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119화 (120/295)

# 119화-일루에나 #

119화

“괴물들의 세계라고?”

“예.”

“역시 여기서 그쪽으로 넘어 온 놈이 있었네. 근데 다른 세계에서 온 인간이니까...설마 그 놈 인가?”

검을 가지고 다녔던 녀석.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후 , 복수를 끝내고서 삶을 포기해 버린 녀석...그녀석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틀란티스와 다른 세계에서 온 놈이었지만 여길 들렀다가 왔을 수도 있으니까.

“마스터에게는 인간 스승이 있었습니다. 외팔의 남자였죠. 그 인간은 힘에 미친 자였습니다.”

“외팔...힘에 미쳤다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분명 최근에 들어 본 내용인 것 같았다.

“음...아! 엘프녀석이 말했던 것 같네.”

“마스터의 스승이라는 자는 힘에 미쳐있는 자였습니다. 그리고 마스터는 더 힘에 미친 자였죠. 그러다 스승이라는 자가 공간을 찢어 그 속을 들여다봤다고 합니다.”

“호오...공간을 찢을 정도의 실력이라... 그녀석도 그 괴물세계를 간 건가?”

“아닙니다. 그 자는 공간을 찢었을 뿐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쯧...”

반화가 혀를 찼다. 힘에 미쳤다면서 겨우 두려움 때문에 그곳으로 가는 걸 포기하다니. 물론 포기 할 만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반화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강한 놈과의 전투를 마다한 다라...

“수명이 얼마 남지 않기도 했고 남아 있는 제자가 걱정되기도 해서 그렇다고는 했지만 마스터가 보기엔 겁을 먹은 것 같았다고 합니다. 결국 스승은 이 세상에서 생을 마감하고 마스터 혼자 남았을 때, 마스터는 마침내 스스로 공간을 찢고 저를 두고 그곳으로 갔습니다. 저도... 공간 사이로 느껴지는 그 흉악함! 그 공포스러운 기운에 차마 따라 넘어가지 못하고 여기 이렇게 마스터가 다시 돌아오기만 기다렸죠...”

“떠난 사람을 왜 기다려?”

“글쎄요...그는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만든 존재니까... 그리고 언젠가 살아 있다면 한번은 찾아오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마스터의 생사를 알 수 없이 시간은 흘러갔고 저는 잠에 들었습니다. 언젠가 마스터가 오면 깨어날 수 있게 그 스승의 검에 마법을 걸어두고...”

해골씨의 말은 퍽 슬픈 이야기인 것 같았지만 반화에게 그렇게 와 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근데 왜 나를 자꾸 마스터라는 거야? 단순히 생긴 것 때문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인간들이 존재하는지 알잖아?”

“그 기운...겉으로만 단순히 흉악한 것이 아니라 속에 잔잔하며 악귀같이 독한 기운을 꼭꼭 숨겨둔 그 기운은 마스터의 기운과 똑같습니다. 물론 힘의 차이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내 기운과 같다라...”

반화의 기운은 그의 힘에 대한 탐욕으로 만들어진 아주 괴상한 기운이라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운이었는데.. 비슷하다니,

“착각 아냐?”

“아닙니다. 그 기운 때문에 제가 태어났으니까요. 그 힘에 대한 탐욕으로!”

“흐음...”

분명 저 녀석의 말을 들으면 자신 같기도 한데...기억이 전혀 없으니...

“일단 생각 좀 해봐야겠어. 내가 괴물들하고 싸웠던 기억은 생생한데 그 전은 지워진 것 같단 말이지.”

힘을 소화하는 과정에서의 부작용이었다. 사실 괴물들의 세계에서 일도 초창기 때의 일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 정도야 기다릴 수 있습니다.”

“뭐, 그러던지?”

