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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88화 (89/295)

# 88화-일상 #

88화

“와~! 이거 진짜 맛있다! 무슨 고기야?”

명하가 입에 고기를 잔뜩 구겨 넣고 침을 튀며 말했다.

“크라센이라는 엄청 강한 놈이었던 녀석이다. 익히기도 힘든 녀석이지.”

옆에서 랑이가 입에 고기를 잔뜩 쑤셔 넣고 고기에 대해 설명해준다.

“...다 쳐 먹고 말해 좀, 다 튀잖아.”

“아우~! 깔끔쟁이!”

저걸 그냥 확!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부모님이 보고 있어 일단 참는 반화.

“진짜 맛있네. 아들은 매일 어디서 이런 고기를 구해 와? 맛도 다 다르고.”

“그러게, 네 덕에 입이 호강한다.”

아마 이 세상 누구도 구할 수 없는 고기를 먹고 계신 겁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노에라. 녀석은 크라센을 잡았다는 말에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다. 아니 삼이 문제 해결하러 가서 왜 그 놈을 잡았는지 1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정도면 거의 파괴신급이 아닌가? 가는 곳마다...

“분명 고대 지배자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현존하는 최상위 지배자들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녀석이었을 텐데...이렇게 고기가 되다니, 크윽! 왜 맛은 이렇게 있는 거냐...”

“...쟨 또 왜 저래?”

반화는 혼자 알 수 없는 말을 궁시렁거리며 고기를 씹고 있는 노에라를 보며 혀를 찼다. 아무래도 신수라는 녀석들은 어딘가 좀 모자라는 녀석들 인가 보다. 머리가 나쁜 것 같진 않은데...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해줄까?”

“응?”

갑자기 수화가 반화에게 말했다.

“뼈로 만든 방이 뭔지 알아?”

“뼈? 몰라. 그건 왜?”

“골룸!”

“...”

“나무가 걸어가다가 주인 없는 물건을 주웠어, 뭐라고 했을까?”

“...몰라.”

“우드득!”

아무래도 누나가 좀 취한 것 같았다. 듀스잎 담금주를 고기와 함께 마셨더니... 헛소리를... 이 집에 멀쩡한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뿐인 것 같았다.

“헌혈의 집은 영어로? 피zone! 히히히”

“삼촌. 엄마 이상해.”

그래, 슬이는 그래도 멀쩡하구나. 다행이다.

“슬이 고기 더 줄까?”

“아니야. 맹이랑, 삼이랑 쪼미랑 또, 쁘니랑 놀 거야~”

“? 쁘니는 누구야?”

“쁘니 몰라? 삼촌은 그것도 몰라?”

“...?”

‘쁘니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이 이 집에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는데...’

“우리 쁘니!”

슬이가 고기를 열심히 먹고 있는 아이들 중에 새끼여우를 들어 반화에게 보여 주었다.

“?쁘니라고?”

“응! 예쁜이를 줄여서. 쁘니! 히히”

“슬이야...이 집안의 성은 모두 순이를 따라간단다. 순이가 꼬순이인 건 알지?”

“응!”

“그럼 쁘니는 뭘까?”

“꼬쁘니?”

“이상하지 않니? 아무래도 다른 이름을...”

“싫어! 쁘니 할거야! 꼬쁘니!”

“...”

슬이의 고집으로 일단 넘어가긴 하는데 뭔가 기분이 영 이상한 반화였다.

‘꼬쁘니...꼽으니? 꼽니?... 꼽냐?’

찝찝함의 원인을 알아차린 그는 이대로 두어도 괜찮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다.

지금 그의 앞마당에서는 여행에서 돌아온 기념으로 가족들과 함께 크라센 고기로 바비큐파티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요즘은 몬스터 고기도 고급 음식 재료로 많이 유통 되고 있어서 크게 꺼리는 것도 없이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다. 거기에 어른들은 듀스잎 담금주, 슬이와 아이들은 크로롱 액으로 목을 축이니 모두 기분이 좋은 관계로 평소 보여 주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정령왕이 삼이를 안고 고기를 먹여 주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하던 사이가 정령왕의 노력으로 천천히 마음을 열더니 어느새 품에까지 안겨 저렇게 밥까지 넙죽넙죽 받아먹는 모습을 보니 나름 잘 어울리기도 했다.

“순, 저렇게 내버려 둬도 괜찮아?”

-냐?

무슨 소리냐는 듯 크로롱 액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던 녀석이 그를 봤다.

“삼이 뺏기는 거 아냐?”

절레절레.

반화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는 녀석.

“...지금 나 무시 했지?”

-냐아~

마치 아이도 없는 네가 뭘 알겠냐듯이 보는 순이를 보며 울컥한다.

-냐아~!

한 소리 하려던 그를 보던 녀석이 타이밍 좋게 삼이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울었다.

-냠냠냠? 응? 엄마~!

도로로로로 착!

삭. 삭. 삭.

