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3화-불바다 초읽기 #
103화
반화의 집으로 온 가족들.
“바베큐 파티 한다고?”
“엉”
“뭐 맨 날 고기 먹으면서 새삼스레?”
“먹기 싫음 말아.”
“에이~ 왜 구래에~”
“혀 잘라 줄까? 평생 반 토막 난 소리 내고 싶어?”
“췟...”
반화와 명하가 보자마자 투닥 거린다.
“니들은 애들도 아니고 왜 매번 그러니?”
“아, 엄마~ 오빠가 막 내 혀 짜른대!”
“뭐?”
쫘악!
“너...!”
등짝 스매싱을 맞은 반화가 명하를 노려봤다.
“동생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메롱!”
엄마의 잔소리와 명하의 약 올림...그리고 그 모습을 본 용군주는 속으로 생각했다. 대단한 집안이라고, 저 괴물을 저렇게 막 대하다니 부러웠다.
“뭘 봐?”
“아닙니다. 안 봤어요...괜히 나한테 그래..”
용군주의 표정을 읽은 반화가 괜히 시비를 걸었지만 부모님 앞이라 차마 더 할 수는 없었다.
“바베큐~ 바비큐~”
-바베큐~ 바비큐~
반화의 옆에서 알짱거리며 알 수 없는 노래를 부르는 명하와 그걸 또 따라하는 아이들, 아이들 때문에 화도 못 내고 반화는 속으로 인내했다.
치이이익!...
지글지글지글...
고기가 장작에 맛있게 익어가며 아이들의 입에서 침이 질질 샌다.
“아이구, 침 봐라... 이리와.”
-츄룹... 히히! 고기~ 고기~
맹이의 침을 닦아주려는 수화에게, 맹이는 달려가 안기면서도 눈은 고기를 뚫어져라 본다.
“꼬맹아, 니가 자꾸 쳐나보면 겉만 익는 단 말이야. 침 좀 삼키고!”
꼬맹이의 뜨거운 눈빛은 진짜 고기를 태우고 있었기에 반화가 한 소리 하니, 풀이 죽는 맹이.
“큭크크그큭!!! 진짜 고기가 타네!?”
명하가 그 모습을 보고 빵 터진다.
용군주는 또 생각했다. 왜 자신이 여기 있어야 하는 걸까...여기 좀 이상해...
“저 근데 저는 집에 가도 되지 않을 까요?”
조심스럽게 묻는 용군주에게 반화의 부모님들이 괜찮다고 밥 먹고 가라고 한다. 안 괜찮을 것 같은데...
“자! 다 됐다! 식사 하세요! 얘들아! 이리와!”
-고기이이이이!
반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화의 품을 박차고 달려 온 꼬맹이와 아이들.
“애들 먼저 챙겨주렴. 많이 배고픈 것 같은데.”
“아니 괜찮은데... 얘들은 원래 이런 건데요?”
반화가 괜찮다고 부모님을 먼저 챙겨드리려 했지만 반화에게 받은 고기를 아이들에게 양보하는 부모님.
“오오오오!!!”
“이모! 나도! 나도!”
슬이가 명하에게 받은 고기를 주며 찢어 달라고 한다. 수화는 삼이, 맹이를 챙기고 있어 손이 부족했다.
“롱이는 고기 안 먹니?”
“...예.”
나무가 고기를 먹어 뭘 할까? 반화의 엄마가 아쉬운 듯 했지만 롱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거절했다. 한번 먹이면 끝도 없이 먹어야 하는 지옥을 또 경험 할 수는 없었다.
“우적..우적...대박!...”
“맛있냐?”
용군주의 신들린 먹방에 반화가 물었지만 제대로 못 먹은 것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게걸스럽게 먹는 그는 반화의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오빠...근데 저사람 뭐하는 사람이야? 거지야?”
“...아냐, 쟤 테이머야. 저기 용 하나 보이지?”
“헐...설마 저 용...어디서 봤는데? 저 사람 그 용군주라는 사람이야?”
“맞을 걸?”
“...멀쩡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왜 능력자들은 하나 같이 돌+아이야?”
“뭐?”
“아니~ 오빠야 원래 돌+아이였지만 저 사람도 그렇고, 소이언니도 그렇고...설마 능력자 되려면 돌+아이가 되어야 되는 거야?”
“...뒤진다?”
“엄마!!! 오빠가 또 나보고!! 읍읍읍!”
반화가 엄마에게 고자질하는 명하의 입에 고기를 쑤셔 넣어 입을 막았다.
그러자 손을 내미는 명하.
“...?”
“읍!”
척!
“흐흐흐흐”
목적을 달성한 명하는 반화의 카드를 주머니에 재빨리 집어넣고 고기를 야무지게 뜯어 먹는다.
