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불바다 #
101화
“와...대박, 저게 뭐야?”
“지배자급 몬스터래.”
“헐...진짜? 그냥 큰 몬스터가 아니고?”
“우리가 뭘 판단해? 봐도 모르지. 그냥 그렇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사람들이 방벽 위에서 밖에 서있는 롭스를 보며 웅성거린다.
“진짜 완전 딴 세상이구나.”
“저 사람은 딴 세상에서도 딴 세상일 걸? 저 몬스터가 한번 발 구름하면 도시하나 박살나는 건 순식간이겠어.”
“그러게...무슨 몬스터가 빌딩보다 큰 것 같지?”
방벽 위에서도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롭스의 크기에 다시 감탄하는 사람들.
...
“말해뒀어요?”
“예, 근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은데요?”
“?”
“그게... 저 녀석 크기가 워낙 커서 엘프 왕국으로 가려면 도심을 지나가야하는데 사고가 날 수 있어 통제한다고 하더군요. 준비가 되면 알려준답니다.”
“흠... 귀찮네. 그냥...”
“!!”
반화의 중얼거림을 얼핏 들은 용군주가 경악하며 손사래 쳤다.
“아이고! 안 됩니다! 이건 진짜 안돼요. 분명 사고 날 겁니다.”
“...뭐가 안 된다는 겁니까?”
반화가 용군주를 황당하게 쳐다봤다.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긴 한 걸까?
“예? 이 녀석 데리고 그냥 뚫고 가겠다고 한 것 아닙니까?”
...왜 이 사람은 반화의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되는 걸까?
“전 그렇게 멍청한 생각 안 했는데요?”
“...멍청한 생각이요? 그럼?”
반화의 말에 충격을 받은 용군주.
“그냥 공간이동 할까 생각 했는데요?”
“아~...어!!! 공간이동!! 맞아! 그거 할 줄 알면서 왜! 저를 그냥 남겨 두고 갔어요?!”
이제야 자신이 반화의 별장에 감금(?)된 방법이 생각 난 용군주가 흥분하며 따졌다.
“어...그러니까 제한이 좀 있어서...”
“구라! 개구라! 와... 너무 하시네.”
“큼...”
이번에는 반화가 할 말이 없었...
“그래서요?”
“...헐...완전 뻔뻔.”
그냥 무시하는 반화에게 오히려 할 말을 잃는다.
“저어...”
“?”
그때 그들이 있는 곳으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아! 관리자님?”
“예. 허가가 떨어져서요. 이제 게이트로 가서 대기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반화씨? 가죠?”
“그러죠. 롭스.”
-크웡!
“으어어어!”
...반화의 말에 대답하는 롭스 때문에 기겁한 사람들. 워낙 큰 녀석이라 작은 모션도 커보여서 위협적으로 보였는데 바로 위에서 울리는 롭스의 목소리는 얼마가 식겁 했을까. 용군주는 그 마음 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가자. 얘들아! 아빠 옆으로 와. 덩치! 이 사람이랑 같이 먼저 가.”
“어? 전 용용이 타고 가도 ...돼에에에느으으으데!!”
용군주의 의견따위는 사뿐히 무시한 덩치가 그를 잡고 게이트로 달려간다. 당연히 뒤를 따라가는 용용이.
-아빠아아~!
쏙!쏙!쏙!
롭스의 몸을 뛰어 놀던 녀석들이 반화의 품을 파고든다.
“가자!”
-크워어어어!
퍽!
“시끄러, 임마. 덩치도 너도 왜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거야? 바로 옆에서 소리 지르면 얼마나 시끄러운 지 알아?”
-크웡...
지는 바로 옆에서 그렇게 발로 머리를 차면 얼마나 기분 나쁘고 아픈지 아나?... 서러운 롭스..
쿵! 쿵!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가는 롭스, 그리고 방벽 위에서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오금이 저리는 느낌을 여실이 느꼈다.
“와....씨...지릴 뻔 했어.”
“...난 좀 지린 듯.”
“방벽도 지배자들한테는 그냥 돌부리나 같네...”
가뿐하게 방벽 위로 점프해 넘어가는 것을 밑에서 본 사람들은 식겁했다.
“...”
.
.
.
한편 진상 때문에 아직도 통제가 구멍 난 지역.
“계속 통제에 불응하면 제재가 가해 질 수 있습니다. 이건, 법으로 가능한 겁니다.”
“뭐? 이 새끼가 내가 누군 지 알고! 너 어디 소속이야!?”
“티거 길드 소속 회원입니다만?”
“티..거? 알게 뭐야! 뭐 뉴월드 소속이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이상한 핑계를 대며 계속해서 시비를 거는 중년 남자. 주변에서 사람들을 이끌던 동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이 사람이 자꾸 자기가 누군지 아냐고 하잖아.”
