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4화-해골씨 #
114화
“...그러고 보니 어떻게 알았지?”
“파스한테 물어 봤지.”
“!!!! 내가 전에 물어 봤는데! 마스터가 혹시 나 찾았냐고...이 배신자!”
꽁!
“시끄러 임마. 실컷 놀아 놓고 누굴 탓하는 거야?”
-누굴 탓하는 거야!
-맞아 맞아!
얄미운 시누이들...
“으으으...얘는 또 뭔데?”
노에라가 삼이와 맹이가 타고 있는 몬스터를 보고 물었다.
“얘? 자가용.”
“...? 딱 봐도 지배자급인데?”
“그래서 골랐지. 아님 벌써 고기가 되었겠지.”
몬스터는 어떡해서든 힘을 키운 자기 자신에게 고마워했다. 다행히 이 힘 때문에 고기가 되어 뱃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으니까.
“에휴... 그건 그렇고 일행은 뭐야? 혼자 온 거 아니었어?”
“온 김에 안내 좀 받았지. 여긴 파스가 관할할 수 있는 지역이 아니거든? 음, 저기 오네.”
반화가 멀리서 달려오는 차량을 보고 말했다. 그러자 노에라의 일행은 당황했다. 몬스터 군주가 있는 것도 난감한데 거기에 라에노가 그 사람과 알고 있는 사이이며, 일행까지 있다니...이러면 그들의 계획이 전면 수정되어야 했다.
“쟤들은 뭐야? 그때 말한 놈들이야?”
“엉, 던전을 발견 했다는 애들인데 지금 막 그리고 가고 있었다고...나 안 놀았어...”
“영 기질이 좋아 보이진 않은데? 사기 당한 거 아냐?”
반화가 썩 좋지 않는 기운을 풍기는 놈들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응? 이건 또 뭐야? 니들이 주웠네?”
“뭘?”
뜬금없는 반화의 말에 노에라가 되물었다.
“저기 뒤에 실은 거, 거지새끼 맞지?”
“어!? 아는 놈이야?...설마, 뭐 친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해놓은 짓이 있는지라 눈치를 보는 노에라. 그러나 근묵자흑이라고 노에라가 한 짓에 비하면 반화가 한 짓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쓰레기 버릴 때가 없어서 그냥 적당한데 버리라고 했더니 여기다 버렸네. 잘 주웠어. 재활용도 안 되는데, 자연환경만 파괴되지.”
‘저기요...? 저 불타고 있는 초원은?’
노에라는 차마 입으로는 내뱉지 못한 말을 꿀꺽 삼켰다.
“저...라에노? 저 사람, 몬스터 군주 맞아?”
“응? 아아~ 마스터를 부르는 별명이 몬스터 군주였지? 맞아.”
“진짜구나...어떻게 아는 사이...어!? 저 마크는?”
그때 달려오는 차량의 앞에 새겨진 마크를 본 남자가 뭔가 아는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
“폴리 크랙! 저들이랑 같이 온 거라고??”
아무래도 일이 아주 많이 꼬인 것 같았다.
“리더...? 도망가야 하지 않아? 우리가 훔친 이거, 들키면 바로 끝장인데?”
그들이 몰래 훔친 마나제어 아티펙트를 폴리크랙 사람이라면 눈치를 챌지 몰랐다.
“여기서 몸 빼는 게 더 이상해. 일단 있어봐. 더 자연스러운 방법을 찾아 봐야지.”
자기들끼리 속삭인다고 속삭였지만 반화와 노에라의 귀에는 또렷이 들렸다.
“쟤들은 뭐냐?”
“나 속여 먹으려고 하는 놈들이야. 적당히 놀아주다가 던전 위치만 알아내면 끝내려고 했어.”
“그래? 던전이 설마 안개로 쌓인 그런 던전은 아니겠지?”
“어어!!? 어떻게? 이건 파스한테도 안 알려 줬는데?!”
“쯧...하루면 알 수 있는 걸, 시간을 얼마나 투자한 거야? 거기에 사기나 당하고 있고.”
“아직 사기는 안 당했는데..”
“시끄러 임마. 넌 이번 일 끝나면 집으로 들어와.”
반화의 말에 시무룩해진 노에라.
“반화님!! 여기 계셨군요. 안 오셔서 찾았습니다.”
