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불바다 #
102화
-와아아아아!!!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다.
“큼...롭스! 먼저 이동해. 덩치야, 엘프 왕국 어딘지 알지?”
-꾸엉!
“얘들아! 롭스랑 먼저 가있어! 아빠 금방 갈게.”
-네에!
“가.”
-꾸어어!
“어어어어!!! 저는!!!! 안가도오오오오.....되는.....데에에에에!!!”
덩치의 손에 잡혀 그대로 딸려가는 용군주...
“응? 뭐, 괜찮겠지.”
용군주의 말을 들었지만 이미 떠난 덩치와 용용이, 그리고 롭스와 잘 있겠거니 생각하고 신경을 끈다.
“괜찮아요?”
“으으읍!!”
반화를 향해 고개를 푹 숙인 아이엄마..눈물로 모습이 추하다 볼 수 있었지만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아이를 위해 몸을 던진 엄마. 그 아름다운 모습의 결과를 어떻게 욕할 것인가.
하지만 그런 아이 엄마의 반응이 부담스러운 반화.
“큼...야, 무슨 일이야?‘
“어? 아아...아놔 또 열받네.”
“?”
“너 때문이잖아! 왜 저런 걸 데리고 와서!”
“...”
신소이의 말에 할 말이 없어진 반화가 고개를 아이쪽으로 돌린다.
“안녕?”
“...눼에에..”
“아이고, 예쁘네? 자, 마셔.”
반화가 품에서 꺼내는 척하며 맹, 삼, 쁘니 달래기용으로 작은 병에 담아 둔 크로롱액을 아이의 손에 쥐어 준다.
“오오... 웬일이야?”
그 안 어울리는 모습에 신소이가 놀린다. 하지만 반화는 귀여우면 일단 호감 상태로 시작하는 지라...이미 아이의 포동포동한 볼 살에 마음이 뺏겼었다.
“근데, 여기 통제 누가 했어?”
방심하고 있을 때 허를 찌른 반화의 질문에 신소이가 우물쭈물한다.
“어...티거 길드랑 우리 팀?”
“일단... 자리부터 옮기자.”
“그..그래.”
반화의 말에 신소이도 주변의 시선을 느끼고 자리를 옮기려 했다.
“음?”
한쪽에서 여전히 진상과 실랑이 중인 티거 길드장을 발견한 반화가 의문을 가지고 신소이를 봤다.
“맞아! 저 새끼 때문에 통제가 빵구 났었어!”
“응? 저거 뭔데?”
“몰라, 술 처먹고 지가 뭐 신고한다느니 누군지 아냐고 하질 않나... 아오 진상...큼...들었니?”
“눼에...”
신소이가 옆에 아이가 있다는 걸 뒤늦게 눈치 채고 말을 끊었다.
“그래?”
이 곳의 상황을 머물고 있던 기운으로 파악하며 반화가 고개를 끄덕인다.
.
.
.
아이는 엄마 손을 놓치고 사람들에게 치여 방향을 잃고 혼자 떨어져 버렸다. 엄마를 찾아 돌아다니던 중 문득 생각이 난 것이 엄마가 보기 쉽게 사람들이 없는 곳에 가서 엄마를 크게 부르는 것이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진상 때문에 통제에 구멍이 난 곳으로 거리로 향해 걸어간 아이는 멀리서 보이는 거대한 그림자에 겁을 먹고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있다가 겨우겨우 쥐어짜서 엄마를 불렀다.
“어...엄마아아아아!!!!!!!!!”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아이 엄마는 정말 미친 듯이 소리가 들린 곳으로 뛰어갔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듣지 못했을 소리와 거리였지만 그녀의 귀에는 똑똑히 들렸었다.
갑자기 거리로 뛰어가려는 아이엄마를 계속 옆에서 같이 아이를 찾아 주던 젊은 여자가 말렸지만 손을 뿌리치고 아이만 보고 달렸던 아이엄마에게는 아이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여기까지 기운을 읽은 반화가 진상이 있는 곳을 봤다.
“뭐야? 저 자식은 뭔데 노려보는 거야? 하여튼 요즘 젊은 것들은... 그렇게 능력 좀 얻었다고 사람을 무시해!? 내가 누군지 알아!”
진상 짓은 여전했지만 티거 길드장은 차마 손을 대지는 못하고, 이제 상황이 해제되어 여유가 생긴 경찰들을 불렀다. 반화가 오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서둘렀지만 반화가 빨랐다.
“뭘 봐!”
“뭐, 새꺄?”
“!!!”
역시... 티거 길드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뭐...뭐? 새꺄? 이런 어린 노무 새끼가!”
휘이익!
휭~
반화를 향해 손찌검을 하려 했지만 먹힐 리가 있나.