“이 사람? 허...어린 노무 새끼가 어른한테, 이 사람?”
“계속 이 상태다...”
답도 없는 진상에 지친 티거 길드원이 동료에게 속삭인다.
“내 귀중한 시간을 뺏었으면 보상을 해 줘야 할 거 아니야! 어! 안 그래요!?”
남자가 대답 없는 통제인원들에 기세가 등등해져 주변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했지만 오히려 눈살 찌푸리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간혹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그들도 이 모습이 딱히 좋지는 않았다. 다만 의견에 동의 할 뿐...
그렇게 통제에 구멍이 생기고 있을 때 통제에 따라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옮기고 있던 아이엄마가 소란이 일어나는 곳에 가려는 사람들에 치여 자리를 피하려는데.
툭!
퍽!
“악!”
“응? 뭐야?”
“신경 쓰지마, 걍 부딪혔는데 돈 뜯으려고 엄살 피우려는 건가봐. 자리 피하자.”
“응.”
남녀 커플사이를 지나가려가다 둘이 손을 잡고 있어 피하려 했는데 남자가 아이엄마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치고 지나간다.
“뭐야...뭐 저런 싸가지들이 있어? 괜찮아요?”
넘어진 아이엄마를 향해 주변에 있던 사람이 다가와 일으켜 준다.
“읍읍읍...!!으으으읍!”
“음? 아...말 못하시는 분이시구나.”
“으으으읍!!!”
“? 왜 ...왜 그러세요?”
말을 못하는 건 알겠는데 갑자기 흥분해서 주위를 파헤치는 아이엄마. 그 손길을 피한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듯 본다.
“으으으으!!”
“뭐야? 미친 사람인가?”
“어? 저 여자, 애기 손잡고 있던 거 아니었어?”
“아~ 맞다. 근데 애기는 어디 갔지?”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사람들이 상황을 파악했다.
“저기요! 이분, 원래 아이 데리고 있었던 분이에요?”
제일 먼저 아이엄마에게 손을 내밀었던 젊은 여성이 방금 말했던 사람들에게 묻는다.
“아까 제가 봤을 때는요. 하도 귀여워서 한참 봤었는데...설마...”
“어떡해...이...일단...진정하세요.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으으으으!! 읍!읍!”
젊은 여자는 아이가 걱정되지만 잘 있을 거라 믿으며 일단 흥분한 아이엄마를 진정시키려 노력한다.
“누가 좀 도와주세요! 아이를 잃어 버렸어요! 3~4세 정도 되는 아이입니다! 까만 옷을 입고 있었어요!”
주변에 있던, 아이를 봤던 사람들도 다 같이 아이를 찾기 시작한다. 하지만 어디 갔는지 아이를 봤다는 사람은 나오지 않았다.
“어떡해...괜찮을 거예요...”
자신도 당황했지만 그래도 아이 엄마보다는 덜 했기에 젊은 여자는 애써 괜찮은 표정을 지었다.
“으으으으!!!!”
오열하는 아이엄마를 본 사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일단 통제하던 분들에게 알려요!”
누군가 소리 쳤다.
.
.
.
이런 소란이 있는 것도 모르고 아직까지 진상 때문에 잡혀있는 통제 인원들.
“거기 뭐합니까? 곧 있으면 상황 발생하는 거 몰라요?”
그때, 이 모습을 보던 길드장이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그게, 이 사람이...”
“뭐!? 또 이사람? 이 새끼가! 보자보자하니까!”
길드원의 말에 꼬투리를 잡고 달려드려는 진상.
“? 당신 뭡니까?”
그런 진상을 제지하며 길드장이 물었다.
“넌 또 뭐야? 니가 대장이야?”
“예, 이 지역 통제는 저한테 있습니다만?”
“너 잘 만났...”
“뭐해요? 일들 하세요. 저쪽에 소란이 생긴 것 같은데.”
진상의 말을 자르고 길드장이 오더를 내린다.
“예.”
“뭐야! 지금 나 무시하는 거...”
“뭐해요, 거기서?”
“아, 소이씨? 이 사람이 진상을 부려서요.”
“진상이요?”
티거 길드와 같이 파견 나온 신소이 팀. 신소이가 티거 길드장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허...이것 참... 예의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이랑은 대화가 안 되네. 이사람? 이놈이나 저놈이나. 내가 니들 신고 할 거야!”
“이거 왜 이래? 술 먹었네?”
술 냄새에 인상을 찌푸린 신소이가 대충 상황을 짐작했다.
“에휴...그 쓰레기 때문에 이런 놈 통제도 제대로 못하네.”
