로 머리를 내놓고 연신 콧구멍을 벌름 거리는 녀석.
“해골아~ 근데 우리 어디로 가는 거야? 제국을 지나는 건 포기했고.”
“중앙대륙을 시계 방향으로 돌아보려고 했는데 반대로 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이거 속력 더 안 나갑니까? 저 녀석 꼭 따라 잡고 싶은데..”
해골씨는 어디로 가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 멍이 녀석을 따라잡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몰라, 니가 개조해 보던가.”
반화는 그냥 카피 마법으로 만든 거라 튼튼한 재료로 만들었다는 것 빼고는 이 차에 대한 정보를 몰랐다.
“으음...이따가 쉬면, 한번 시도해 봐야겠습니다. 이대로 뒤꽁무니만 따라 갈 수 없지요.”
이상한 승부욕...
“그러든지~ 그나저나, 인간들이 살고 있을 때 제국 말고 다른 나라들도 있지 않았나?”
“많았지요. 제국이 가장 크고 강한 나라이긴 했지만 주변에 그 자리를 노리는 왕국도 있었습니다. 제국 멸망 전에는 제국을 위협할 나라도 있었고.”
“아! 그리고 엘프 녀석들 같은 유사인종들도 있나? 드워프라 던가?”
“드워프? 음...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엘프, 드워프 같은 건 지구의 인간들이 만든 개념이라 해골씨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뭐야, 장인정신 투철한 노예들?”
“...?? 종족이 노예입니까?”
“판타지엔 거의 그렇게 나오던데?”
공부를 판타지 소설로 한 반화...
“손재주가 좋던 종족들은 있었습니다만, 어디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은 중앙 대륙에서 밀려나 다른 대륙으로 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유사인종들이 전성기의 제국을 피해 중앙대륙에서 밀려났죠.”
“제국이라는 놈들 아주 지들밖에 모르는 놈들이었구나?”
“흠... 과거 인간들은 유사인종들에게 지배를 당한 적이 많습니다. 그 반대도 많고요. 딱히 인간들의 잘못이라고 하긴 어렵지요. 마스터가 활동했을 때는 인간들이 득세했고, 제국이 전성기를 가졌습니다.”
“마스터가 제국의 편에 있었어?”
“그렇기 보다는 그냥 덤벼오는 놈들을 죄다 쓸어버렸죠. 하필 유사인종이 힘을 키워 제국을 공격하던 시기에 말이죠? 제국은 마스터를 두려워했으니 건드리지 않았고.”
“멍청한 놈들이네?”
“유사인종들의 자존심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긴 했습니다. 피하면 되는 걸 피하지 않았으니. 물론 그렇지 않은 종족들도 있었지만.”
반화는 해골씨와 대화를 하며 심심하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음... 이쯤에서 그냥 쉬다 갈까?”
-냐!
-캬웅!
하루 종일 차에만 있어 지루했던 녀석들이 찬성했다.
“얘들아!!”
반화가 저 멀리 뛰고 있는 녀석들을 불렀다.
우르르르르!!
-응?~ 왜요?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더 놀자?”
-으음...밥 먹어?
입이 짧은 삼이 녀석이 배가 고픈지 반화에게 대뜸 물었다.
“그럴까? 뭐 먹고 싶어?”
-고기!!
-고기!!
“알았어, 한우 파티를 해보자.”
반화가 미리 사 놓은 한우를 식량 아공간에서 꺼내며 구울 준비를 했다.
쪼르르 앉아서 반화를 구경하는 녀석들.
“롭스.”
-뀨엉?
“여기 불 좀 지피고 있어.”
화르르르륵!!... 탁.. 타닥!..
한가득 쌓여있는 장작을 가리키며 반화가 말하자 롭스가 간단하게 입김으로 장작을 숯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러고 보면 맹이도 불, 삼이도 불, 롭스도 불이네? 순이도 불 쓸 수 있고...순이랑 령이가 투닥 거리는 게 그것 때문인가? 아닌데, 맹이가 쁘니를 얼마나 예뻐하는데..”
-냐아?
“아냐, 임마. 령이랑 사이좋게 좀 지내라고.”
휙!
반화의 말을 무시하는 녀석... 처음에는 분명 사이가 좋았었는데.
“쯧... 해골! 넌 뭐 먹을 수 있어?”
“흐음...뭐 하려면 불가능 한 거 아니지만 굳이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만?”
