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2화-잡았다 요놈! #
112화
라에노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지만 어쨌든 지배자급이 있었던 것은 맞았다. 삼이라는...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사람들이 이상한 듯 라에노를 보자 그제야 생각에서 빠져나온 그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밥은?”
“응? 아, 준비하고 있지.”
“그래? 좀 맛있게 좀 해달라고. 그 스프는 끔찍해.”
“하하하, 이런데서 그것도 호화로운 거라고. 보통 그냥 전투식량을 까먹으니까.”
“쯧쯧.”
일상이라는 듯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라에노는 고개를 저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저들은 또 그 맛도 밍밍한 스프를 먹고 있을 테니까.
“시끄럽고, 그냥 고기나 굽자.”
“밤인데 고기를 굽자고? 야수형 몬스터들이 개떼처럼 달려들 거라고, 좀 참아줘.”
“걱정 말고 구워. 나만 믿으라고.”
“으음...알았어.”
라에노의 말에 불안하지만 이번에 잡은 몬스터 고기를 썰어 바로 굽는다. 막상 굽기 시작하자 다들 군침을 흘리며 고기 앞으로 가까이 붙어 익기만을 기다린다.
“근데 그 던전 진짜 안개로 쌓여 있는 거 맞아?”
라에노가 문득 생각난 듯 묻는다.
“그럼~. 내가 정확히 봤어. 길을 잃고 운무 속을 헤매고 있었는데 그 속에 무슨 건물 같은 게 있더라고? 그래서 들어가려다가 무서워서 그냥 포기했지.”
“그렇단 말이지? 그럼 나랑 같이 가는 게 어때?”
“음...던전이 그렇게 쉬운 건 아니라서...”
“뭐야, 지금 날 못 믿는 거야?”
“아...아니, 그건 아니고...”
“호오? 그럼 지금 나랑 좀 나눠 먹자는 거야? 뭐, 아티팩트 하나 정도는 안내비로 줄게.”
“...하나?”
라에노의 말에 던전을 봤다는 남자의 인상이 구겨진다.
“? 포기한 던전을 안내만 해주면 아티팩트가 생기는데 왜? 부족해?”
“크흠... 하나는 조금 그렇지 않아? 그냥 퍼센트로 떼어주는 게...”
“흐음...아무래도 내가 좀 만만히 보였나봐??”
남자의 말에 라에노의 기운이 달라진다.
스스스스ㅡ
“어어어!! 자...잠깐만!!”
“말해봐.”
“안내 할게! 해주면 되잖아! 으윽...”
스윽..
남자의 말을 듣고 나서야 기운을 거둔 라에노.
“너무 욕심 부리지 말라고? 그냥 그 앞까지 안내만 해주면 되는 걸?”
“알았어...”
라에노가 강한 건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은 몰랐던 남자는 식겁했다. 겨우 욕심을 버리고 포기한 척한 뒤 남자가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눈빛을 교환했다.
‘흐음?’
그 모습을 라에노가 보기 못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라에노는 사람들의 기질을 읽어 대충 무슨 생각인지 금세 알아차렸다. 하지만 티내지 않고 다 익은 고기를 잘라 한입 베어 문다.
“으음~ 좋네. 역시 고기는 이 맛이지. 니들도 먹어?”
“어..어, 그래.”
라에노가 그의 눈치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하며 먹으라고 하자 다들 익은 고기를 잘라 베어 문다.
“오!! 역시...몬스터 고기는 맛있다니까?”
“그러니까. 잡내도 없고, 기름기도 없으면서 부드럽고!”
그들이 고기 맛에 감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주변이 소란스러워진다.
-크르르르...
-크르르
“!!! 모..몬스터다!!”
누군가 몬스터의 울음소리를 듣고 소리쳤다.
“다들 그냥 있어. 내가 처리하지.”
“어?”
아무렇지 않게 일어난 라에노가 고기를 베어 물며 천천히 울음소리가 있는 쪽으로 걸어간다.
