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3화-지뢰는 밟으면 터지지 #
93화
“뭐야?”
피 흘리는 여직원에게 뻗던 손을 붙잡힌 사람이 불쾌한 듯 손을 빼려했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빠지지 않자 당황한다.
“흠...이것들은 또 뭐야?”
그런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주위를 둘러보는 키가 크고 무표정한 남자는 바로 반화였다.
“어? 오빠?”
“마스터, 오셨습니까?”
의외라는 듯 명하가 반화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그런 뜻밖의 가족 상봉의 분위기를 깬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는 더 이상 말도 잇지 못하고 헐떡이며 죽기 직전의 모습이었다.
“바...반화야. 이사람 죽겠어! 어떡해?”
수화가 그런 여자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롱아, 치료 좀 해줘.”
“예.”
일전에 덩치를 치료한 롱이의 능력이라면 이 정도는 쉬웠다.
팟!
순식간에 아무는 상처와 돌아오는 핏기를 보고나서야 안심이 된 건지 수화가 동동거림을 멈추고 여자를 살폈다.
그 동안 계속 팔을 빼려고 애쓰던 반화의 손에 붙잡힌 여자가 도저히 안 되자 뒤의 동료들을 불렀다.
“뭐해! 도와줘!”
“뭐야, 그거 하나 못 처리하고.”
한심하다는 듯 한소리를 하며 반화 쪽으로 걸어온 여자가 손가락을 튕긴다.
딱!
쾅!!!!
“악!”
반화에게 터진 폭발음에 놀란 일행들이 소리를 지르자 뭐가 웃긴지 자기들 끼리 깔깔 거리는 여자들.
“야, 저년들도 재수 없게 생겼는데?”
“그러게? 하여튼 저런 것들이 뭐가 좋다고 달라붙는 건지, 으으... 발정 난 것...?어?”
“왜?”
말을 하다가 멈춘 여자를 이상하게 보던 여자도 멀쩡하게 폭발에 관한 아무런 흔적도 없는 반화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허.허.허.허”
반화의 입에서 마치 기계에서 나오는 웃음이 나왔다.
“롱, 랑. 누나랑 명하 데리고 집에 가.”
“예.”
반화의 낮은 목소리에 서둘러 자리를 피하려는데 명하가 차로 이동하면서 반화에게 소리 쳤다.
“오빠!!! 저년들 족쳐!!! 지금 누굴 건드리는 거야! 생긴 건 오크 뼈다귀 같은 게!”
“이명하! 족쳐가 뭐야.”
“아 왜! 지금 저것들이 오빠 공격한 거 안보여? 오빠가 일반인이었으면 죽었어!”
“...반화야... 죽이진 마. 동생이 살인자 되는 건 좀...”
두 자매의 한편의 콩트가 지나가고 반화와 민사장, 그리고 폭탄 삼인방만 남았다. 그사이 신고가 된 건지 경찰차와 검은 승합차가 식당 앞에 도착했는데 식당에 있던 사람들이 나가면서 상황을 이야기 하자 무기를 꺼내고 천천히 들어와 그들을 둘러싼다.
“침착하시고 거기 잡은 손 놓으세요.”
“? 아~ 이거?”
반화의 손에 아직도 잡혀있는 여자를 보고 경찰이 말하자 이제 알았다는 듯 반화가 손을 들었다.
또각...
“아아아악!!!”
“난, 놔 줬어요?”
반화가 손에 살짝 힘을 줬다가 놓자 깔끔하게 손목이 부러진 상태로 벗어난 여자가 아프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
“반화씨... 그냥 놔 줬으면 해결하기 편했을 텐데...”
“걱정 마요.”
조금 걱정되는 민사장이었지만 반화의 말에 입을 닫았다. 어차피 반화가 하려면 뭔들 못하겠는가. SSS급 테이머이기 전에 그는 이미 훌륭한 전투계 능력자였는데..
“뭐해!? 저 새끼 안 잡고? 지금 내 친구 다친 거 안보여?”
세 여자 중 아까 반화의 몸에 폭발을 일으켰던 여자가 경찰을 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경찰들도 황당한 듯 자기들끼리 쑥덕거린다.
“저 남자가 능력자고 다쳤다는 일반인이 저 여자 인가? 피가 철철 흐른다고 그랬는데?”
“일단 체포부터 하지. 뭐해? 마나 구속구 챙겨서 투입해.”
“예!”
들어 온 신고와는 조금 다른 상황에 경찰들이 당황했지만 다시 침착하게 여자에게 상해를 가한 반화를 능력자로 생각하고 능력자 경찰들을 투입했다.