“우적...우적...긍데...오빵?”
“다 먹고 말해라? 아, 진짜 귀 썩겠네.”
“!!엄! 읍읍!”
“알았어, 알았어. 왜?”
“옷 좀 사 입으라고, 구리게 왜 매일 그 디자인 옷만 입고 있어? 돈 뒀다가 뭐하려고? 구려구려.”
“너 이게 어떤 건지나 알아? 이게 드래곤가죽을 손수 한땀 한땀은 아니지만 어쨌든, 수제로 만든 진짜 비싼 거야. 알아? 이거 팔면 경매로 넘어가서 상상도 못할 돈...”
“그거 오빠가 만들었지?”
반화의 말을 자르고 허를 찌르는 명하.
“으으으..그러니까 디자인이 그 모양이지. 보니까 같은 것만 여러 벌 있는 것 같던데, 제발 오빠가 만들지 말고 사서 입어! 내가 오빠 정장 몇 벌 사서 넣어 놨으니까 그것도 좀 입고 돌아다녀. 비싼 재료를 쓰면 뭐해...”
명하의 팩폭에 할 말을 잃은 반화는 그렇게 구린 건가 자신의 몸을 내려다 봤다.
“괜찮기만 하구만...”
“쯧쯧쯧.”
그런 반화를 두고 명하가 혀를 차며 돌아 선다.
“와...반화씨? 혹시 동생 분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 뒤지고 싶냐? 누구한테 지금 관심을 가지는 거야?”
“죄성함돠...”
잠시 명하에게 흑심을 품었던 용군주는 가족이 반화인 것을 깨닫는다. 그렇게 바로 찌그러지는 용군주를 용용이가 한심하게 본다. 그 모습에 반화는 조금 있으면 용용이가 쟤를 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쯧쯧.”
.
.
.
고기파티가 끝날 쯤 명하가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옆에서 수화가 한 소리 한다.
“야, 너 다이어트 한다며?”
“에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인거 몰라?”
“...똥으로 나오는 칼로리가 0이겠네. 먹은 건 죄다 배에 저장되고.”
...서로에게 폭력이 난무하는 사이좋은 남매들을 보며 부모님은 역시 자신들의 새끼들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와 같이 먹은 듀스잎 담금주 때문에 다들 취해서 본가로 돌아가지 않고 반화의 집에서 방 하나씩 잡아 들어가고 마지막까지 남은 맹이를 집어 들고 반화가 자리를 정리했다.
“으차! 배 뽈록한 것 봐.”
-히히~
“좋아?”
-응!
녀석의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닦아주며 술에 취해 해롱거리는 순이를 반대 손으로 집어 들어 반화도 방으로 들어간다.
-냐아아아~앙~
노래라도 부르는 듯, 순이의 냥이렌을 들으며 잠에 드는 반화와 맹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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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반화가 마당에 나와 늦가을의 빛을 만끽한다. 점점 날씨가 추워지는 게 이제 곧 겨울이 올 것 같았다.
“좋네...응? 왜 일어났어?”
-으이이잉
토도도도! 쏙!
맹이가 사라진 반화를 찾아 밖으로 나왔다. 반화를 발견하고 품에 달려 든 녀석을 안으니 다시 잠에 드는 녀석.
“음...?”
맹이를 시작으로 하나둘 그의 주위에 모이는 아이들... 삼, 쁘니, 령...그리고 아직 취해 있는 순이. 다들 반화의 몸 한 군데씩 차지하며 다시 잠에 빠져든다.
“내가 침대냐...?”
투덜거리는 듯 말하지만 그의 입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털덩어리들로부터 전해지는 온기에 반화도 다시 잠에 빠지고...잠시 후 부모님이 먼저 일어나 본가로 가며 그 모습을 발견한다.
“쟤들은 왜 저러고 있어?”
“그러게?”
자기 자식이지만 이상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자리를 뜬다. 그리고 슬이를 안고 나온 수화가 또 그 모습을 발견하곤 혀를 차며 본가로 향한다.
반화가 한참 낮잠에 취해 있을 때 세계 각국의 능력자들은 엘프 왕국의 수도에 모이기 시작했다. 뉴월드의 민사장도 소속 길드와 팀들을 데리고 엘라스에 도착했는데 신소이와 티거 길드장도 함께 있었다.
“괜찮으세요?”
피곤에 쩔어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민사장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안 괜찮아요...”
하루 종일 기자와 경찰조사에 시달린 둘은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겨우 나왔는데, 반화가 파스를 이용해 진상의 정보와 상황에 대한 정보를 뿌렸기에 이 정도에 그친 것이었다.
“그 영상 없었으면 아직도 시달리고 있었을지도...”
