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화-일루에나 #
120화
“오빠!!!”
“응? 뭐야? 너 왜 여기 있어?”
“어디 갔다가 오는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일하다 왔거든?”
“응? 오빠 백수 아니었어? 오빠가 무슨 일을 해?”
기습적인 팩트는 반화의 심장을 찔렀다.
“일...하거든?”
“웃기시네? 사고 쳤지?”
“...”
“쳤네, 쳤어. 에휴...”
“안 쳤어, 임마.”
“눈이나 돌리고 말하지?”
반화는 이 녀석이 어떻게 안 건지 몹시 궁금했다.
“그렇게 큰 사고는 아니야...어떻게 알았어?”
“민 대표님이 전화 했어.”
“회사를 옮기던가 해야지...”
“사고는 본인이 쳐 놓고 왜 그 사람 탓해?”
“응?”
반화가 묘한 얼굴로 명하를 쳐다봤다.
“뭐..뭐! 왜?”
“왜 너한테 연락을 했지? 부모님도 있고 누나도 있는데, 왜 하필 너일까...?”
“내, 내가 어떻게 알아!”
“흠...”
“암튼! 오면 연락해 달라고 했어.”
“그래, 가봐.”
후다닥 본가로 돌아가는 명하의 뒷모습을 빤히 보던 반화가 서둘러 민사장에게 전화했다.
뚜르르르ㅡ
>>반화씨!
<>예..?
<>큼...폴리 크랙에서 연락 와서요. 미국 게이트 안에서 갑자기 사라지셨다고. 그런데 지금 어디십니까?
<>...? 집이요? 미국에 있던 사람이 지금 집에 계신다고요?
<>어떻게요?
<>...네에..잘...에휴...미국에 정식으로 갔으면 올 때도 정식으로 오면 뭐 덧납니까?
<>다음부턴 생각 좀 해주세요...그쪽에서 난리입니다.
<>아! 아까 샌디 크랙씨가 한국에 들어온다고 연락했습니다.
<>하하하하...바쁘신 분이 시간 내서 오시는 거죠. 반.화.씨 때문에... 검을 그냥 두고 가셨다면서요? 그 몬스터랑.
<>끙...일단 뭐, 오기로 했으니까 저랑 같이 반화씨 댁으로 가도 되나요?
<>그럼...
어쩐지 점점 자신을 막 대하는 느낌인 민사장과의 통화를 끊고 반화가 새로운 식구를 탐색하고 있는 순이와 잉여 부부를 쳐다봤다. 퓰이 새로운 식구를 보고 묻는다.
“...저 괴물은 또 뭐고, 이 조그만 놈은 뭐지?”
괴물은 해골씨요, 조그만 놈은 롭스였다.
툭!
-냐아?
“으음...?”
자신을 툭툭 건드리는 순이를 본 해골씨...
“노에라, 설마 악마라는 게 이 아이인가? 내 머리에서 졸고 있는 녀석과 아주 닮았는데.”
실컷 놀고 졸고 있는 삼이와 닮은 순이. 노에라가 말한 그 악마가 아닐까 하고 물어 보니, 역시나.
“맞아, 아주 사악한 녀석이다!”
“으음...나도 감당 할 수 없는 힘을 품고 있군.”
“끄응... 해골씨도 못 당하는 거야?”
노에라가 실망한 눈치로 말했다.
“아마도.”
해골씨는 어떻게 저 몸에 저런 힘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반화야 아예 느껴지지 않아서 붙어보고 나서야 알았지만 은연중에 새어나오는 순이의 기세는...
“마스터시여, 혹시 저 아이도?”
“응? 아아, 어. 내가 힘을 좀 줬지.”
“조금...이 좀 과하군요.”
“으차! 아이고, 이 녀석 뱃살 봐.”
순이를 끌어안으며 뱃살을 조물거리는 반화, 순이가 꿈틀거리며 벗어나려고 한다.
-냐아아!
팡팡!!
“좀 움직여 임마. 매일 누워만 있지 말고, 령이 봐봐 얼마나 날씬해?”
-캬웅~
부빗부빗.
령이가 반화에게 다가와 애교를 부린다.
-냥!
팡!
휙!
반화의 머리를 솜방망이로 한 대 쥐어박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녀석. 감히 자신의 뱃살을 만지다니..
“저거 저거, 성질만 드러워서.. 쯧”
반화가 순이에게 맞은 머리를 긁적이며 투덜거렸다.
“...방금... 엄청난 힘으로 내려 친 것 같았는데?”
“일상이야, 해골씨 신경 쓰지 마.”
“...”