“저항하지 마시고 받아들이시면 다치는 일 없습니다. 능력자들의 공무집행 방해는 잘못하면 거칠게 제압되면서 다칠 수 있으니 순순히...”
“아,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이분은 아무 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럼 지금 저희가 본 게 뭡니까? 말장난 하지 마시고.. 그쪽도 능력자 입니까?”
“아뇨, 저는 일반인인데...”
반화 대신 민사장이 나섰지만 경찰들은 이미 반화를 범죄자로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혔다.
“흠... 신고 내용이 뭡니까?”
그때 반화가 말을 했다.
“능력자가 일반인에게 능력을 사용했다는 게 신고 내용입니다.”
“저는 능력을 쓴 적 없는데요?”
“예?”
반화의 말에 이건 또 무슨 장난인지 경찰이 인상을 썼다. 분명 사람 손목을 수수깡 부수듯이 꺾는 것을 봤는데 저런 말이라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은지 강경하게 나가려는 차에 반화가 말을 이었다.
“저기 보이시죠? CCTV? 각도 한 번 좋네요?”
반화가 한 쪽 천장을 향해 손을 흔들며 넉살스럽게 웃자 경찰도 그제야 긴가민가한 표정으로 CCTV를 봤다.
그 모습에 민사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CCTV가 아까 폭발로 망가졌을 텐데 멀쩡하게 저렇게 붙어 있다니...
“그...그렇네요. 그래도 서까지 가셔서...”
“저 여자에요! 저 여자들이 저한테 능력을 썼어요! 죽을 뻔 했다고요!”
경찰의 말을 끊고 들리는 고함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쪽으로 쏠린다. 그런 시선에도 아랑 곳 없이 온몸에 피칠을 한 여자가 손가락질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복잡한 경찰들은 일단 모두 서로 데려가 조사하기로 할 때, 갑자기 사건의 원흉들인 세 여자가 도주를 시도했다.
“튀어!”
팟!
“뭐해!? 빨리 가서 잡아!”
순식간에 도망가는 여자들을 향해 이제야 상황 파악이 된 경찰이 소리치자 반화 주위에 어정쩡하게 있던 경찰들이 다급히 쫓아간다.
“저기...반화씨? 혹시 CCTV 저거 가짜 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민사장이 그냥 반화에게 물었다.
“아뇨? 진짜에요. 아까 제가 직접 설치했는데.”
“예?”
반화의 말에 더 미궁으로 빠진다.
‘직접 설치했으면 가짜라는 것 아닌가? 그리고 언제 설치했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아 다시 물어보려는 차에 경찰이 다가왔다.
“일단 증거 확보하고 증인, 피해자까지 완벽하게 있으니 잘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오히려 도와준 사람을...”
“뭘요.”
반화가 전혀 그의 모습이 아닌 태도로 겸양을 떨고 있을 때 증인으로 나선 여자들에게 당했던 여자가 다가왔다. 얼굴에 묻은 피들을 닦아 내기 했지만 여전히 피가 묻은 얼굴로 반화에게 고개를 숙인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아...뭐, 별거 아닙니다.”
평소 볼 수 없는 반화의 모습에 민사장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은 항상 뻔뻔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일에 생색을 내지는 않다니.
팟!
갑자기 쏘아진 빛에 반화를 제외한 사람들이 당황하며 원인을 찾아 두리번거리자 사람들이 몰려 있던 곳에서 두 사람 중 한 남자가 카메라를 들고 다른 사람은 테블릿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G방송사의 기자, 공일오입니다.”
“? 기자가 무슨 일로?”
“아! 저도 여기서 식사 중이었거든요. 증인 겸 취재도 좀 할 겸해서요.”
“아~”
그 말에 경찰이 일단 사건에 대한 경위를 물었다. 기자라면 더 알아듣기 쉽게 정리 해줄 것 같았다. 그 예상대로 자신이 봤던 상황을 설명해주자 경찰이 증인 여자의 말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그리고, 인터뷰 짧게 가능할 까요? 요즘 능력자들 범죄, 갑질이 판치는 세상에 이렇게 정의로운 일을 하신 것에 대해 짧게 기사화 시키고 싶은데...”
졸지에 정의로운 능력자가 된 반화의 모습을 흘긋 바라 본 민사장의 옅게 미소 짓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분명 저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무슨 꿍꿍이인지 사악한(반화의 정체를 아는 민사장의 눈에만)미소를 짓고 있다니...
“예, 뭐 짧게 하죠.”
“감사합니다. 혹시 이름이?”