-히히. 이거 먹어봐. 마시써!

바로 순이가 바로 달려와 착 달라붙은 삼이의 털에 묻은 기름을 그루밍 해주자 기분이 좋아진 삼이가 한 손에 들고 있는 고깃덩어리를 순이에게 건넨다. 그 모습을 슬프게 바라보는 정령왕...

“점점 막장이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이거, 이래도 되는 건가?”

“? 뭐가 막장이라는 거야?”

고기에 집중하던 노에라가 반화의 말에 물었다.

“괜히 애 뺏은 모양새잖아.”

삼이와 순이, 그리고 둘의 모습을 보는 정령왕을 가리키며 반화가 말하자 이해가 가지 않는 듯 노에라가 고개를 갸웃했다.

“정령왕한테 애가 어디 있어. 그냥 각자 사는 거지. 내가 신수라서 아는데, 정령하고 신수는 좀 비슷한 면이 있거든.”

“? 그래?”

“그렇지. 나도 혼자 태어났고 정령도 혼자 태어나지. 정령왕은 소멸하기 전에 자신의 뒤를 이을 후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씨앗에게 자신의 힘을 일부 넘겨주며 더 오랫동안 강한 자연의 기운을 받아들이게 하는 게 씨앗이야. 즉 인간처럼 낳은 게 아니고 자연적으로 발생한 씨앗에 자신의 힘으로 그 정령이 태어날 때 강한 힘을 가지고 태어나게 만드는 거지. 인간들이 말하는 정으로 만들어 지는 게 아니라는 거야. 원래 보통은 그런 씨앗 후보들이 최상급 정령으로 태어나다가 소멸하기 전에 딱 하나만 씨앗으로 만들어 정령들의 인정을 받는 것을 보고 정령왕은 소멸된다고 알고 있어. 애초에 부모 사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지.”

“그래? 그건 또 어떻게 알았대?”

“사실 정령하고 신수는 뭐 거의 비슷한 존재인데, 정령 같은 경우는 정령계에서 이주한 녀석들일 뿐 본질 적으로는 신수와 같거든. 해골씨가 말해 준 건데...정령과 신수를 연구 한 적이 있었대. 해골씨의 마스터가 다른 세계의 존재와 계약이라는 것 때문에 차원 간 이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대해 연구하다가 알아낸 거라는데 다른 세계에 살면서 적응하며 다르게 진화 했을 뿐 본질적으로는 같은 조상이래.”

“음...근데 그 마스터는 또 누구야?”

“나도 말로만 들었지 몰라. 엄청 돌+아이라고 하던데? 해골씨가? 매번 그렇게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그리운 눈치기는 했지만. 아! 강한 놈들 찾는다고 아마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연구를 했어. 결국 성공해서 이 세계에서 사라졌지. 해골씨만 남겨 놓고...”

노에라의 말을 들어 보니 왠지 그 마스터라는 자가 반화가 있던 괴물들의 세계로 넘어 온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성향이 자신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돌+I 라는 건 다르지만.

“혹시 그거 한 천년 전 일이야?”

“음...내가 태어나기 얼마 전 일이니까 아마? 그 정도 되었을 거야. 왜?”

‘그렇단 말이지...’

“그 해골 아직 살아 있는 거야? 저번에 잠들었다고 했잖아. 죽은 건 아니지?”

어느새 순이와 삼이, 그리고 정령왕의 막장 드라마에는 관심이 없어진 그가 노에라를 다그쳤다. 고기를 잘 먹고 있다가 괜히 옆에서 중얼거리는 말에 궁금해서 물어 본 대가로 먹지 못하고 손에 쥔 고깃덩어리를 슬픈 눈으로 보는 녀석.

“먹어먹어. 천천히 말해도 돼. 이것도 마시면서.”

“정말? 우적! 우적! 꿀꺽!”

언제 다시 말을 바꿀지 모르는 기복이 심한 마스터이니까 먹으라고 할 때 먹어두는 노에라의 모습은 역시 노예...아니... 그래, 노예의 모습이었다.

“먹으면서 말해봐. 해골은 어디 있어?”

“쩝!쩝!... 해골씨? 나도 위치는 모른다니까? 게이트에서 북쪽이라는 건 알지만 정확히는 나도 몰라. 쩝쩝.”

“...게이트에서 북쪽이면 대륙 전체라는 얘기잖아. 그 뭐야 지난번에 회의 했다는 지배자들도 모르는 거야?”

“? 아아... 걔들? 그건 왜?”

“니가 모르면 걔들 찾아 봐야지.”

턱!..

“응? 걔들을 찾는다고? 마스터가?”

“왜?”

“...그래도 해골씨 외, 친했던 친구들이었는데...”

잠재적(?) 선빵 필승자인 마스터가 그 녀석들을 만나면 그 뒤는 뻔했다. 일단 얘기를 하겠지. 그러다 원하는 답이 아니거나 그 녀석들이 반화를 무시하거나 하면 바로 주먹이 나갈 테고... 아주 먼지 나게 맞은 뒤 노에라를 원망하겠지. 마스터한테 따지면 더 맞을 테니까. 비난은 모두 자신에게 쏟아 질 거다.

