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화-노는 쥐 잡기.(부제 새로운 몬스터?) #
107화
“예??? 지식을 탐하는 몬스터라고요?”
민사장이 믿기지 않는 듯 다시 되물었다.
“네, 지금 저희가 보호하고 있는 비밀 장소에서 지구에 대한 지식을 탐하고 있어요. 역사, 과학, 정치, 경제... 가리지 않고요.”
“허어... 지식을 탐하다니...아니, 애초에 글은 읽을 줄 아는 겁니까?”
“그게, 그 몬스터는 이상한 능력을 쓰더군요. 제일 처음 던전을 발견한 그녀의 지식을 어떤 방법으로 인지는 모르겠지만 순식간에 가져갔다고 합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영혼이 빠져나갔다가 들어 온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인간의 지식을 그렇게 훔칠 수도 있다는 얘기네요?”
“저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몬스터를 안내한 그녀의 말에 따르면 발견하자마자 몸이 굳는 느낌을 받았다고 해요. 그리고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다면 그런 느낌일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뒤, 그 몬스터가 신기하게 영어로 말했다고 해요. 하지만 지구로 넘어 온 이후로는 그 능력을 쓰지 않았어요. 혹시나 해서 왜 그 방법을 쓰지 않냐고 물어 봤는데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 같아요. 그 처음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지식을 훔치기보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고 있어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네...일단 특별히 해를 끼치는 건 아니지만 혹시나 해서요. 힘을 짐작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로써는 짐작도 못할 강한 녀석 같아요.”
“허어...강하기까지...”
“그래서 반화씨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만약 그 몬스터가 날뛰기라도 한다면...그것도 지구의 지식을 가진 상태로 움직인다면 저희는 막을 수 없을 겁니다.”
“음....”
민사장이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봤다. 그 몬스터가 지식을 흡수하고 자신의 힘을 써 이 지구를 지배하려 한다면... 매우 골치 아플 것 같았다. 물론 굳이 이 곳을 지배하려고 할까라는 의문이 들긴 했지만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마왕 혹은 악당의 모습을 떠올린 그는 악당이 이루려는 최종목표인 지구 정복을 떠올렸다. 안 그래도 판타지 같은 세상인데 충분히 일어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민사장.
민사장이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려 할 때쯤 샌디 크랙이 말을 이었다.
“당장은 큰 문제가 없습니다만 혹시 몰라서요.”
“허어...그런데 진짜 인간의 지식을 알아서 뭘 하려는 걸까요. 지구 정복이라도 하려는 걸까요?”
민사장의 물음에 샌디 크랙이 당황하지 않고 대답한다.
“글쎄요? 단순히 호기심 같기도 했어요. 새로운 지식? 마치 과학자 같았죠. 늘 새로운 걸 알고 싶어 하는 진정한 과학자. 이 경우에는 좀 특이하긴 하지만 뭐 비슷하죠. 우리가 거부하면 일어날 일이 두려워 일단 그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어요.”
인간의 지식을 배우는 몬스터라니...민사장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몬스터라면 일단 싸우고 보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물론 오크나 엘프같은 지성을 가진 존재들도 있긴 하지만.
“아! 그리고 저희가 제공하는 책으로만 지식을 탐하고 있는데, 혹시나 해서 인터넷이 연결된 휴대기기를 줘 봤지만 아직까지는 책이 편하다더군요.”
“아날로그 감성인가요...그래도 다행인 건 그 지식을 훔치는 능력을 마구 쓸 수 없다는 사실이네요.”
“그렇죠, 그랬다면 아마 벌써 난리 났겠죠? 지식을 도둑당한다고 그 지식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느낌이 정말 형용할 수 없이 괴로운 느낌이라고 해요. 그녀의 말에 따르면. 죽었다 살아나는 느낌이라고 하니... 만약 그 능력을 마구 썼으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공격했을 테고, 사고가 나도 벌써 났겠죠. 이렇게 얌전히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그녀가 정말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그 몬스터의 진짜 능력은 어떻습니까? 폴리크랙에서 감당하질 못할 정도라는 건 역시 지배자급이라는 거겠죠? 던전에서 나왔으니 약하진 않을 테고...반화씨의 도움을 받고 싶다는 건 역시?”
“네, 맞아요. 아주 강해요. 적어도 지배자급 이상입니다. 인간에게 적대감을 가지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우린 이미 죽어서 지식만 쪽쪽 빨렸을 거예요.”
