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8화-불바다 #
98화
“쿠에에에엑!!!!”
놈이 반화 때문에 앞이 잘려 공간이 생긴 철창을 나와 반화와 세 여자를 보고 기괴한 비명을 질렀다.
“도...망가야 돼!”
“안 되는데?”
“?!”
서걱! 서걱! 서걱!
“아아아악!!!!”
세 여자의 아킬레스건을 죄다 끊어 놓은 반화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김동수를 발로 찼다.
쾅!
“꾸에에엑!”
발길질 한방에 기세 좋게 달려들던 놈이 힘없이 세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 으아아악!!
“아아악!”
콰직! 콰드득.. 콱!!
순식간에 주변에 있는 세 녀석들을 공격해 상처를 입힌 녀석... 그리고 아까부터 일어난 소란에 다른 방에 갇혀 있던 죄수들이 하나둘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며 고개를 문에 붙였다가 괴상한 소리에 기겁하며 문에서 멀어졌다.
“뭐...뭐야!? 어이!! 무슨 일이야!”
차마 문 앞에서는 말하지 못하고 멀찌감치 떨어져서 서로를 향해 무슨 일인지 묻는 죄수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파스, 조작은 잘 했어?”
[완벽합니다.]
“아까 내가 완벽한 것은 없다고 한 것 같은데...”
[제가 직접 한 것은 언제나 완벽합니다.]
“허허허...그래.(작게) 재수 없어.”
[다 들립니다.]
“아, 들렸어? 들으라고 했어.”
천연덕스러운 반화의 반응, 그러나 주변상황은 좀 이상하게 돌아갔다. 김동수에게 공격을 받은 세 녀석들도 김동수와 같은 증상을 보이며 이성을 잃은 채 아킬레스건을 잘리고도 똑바로 일어서 김동수와 함께 반화를 향해 적의를 드러냈다.
“흠...좋아 완벽하네. 쟤들은 원래 있던 곳으로 옮겨. 바쁘구만.”
[바쁜 건 저 인 것 같습니다만?]
“오더는 내가 내리잖아. 원래 오더내리는 사람이 제일 바쁜 거야.”
[...]
“흠흠... 마지막으로...이 녀석들한테 오더만 내리면 바로 옮겨. 그리고 조작된 영상 뿌리고, 간수들은 잘 있지?”
[예, 다 처리 했습니다. 이 곳에서 일이 끝나면 이동경로는 TM 오너가의 인간들이 있는 곳입니까?]
“어. 저게 저렇게 보여도 신기하게 4D영화 보는 것처럼 자기 몸이 움직이는 것 보고, 또 듣고 느끼는 것까지 다 되는 상태 거든? 아주 괴로울 거야. 아닌가? 저 정도 쓰레기는 아닐 지도 모르겠네.”
“크르르... 쿠에에에엑!!!”
스윽.
“...?”
반화에게 달려들려는 놈들이 반화의 손짓에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말 잘 듣네. 자! 니들이 할 일은 이 곳 죄수들을 모두 죽이고, 넌 TM일가를 니 손으로 처리하고 알아서 죽으면 돼. 그리고 너희들은 중국 대륙으로 가서 대기 하도록.”
-끼에에에엑!!!
반화의 말에 대답하듯 기괴한 비명을 지르는 녀석들...
“자! 실시! 파스, 저것들은 이제 옮겨.”
[예.]
팟!
세 녀석들은 여자 죄수들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김동수는 몸을 변형 시켰다.
콰드드득!!
-끼에에에엑!!!
스륵..
반화마저 사라지고 혼자 복도에 남은 김동수는 변형시킨 몸을 우득우득 거리다가 폭발적으로 몸을 움직여 가까이 있는 죄수의 방을 부숴버린다.
콰앙!!
“으아악!!! 뭐.. 뭐야!?”
“....끄아아아!!!!!”