“이반화입니다.”
“이반화씨...음? 이반화씨...어!? 옆에는 뉴월드 민설국 사장?!”
이반화라는 말에 뭔가 생각하던 기자가 깜짝 놀라며 옆에 있는 민사장을 보며 확신했다.
“SS급 테이머... 헐...대박...”
그냥 짧게 능력자 범죄에 대해 범죄자는 일부일 뿐이라는 기사를 내려 했을 뿐인데 완전 거물이었다. 거기에 인터뷰는커녕 얼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SS급, 아니 SSS급 능력자를 최초로 기사로 낼 수 있게 된 기자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애초에 생각 했던 대로 일단 인터뷰를 땄다. 소문에 굉장히 무섭고 잔인하다는 평이 무색할 만큼 착실하게 대답해준 반화에게 기자가 감사하다고 말하며 이 내용을 누구보다 빠르게 기사화시키기 위해 자리를 얼른 벗어났다.
“반화씨 의외네요? 이렇게 인터뷰도 하시고. 이제부터라도 방송 같은 것도 잡아 줄까요?”
“아뇨. 이제 안 해도 됩니다.”
“예? 아...네”
여전히 알 수 없는 반화의 말에 민사장은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도망갔던 여자들은 경찰들에게 모두 사로잡히며 중국에서 밀입국 한 D급 능력자들임이 밝혀졌다. 그동안 저지른 범죄도 재조사 되어 처벌 받게 된 여자들은 능력자로써 그리고 평범한 사람으로의 인생은 거의 끝나게 됐다.
그리고...
“반화씨, 그러고 보니 그 여자 분한테 연락처 받으셨죠?”
“?”
“예쁘던데 한번 만나보세요. 능력도 좋으신 분이 그렇게 혼자 다니시면 뭐합니까? 쓸쓸하게.”
“민사장님도 솔로 아닙니까? 부러우세요? 이 연락처 드릴까요?”
“저야 워낙 바쁘지 않습니까? 만날 시간이 없어서 일.부.러 안 만나는 겁니다, 저는. 반화씨는 뭐... 이런 말하기 좀 그렇지만 일하는 시간보다 노는 시간이 더... 큼...”
“...일 좀 늘려 줄까요?”
반화의 말에 민사장이 손을 내저으며 재빨리 자신의 말을 취소했다. 지난 번 일들로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번 일도 새로 생겨 처리해야 하는데 더 일을 벌인다면 자신은 진짜 과로사 할 것이다.
“제가 헛소리를 했군요...”
“장난입니다.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제가 이상하잖아요...”
분명 반화는 장난이었는데 상대가 진심으로 받아들이니 조금 난감했다.
“그...그래요?”
‘진심인 것 같았는데.’ 라고는 속으로만 생각한다.
“제가 뭐 일을 만드는 사고뭉치도 아니고 그렇게 마음먹는다고 일이 늘어나겠어요? 당연히 농담이죠. 자자! 정리도 다 되었는데 가시죠.”
“아...예.”
할 말은 많았지만 이쯤에서 그냥 끝내기로 했다.
경찰들까지 자리를 정리하고 빠져나가자 몰려 있던 사람들도 흩어졌다. 민사장은 자기 차를 타고 바로 회사로 갔고, 반화는 아무도 못 볼 때 집으로 순간 이동했다.
.
.
“파스, CCTV 제대로 연결 시켜 놓은 거 맞지?”
내심 불안했던 그는 바로 파스에게 확인을 했다.
[예. 문제없습니다. 시스템을 해킹해서 잘 연결해 두었습니다.]
반화가 식당의 CCTV를 파스를 통해 확인하고 식당으로 이동했을 때 마침 바로 그 순간 폭발에 부서진 CCTV를 발견하고 바로 파스에게 말해 CCTV를 복제해 원래 있던 것과 고장 난 것을 교체한 뒤 메인저장장치에 연결해 둔 파스는 당당하게 말했다.
[기사 떴습니다.]
“그래?”
파스가 스크린을 띄워 그에게 기사를 보여 주었다.
“음... 잘 나왔네.”
사진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이슈화 시킬까요? 그냥 놔둬도 상관은 없을 것 같긴 한데...마침 TM그룹이 움직이기 전에 미리 이걸 터트려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한 번 만들어진 이미지는 기세를 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겁니다.]
“어, 그러려고 인터뷰까지 했잖아. 적당히 티 안나 게 잘 해봐.”
[예.]
그의 기사를 일부러 이슈화 되게 조작하는 파스와 반화의 모습은 음침한 그의 방 분위기와 합쳐지자 딱 어둠 속 범죄계획을 짜는 범죄자들의 모습이었다...