민사장의 처음 짐작대로 그 몬스터는 강했다. 반화의 도움이 필요할 때부터 짐작하긴 했지만 사실로 인정되자 그도 한숨을 쉬었다.
그런 강한 몬스터가 인간의 지식을 탐한다니...정말 최종 보스라도 되는 건가? 지금 지구는 이 세계에 침략당하고 있고? 우리가 자고 있는 마왕을 깨워 파멸로 가는...
마음속으로 영화한편을 쓰고 있는 민사장을 물끄러미 바로 보는 샌디 크랙.
“저기? 무슨 생각을?”
“음?! 아...제가 또 딴생각을 했네요.”
마치 반화가 그 몬스터와 마주친 장면이었는데...아쉽게 끝이 났다.
“일단 제가 반화씨에게 연락해 두겠습니다. 근데...그 사람이 좀 제멋대로인지라...”
“하하하! 반화씨는 여전히 화끈하신가 보네요.”
“네...?그 양아...큼...아닙니다.”
그게 화끈한 건가?
민사장은 샌디 크랙의 말에 부러움을 느꼈다. 저런 미녀에 다국적 거대 기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가 호감을 가진 남자라니...거기에 용군주의 말에 따르면 엘프여왕까지! 요즘은 양아치가 대세인가??
이런 민사장의 생각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샌디 크랙이 말했다.
“반화씨를 빨리 다시 봤으면 좋겠네요.”
“아..네, 최대한 노력해 볼게요.”
“그럼 이만...”
둘이 헤어지고 신소이가 은근슬쩍 민사장에게 다가왔다.
“오오~~ 썸? 애인? 금발의 미녀라니~”
“..폴리 크랙 대표님일 뿐입니다. 본인 연애나 신경 쓰세요.”
“췟...사장님만 아니었으면 이반화 이자식한테 안 들켰을 텐데!”
“진짜 그렇게 생각해요? 그 사람이 남에게 좀 관심 없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어요.”
“그...그래요?”
“네. 사내 연애를 비밀로 할 거면 좀 티 좀 안 나게 하던가...아니면 아예 대놓고 하던가 하시죠?”
“헤헤...노력해볼게요.”
신소이는 본전도 못 건지고 물러났다. 신소이가 사라지자 민사장이 한숨을 쉬며 반화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되지 않았다. 신소이의 폰이 재가 된 것처럼 반화의 폰도 재가 된 듯하다.
.
.
.
반화의 집.
“응? 뭐야, 어디서 탄 냄새가?”
롭스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온 반화는 마당에서 쉬다가 집안에서 풍겨오는 탄 냄새에 안으로 황급히 들어갔다.
“...뭐하니?”
-움? 아빠~ 여기에서 아빠 찾길래 혼내 줬어!
“나를 찾는데 왜 혼을 내 준거니?”
침착하게 삼이에게 화를 내지 않고 말하는 반화.
-아빠, 매번 이거랑 얘기하다가 우리만 두고 나가잖아.
아... 혼내려던 순간 치고 들어오는 삼이의 한방에 반화가 할 말을 잃었다.
“그...그러니? 그래도 부수는 건...”
-아빠가 나쁜 놈은 때려야 된다고 했잖아! 히히~
그래...내가 그랬구나...아이고, 하나를 가르치면 열만 아는 내 새끼...
반화는 재가 된 폰을 고이 집어 들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폰, 뭐 하나 사지...음...아니다. 파스!”
나와라 만능 파스!
[...왜요?]
“뭐야? 좀 삐딱하다?”
[기분 탓입니다. 기분 탓.]
분명 귀찮다는 말투였는데...반화는 진짜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대답한 것에 의의를 두고 용건만 간단히 했다.
“폰 내놔. 만들 줄 알지?”
[헐...뭐 맡겨 뒀어요? 내놓으라고 하면...]
“흠...위성이 어디 있더라? 하나씩 찾아서 부수는 재미도 있겠네. 삼아~, 맹아~ 우리 보물찾기 할까?”
[여기 있습니다!!]
지이이잉... 쑤오옥!
반화의 말에 잽싸게 폰을 만들어 전송하는 파스.
-응? 보물찾기!?
-할래요~!
토도도도도!!
착!착!
그러나 이미 반화의 말을 들은 녀석은 그의 앞에 나란히 서서 대기 했다.
“아참, 쁘니는?”