반화가 시큰둥하게 대답하고 공간 왜곡을 풀었다. 더 싸워보고 싶긴 했지만 녀석의 반응으로 보아 흥이 나질 않을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얘기를 들어보니 괜히 찝찝하고 미안해서 저 불쌍한 해골 몰골을 때리기는 좀 그랬다.

“끙...롭스 녀석한테 뭐라고 하지.”

반화가 주위를 살펴보며 머리를 감쌌다. 아주 깨끗하게 공간이 증발해 있었기에, 롭스 녀석의 울상이 절로 떠올랐다.

“어쩔 수 없네... 집으로 데려가야지. 식구가 ...너무 늘어났어..젠장.”

“무슨 문제라도?”

“임마, 니가(?) 여기 다 날려서 그렇잖아.”

“상대가 되지 않을 것 같아도 발악은 하라고 마스터께서 알려주신 겁니다.”

“...거, 새끼.. 나랑 마음이 참 잘 맞을 것 같긴 한데...젠장..”

아직 자신이 녀석의 마스터라는 게 확실하지 않지만, 녀석의 반듯한 태도 때문에 할 말이 없어졌다.

스윽..

왜곡된 공간을 원래대로 돌리니 딱 그 공간만 증발되어 땜빵이 생겨 장소가 더 괴상해 보였다.

“일단...먼저 돌아가 봐. 노에라 어디 있는지 알겠지?”

“예.”

“끙...”

갑자기 변한 녀석의 말투에 반화가 시름을 앓았다. 괜히 헛된 녀석의 희망이 아닐까싶어 말리고 싶었지만 지가 그러겠다는데...

“가봐, 나도 곧 갈게.”

슥..

말을 마친 반화가 먼저 사라지고 해골씨도 노에라의 기운을 찾아 움직였다.

...

-꾸어어엉....

“미안해. 임마...내가 그런 건 아니야.”

-꾸어어어어어어....

“아으...알았어.. 일단 롱이랑 노에라한테 복구 시키라고 할 테니까 당분간 우리 집에 가자.”

-꾸어엉?

롭스가 무슨 개소리인가 하고 반화를 봤다.

“눈빛이 좀 그렇다?”

-꾸어어어어엉.....

반화의 말에 다시 증발된 자신의 집을 보며 우는 녀석.

“아아, 알았어. 지금 상태로는 크기가 크니까 작게 해서 갈 거야. 알겠지?”

-...?

어떻게...

-꾸어어어어!!!!

우드드득...우득!!!

당황스러운 비명을 지르는 롭스. 자신의 몸이 제멋대로 압축되며 줄어들고 있었다.

“특별히 내가 아프지 않게 해준다. 이거 얼마나 귀찮은 지 알아?”

반화가 생색을 내며 촉수처럼 뻗은 검은 기운으로 롭스를 제멋대로 압축 시켰다. 섬세하게 압축시켜 고통은 없지만 자신의 몸이 제멋대로 구겨지는 그로테스한 경험에 롭스녀석은...

-꾸어어어어어어!!! 꼴까닥..

“...이 자식은 뭐만 하면 기절이네. 덩치는 제일 큰 게.”

눈을 뒤집고 기절한 녀석을 황당하게 바라보는 반화. 아무래도 지난번에 기절한 것도 그냥 녀석이 허약해서 그런 것일 수도...그래도 하던 과정은 쉬지 않고 계속 해서 녀석을 거의 순이 정도의 크기로 줄여버렸다.

“이렇게 보니 귀엽네. 이게 훨씬 좋은데? 그냥 이대로 내버려둘까?”

자신의 작품을 만족스러운 눈으로 본 반화가 녀석을 집어 들고 사라진다.

.

.

.

“...?마스터 얜 또 뭔가?”

“롭스.”

“어엉? 그 덩치 큰놈...? 왜 이렇게 작아 졌어?”

노에라가 뭔가 들고 온 반화를 보며 묻자 반화가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다.

“작게 했으니까 작지.”