“그럼 구워.”
“...예.”
신나게 고기파티를 한창 즐기고 있을 쯤, 냄새를 맡은 야생 몬스터 놈들이 슬금슬금 주변으로 모여 들었다. 생태계를 망치지 않으려고 일부러 기운을 가렸더니...
-크르르...
“응?”
반화가 주변을 둘러싼 놈들을 살펴봤다. 늑대인 것 같은데...두발로 서있었다.
-아빠!!
“응? 왜?”
-쟤들...
맹이가 뭔가 기억하듯 녀석들을 봤다.
“음...맹이 너랑 같은 종족인가..?”
맹이를 처음 봤을 때 녀석의 부모와 가족들이 저런 모습이었다. 비록 다 죽어서 쓰러져 있었지만.
-아빠...내가 가서 얘기해도 되요?
“응? 말이 안 통할 건데?”
-그래도요.
“그래, 그럼...”
저들의 모습에서 부모를 찾은 걸까? 맹이가 저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저 녀석들도 자신들의 종족인 새끼가 다가오자 의아한 듯 멀뚱멀뚱 쳐다봤다.
잠시 후...
“...내 새끼 참 잘 컸네...”
-헤헤.
반화는 맹이 앞에 열 맞춰 나열한 녀석들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맹이는 말이 통하지 않자 무력과...또 무력으로 녀석들을 두들겨 얌전하게 만들어 버렸다...
“자, 배고파 보이니까 먹을 거나 줘.”
-응!
맹이는 같은 종족이라고 봐주는 게 없었다. 자신의 부모와 같은 종족이라고 해도 종족이 같은 거지 부모가 아니니까. 물론 녀석이 진짜 저러는 이유는 자기와 같은 종족인 녀석들이 죽지 않고 무사히 돌아가게 하려는 것이었다. 반화가 직접 나서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여기 일행 중 가장 약한 쁘니 조차 저들은 상대 할 수 없음을 알기에 다른 녀석들이 손을 과하게 쓰기 전에 미리 자신이 나선 것이었다.
-많이 먹어?
-크릉...
녀석들은 맹이의 눈치를 살피다가 이내 하나 둘 고기를 먹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부 조금씩만 먹고 따로 조금씩 챙겼다.
-? 왜 안 먹어?
따로 챙긴 고기를 뺏길까 전전긍긍하는 녀석들...
“맹아, 와서 쟤들 고기 더 줘.”
반화가 녀석들이 저러는 이유를 눈치 채고 고기를 더 챙겨 주었다. 분명 맹이와 같은 새끼들을 챙기려는 것이리라.
자신들도 배불리 먹고 새끼들 챙길 것도 두둑이 챙긴 녀석들은 맹이와 일행들에게 고마운 듯 인사하고 떠났다.
“잘했어 맹이야.”
-응!
생각이 깊은 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반화가 슬슬 야영을 준비했다. 그냥 별장에 돌아가서 잘까 했는데 이렇게 탁 트인 초원에서 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미리 챙긴 캠핑 컨테이너를 꺼내 설치했다.
“자! 자자!”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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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반화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아니, 해골씨는 아예 잠을 안 잤으니 두 번째로 일어났다.
“천년이나 잤는데 잠이 오진 않겠네.”
“허허허, 뭐 그렇지요.”
“애들 일어나려면 한참 남았으니까 할 것 하고 있어.”
“그럼 이 차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그러던지.”
반화가 의자에 늘어지듯 기대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음??”
멍하니 해가 뜨는 걸 구경하던 반화가 아주 약하게 풍기는 비린내에 인상을 썼다.
“뭐야? 어디서 피비린내가?”
그냥 비린내가 아니라 피에서 풍겨지는 비린내였다.
“해골!”
“예?”
“이 주변에서 뭐 잡았어? 달려드는 몬스터라든가?”
“밤새 주변에 몬스터는 오지 않았습니다. 식사 중에 왔던 그 녀석들을 제외하면.”
“그래? 그럼 누가 이렇게 비린내를 풍기는 거지?”
상쾌한 아침을 이렇게 망친 놈에게 짜증이 난 반화가 자리를 털고 일어나려가다 다시 앉았다.
“귀찮아... 냄새만 차단하지 뭐.”
주변에 결계를 펼쳐 냄새만 차단한 반화가 다시 의자에 늘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