노에라의 말에 할 말을 잃은 해골씨. 저게 장난이라니. 자신도 잘못 맞으면 그냥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파워였는데...
“내가 왜 악마라고 하는지 알겠지?”
“크흠...조심해야겠군.”
해골씨마저 두려운 순이의 솜방망이... 그런 냥펀치를 맞고도 어디 모기가 달라붙은 듯 태연한 반화.
“괴물들의 세계에 갔다 오니 괴물이 되어 왔군...”
“해골씨도 그렇게 생각하지? 저 인간은 괴물이야.”
어울리듯 어울리지 않는 한 쌍이 반화를 보며 속닥거릴 때 기절했던 롭스가 깨어났다.
-뀨옹...?
“응? 일어났네. 덩치는 산만한 게 뭐가 그렇게 허약해?”
물론 지금 롭스는 매우 작은 녀석이 되었지만 원래 덩치를 생각하면 좀 엄살이 심하긴 했다.
-뀨오옹...
“...왜 또 기죽고 그래, 그 모습으로 그러니까 마음이 약해지잖아.”
작아진 롭스는...매우 귀여워졌다.
-응? 아빠 얘는 누구에요?
“얘? 그 덩치 큰 녀석 있었잖아. 멍청이.
-으음....아! 바보!
“그래, 걔.”
-뀨오오...
바보라니...이럴 거면 롭스라는 이름은 왜 지어 준 것인가.
-우음... 이리와.
꼬옥!
자기보다 작아진 롭스를 안아주는 맹이.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난장판이 된 녀석의 집이 생각난다.
“롱이는 또 엄마가 데리고 있는 건가? 랑이는?”
“용은 늘 해가 지면 온다. 그 나무 녀석도.”
“그래? 노에라, 롱이 오면 롭스녀석 영역에 가서 복구 좀 해줘.”
“...또 남의 집을 부순 거냐?”
“이번엔 내가 아니라고.”
“원인은 마스터겠지.”
“끄응...”
노에라의 말에 반박하지 못하는 반화, 귀찮다고 가까운 곳에 가는 게 아니었는데...
“암튼 부탁한다?”
“예이예이... 하라면 해야지 뭐.”
부들부들 거리는 주먹을 겨우겨우 참아낸 반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식구를 찾았다.
“쁘니, 림자, 덩치... 쁘니는 집안에 있고, 림자는 어디 갔어? 덩치는 살림을 차린 것 같네.”
행방을 알 수 없는 녀석은 림자 밖에 없었다. 림자는...
...
“으하하하!! 좋구나! 거친 맛이 있는 놈이야!”
녀석은 황소 앰블럼이 박힌 슈퍼카를 몰며 신나가 달리고 있었다...
“다음엔 말을 타볼까? 황소랑 다른 맛이 있겠지? 흐흐흐”
운전자도 없이 달리는 슈퍼카에 이 일대에는 괴상한 소문이 돌았다. 저주받은 슈퍼카들이 저녁에 나타난다고...
“흐흐흐흐”
...
“뭐 알아서 오겠지.”
림자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반화는 이내 신경을 껐다. 남들에게 들킬 녀석도 아니니 큰 걱정은 필요 없었다. 낮에는 명하나 아빠가 출근할 때 운전기사를 자처하는 녀석이니까.
“덩치 녀석은 살림을 차렸고, 용군주 그 양반은 어떻게 되지 그럼?”
용용이를 데리고 다닐 수 없게 된 용군주는 이제 더 이상 용군주가 아니니...
“뭐, 알아서 하겠지. 아! 넌 이름을 뭐라고 짓지...”
-크르르?
“으음...”
얌전히 앉아 있는 녀석을 보며 반화가 고민했다.
“그냥 개처럼 생겼으니까 멍이로 하자.”
-...?
“멍이...좋네 맹이, 멍이.”
-응?
“쟤 이름은 이제부터 멍이야. 모자란 녀석이니까 맹이가 잘 보살펴야 돼?”
-응!!
동생이 둘이나 생긴 맹이가 기쁜 듯 반화에게 뽀뽀를 마구 남발했다.
“그만...그만해, 이 녀석!”
-히히히! 아빠, 멍이 타고 놀러 갔다 와도 돼?
“음...늦었으니까 금방 와야 돼?”
-응! 멍아! 가자!
-크릉!
맹이가 롭스를 안고 멍이와 함께 별장으로 연결된 진을 통해 아틀란티스로 넘어갔다.
“으음...식구가 너무 많아 졌어.”
언제 이렇게 많아 진 건지...나갈 때 마다 집어오니 그 넓은 반화의 집이 복작복작해졌다.
“마스터!!!”
“응? 왜?”
“해골씨랑 파스한테 갔다 와도 돼?”