“파스, 신상 파악 해봐.”
[예.]
반화가 작게 파스를 불러 진상의 신상을 파악하려했다.
[전과자입니다. 보험사기, 미성년자 성매매, 등등 많네요. 출소한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최근 범죄내력은...사기네요.]
할 말이 필요 없는 자였다.
“정보 알아서 편집해서 뿌려. 이전 상황도 같이.”
[예. 그런데...]
파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행동을 하는 반화.
퍼어억!!
꾸에엑!!
“헐....”
이럴 줄 알긴 했지만 막상 일이 벌어지니 더욱 경악스러웠다.
“역시...넌 내가 아는 최고의 돌+아이야.”
신소이의 감탄과 티거 길드장의 한숨... 그리고 아이의 눈을 가리는 아이엄마.
“반화씨...”
티거 길드장이 더 이상 사고 치기 전에 반화를 말리려 할 때 경찰들이 다가왔다.
“거기 뭡니까!?”
번쩍! 번쩍!
사방에서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경찰은 다가오고...
“야, 너 어떡하려고?”
“뭘?”
“응?”
반화의 말에 오히려 당황한 신소이.
“아니, 이거...”
“나 먼저 간다? 애기야 다음에 또 보자?”
“네에!”
아이와 인사하고 아이엄마에게 간단히 목례한 반화는 뒤도 보지 않고 사라진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
“어?...엉?! 야이 개 쉑캬!!!”
신소이는 무책임하게 떠난 반화를 부르며 방방 뛰고 티거 길드장은 그걸 또 말리고... 진상은 털린 강냉이를 주우며 경찰들에게 고자질을 한다.
“저 때끼들이!”
“예? 뭐라고요?”
발음이 새서 경찰들이 알아듣는데 한참이 걸린다..
“그러니까... 저 사람들 중 젊고 반들반들하게 생긴 남자가 아저씨를 때렸다고요?”
“그러타니가!”
“? 반들반들하게 생긴 남자는 없는데요?”
‘털보 한명은 있는데...’
뒷말은 티거 길드장을 보고 작게 중얼거린다.
“부며히 이써서!(분명히 있었어!).”
“...일단 여긴...증인 밖에 없는데...”
경찰은 호의적으로 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눈초리에 난감함을 느꼈다. 이런 사건이 제일 골치 아팠다. 겉으로 피해자가 사실 가해자에 가까운...그래서 주변사람들이 경찰들을 욕하는.
그리고 얼굴은 멀쩡한 미친X 하나가 발광하고 있었다. SS급의 미친X이...
“허어....”
이런 개판을 만들고 사라진 반화는 세상 편하게 엘프 왕국에서 쉬는 중 이었다. 용군주를 놀리면서...
.
.
.
“저 좀 집에 보내 주세요...”
“거, 내일 어차피 다시 와야 되는데 뭐하러 갑니까?”
“안 갈 겁니다! 안가요! 반화씨 가는 곳에 안 갈 겁니다!”
출발 전 만해도 반화의 옆에서 이득 좀 보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았다. 저 인간 옆에 있다가는 스트레스와 화로 일찍 세상을 뜰 것 같았다.
“정 가고 싶으면 용용이 타고 가면 되잖아요.”
“저걸 보라고요! 덩치 때문에 전 신경도 안 쓰고 있어요!”
덩치와 딱 붙어 있는 용용이. 덩치가 어딜 가지 않는 이상 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저 망할 커플들!”
다른 의미에서도 분노하는 용군주.
“그냥 저만 보내주면 됩니다. 내일 비행기 타고 오면 되니까요.”
“? 제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으아아아! 분명히 봤어요! 휙!휙!하고 사라지는 거!”
“아아~그거 사용 제한이 있어서...”
구라였다.
“거짓말!!”
“아닌데.”
반화의 약 올리는 표정을 본 용군주는 100% 구라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반화는 노에라의 뒤를 잇는 놀림거리를 발견해 기분이 좋아졌다. 요즘 노에라가 다른 곳에 정신 팔려 심심했는데...
“응? 반화님?”
그때 롭스를 보고 몰려온 엘프들 중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어? 안뇽?”
“네, 오랜만이네요.”
여왕이었다.
“어어~”
활짝 웃으며 다가오는 여왕에게 시큰둥하게 인사하는 반화. 그래도 좋은지 여왕의 입가는 내려 올 줄 모른다.
“이 지배자는 반화님이 데려 오신 건가요? 세계수가 떨기에 와봤는데...”
“맞아, 뭐 별 일 없을 거야. 여기서는.”
“그런가요? 그럼 오늘 어디서 머무실 건가요? 방은 많이 비었는데...”