죄수들의 비명과 감옥 방을 부수며 날뛰는 김동수... 그러나 이 상황을 제지하는 그 무엇도 없이 놈은 반화가 시킨 일을 묵묵히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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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입니다! 경기도 화성의 교도소에서 폭동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현재 폭동을 진압하려 경찰, 군, 감찰원까지 동원 되었지만 현장은 이미 아수라장이 된 후였습니다. 현재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은 모두 사망한 가운데 CCTV로 분석한 사실에 따르면 폭동의 원흉인 김동수만 그 현장에서 사라졌다고 합니다. 군, 경찰, 감찰원들은 현재 김동수의 흔적을 찾아 신속히 체포할 것이라 발표했는데요, 국민 여러분들은 혹시나 이 사진 속의 사람을 발견한다면 바로 대피하시고 감찰원에 제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바로 옆 여자 죄수들이 수감되어 있는 교도소에도 살아있는 죄수는 없다고 발표했지만 그곳은 김동수가 저지른 일은 아니라고 합니다. 자세한 소식은 잠시 뒤 공식 발표가 이어진 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반화는 도대체 뭘 하려는 것일까. 단순히 불씨의 씨앗만 처리하기에는 너무 큰일을 벌이고 있었는데 파스를 이용해 흔적까지 지우면서, 간단히 처리 할 수 있는 일을 이렇게 심각하게 만들다니, 그의 속을 도무지 짐작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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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상황은 어때?”
[현재 여자 수감자들은 정리가 끝났고, 중국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습니다. 엘프 왕국을 통해서는 갈 수 없어 바다로 가는 바람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흔적만 남기고 바로 중국 게이트 쪽으로 전송 시켰습니다.]
“그래? 중국에 그때 사고로 죽은 사람들이 몇 명이라고 했지?”
[적어도 천만이 넘는 것으로 추정 됩니다. 중국의 게이트가 하필 수도 근처에 있는 바람에 피해가 더 컸죠. 대처도 느리긴 했지만... 그런데 왜 이렇게 하는 겁니까?]
“아아~, 이번에 중국 쪽으로 우리나라가 간다며? 근데 아까 니가 말했다시피 중국에서 죽은 인간이 많거든? 마나가 없을 때면 모르지만 지금은 게이트에서 흘러 온 마나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인간들이 좁은 지역에서 죽어서 생긴 사기, 그리고 특히 인간들이 죽으면 생기는 원념들 때문에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단 말이지.”
[? 골치 아픈 일이라는 게 뭔지 이해 할 수 없습니다. 자료가 부족하군요.]
파스가 열심히 자료를 찾아 봤지만 반화가 말한 골치 아픈 일을 짐작 할 수 없었다. 아틀란티스에서도 지구에서도...
“좀비...라고 하면 알려나?”
[좀비라고 하면 죽은 자가 살아 움직인다는 인간들의 판타지적 상상 속... 그러고 보니 지금 마스터가 하고 있는 것도 일종의 좀비를 다루는 것과 비슷하군요.]
“뭐? 그런 저급한 방법이 아냐 이건,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말한 거지. 유독 인간들은 몰살당하면 그 원념 때문에 사기가 짙어져, 그게 마나와 합쳐지면 원념들이 마나를 이용해 그 시체를 움직이지. 바이러스처럼...”
[그게 지금 이 상황과 무슨 상관입니까?]
“원념을 없애지 않는 이상 어차피 일어날 이니까 내가 좀 이용하려고, 내 통제 하에서.”
[?]
“거, 인공지능이 그렇게 이해력이 딸려서 되겠어?”
[...인공지능으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생각을 하는 게 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만?]
“시끄러, 느껴지는 기운으로 봐선 곧 터질 것 같단 말이지? 우리나라에서 중국으로 갈 시기에 맞춰서. 이번엔 세계연맹 소속 국가들도 같이 연합해서 간다는데, 이게 전파가 되면 나도 곤란 하거든?”
[말은 똑바로 하셔야죠. 곤란이 아니라 귀찮으로.]
“...요즘 좀 기어오른다?”
[항상 제가 더 높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헐...아재...너 요즘 뭐 보냐?”
반화와 파스가 어두컴컴한 반화의 방에서 이렇게 농담하고 있을 때 나라는 난리가 났다. A급능력을 가진 범죄자는 사라졌고, 또 다른 범죄자들인 여성 3인방의 흔적은 중국으로 갔다는 것만 알려줄 뿐이었다.