“어?! 무기도 안 들고?”
사람들은 무기도 없이 걸어가는 라에노를 보며 경악했다.
“라에노!”
-크르르...크아앙!!
콱!!!
퍼억!!!
-깨애앵!!!
고기 냄새의 유혹에 고양이과 몬스터가 라에노에게 덤벼들었지만 바닥에서 생긴 거대한 주먹이 놈을 그대로 후려친다.
“고놈 참... 소리 찰지네?”
뭔가 후련한 느낌의 라에노.
“살풀이 좀 해 볼까?”
스산한 미소를 지으며 라에노가 천천히 놈들에게 다가간다. 불길함을 느낀 놈들이 뒷걸음 치려하자,
“안되지! 내가 그동안 헌납한 뒤통수가 몇 번인데! 이 괭이시키들!”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잔뜩 화를 내며 노에라가 마구 능력을 쓴다.
퍼억!!
퍽!!
퍽!!
-깽!!
뒤통수만 지독하게 노리며 후려치는 노에라의 샌드 피스트.
“하하하하!!! 요놈들!!”
광기까지 어려보이는 그 모습에 사람들이 덜덜 떤다.
“괘...괜찮겠지? 이러다 우리...”
“걱정 마...준비는 철저하게 했으니까 말을 흘린 거야, 설치는 완벽해. 저 놈을 거기로 넣기만 하면 완벽하다고. 그 아티팩트...지난번 게이트에서 넘어오려고 했던 지배자급도 막은 물건이야.”
“후...그것도 그렇지만... 근데 라에노가 그 던전을 클리어 할 수는 있을까?”
“안되면 뭐... 그냥 철수 하면 되는 거야. 우린 손해 없다고.”
뭔가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은 라에노가 몬스터들에게 정신이 팔려 그 소리를 못 들었을 거라 생각했지만...
‘흐음... 뭘 설치했다는 거지? 흥! 감히 나를 상대로 함정을? 내가 그 놈들한테나 무시 받지! 어디 두고 보자고.’
“크하하하하!! 요놈들! 아주 뭐 빠져라 도망가는 구나!”
후다다다닥!!
라에노가 아무렇지 않은 척...아니, 조금 미친 척 과장하며(?) 몬스터들을 쫓아내고 돌아온다.
“후~! 스트레스가 확 풀리네!”
“와~! 라에노! 대단하다고! 혼자 저 놈들을 쫓아내다니.”
“뭐 힘든 일이라고? 이정도 쯤이야.”
라에노를 과하게 칭찬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듯 그 칭찬을 받아들이는 라에노. 아니 노에라는 서로를 비웃으며 내일을 준비한다.
.
.
.
두두두두두두...콰아아앙!!!
-끼에에에엑!!!!
퉷!!!
퍽!
“으윽...켁...켁...”
그그그그!!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웜형 몬스터가 갑자기 괴로운 듯 튀어나오더니 망나니를 뱉고는 다시 사라진다.
“켁...크윽... 뭐야? 여긴 ...?”
정신을 못 차리고 헛구역질하며 입에 들어온 놈의 액체를 게워내던 그가 이상하게 고요한 느낌에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핀다.
“??!!! 어...어!?”
그제야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된 그가 벌떡 일어나 당황스러운 소리를 뱉어 낸다.
“크리스!!!!”
팀을 이끌던 리더를 불러 보지만 대답이 없다.
“망할!! 여기가 어디야!?”
혼자가 되었음을 깨달은 그는 서늘한 사막의 기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 기온 탓이 아니라 혼자 떨어졌다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쉣!...”
큰 소리도 내지 못하고 욕을 뱉은 그가 하늘을 본다.
“젠장...들은 것 같은데...”
기본 안전교육으로 모두가 듣고 시험을 보는 것이지만 대통령 아들로써 그냥 그런 과정은 죄다 무시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S급이라는 허울 좋은 등급만 있을 뿐...그것도 전투가 아니라 마나등급으로.