-저기서 아직 자고 있어요.~
맹이의 말에 반화가 침대 위를 봤다. 령이, 순, 그리고 쁘니까지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맹이, 삼이는 잠 안와?”
-네에!
-응!
제일 재우고 싶은 두 녀석이 이렇게 팔팔하다니...
-보물찾기!
-보물찾기!
“그...그래..잠시만?”
괜히 파스를 골리려다가 곤란해진 반화가 머리를 굴리는 사이 그의 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지이이잉!
지이이잉!
“응? 얘들아 잠시만?”
반화가 그를 보고 있는 아이들에게 기다리라고 한 뒤 잽싸게 전화를 받았다. 역시 ‘파스’제 폰이라 그런지 모양도 깔끔하고 기능도 좋았다. 물론 아직 써보지도 않았지만 이렇게 절묘한 타이밍에 전화가 걸려온 걸 보면 그럴 것 같았다.
>>여보세요.
<>? 전화를 거셔놓고 어떻게 받았냐뇨? 민사장님 술 드셨어요? 전화 받으라고 건 것 아니었어요?
<<...아닌데요? 폰 부서진 것 아닙니까?
>>아~ 맞다.
그제야 자신의 폰이 망가졌었다는 걸 인지한 반화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폰이 망가진 것을 아는 것 같은데 전화는 왜 건거야?’
>>근데 왜 전화했어요? 폰 부서진 것 알면서?
<>사장님 혹시 뭐 귀신이 보이거나 그러세요?
<>예예~참 잘하셨네요. 용건은요? 중국은 제가 다 정리 해줬는데?
<>그렇죠?
반화가 자랑스럽게 민사장에게 말하자 수화기 너머로 한숨소리가 들린다.
<>음? 그래요? 거, 신기하네요?
<<...네, 신기하시겠죠, 근데 그게 답니까?
>>뭐 또 있어요?
<>귀찮은데, 일단 알았어요.
<>예, 반화씨. 죄송하지만 지금 회의 중이라... (우리 중국의 땅을 지금 힘으로 뺏겠다는 거요!? // 흥! 중국의 능력 부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생각 안 해요? 자신들의 상황을 파악해야지, 지금 중국이 예전 중국인 줄 알아요?)
회의 중?? 싸움중이 아니고? 고성이 오가는 소리가 전화를 통해 반화의 귀에 까지 들렸다.
<>예...??? 미국 서부 게이트요? 거긴 왜요?
<>...보물찾기요? 어어? 이러면 안 됩니다! 소이씨!
>>야! 이반화!!
<>시끄럽고! 너 좀 이리 와봐, 일단.
<>아니 이것들이 지들 땅따먹기 한다고 회의를 안 끝내! 니가 와서 그냥 정리 좀 해줘! 그럼 사장님도 니가 하려는 거 적극적으로 도와준대! (에엥? 제가 언제!? -민사장, 좀 조용히 해봐요!-신소이)
다 들리는데...신소이야...
<>어! 올 거야!?
<>오예!!!
뚝!
매번 전화로 부탁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냥 찾아가기로 했다. 거기에 더 이상 시간 끌다가는 저 두 녀석이 울 것 같으니까...
울먹...울먹...
“응?! 왜...왜? 자자, 뚝 해야지? 아빠랑 놀러 안 갈 거야?”
-훌쩍...진짜에요?
맹이가 눈에 맺힌 눈물을 훔치며 그에게 물었다.
“그럼 그럼, 진짜지. 지금 갈 건데 싫어?”
-아니요!!
-아니!!
울려다가 환하게 웃는 녀석들을 보며 반화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우...퓰! 셀라!”
반화가 입안에 들어간 흙을 씻어내고 있는 퓰과 옆에서 한심하게 보고 있는 셀라를 불렀다. 요즘 랑이는 명하와 같이 학교도 나가고, 같이 돌아다녀서 집에 잘 없었기에 녀석들 밖에 집에 없었다.
“응? 왜 불렀나?”
셀라가 반화의 말에 대답했다.
“나갔다 올 테니까 집 잘 지키고 있어. 혹시 쁘니가 얘들 찾으면 파스 불러서 연락하고.”
“알았다.”
셀라의 대답을 듣고 반화가 꼬맹이와 삼이를 품에 안고 공간이동 마법진을 그렸다. 그냥 공간을 찢으면 간단하진 한데 설명하기 귀찮으니까 그나마 설명하기 쉬운 방법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스으으...팟!!
마법진이 빛이 났다가 반화와 함께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