신소이가 밤늦게 서야 퍼지기 시작한 영상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드론으로 찍은 듯한 영상은 진상의 행동 하나하나 모두 녹화되어 있었고 그 진상은 공무집행방해와 협박 및 공갈로 처벌되었다.
“그 진상, 전과가 몇 개인데...왜 자꾸 그런 놈을 풀어주는 거야.”
지금 생각해도 짜증나는 놈이었다.
“이반화, 이 자식! 오기만 해봐라!”
“하하하...오면 또 사고 칠까 두렵네요...”
“그건 그러네요.”
와도 걱정 안와도 걱정인 반화는 태평하게 낮잠을 자고 있을 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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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난 반화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나자 아이들도 하나 둘씩 일어난다.
“음...뭔가 까먹은 것 같은데...”
반화가 뭘 잊고 있는지 생각해내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아직도 방에 뻗어 있는 명하와 용군주를 발견 했다.
“쯧쯧.야! 이명하! 안 일어나?”
“으으음...몇 신데?”
“3시 넘었어.”
“헐...근데 오빠...혹시나 해서 묻는데, 오늘 월요일이야?”
“? 몰라.”
“...으아아아악!!!”
반화의 대답에 실눈을 뜨고 폰을 확인한 명하가 비명을 지르며 본가로 뛰어 간다.
“쯧쯧.”
그리고 그 비명소리에 놀라 깬 용군주가 구석으로 몸을 숨기며 이 곳이 어디인가 파악하려 했다.
“어억? ...? 아...어제 여기서 잤구나...”
이제야 좀 정신이 돌아오는 용군주...그 모습을 보며 반화가 혀를 차다가 잊고 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아~! 롭스 녀석을 그냥 두고 왔네...뭐, 잘 있겠지.”
“?!!!!반화씨! 중국! 중국 가야 되는데요??”
“가면 되지?”
“아~ 가면 되는 구나...가 아니잖아요!! 지금 몇 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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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군주의 닦달 때문에 자고 있던 잉여 드래곤, 퓰을 집어 들고 엘프왕국으로 이동한 일행.
“으어어어! 왜! 왜 그러는 거야?”
“...뭘 그렇게 쫄아?”
반화의 손에 잡혀 끌려온 퓰이 기겁하며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 한다. 그러다 반화의 한심한 눈초리에 주위를 살피며 상황을 파악했다.
“휴우...숯 만들려는 건 줄 알았네...”
“...그거 농담이라니까?”
“예예예.”
아무래도 이 놈도 교육이 필요 할 것 같았다.
“어? 반화씨?”
“응? 아, 민사장님.”
“야이! 개쉐캬!!”
“왜 저래, 창피하지도 않나?”
달려드는 신소이를 발로 간단하게 밀어내며 반화가 민사장과 인사한다.
“저 몬스터 테이밍 하셨다면서요?”
“아~네.”
저 멀리 보이는 롭스의 모습을 보며 반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일행의...정확히는 신소이의 소란 때문에 사람들의 주목이 쏠리기 시작한다.
“저 사람인가? 저 몬스터의 주인이?‘
“일행들 면면이 대단한데? 한국은 저렇게 최상급 능력자들끼리 친한 건가?”
반화의 주변에 있는 용군주와 신소이를 보며 사람들이 제멋대로 추측했다.
그리고 그 소란을 들은 민사장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걸 친하다고 해야 하나?’
달려드는 신소이를 손으로 밀어 내고 용군주는 왜 저런 몰골인지...
“마침 잘 오셨네요. 곧 있으면 회의 하는데 같이 가시죠? 신소이씨도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네? 이 인간이요? 도움이 돼요?”
반화가 신소이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야! 너보다 도움 되거든!?”
발끈하는 신소이.
“자자...사람들도 많은데, 들어갑시다, 일단.”
낯이 뜨거워진 티거 길드장이 서둘러 일행을 건물로 밀어 넣었다.
“전 뉴월드 소속도 아닌데...”
얼떨결에 용군주도 같이 들어간다. 물론 그는 자격이 충분하지만...
“그러고 보니 용용이는?”
...자격이 부족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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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에 모인 각국 대표와 엘프여왕, 그리고 뉴월드들 일행들. 반화를 발견한 여왕이 환하게 웃으며 인사한다.
“반화씨, 여왕님이랑 많이 친하신 가 봐요?”
“친한 게 아니라 여왕님이 반화씨를 ...읍읍!”
용군주의 말을 엿들은 여왕이 정령을 이용해 그의 입을 막는다.
“? 왜 그러세요? 어디 불편하세요?”
도무지 회의 분위기가 나지 않는 뉴월드 식구들 때문에 민사장이 이마를 감쌌다.
‘다 꺼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