....
>>>>베일에 싸여 있던 SSS급 테이머 이반화씨의 모습이 오늘 오후 한 식당에서 알려졌는데요. 요즘 강력 범죄로 벌어지고 있는 능력자들의 불법 능력사용에 대처하는 정의로운 모습이 포착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그동안 일상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세계 최고의 능력자로 평가 받는 이반화씨라서 이번 일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식당 여직원을 향한 능력자의 폭력을 막는 모습부터 보시죠.
뉴스에서 아나운서의 말 뒤로 한 사진이 화면을 채운다. 반화가 그 여자무리중 하나를 잡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시 사진이 사리지고 나타난 아나운서가 말을 한다.
>>>>방금 모습에서 한 남성이 한 여자를 붙잡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사진만 보면 남자가 여자를 억압하는 모습으로 착각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잡혀있는 여성이 식당 여직원을 향해 능력을 사용하려는 것을 막은 이반화씨의 모습입니다. 뒤에 보면 피를 흘리고 있는 한 여성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 여성은 바로 조치를 취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저 여성은 중국에서 불법으로 넘어 온 D급 능력자로 각종 범죄를 저지르며 다니다가 드디어 잡혔다고 하는데요.......
반화의 가족들이 뉴스를 보며 얼떨떨해 했다. 반화가 저런 선행을 하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왜 그런 눈으로 봐?”
“흐응~? 오빠, 무슨 속셈이야?”
“속셈은 무슨.”
“아니, 잘 생각해봐. 갑자기 거기 나타난 것도 그렇고, 손만 잡고 있었던 것도 이상해. 내가 아는 오빠라면 손 막기 전에 주먹이 나갔을...”
짝!
“오빠한테 버릇없이!”
“아! 엄마도 이상하다고 해 놓곤....”
“흠흠... 얘가? 내가 언제?”
믿었던 엄마조차... 반화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나 싶었다.
“어쨌든 잘 해결 돼서 다행이네. 요즘 저렇게 능력을 일반인한테 막 쓰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다들 걱정이었는데...”
그때, 마침 뉴스에서 반화의 인터뷰 내용이 나왔다.
>>>>‘일반인에게 능력자들이 폭력을 위해 능력을 쓰는 것이 제게 보이면 각오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네, 이반화씨의 짧은 인터뷰까지 보셨는데요. 요즘 늘어나는 능력자 범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아주 속 시원한 일침이었습니다. 누군가 능력을 일반인에게 쓴다면 꼭 이반화씨 앞에서 쓰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서....
“올~~ ‘제게 보이면 각오 하시...’...”
툭! 꽈당!
반화의 발에 소파에서 발라당 넘어진 명하가 그를 노려봤다.
“뭐.”
“제게 보이면...”
절대 기죽지 않고 까불거리는 명하를 반화가 손을 내밀었다.
“?”
“내놔.”
“아니... 오라버니... 약속을 하셨는데 이러시면...”
“안 내놔?”
“힝...”
반화의 말에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카드하나를 꺼내 손에 쥔 명하가 결국 눈을 질끈 감으며 달아난다.
“아직 긁어 보지도 못했단 말이야!!! 꾸엑!”
문 밖을 나서기도 전에 반화의 손에 잡혀 끌려오는 명하는 그 와중에도 손에 있는 카드를 놓치지 않았다.
“쯧쯧... 쟤들은 왜 다 커서도 저러니?”
“삼촌, 이모 웃겨! 히히히.”
“슬아, 저런 건 배우면 안 돼?”
가족들의 혀 차는 소리에도 참 교육을 실천하는 반화와 죽는다고 소리를 지르면서도 손에 쥔 카드를 놓지 않는 명하를 보며 다들 고개를 저었다.
-재밌어 보인다~
-그치?
삼이와 꼬맹이의 합류로 하나에서 셋으로 늘어난 적들에도 꽉 쥔 손에 힘을 빼지 않는 명하가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쪼미야!!”
-냐?
자리에 누워 대답만 하는 쪼미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없자 이번에 슬이를 부르는 명하.
“슬이야! 이모 살려줘!”
그러자 슬이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적이 넷으로 늘어났을 뿐... 반화에게 헤드락이 걸리고 쪼그만 녀석들에게 손발이 잡혀도 끝까지 카드만을 사수하는 그녀의 고독한 싸움은 결국... 그녀의 패배로 끝이 났다.
“...이슬 너...”
“히히.”
반화의 집은 오늘도 평화로웠다. 바깥세상과는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