“아~그렇구나, 당연히 작게 했으니까 작아....!!!?? 뭔 개소리야!”

“뭐? 개소리?”

“아니, 그게 아니라...”

“좀 풀어 줬더니 이자식이.”

“으아아아아! 해, 해골씨!”

“허허허허...여전하구나. 그 깐족임은.”

안타깝게도 해골씨는 노에라의 방패가 되어 주지 못했고, 녀석은 뒷통수에 혹을 하나 달았다. 이젠 없으면 이상할 정도로 익숙한 모습이었다.

“끄응...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대판 싸운 거 아냐? 누가 이겼어? 왜 둘 다 멀쩡해?”

내심 해골씨가 이겼길 바라지만 반화가 당하는 모습은 상상되지 않았기에... 노에라가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쟤가 나보고 자기 마스터래.”

“???”

“왜 그런 눈으로 봐?”

“마스터면 마스터지 마스터래는 뭐야?”

“나는 기억이 안 나니까.”

“헐...진짜 양아치...큼...아니 나쁜 거 아냐? 이렇게 기다리는 존재가 있는데 홀랑 까먹고 말이야!”

큰소리를 치긴 했지만 해골씨 뒤에서 눈치를 보는 노에라.

“...내가 까먹은 건지, 쟤가 잘못 기억한 건지 몰라서 봐준다.”

“무조건 마스터 잘못이다! 내가 장담...꾸잉...”

“1절만 하면 될 것을...쯧쯧.”

해골씨가 2단 혹을 단 노에라를 보며 안타깝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느낌으로는 그저 그 모습을 귀여워 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툭툭

“응?”

-뼈다귀...

“...!!”

콱!! 우물...우물... 퉷!

“맹아...”

-힝...맛없쪄.

“그걸 왜 먹어...”

-뼈라서?

뜬금없이 해골씨의 튼실한 종아리뼈를 씹어 본 맹이가 이내 맛이 없다는 듯 혀를 내밀었다. 반화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지만 해골씨 자신이 더욱 황당했다. 저 조그만 녀석이 다가오는 것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다리를 맛보게 하다니...

“지지야, 그런 거(?) 먹는 거 아니야... 내가 맛있는 거 매일 주잖아.”

-히히히..그냥 장난친 건데요...?

이 자리의 모든 이들이 저 말이 거짓이라는데 손모가지를 걸 수 있었다. 맹이는 거짓말을 하는데 정말 재주가 없었다. 표정에 다 티가 났으니까

“에휴... 배고파?”

-응!!

파닥파닥! 덥석!

-아빠, 나두!

삼이가 짧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해골씨의 머리 위에 자리 잡고 반화에게 말했다.

“끄응... 친화력이 아주 좋은 아이들이구나...”

“뻔뻔한 거지... 그 악마는 더해.”

“악마?”

해골씨가 머리에 달라붙은 삼이를 쓰다듬으며 옆에서 자리를 뺏긴 노에라가 분하다는 듯 하는 말에 물었다.

“있어. 해골씨 머리 위에 있는 녀석하고 비슷하게 생긴... 으어, 하지 마! 이 자식아!”

-쥐!

“난 장난감이 아니라고!! 이 자식!”

노에라가 앞발을 뻗어 자신을 잡으려는 삼이를 피해 요리조리 피하며 날아 다녔다.

“흐음...마스터의 취향이 많이 바뀌었나 보군. 그때는 온통 뼈다귀 밖에 몰랐는데.”

“? 뼈다귀를 좋아했다고? 내가?”

“예.”

“에이...중2병도 아니고 내가 뼈다귀를 왜 좋아해?”

“생각 없어 보여 부려먹기 편하다고 했습니다.”

“...”

“그거 딱 마스터 스타일이네.”

“시끄러, 임마.”

삼이의 손길을 요리조리 피하면서도 깐족거리는 노에라.

