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화-노는 쥐 잡기 #
109화
반화는 샌디 크랙의 안내로 바로 전용비행기에 탑승했다. 아무런 제지 없이, 꼬맹이와 삼이를 데리고.
미국까지 아무 사고 없이 도착한 그는 샌디 크랙의 안내를 받아 바로 서부 게이트로 향했다. 샌디 크랙을 수행하려고 나온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서부로 같이 가야 했다.
“저 사람이 누군데 대표님이 안내하는 거야?”
“응? 몰라? 아~ 너 그때 없었구나?”
“뭔데?”
수행하는 인원들이 반화와 샌디 크랙을 보며 수군거린다.
“예전에 러시아 던전 갔을 때 같이 간 사람인데...대단한 사람이지.”
“?”
“우리 회사가 거기에서 나온 도구들로 아티팩트 사업에서 정말 독보적인 위치를 자리하고 있잖아? 근데 그 던전을 지키는 골렘이 정말... 그때 당시 S급 2명으로도 상대도 안 되는 괴물이었는데 저 사람이 데리고 있는 몬스터가 그냥 박살을 내버렸지.”
그 던전에 같이 들어 간 사람이면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기절했었을 테지만 확인 할 길이 없는 동료는 그냥 믿었다.
“아~ 그럼 저 사람이 몬스터 군주?”
“그래, 맞아.”
어쨌든 반화의 정체를 알고 난 직원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자신들의 회사가 성장하는데 굉장히 큰 공을 세운 사람이니까...아직까지 반화, 자체에 대해 해외로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 정도에 그쳤지만 그가 저지른 일을 다 알았으면 수행하는데 굉장히 눈치를 봤을 것이다. 러시아 폭파부터, 오크군단 궤멸, 그리고 중국 대륙의 지옥화... 하나 같이 심상치 않은 일들이었으니까.
그들이 그렇게 떠들고 있을 때 반화와 샌디 크랙은 새로운 몬스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디지털 기기는 별로 안 좋아 한다고요?”
“네. 특이하죠? 지식을 탐하면서도 그건 또 별로라네요. 책만 읽어요. 먹지도 않고 잠도 안 자고요. 뭐랄까...약간 폐인? 같은 느낌이에요.”
“흠...던전에 있었으면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던 거 아닌가?”
“맞아요. 처음 발견한 사람이 그를 발견했을 때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가 다가가니 고개를 들었다고 했어요.”
“거참...일어나자마자 책을 읽고 싶나?”
반화가 생각하기엔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다. 그는 자기 전에 책을 읽는데...
“그리고 이 곳의 지식에 대해 굉장히 흥미로워 했어요. 특히 사상이나 그런 것들이요.”
“음...몬스터가 뭐 대통령이라도 되어 보려고 하나? 사이비 교주나?”
“풉!... 대통령은 모르겠고 사이비 교주는 좀 어울리네요.”
별 것 아닌 반화의 농담에도 웃어 주는 그녀.
-아빠아아아~
“왜?”
-심심해~
샌디 크랙의 품에서 얌전하게 간식을 먹는 맹이와 달리 삼이는 반화의 품에서 계속 칭얼거린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조금만 참자?”
-히이잉...그냥 휙! 날아가면 안 돼요?
“응?...어... 그래도 되긴 하네?”
생각해보니 그냥 날아와도 될 것 같기도 했다. 어차피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할 방법은 다양했고 위치야 지도 보면 대충 알 수 있으니, 이곳이 아틀란티스도 아닌데...그래도 이왕 이렇게 된 거 법적으로 아무런 이상 없이 평범하게 왔는데 굳이 지금 와서 방법을 바꿀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갈 때는 그렇게 갈 거니까 이거 먹고 있자.”