“응? 뭐 맘대로 해.”
“오예! 해골씨! 가자!”
“흐음... 그런 기술을 가진 인공지능이라...정말 궁금하군. 그럼 마스터 다녀오겠습니다.”
“아직 모르는 거라니까? 내가 기억이 없다고...아놔...”
반화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파스의 본체로 전송된 해골과 노에라...
“뭘 봐?”
“큼...아니다.”
괜히 잉여부부들에게 시비를 건다.
.
.
.
“끄으으...뭐야?”
“정신 좀 드는 건가?”
“뭐, 뭐야? 누구야!”
“우리? 보면 모르겠나?”
“?...!!”
“아는 것 같군.”
크러쉬 팀 리더가 눈앞의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은 자를 보며 경악했다. 가슴에 새겨진 저 마크는...
“일루에나!”
가슴에 붉은 색으로 새겨진 반으로 갈라진 태양은 분명 거대 테러단체 일루에나의 상징이었다. 테러단체가 어떻게 자신이 수감된 곳에 있는 건지 이해가 안 되는 찰나, 자신이 있는 곳이 구치소가 아닌 걸 깨닫는다.
“!!여긴?”
“무리 좀 했지. 큭. 알고 싶은 게 있는데...잘 협조하면 아무 문제없을 거야.”
...
“제단, 거기 있던 물건은 어디 있지?”
“!!! 그걸 어떻게!?”
“다 아는 수가 있지.”
“끄응...안타깝지만 나한테 없는 물건이라고.”
“그러니까 묻잖아. 어디 있냐고.”
“몰라. 우리도 순식간에 당해버려서...그 괴물 같은 것들에게.”
“괴물 같은 것이라...그 해골을 말하는 건가?”
“!!”
이번에 정말 놀란 크러쉬
“어떻게 ??”
“흐흐흐...그게 중요한가? 네 목숨이 지금까지 붙어 있는 이유가 뭘까?”
“...그, 그놈들이 가지고 있을 거야! 폴리 크랙!”
“흐음...역시 그 놈들이 가져갔나.”
두 후보 중 처리하기 쉬운 크러쉬부터 건드려 봤는데 검은 사내의 생각대로 안타깝지만 폴리 크랙 쪽에 넘어 간 것 같았다.
“일이 피곤하게 되었군. 폴리 크랙이라...”
“설마 그들을 건드리려는 건가? 일루에나라도 힘들 텐데?”
“그건 네가 알 것 없지. 그럼...”
“뭐..뭐야! 이, 이봐! 설마 아니지?..”
스윽... 저벅...저벅...
“사, 살려줘! 시키는 대로 다 할게!!! 끄아아아악!!!”
검은 사내가 사라진 후 크러쉬의 비명이 그 공간을 채운다.
“너 같은 쓰레기들과 우리가 같다고 생각했다면 매우 불쾌하지. 재활용도 안 되는 놈 따윈.”
자신들의 신념은 결코 저런 쓰레기들과 동급이 될 수 없다고 믿는 남자는 불쾌한 감정을 털어내고 새로운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
.
.
“이게 뭐지?”
“저들이 왜 납치를 당한 거지?”
샌디와 쥬가 항공기내에서 뉴스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구치소에 얌전히 있어야 할 인간들이 갑자기 납치를 당했고 시신으로 발견된다니...거기에 망나니는 납치 후 행방불명... 현재 미국은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구치소를 지키던 사람들은 모두 일루에나에 살해당했고, 수감된 사람들은 납치라니...
“미쳤군. 정부를 상대로 이딴 일을 벌이다니. 전면전을 해보자는 건가?”
그림자에 숨어 살던 녀석들이 왜 갑자기 이렇게 날뛰는 걸까... 능력자 범죄의 선봉인 일루에나, 자신들만의 종교로 세뇌된 놈들은 광신도중 광신도였고 자신들의 신념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하는 것 같은 녀석들이었지만 사실 그냥 그렇게 보이는 범죄조직일 뿐이었다. 세계적인 범죄조직이라고 해도 감히 미국을 상대로 이렇게 날뛰다니...
“샌디, 설마 저들이 우리 쪽에 스파이를 심어 뒀을까?”
“!!!”
쥬의 짐작대로라면...저들이 원하는 게 자신들에게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던전에 대한 걸 알고 있을까? 그래서 우리를 상대하려 한다고?”
“글쎄... 뭔가 확신이 있는 것 아닐까? 얻으면 양지로 나와도 괜찮을 물건을 알아냈다던가. 이미 힘을 얻었던가?”
“그럼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데...”
미친놈들이 힘을 가지면...미친 세상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