“아~ 기다리라고 했네요. 아는 녀석을 만나서요.”
“?아는 사람이요? 하긴 이쪽으로는 사람들이 꽤 이용하는 길이니까. 안녕하십니까, 폴리 크랙팀을 이끌고 있는 사람입니다.”
“노에라다.”
꽁!
“...”
노에라의 반말에 반화가 무의식적으로 꿀밤을 날렸다. 원래 모든 존재에게 반말을 하는 녀석인 걸 깜빡한 것이다. 심지어 자신한테도 맞으면서도 반말하는 녀석인데.
“미안, 깜빡했어.”
“괜찮다. 맞아도 본체가 아니라 많이 안 아프다.”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노에라는 아픈 척을 했었던 것이었다.
“이쪽은 ?”
“아 저희는 팀 크러쉬입니다.”
“크러쉬 팀이라...꽤 유명하신 팀이 군요?”
“하하하, 뭐 폴리 크랙 1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서로 금칠을 한 그들은 이내 반화와 노에라에게 시선을 던졌다. 어떻게 할 것인지 묻기 위해서.
“흠...보니까 둘 다 목적지가 같은 데 같이 갈까? 아님 포기할래? 어차피 그쪽은 능력이 부족해 보이는데?”
“네?...설마 던전을 얘기 한 거냐. 라에노?!”
“아니다, 난 말 안했는데 알고 있었다.”
그때 폴리 크랙 팀장이 이야기를 듣다가 나섰다.
“그 던전이라는 거 안개가 끼여 있는 곳에 있는 것 맞습니까?”
“어떻게!!?”
“안타깝지만 우리가 먼저 선점해서 발굴하고 있는 곳입니다.”
“!!”
믿을 수 없다는 듯 팀 크러쉬의 사람들이 두 눈을 부릅떴다.
“허...한탕하려나 싶었는데...어쩔 수 없지요.”
예상외로 쉽게 포기하는 팀 크러쉬.
“저희는 그럼 돌아가 보겠습니다. 지금 낙오자도 있고...”
“그러지 말고 같이 가지? 경험이나 해보라고?”
슬쩍 빠져나가려는 팀 크러쉬를 불러 세운 반화.
“하하하...그럼 너무 민폐가 아닐..”
-크르르..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낮은 울음소리를 내는 몬스터의 기세에 팀 크러쉬의 리더가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니까 그냥 같이 가자.”
“어...그러니까...”
“가자. 괜찮아.”
라에노로 알고 있는 노에라까지 가세하자 여기서 빼면 이상해지는 모양새였다.
“폴리 크랙팀에게 누가 될...”
“저희는 상관없습니다.”
이미 취할 건 다 취했기 때문에 그들도 상관없었다. 그들은 오히려 반화와의 관계유지가 중요했다. 순식간에 지배자급 몬스터를 테이밍하는 것까지 구경했으니 손해 볼 것도 없었다.
“끄응...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저희 실력이 부족해서...”
“걱정 마세요, 여기서 가는 길은 그리 위험하지 않습니다. 숨겨져 있어서 그렇지. 그쪽이 발견한 루트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예...”
결국 다 같이 가게 되었다. 그리고 팀 크러쉬의 차량에 아직도 기절한 채 실려 있는 망나니 에릭까지...
-출발!!
몬스터의 머리 위에서 신난 아이들과 함께 출발한 일행들.
“쯧쯧, 너도 운이 없구나. 어쩌다 이 모양이 된 거야?”
노에라가 아이들을 싣고 있는 녀석을 동정했다. 저 심정은 누구보다 절실하게 공감 했으니까.
“니 운도 그렇게 좋진 않아. 조금만 빨리 던전에 갔으면 나한테 할 변명이 생겼을 텐데.”
“췟!”
“그딴 모습으로 귀여운 척하지마, 짜증나니까.”
반화가 젊은 외국 남성의 모습을 한 노에라를 보며 짜증을 냈다. 생체 기간트라 때려도 안 아프니 더 짜증났다.
.
.
.
스아아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안개가 뿌려진 협곡에 도착한 일행.
“음...기운이 장난 아닌데? 이 정도면, 크라센도 만만히 볼 수 없을 정도인데?”