“어떡하지...”
“어떡하긴?”
“응!?!”
갑자기 들려온 사람의 소리에 그가 주위를 허둥거리며 살폈지만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누구야!! 장난치지 말고 나와!! 지금 나오면...”
“지금 나오면 뭐? 어쩌려고?”
스윽...
“!!??? 뭐..뭐야! 몬스터!?”
검은 사람형체의 등장에 놈이 뒷걸음질 치며 기운을 모은다.
“나오라며?”
“!! 말을 해?”
말하는 몬스터라니...그것도 사람형체에 처음 보는 몬스터가! 하필이면 혼자 떨어져있을 때 발견한 몬스터가 처음 보는 놈이라니 지지리도 운이 없다고 생각하는 그.
“흐음... 생각보다 더 멍청해서 그냥 두면 뒈질 테니...조금 도와주지.”
“???”
몬스터의 말에 이해가 안 된 놈이 우물쭈물하자 몬스터의 등 뒤에 뭔가 어른거리며 나타난다.
“!!!!몬스터가!!?”
검은 형체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에 경악한 그가 모아 놓은 기운을 뿌리며 뒤도 보지도 않고 도망간다.
“으아아아아!!!”
콰아아아!!!
-크아아아!!!!
“쯧쯧.”
그 모습을 한심하게 보는 검은 형체, 아니 반화.
“괴롭힐 맛도 안 나네. 쯧쯧.”
차라리 노에라를 빨리 찾아서 괴롭히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대충 버려놓고 주워가라고 해야겠네.”
흥미를 잃은 그가 뒤에 있는 몬스터들에게 명령했다. 잡아서 대충 사람들이 있는 곳에 버리라고.
-끼엑!!
콰앙!
반화의 명령에 놈들이 죽기 살기로 뛰어가는 망나니를 향해 죽기 살기로 쫓아간다.
“거, 도망 하난 잘 치네. 니들 쟤 못 잡으면 구워 먹는다?”
반화의 말을 들을 수 있는 거리도 아니건만 몬스터들이 필사적으로 놈을 쫓았다. 반화의 아우라는 역시...
“흠...뭐 알아서 버리겠지. 죽으면 어쩔 수 없고.”
무책임한 말을 한 반화가 사라지고...필사적으로 도망가는 망나니와 더 필사적인 몬스터들의 추격전은 결국 몬스터들의 승리로 마무리 되었다.
“으아아아악!!!”
-끼에엑!!
퍽!!!
우르르르르...
“으아아아악!!! 으아아악....? 응?”
몬스터들에게 잡혀 죽을 거라 생각하고 고래고래 소리만 지르던 망나니가 그냥 자신을 처음 보는 장소에 버리고 가버리는 몬스터들을 보고, 이건 무슨 경우인가 싶었다.
“뭐...뭐야? 여긴 어디고?”
분명 사막에 있었는데 지금은 숲속 풍경이 주위에 펼쳐져 있었다.
“으....일단 자리부터 옮기자...”
다시 놈들이 오기 전에 자리를 뜨는 망나니..
.
.
.
별장으로 다시 돌아 온 반화는 침대에서 자고 있는 녀석들을 깨우지 않고 아크로바틱 자세를 취하며 침대 구석에 자리 잡고 누웠다.
-우웅...아빠?
부스럭거림에 깬 것인지 삼이가 그를 불렀다.
“응? 깼어? 더 자.”
-으응.
그의 말에 다시 자는 녀석...
“이왕 일어났으면 자리 좀 바꿀걸...”
후회는 늦었다. 결국 불편한 자세로 잠에 든 반화.
.
.
.
다음날
“으음...”
불편한 자세로 자서 개운하지 않은 아침을 맞은 반화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스럭...부스럭...
“시간이 꽤 지났네?”