“제가 지금 이 모습을 한 이유도 마스터의 이미지화가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작은 탐욕의 기운에 불과했던 나에게 힘을 주고 태어나게 해준 마스터의 바람대로 이런 모습이 되었지요. 지금은 힘보다 지식에 탐욕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부려먹을 부하가 필요했나 보네. 으댜댜!?”

깐족이다가 결국 삼이의 손에 잡힌 노에라.

“놔, 이 자식아!”

-쪼끄만 게 아빠한테 그러면 안 돼!

‘잘한다, 내 새끼.’

반화가 속으로 삼이를 칭찬했다.

“물지 마! 어린 노무 괭이가! 으아악!”

.

.

.

“아직 연락 없어?”

“후우...응. 없어.”

“그럼 난 한국에 가있을 게! 혹시나 여기로 오면 연락 줘!”

“기다려, 쥬!”

급하게 나가려는 쥬를 붙은 샌디 크랙.

“왜?”

“그 몬스터의 검이 우리한테 있어. 그걸 지킬 사람이 필요해. 만약 그 몬스터가 왔을 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어. 너에게만 마음을 줬으니까.”

“...그 검, 내가 가지고 한국으로 갈게.”

“뭐!?”

“어차피 같이 사라졌잖아?”

“한국에 같이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잖아. 그러다 잃어버리기라도 하면?”

“걱정 마, 내 감으로는 검을 가지고 한국으로 가는 것에 아무런 문제없어.”

“사실이야?”

“응!”

쥬의 감이라는 건 능력과 연결된 것이라 마냥 무시할 수 없는 샌디 크랙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보내주기로 했다.

“그럼 나도 같이 가.”

“응? 샌디, 넌 왜?”

“그 사람...분명 갈 때 보기로 했으면서 그냥 갔어!”

“그 사람...? 아... 몬스터 군주?”

“어.”

결국 둘 다 한국으로 떠나기로 하고 검이 있는 비밀 섹터로 이동했다.

...

“오셨습니까?”

“네, 그 녀석들은 어때요?”

“저희의 말을 잘 듣고 있습니다. 신기하게도요.”

“음...다행이네요.”

“아! 그리고 말할게 있었는데...”

“?”

“그룹 내 스파이가 또 들어 온 것 같습니다.”

“!!!”

“던전에 대한 정보를 에릭이 알고 있더군요.”

“이런! 그렇게 솎아 냈는데...”

“어쩔 수 없지요... 그룹이 갑자기 커지면서 관리가 완벽하진 않았으니까요.”

“후우...비밀 섹터도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샌디 크랙이 머리가 아파오는 듯 인상을 썼다.

“일단 검은 제가 가지고 가죠. 혹시 모르니까 섹터를 옮길 준비 해주세요.”

“예.”

쥬와 샌디가 검이 보관된 상자를 들고 섹터를 벗어나고, 팀장은 섹터를 비울 준비를 시작했다.

“그 몬스터에 대한 정보는 다 파기하고, 필요한 것만 챙겨! 나머지는 다 여기서 처리하고 간다.”

“예!”

.

.

.

크러쉬 팀과 에릭이 수용된 구치소.

콰아아앙!!!!

왜에에에에에엥~~!!!

폭발음과 동시에 싸이렌이 울린다.

“뭐야!”

“C구역이 뚫렸습니다!”

“젠장, 어떤 놈들이야! 어서 방어인원 투입해!”

“예!...커억!!”

퍽!!!

퍽!!

뚝...뚝...

“키킥! 정리 했어!”

“어디 있지?”

“C구역.”

“확실한 정보는 맞지? 그 아티펙트에 엄청난 힘이 있을 거라는 거.”

“위에서 알려 준 정보니까 거의? 아니면 뭐 이렇게 피를 본 걸로 만족하지.”

저벅...저벅...

피로 흥건해진 바닥을 아무렇지 않게 검은 복면을 한 자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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