반화가 협곡에서 느껴지는 기운에 놀랍다는 듯 말했다.
“크라센? 그 고대 지배자를 말하는 거야? 그 정도라고?”
“어, 몬스터한테서 나온 건 아닌 것 같은데.”
“?”
“물건에서 나오고 있어. 좋은데?”
“으음...이게 좋다고? 이렇게 지독한 기운이? 음...해골씨의 느낌도 조금 나고.”
노에라는 물론 지배자급 몬스터도 꺼림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삼이와 맹이는 오히려 기분이 좋아 진 듯했다.
-우아아~~시원해!
-좋다! 아빠! 기분 좋아요!!
어딘가 신난 녀석들의 모습은 노에라와 비교가 되었다. 그리고 인간들은...
“안개가 정말 지독하네...여기 어떻게 발굴 했습니까?”
“천천히 바닥에 표시해두면서 했죠.”
“아~ 그런 방법이! 역시 폴리 크랙 1팀!”
괜히 아부성 멘트를 남발하는 크러쉬의 리더.
“반화님! 여기서부터는 저희가 안내를 하겠습니다.”
“그러세요.”
폴리크랙이 앞장서고 반화 일행이 뒤따른다. 그리고 마지못한 모습의 팀 크러쉬가 뒤따르는데..
“리더, 이거 생고생만 하고 얻는 건 없는 거 아뇨?”
“조용히 해. 이대로 그냥 저들과 인연을 쌓는 것도 나쁘진 않아.”
“음...그것도 그렇군요.”
계획과는 너무 달라졌지만 그렇다고 아예 나쁜 상황은 아니었다. 그들의 계획을 들키지만 않고 이대로 그냥 마무리 되면 저들과 인맥을 형성할 기회가 생길 수 있으니까.
.
.
.
“흐음...저건가?”
“네, 저 건물이 바로 그 몬스터가 나왔던 곳입니다. 안에는 뭐, 별거 없습니다.”
“그런가요, 노에라. 어때?”
“...”
반화의 말에도 대답이 없는 노에라. 흔들리는 눈으로 건물만 뚫어져라 봤다. 그 반응에 반화는 드디어 해골이라는 놈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에라가 저렇게 감정을 드러낸 적은 정말 과거 그가 녀석을 압박했을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었다.
“맞나 보네.”
“?”
반화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팀장은 의아할 뿐이었다. 뭐가 맞다는 건지..
“해골씨...”
“쯧, 들어가면 더 놀랄걸?
“?? 안에 들어가 봤어?”
“아니, 이제 들어가 보는 건데?”
“그런데 어떻게 알아? 놀랄지 안 놀랄지? 해골씨 집은 별거 없는데?”
노에라와 반화의 대화에 팀장이 이상한 듯 끼어들었다.
“어...저기? 저 던전을 아시는 건가요?”
“아는 ...읍!?”
반화가 아는 사이라고 말하려는 노에라의 입을 틀어막고 문을 연다.
“멍청하게 니가 뭘 아는 사이야?”
“!!”
그제야 실수 할 뻔한 걸 눈치 챈 모양이다.
-우아아앙~!
삼이가 신난 건지 해골씨의 집으로 추정 되는 던전을 마구 뛰어 다녔다.
“흐음...진짜 별거 없네.”
외곽의 성은 굉장히 크고 튼튼한 것에 비해 그 안의 건물은 별거 없었다. 그냥 대부분 텅텅 비어있는 방이고 중앙 로비에 제단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음...저 검에서 나오는 기운이네? 해골이 검을 쓰나?”
“아니, 저건 해골씨의 마스터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라고 들었어. 이걸 또 보게 되다니...”
해골씨가 잠에 들고 오랜 시간 떠돌던 노에라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응? 그런데...해골씨가 없어???”
제단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옥좌에서 잠들었던 해골씨였는데 없었다.
“내가 놀랄 거라고 했지?”
“어떻게 알았어!? 해골씨 지금 어디 있어? 설마 마스터가???”
잔뜩 흥분한 노에라가 급기야 반화에게 달라붙어 추궁했다. 그러나 그런 어리광을 받아 줄 반화가 아니었다. 아니 진짜 노에라의 모습이었으면 귀여워서라도 봐줬을 수 있지만 지금 모습으로는 아니었다.