삼이를 크로롱액 얼린 것으로 유혹해 겨우 달래주고 반화가 한숨을 쉬었다. 애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요즘 식구가 더 늘어나서 관리하기가 더 힘들었다. 부려 먹으려고 데려온 셀라, 퓰은 잉여처럼 집에서 TV 드라마만 보는 드라마 중독이고...
“오히려 걔들이 더 편한 팔자네.”
“네?”
“아니에요.”
반화의 말에 샌디 크랙이 반응 했지만 그냥 넘겨버린다.
지금도 드라마나 보고 있을 녀석들을 생각하며 반화가 어떻게 녀석들을 부려 먹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곧 도착 할 거예요. 아쉽네요... 끝나면 다시 볼 수 있겠죠?”
“글쎄요... 못 볼 가능성이 크네요.”
“아...? 어떻게 돌아가시게요?”
“방법이야 많죠.”
반화의 말에 궁금한 표정인 샌디 크랙이었지만 반화는 그 이상 알려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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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도착한 항공기.
“그런데 뭘 찾으시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서부 게이트 쪽에 들어가실 거면 저희 회사 팀들이랑 같이 들어가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 편이 통과하는데 훨씬 도움 되고 안에 들어가서도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사실 그 몬스터가 나온 던전이 있는 곳이 그쪽이거든요.”
“응? 그래요? 흠... 뭐, 오랜만에 사람들이랑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네. 애들도 사람들이랑 좀 어울려 봐야하니까. 그러도록 하죠.”
“정말이죠? 제가 다 준비해둘게요. 근데 바로 들어가실 거예요? 날이...”
“흠...일단 오늘 쉬죠, 준비도 해야 할 것 같은데.”
“네! 그럼 저희가 준비한 호텔로 가시죠.”
왠지 반화의 말에 신난 것 같은 샌디 크랙.
항공기에서 내린 반화와 아이들은 샌디 크랙의 경쾌한 안내에 따라 호텔로 향했다.
-으으응 잠와..
-졸려요...
항공기 안에서 내내 뛰어 놀더니 이제 좀 지쳤나 보다. 축 처져 녹아 버린 녀석들을 품에 안고 반화가 서둘러 안내된 방으로 이동했다.
“여기에요! 최고로 좋은 방으로 구해뒀습니다. 필요한 것 있으면 연락 주시면 다 처리해 줄 겁니다. 그리고... 바로 주무실 건가요?”
“?”
“혹시 술, 한 잔 안 하실래요?”
“흠...아이들 때문에.”
“아...”
안타깝다는 듯 샌디 크랙이 아쉬움을 흘린다.
“녀석들 재우고 보죠. 한번 자면 깨워도 안 일어나니까.”
“정말요! 네네!”
폴리 크랙이라는 기업을 이끄는 리더라고 생각 할 수 없는 그녀의 반응에 반화는 회사가 좀 불안했다.
‘흠...아직 10년 이상 더 돈이 들어 와야 하는데.’
쓰지도 않고 쌓이고 있는 돈이지만 들어오는 돈이 없으면 백수 같으니까...
“조금 있다 연락 줄게.”
“네! 그럼 기다릴게요!”
반화가 방안으로 들어가고 샌디 크랙은 안내 할 때 보다 더 경쾌한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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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지만 샌디가 원했던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아이들을 재우고 내려온 반화와 술 한 잔 할 때까진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이상한 놈이 끼어들어서 자리를 급히 파했기 때문에 절호의 기회를 쓰레기통에 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아오... 그 망나니 자식만 아니었으면!”
다행히 반화와 충돌이 일어나기 전에 잘 해결 했기에 문제는 없었지만... 그 망나니가 현재 미국 대통령 아들만 아니었어도 묵사발을 내 줬을 텐데...
그녀는 다시 기회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굴려 봤지만 반화는 술만 홀짝 마시고 맛이 없다면서 그냥 올라가버렸고 애써 그 망나니를 치운 보람이 사라지고 혼자 외롭게 밤을 보냈었다.