교도소를 지키고 있던 간수들은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파스가 조작한 내용에 의하면, 간수들은 모두 중국 여자 3인방에게 기절 된 채 한곳에 방치 되어있었으며 간수들의 문제보다 낙후된 보안시설이 더욱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예전 S급 추정 범죄자도 보안시설을 속이고 몰래 빼돌려졌던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았다는 게 이야기의 근거인데, 하지만 알고 보면 그 때 그 사건의 간수들이 작은 징계만 받고 장소만 바꿔 이번에 사고가 터진 곳에서 다시 근무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결국 더 큰 논란만 생겼다.
그리고 죽은 죄수들의 인권에 대해서도 말이 나오려는 차에 정보 전달 과정에서 실수로 드러난 죄수들의 죄목들은 그런 인권은 입 밖으로도 내지 못하게 만들었다.
--와...저런 놈들을 내 돈으로 먹을 것 주고 다 했단 말이야?
--욕 나온다, 진짜.
--잘 죽었네!
--윗 댓, 그래도 사람이 죽었는데 잘 죽었다니, 사이코패스임?
--니가 싸이코패스겠지, 저거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옴? 미성년자 성폭행, 살인... 뭐 하나 같이 죽일 놈들이더만? 거기에 그런 놈들이 곧 있으면 출소 한다니...소름 돋는다. 진짜.
반화가 파스를 이용해 일부러 흘린 내용으로 그의 뜻대로 여론은 흘러갔다. 굳이 여론을 조작하든 하지 않던 그가 상관할 필요는 없었지만 그에게도 죄책감이라는 게...있다기보다는 자신이 낸 세금에 대한 일종의 화풀이였을 뿐이다. 죽어서도 그의 세금을 탐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인터넷에 이런 기사들을 확인하던 반화가 파스를 다시 불렀다.
“김동수는?”
[지금 TM오너가의 자택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불구속 심사 중이라 자택에 모두 모여 있는 상황이네요.]
“그래? 작전을 슬슬 시작할까?”
[작전명은 뭡니까?]
“작전명? 음... 불바다?”
[?예? 제가 잘 못 들었나요? 과거 기록에 따르면 북한이라는 곳에서 주로 외치던 작전인 것 같은데요? 불장난 정도의 규모가 아니었나요? 불바다는 과한 것 같은데요?]
“내가 불장난이나 할 군번이야?”
[...불장난에 군번이 어디 있습니까?]
파스의 말에도 대답하지 않은 반화는 슬슬 중국에 있는 세 여자를 움직였다. 김동수는 이미 작전을 지시해 뒀기 때문에 그대로 둬도 되지만 이쪽은 좀 힘이 많이 드는 과정이라 김동수 쪽은 파스에게 맡겨 두고 이변이 생기면 말해 달라고만 했다.
“나 좀 나갔다 올게.”
-응? 아빠 어디가요?
반화의 나간다는 말에 바로 다가와 자신도 가겠다는 듯 촐랑거리는 맹이를 진정시켜주고 간식을 주며 금방 갔다 온다고 한 반화가 다시 나타난 곳은 과거 오크들의 침략에 초토화된 중국의 게이트 중 하나였다.
“흠...더 놔뒀으면 이쪽은 난장판이었겠네.”
진득한 원념과 사기를 느끼며 반화가 중얼거렸다.
“자! 간만에 일이나 좀 해보자고. 니들도.”
그렇게 말한 반화가 멍 때리고 있는 세 여자들을 움직였다.
스으으....
반화의 몸에서 나온 검은 기운이 세 여자의 몸속에 흡수가 되고 그 세여자의 눈이 검게 물든다.
“김동수 일 처리하면 바로 이 쪽 일로 이목을 돌리려고 할 테니까 빨리빨리 하자고?”
검은 눈동자로 대답도 없이 그를 보는 세 여자들에게 혼잣말을 한 반화가 손을 휘젓자 각자 세 방향으로 흩어지는 여자들.
“흠...왜 인간들은 죽으면 원념을 남길까...”
죽어보지 않은 그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죽은 자의 마음은... 그는 죽이는 자였지 죽은 자가 아니었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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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사라졌던 김동수가 나타난 곳은 부촌 중 부촌의 한 고급주택.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이 사실도 모르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기 바빴다.