퍽!
“이 자식이 징그럽게 어딜 달라붙어?”
“꾸잉...”
뒤통수를 쓰다듬으며 정신을 차린 노에라.
“내가 안 그랬어, 임마. 자기발로 걸어 나갔대.”
“??해골씨가 깨어났어?”
“어.”
“그..그럼 지금 어디에 있어? 왜 깨어났지? 설마 인간들이 제단을 건드린 건가?”
과거 해골씨는 제단을 건드렸다는 이유로 제국을 멸망시킨 적 있을 정도로 제단을 아꼈다. 또 다시 인간들로 인해 깨어났다면 아마 제단 때문일 가능성이 다분하기에 노에라가 급하게 물었다.
괜히 해골씨가 인간들에게 보복한다고 했다가 이 미친 마스터랑 붙게 된다면...결과는 알 수 없지만 둘 중 하나는 분명 멀쩡할 수 없을 것이다.
“아니, 자기 발로 그냥 걸어갔다니까?”
“그게 무슨 말이야? 해골씨는 절대 스스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는데?”
“알게 뭐야?”
“...”
정말 그런 건 관심 없는 반화. 지금 그의 관심은 제단의 검에 있었다.
“흐음...아까도 느꼈지만 익숙하단 말이지. 뭐지? 설마 그곳으로 넘어 온 인간이 쓴 검인가? 내가 검 쓰는 인간을 몇 번 만났었지..?”
반화는 아틀란티스에서 넘어 온 존재가 인간이라면 아마 저 검을 쓴 인간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검에 저 정도로 사나운 기세가 담겨 있다면 아마 호전적인 인간이었을 테고 괴물들의 세계에 호기심이 생겼을 테니까...
“반화님, 저 검은 그 몬스터가 절대 건드리지 말아달라고 해서...”
“음? 아아, 그냥 보기만 할 거예요. 딱히 가지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그가 가진 검 중에 저것 보다 떨어지는 건 없었다. 맹이가 가진 검과 비슷하거나 조금 좋은 정도에 불과했기에 굳이 욕심 낼 필요가 없었기에 반화는 팀장을 안심 시켰다. 애초에 그는 딱히 검을 즐겨 쓰지도 않았다.
“지금 몬스터가 ‘저 검을 건드리지 마라.’ 라고 했다고? 혹시 그 몬스터 인간의 해골모양이야?”
“어...그걸 어떻게?”
유출된 적 없는 몬스터의 정보를 어떻게 반화의 일행이 알고 있는 것일까? 팀장은 혼란스러웠다.
“오오오...진짜 해골씨가 깨어났구나! 지금 어디 있어!?”
“저희가 잘 모시고 있습니다만?...”
“마스터!!! 빨리!! 해골씨 보러 가자!!”
“니가 삼이랑 맹이도 아니고 뭘 그렇게 보채? 깨어났으면 언젠가 보겠지.”
“...지금 보면 안 될까?”
노에라에게 해골은 거의 형제, 부모와 같았다. 녀석이 태어났을 때 거둬 키우고 이름까지 지어 준 존재가 해골씨였다.
“쯧...그 몬스터 좀 볼 수 있어요?”
“어...그건 제게 권한이 없어서. 나가서 대표님께 한번 물어보겠습니다. 근데 그 몬스터는 책 외에는 관심이 없어서..”
“역시! 해골씨는 그렇게 오래 자다 일어났는데도 책을 보는 구나?”
“예?..아, 예.”
계속 몬스터와 친한 것처럼 말하는 노에라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은 팀장.
‘저 사람이 어떻게 그 몬스터를 알고 있는 거지? 분명 우리가 처음 발견했는데...’
“뭐, 더 볼 것도 없는데 이만 돌아갈까? 여기서 게이트로 가려면 얼마나 걸려요?”
파스가 있었으면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정보였는데, 은근히 귀찮았다. 그렇다고 자신의 능력을 쓰자니 그건 더 귀찮으니..
“음...여기서 차로 이동하면 아마 하루 꼬박 걸릴 겁니다.”
“그래? 음...그럼 여기서 그냥 자고 가는 게 낫겠네요?”
“네, 아침 일찍 출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날도 어두워진 것 같고.”
“노에라. 하루만 더 참아.”
“끄응...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