“이번이 정말 절호의 기회였는데! 그 엘프여왕 눈빛이 심상치 않았어!”
반화와 엘프왕국을 뜨기 전 만난 여왕을 생각하며 샌디 크랙이 혼잣말을 했다.
“꼴에 능력자라고 으스대지만 않았어도... 겨우 S급 능력주제에.”
망나니의 능력은 S급으로 미국에서도 최 상위였지만 그녀의 눈에는 차지 않았다. 이미 반화가 중국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과정까지 봤기 때문에 S급 정도는 귀찮은 날파리 일뿐.
“다시 기회를 만들어야하는데...반화씨가 일이 끝나면 게이트로 돌아 올 테니, 그때를 노려야겠어.”
그녀가 호텔 로비에서 반화를 기다리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을 때 반화와 아이들이 느긋하게 식사를 하고 내려왔다.
“응? 거기서 뭐해?”
“아! 오셨어요? 반화씨 기다렸죠. 어젠 미안했어요. 불청객이 끼어들어서.”
“뭐, 술도 맛없던데.”
어제 호텔 바에 있는 술을 마셔본 반화는 입맛만 버리고 다시 올라가 여왕이 준 엘프주를 마셔봤다. 듀스 잎 담금주에 버금가는 향기로운 술에, 자고 있던 녀석들까지 일어나 홀짝였으니 차라리 일찍 올라오게 된 것이 잘 된 일이었다.
“이제 게이트로 갈 거죠?”
“그래야지.”
“네...그럼 제가 안내를 해드릴...”
“어!? 샌디!”
“!!”
어디선가 그녀를 친근하게 부르는 소리에 그녀가 인상을 팍 썼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본 반화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거기서 뭐해? 어제, 아침 일찍 약속 있다더니 아직 여기 있었네?”
“아, 아침 약속은 끝나고 새로운 약속이 생겨서요.”
샌디 크랙은 속으로 그냥 빨리 사라졌으면 했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반대로 젊은 외국 남성은 그녀의 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응? 옆에는 누구? 약속 있다던 그 사람인가?”
“네, 지금 아침 일정 때문에 늦어져서 급하니 다음에 뵙죠. 그럼.”
그녀는 더 이상 호기심을 가지기 전에 반화를 데리고 빠져나오려 했다.
“흐음...그래? 급하다니 어쩔 수 없지. 다음엔 꼭! 술 한 잔 하자고?”
“네네.. 반화씨 가시죠?”
“엉~”
반화는 아무생각이 없었다. 왜냐면 아무생각이 없기 때문에...노에라를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은 조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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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연락을 취해 폴리 크랙의 게이트 및 던전 탐사 팀을 부른 샌디 크랙은 안타깝지만 게이트 앞에서 반화와 헤어져야했다.
“최대한 그분의 편의를 봐주시고, 명심하세요. 저 사람은 지배자급 몬스터를 테이밍했고, 드래곤을 다룬다고 소문 난 사람이에요.”
“예! 걱정 마십쇼.”
폴리 크랙 팀의 최고 에이스 팀을 배치해 주면서도 조금 불안한 샌디 크랙...혹시나 호승심에 그의 심기를 거슬릴까 걱정이 되었으나...
“지난 러시아 던전 때 저도 있었습니다. 저희 팀 대부분도 그 자리에 있었죠. 그 부분에 대해선 염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가 알아서 잘 모실 겁니다.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 알고, 그때 목숨을 구원받기도 했으니까요.”
“아! 맞네요...그걸 생각을 못했네. 미안해요.”
“하하! 괜찮습니다. 대표님이 바쁜 거야 다 아는 사실인데 하나하나 다 기억 하실 순 없죠.”
팀장의 말에 그녀가 한 시름 놓았다. 하지만...
“응? 이거 참, 우연이 자꾸 겹치는 구만?”
“응?”
샌디 크랙이 듣기 싫은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 뒤를 돌아 봤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망나니가 그녀를 보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여긴 어떻게?”