시간을 보니 꽤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정도면 그 사람들이 다 일어났을 텐데... 반화가 서둘러 아이들을 집어 들고 사막의 오아시스로 이동했다.
스윽.
“어딜 가신거지?”
“그러게요? 어딜 나가는 모습은 못 봤다고 하던데요?”
“흠...”
텐트에 없는 반화를 찾는 사람들. 반화는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 일부러 오아시스와 떨어진 곳으로 이동해 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이이잉... 눈부셔...
그의 품에서 눈이 부시다고 칭얼거리는 삼이.
“그만 자, 이놈아. 얼마나 자려는 거야?”
밤새 그가 아크로바틱 자세를 취하게 만든 녀석을 괜히 타박하곤 그를 발견한 사람들이 뛰어오는 것을 지켜본다.
“어디 갔다 오십니까?”
“아, 그냥 뭐 아침거리로 할 게 없을 까 싶어서 나갔다 왔어요.”
“아~ 그래요?”
반화의 말에 기대가 되는 듯 반화를 요리조리 살펴보는 팀장.
“?? 아무 것도 없네요?”
“...별거 없더라고요. 어제 먹은 놈으로 그냥 간단하게 스프나 먹죠?”
“아...그러죠 뭐.”
뭔가 실망한 표정이다. 그러나 스프로 끓인 사막 거대 전갈의 내장+몸통 맛은 끝내 줬다.
“와~~!! 이거 대박이네요. 고소의 끝판이네...”
두, 세 그릇은 기본으로 퍼먹는 사람들...
“좀 소화 시키고 가야겠네요.”
“하하하...네...그래야 될 것 같습니다.”
아침으로는 너무 과하게 먹은 사람들 때문에 소화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가기로 한다. 어차피 아이들도 아직 자고 있었기에 반화도 큰 불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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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휴식을 가진 후 자리를 정리하며 출발 준비를 한다.
“얘들아 이제 잠깨야지? 쥐 잡으러 갈 건데?”
-쥐...쥐!!!
잠결에 중얼거리다 반화의 말에 벌떡 일어나는 녀석들.
-가요!! 빨리!! 얼른!!
“...알았어. 가자, 가.”
눈도 못 떴으면서 보채는 모습에 그가 웃으며 녀석들을 데리고 차량에 탑승했다.
부르르릉!!
사막을 가로지르며 힘차게 나가는 차들. 팀장도 처음 가는 길이었기에 긴장하며 갔지만 이상하리만큼 반화와 동행 후에는 몬스터와 만나기 힘들었다.
‘몬스터들이 피하는 것 같네. 대단한 사람이야.’
그리고 이런 반화를 무조건 피해야 하는 라에노, 아니 노에라는 일행과 던전으로 이동하는 중 이상한 인간을 발견했다.
“으어어어!!! 여기!! 사람 살려!!”
“?뭐야? 낙오자인가? 스케빈져?”
“음? 어?! 저 사람 에릭 아냐?”
“에릭? 그게 누군데?”
“그 뭐냐, S급 능력자! 현 대통령 아들.”
“뭐지? 그런 사람이 왜 여기서 저러고 있는 거야? 수행원들은 어디가고?”
“일단 구조부터 하자고.”
행색은 초라했지만 얼굴은 알아 볼 수 있었기에 거지같은 행색의 망나니 에릭을 알아보고 라에노 일행이 다가갔다.
“무슨 일이요?”
“몬스터에게 습격당했어!”
“흠...일행들은 모두 죽은 건가?”
“몰라! 어서 게이트 밖으로 돌아가야....”
“그건 안 되는데?”
“뭐?”
에릭을 말을 끊은 라에노.
“지금 안 된다고 한 건가? 감히!?”
“감히 같은 소리하고 있네. 이거 영, 멍청한 놈 같은데.”
“라에노, 일단 나가는 게 좋지 않을까? 불이익 받을 수도 있어.”
“지체할 시간 없어.”
‘언제 마스터가 뒤통수를 노리고 올지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