“비자금이 어떻게! 이 버러지들아!”
“아...아버지, 진정 하시죠?”
“진정? 이런 쓸모없는 놈!”
철썩!
“억!”
노인의 손바닥에 얼굴을 맞은 중년 남자가 쓰러졌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그때 밖에서 소란이 일어난 것을 느낀 사람들이 밖을 바라봤다.
“이건 또 뭐야!”
노인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확인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이 확인하기 전에 소란의 원인이 벽을 부수며 나타났다.
콰앙!
우르르르..
“!!?”
“크르르....끼에에에엑!!!!”
짐승의 울부짖음에 놀란 사람들이 정신없이 뒤로 물러나고 있을 때 가장 앞에 있던 노인은 그 정체를 파악하고 놀란 눈에서 질책하는 눈으로 바뀌었다.
“김동수 이놈! 감옥에서 조용히 있으라고 했는데!”
“끼에에에엑!!!”
노인의 답에 돌아오는 건 짐승의 울음뿐이었다.
“아..아버지! 이리로!”
그래도 같은 핏줄이라는 듯 뺨을 맞았던 남자가 부들부들 떠는 노인을 끌고 한쪽으로 피하려 했다.
“놔라! 저런 놈이 뭐가 무서워 피해!? 뭐해! 이놈 안 치우고? 밖에 있는 놈들은 다 뭐하고 있는 거야?”
“아버지...밖을 한번...”
“?”
노인이 화를 내며 꿈쩍도 하지 않자 남자가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제야 밖을 본 노인은 두 눈을 부릅뜨며 얼어버렸다.
“저...저... 오빠!”
“?”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남자.
뿌득!
“까아아아아아!!!!!”
“이런 미친!”
“도..도망가야 돼!”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한 주택. 그리고 김동수에게 목이 으스러져 쓰러진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는 노인.
“...현...현수야?”
“크르르...”
믿을 수 없다는 듯 노인이 눈을 부릅뜨며 죽은 남자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돌아 온 답은 김동수의 짐승 소리뿐이었다.
“이...이!!! 니가 진짜 미쳤....!?”
김동수의 모습을 이제야 자세히 살펴본 노인은 말을 잃었다. 두 눈에는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고 사지는 비틀려 있었지만 기괴한 움직임으로 움직이고 있는 김동수의 모습은 공포영화 속에도 쉽게 볼 수 없는 기괴하고 끔찍한 모습이었다.
“너...너!? 살아 있는 건 맞는 거냐?”
“끼에에에에엑!!!!!!”
더 이상 노인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 소리를 지른 김동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 이놈!!!!...억!!”
콰직!
털썩...
“으아아아아!!!”
노인의 비참한 최후를 지켜본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려 했다.
“크르르...”
콱!!
퍽!!!!
콰직!!!
퍼석....
쫘아아악...퍽!
지옥...
피로 물든 벽, 바닥... 김동수는 한명도 남김없이 모두 죽이고 홀로 넓은 주택의 한 가운데 서서 바닥을 봤다. 그리고...
“이...이게..”
짐승 같은 목소리가 아닌 사람의 말로 중얼거리는 김동수. 뭉개진 입에서 사람의 말이 나오다니 신기하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스으윽...
“즐거웠어? 와~ 난리 났네?”
“!! 이런 개!!!!”
“뭐...같은 개끼리라도 그런 말 쓰면 되나? 그래도 급이 다른데.”
까드드득!
놈이 갑자기 나타난 반화를 보고 움직이려 했지만 아까까지만 해도 기괴한 움직임을 보였던 몸이 굳은 듯 놈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으으으으!!!”
“나처럼 착한 개한테 그러면 쓰나? 니가 한 일이 있는데? 이 정도는 사실 별거 아니잖아?”
반화가 주변을 손으로 훑으며 말했다.
“니가 직접 죽인 여자가 몇 명인지, 그 가족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분 나쁘다고 니가 일부러 저지른 사고를 가장한 범죄들...뭐, 말하면 뭐해. 입만 아프지. 내가 정의로운 경찰도 아니고 말이야? 거기에 내가 이러는 이유를 나도 잘 모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