“아, 오늘 우리 팀이 활동 시작하는 날이 거든? 당분간 나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어제 좋은 시간 보낼 수 있었는데...”
“...그래요? 좋은 결과 얻었으면 좋겠...”
“근데...저 동양인은 누군데 폴리 크랙의 에이스 팀을 붙여 주는 거야?”
어떻게 안 건지는 몰랐지만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저 망나니가 게이트로 같이 들어가 행패를 부릴 가능성이 다분했기 때문이다. 마치 자신이 자기 애인인 것 마냥 구는 놈이니까.
“흠... 준비는 된 것 같은데 들어가도 되지?”
“네? 아...그게...”
지금 반화가 들어간다면 무조건 저 놈이 따라 붙을게 뻔했기에 말리고 싶었지만 반화는 시간 끄는 걸 싫어했다.
“아니면 그냥 나 혼자 가지 뭐.”
“아뇨! 준비 끝났어요. 팀장님 잘 부탁 할게요. (저 망나니가 붙을 지도 몰라요.)”
뒷말은 작게 팀장에게 속삭여 주의 줬다. 팀장도 무슨 뜻인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S급 능력자라고 해도 팀장도 같은 S급 능력자에 팀 내에는 S급이 무려 그를 포함해 3명이나 있었으니 저 망나니도 함부로 하진 못할 것이다. 생각이 없지 않다면... 특히 게이트 안에서는.
“가시죠. 저희가 안내 하겠습니다.”
반화와 에이스팀이 게이트로 사라지고 그 뒤를 따라 망나니 팀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샌디 크랙이 한숨을 쉬었다.
“제발 나한테 피해만 끼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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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바람대로 처음엔 별 문제 없었다. 계속 반화와 에이스 팀을 뒤 따라오는 것을 빼면...
“원래 미국은 이렇게 탐색해? 뒤에서 따라오고?”
반화의 물음에 팀장이 난감한 듯 웃었다.
“하하하...원래는 아닌데 가끔 방향이 같아서 이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 한국은 저러면 그냥 한판 붙을 텐데?”
스케빈져 때문에 골머리를 썩였던 한국은 저런 행위를 도전으로 받아 들였다. 미국도 스케빈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 망나니가 스케빈져는 아니니...
“흠...그나저나 사람들 활동 구역이 어떻게 돼?”
“아! 보시면 지금까지 탐사 된 곳이 이정도입니다. 강한 몬스터도 많고 환경도 좋지 않아 한국처럼 넓은 지역을 확보하진 못했습니다만 탐사 정도는 꽤 깊습니다.”
팀장이 손에든 테블릿 피씨로 지도를 보여주며 설명했다.
“음...던전은 어디 있는 건데?”
“그 몬스터가 나온 던전 말씀하시는 거죠? 이쪽입니다. 최근 탐사된 곳이죠. 지금 저희 팀이 계속해서 탐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
“그 몬스터에게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자신에게 이제 던전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하더군요.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고. 다만 중앙에 있는 제단 위에 올려 진 그것만 건드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외에 던전의 다른 장소는 지금 다른 팀과 교대로 탐사 중이죠. 운무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 몬스터에게 혹시나 해서 물어 봤지만 알아서 하라고 하더군요. 크기도 커서 탐사가 좀 더딘 편이긴 하지만 안전하게 하고 있죠.”
“호오... 운무?”
“네, 던전 주변은 물론 그 지역을 거의 보이지 않게 운무로 가려져 있는 곳입니다.”
운무라고 하니 반화는 노에라에게 들었던 해골씨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분명 그 해골이 사는 지역에 운무가 가득하다고 했는데... 거기에 노에라가 지금 여기 있는 걸 보면...
“좋네.”
“네? 뭐가요??”
반화의 뜬금없는 말에 팀장이 되물었지만 반화가 대답해주기 전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