내심 반화가 이곳에 머물렀으면 하는 마음에 여왕이 한번 떠봤다.
“음...”
그리고 그 모습을 묘하게 보는 용군주.
‘이거 분위기가 이상한데? 설마...!!’
여왕의 표정을 본 용군주는 자신의 촉이 맞음을 확신했다. 자신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저런 환한 웃음이라니...반화가 더욱 얄미워 졌다.
‘보아하니 저 인간은 모르는 눈치인데?’
소심한 복수를 위해 그냥 모른 척하기로 한다.
-아빠아아아~!
“응?”
그때 롭스의 머리에서 뛰어 놀던 녀석들이 내려와 그에게 달려왔다.
-배고파요오오!
-배고파!
-왕!왕!
“아 맞다. 고기 먹기로 했지?”
-응!응!
“흠... 집에 가서 밥 먹을 까?”
-네에!
“아...그럼... 가시는 건가요?”
여왕이 안타까운 듯 말한다.
“엉. 그리고... 난 엘프한테 관심 없다.”
“...예...?아...”
반화의 말에 당황한 여왕이 말을 얼버무리다가 시무룩해진다.
“헐...여왕을 차다니, 미친 거 아님? 헙!”
못 볼 것을 본 용군주가 주둥이로 나오는 말을 막지 못하고 자신도 놀란다.
“뭐?”
“아닙니다!”
“...여기 계속 있고 싶은가 보네?”
“?어어어?! 역시 구라였죠!?”
“큼...쿨타임이 돌아 온 거야.”
어느새 말을 놓은 반화. 하지만 용군주에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쿨타임이 어디 있어요!!! 와...진짜 너무하시네...”
“그래서 가기 싫어?”
“아니요!”
그는 그렇게 뚝심 있는 자는 아니었다. 바로 반화의 말에 굴복한 그는 집에 갈 생각에 들뜨기 시작했다. 포근한 이불...아늑한 집!
“자! 우리 간다? 낼 보자고.”
“아...예...”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는 여왕과 아무생각 없는 롭스를 남겨둔 반화는 공간 이동진을 만들었다.
“응? 예전이랑 좀 다른 것 같은....데에에에!!”
쏴아아아! 팟!
마법진이 생기며 그들을 감싼 빛이 사라지지고 그들도 사라졌다.
“가셨네..”
여왕이 반화가 있던 자리를 보다가 이내 자리를 뜬다.
-크웡????
모두가 사라지고 혼자 남은 롭스...
-크워어어어!!
‘밥은 좀 주고가지... 망할 인간....’
엘프들의 숲에 그날 서글픈 롭스의 울음이 밤새 들려왔다고....
.
.
.
집에 돌아 온 일행.
“으웨에에웩!”
공간이동진을 맛본 용군주는 헛구역질을 하며 괴로워한다. 그냥 이동할 수 있음에도 이렇게 한 건 아까 미친놈이라고 한 것에 대한 반화의 소심한 복수였다.
“처음엔 다 그런 거야.”
“구라!..웁! 치지 ..으웁! 마요!”
구토감에도 할 말은 하는 용군주...그는 더 이상 반화의 거짓말에 속지 않았다.
“흠... 무슨 고기를 먹지?”
깔끔하게 용군주를 무시한 반화가 어떤 고기가 좋을지 고민했다.
“크라센 고기는 좀 물리고...오랜만에 바비큐치킨이나 먹을까? 얘들아 치킨 먹을까?”
-고기면 다 좋아요오!!
-나도오오!
녀석들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고기를 정한 그가 식량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고 원하는 고기를 찾았다.
“음... 어디 있을 텐데...”
쑥!
“찾았다.”
퐁!
스르르..
“헐...”
반화가 아공간을 사용하는 장면을 본 용군주는 눈을 비볐다.
“응? ...봤어?”
끄덕 끄덕...
“음...맞고 기억을 잊을래? 아님 그냥 잊을래?”
“그냥 잊겠습니다!”
“아냐, 그냥 맞고 잊는게 확실할 것 같은데?”
“잊을 수 있습니다!”
“뭘?”
“모르겠습니다!”
“좋아, 훌륭하네. 어이, 거기 잉여들.”
용군주를 잠시 보던 그가 집안에서 TV를 보고 있는 잉여 부부를 불렀다.
“우리...말인가?”
“어.”
“...왜?”
“저 쪽 집에 가서 식구들 불러와.”
반화의 말에 어그적 어그적 움직이는 잉여들...
“저걸 그냥 숯으로 만들어 버릴까?”
후다다닥!
“?”
반화는 그냥 정원에 있는 나무를 보고 말했을 뿐인데... 잉여들이 누구보다 빠르게 본가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