김동수라는 쓰레기 때문에 능력자가 능력을 이용해 일반인을 억압하는 것이 크게 이슈가 되는 바람에 함부로 손을 못 댄 것 같았다. 그걸 이용해 저 진상이 술 먹고 이러고 있고...
“이런 진상은 제가 치우죠. 제가 검찰이랑 감찰원 쪽에 아는 사람 많아서 이 정도는...”
-와아아아아!!!!
갑자기 거리를 향해 사람들의 함성이 터진다. 그 덕에 신소이의 말이 씹힌다.
“뭐야?”
자신의 말이 씹혀서 일까 인상을 쓰며 거리를 보는 신소이.
“그분이 게이트 나오신 것 같은데요?”
“그분은 무슨... 그 돌+아이 때문에 이게 뭔 고생이래. 집에서 푹 쉬려고 했더니. 그쪽도 활동 접고 잠시 쉬려던 거였죠?”
“하하하...그렇죠..”
반화 때문에 활동을 잠시 멈추고 중국 진출까지 쉬려던 계획이 산산조각 났지만 티거 길드장은 그에게 따질 수 없기에 아무 말 못했지만 신소이는 달랐다. 무려 친구의 동생인 놈에다가 어렸을 때 자신이 업어 키운(?) 녀석이니 마음껏 씹을 수 있었다.
“아오...응? 저게 뭐지?”
반화 욕을 하려던 그녀는 거리에 작게 뭔가 튀어 나와 있는 걸 발견했다.
“어? 사람? 아이?”
티거 길드장도 발견하고 의문을 나타내는데.
“이것들이 나를 무시해!? 야! 이런 썅년이! 니가 능력자면 다야!?”
본격적으로 진상을 부리기 시작하는 진상에게 집중할 새도 없었다.
“어어어어!?”
“꺄아아아아아아!!!! 아이가!!”
사람들이 놀란 비명을 지른다. 아이가 있는 곳은 롭스가 지나갈 거리에 정확하게 위치해 있었다. 이대로 그냥 지나간다면 아이는... 그들의 상상에 끔찍한 모습이 그려진다.
“이런!”
“소이씨!”
그 모습에 이를 악 물며 날아가는 신소이. 하지만 그녀보다 롭스의 걸음이 빨랐다.
그때,
타다다다다닥!
“안돼요!”
젊은 여자의 목소리와 누군가 뛰는 소리.
“어어어어!?”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이 놀란다.
“응?”
능력을 써서 거리를 좁히고 있던 신소이가 갑자기 거리로 튀어나와 아이에게 향하는 여자와 그런 여자를 부르는 젊은 여자를 발견했다.
“어어어?! 안돼요! 피해요!”
이대로 가다간 저 저 여자까지 사고를 당할 것 같아 소리를 질렀지만 그 소리를 듣고 모른 척하는 건지 아님 진짜 못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시하고 필사적으로 달려가는 여자.
“이런 씨... 저 진상 새끼 때문에!”
통제에 구멍만 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진작 나서지 않은 자신이 원망스럽지만 지금은 그런 원망도 접고 필사적으로 저 두 사람을 구해야 했다.
쿵!!
쿵!!
“안돼에에에!!!”
스으으윽...
코앞까지 다가온 롭스가 발을 들어 옮기려 했다. 신소이는 아직 거리가 많이 남았고 여자는 어느새 아이에게 다가가 아이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감싼다.
스윽...
-크웡?
“발 치워봐 자식아.”
롭스가 자신의 머리를 툭툭 치는 반화 때문에 발을 든 상태로 멈췄다가 그의 말에 다시 발을 든다.
아이 엄마는 머리위에 드리웠던 그림자가 진해졌다가 사라졌지만 두 눈을 꼭 감고 뜨지 못한다.
“... 뭐야? 왜 여기에 사람이 있어?”
반화가 그 모습을 보며 중얼거린다.
“야아아아아아!!!!”
“응?”
멀리서 미친X처럼 날아오고 있는 신소이를 발견한 반화.
“어우씨...놀래라. 미친년인 줄?”
“헉...헉...뭐?...헉...”
“헉헉 거리지 말고, 좀 떨어져 줄래? 병 옮을 것 같아.”
“뭐...이 쉑이! 누나한테!”
반화가 신소이와 거리를 벌리며 말하자 버럭 하는 그녀.
“으....으??”
그 소란에 그제야 눈을 뜬 아이엄마는 서둘러 아이부터 살핀다.
“으으으으!!!....흐으으윽....”
“으아아앙!!! 엄마아아아!!”
...서로를 껴안고 우는 모녀...
“큼... 무슨 일이야?”
“아오...식겁했네...다행이다.”
반화가 신소이에게 물었지만 신소이는 저 모녀가 무사하다는 것에 긴장이 풀려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