“내가! 최대한 기억해 볼게...근데 해골씨 만나면 혹시...?”

“나를 뭐로 보는 거냐? 나 평화주의자야, 임마.”

“그...그렇다고 하지 뭐.”

아니라고 하면 때릴 테니까...

퍽!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때린다.

“뭔가 약 올리는 것 같다?”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억울한 노에라는 뒤통수의 아릿함에 눈물을 머금고 반화의 곁을 떠나 누나의 옆으로 갔다. 두 주먹에 고깃덩어리 하나씩 쥐고... 뭐...그쪽도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흠... 이거 맛 들리기 전에 줄여야지. 쪼매난 놈이 치는 맛이 있다니까?”

노에라의 작은 뒤통수의 찰진 느낌이 남아 있는 손가락을 보며 그가 중얼 거렸다.

“그건 그렇다 치고...말 들어 보면 딱히 자기가 낳은 것도 아니고, 왜 저렇게 애틋하게 있는 거야?”

원래의 주제로 돌아 온 반화는 정령왕과 드래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드래곤이야 별 관심이 없어 보였지만 정령왕은 삼이에게 꽤 큰 미련이 남은 모양이다.

털썩!

“?”

갑자기 옆에 앉은 반화를 보며 놀란 정령왕과 드래곤.

“뭐 좀 물어보자. 이대로 그냥 넘어가면 순이만 못된 것처럼 보이잖아. 네 자식이라고 보기도 힘든 녀석인데 그렇게 보는 이유가 뭐야?”

“...맞다. 원래 정령들에게는 따로 부모 자식 관계가 없지. 그래도 애정이라는 게 있다. 그게 부모 자식 간의 정은 아니지만, 저 아이는 내가 대륙을 돌아다니며 진짜 어렵게 찾은 씨앗이었다. 그래서 안전하게 크라센 산맥으로 옮겼는데... 잠시 자리 비운 사이 사라졌지.”

찌릿!

모른 척하는 드래곤을 째려보는 정령왕.

“그리고 정령계와 달리 이 곳에서는 정령이 잘 탄생 되지도 않는다. 근래에 최상급 이상이 된 정령들이 없는 것에도 이런 영향이 있지. 신수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자연의 기운이 굳이 정령으로 태어날 필요가 없지. 차라리 오랜 시간 모여서 신수가 되는 것이 이 세계에서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 그렇게 힘들게 찾은 아이였다. 왕이 없으면 망나니 같은 불의 정령들을 컨트롤 할 수 있을 유일한 희망이었기에 아직 태어나지도 않는 아이에게 내 기운도 주었고 그러다보니 많은 애정도 준 것 같다. 무엇보다, 저렇게 예쁘지 않은가?”

“흠...뭐, 순이가 잘 한 건 없네. 그리고 삼이가 예쁘긴 예뻐?”

명실상부 사고뭉치인 순이...

-냐?

“이리와! 임마. 그래도 남의 것 훔친 거 아냐? 사과는 해야지.”

꾸욱!

-냥냐야냥!...

지도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드래곤을 한번 흘끗 보더니 얌전하게 반화의 손길에 따라 고개를 숙이는 순이.

“그래도 삼이가 이 녀석을 엄마라고 생각하니까 나는 삼이를 순이 자식으로 생각 할 거야. 너희는 자식을 뺏긴 상황이겠지만... 그리고 보시다시피 삼이가 순이를 잘 따르긴 해도 순이 이 녀석이 좋은 엄마는 딱히 아니란 말이야?”

-냐!

“쓰읍!”

반항하는 순이의 볼을 쭉쭉 늘리며 훈육한 그가 다시 말을 이었다.

“너희가 삼이에게 다가가서 엄마라고 하든 아빠라고 하든 뭐라 하진 않을 거야. 근데 그건 지금 좋은 방법은 아닐 거야. 삼이 녀석이 아직 어리기도 하고 순이를 워낙 좋아하니까. 천천히 곁에서 같이 시간 보내봐. 그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배려야.”

“...알겠다.”

불쑥!

“? 지금 무슨 말하는 거야? 부모는 뭐고 ? 자식 뺏었다는 건 뭐야? 반화 너 뭐 훔쳤어? 뭐야!?”

갑자기 반화와 정령왕 사이를 끼어든 취한 수화가 반화의 등짝을 때리며 호통을 쳤다.

“이 쉬키! 너 사고 쳤어?!”

누나가 소리치자 가족들도 무슨 일인가 싶어 다 쳐다보자 난감해진 반화.

“내가 아니라 순이가...”

찰싹!

“아! 왜?”

반화의 변명에도 다시 한 번 등짝을 때리는 수화. 그 모습을 보며 랑이, 그리고 정령왕 부부가 놀란 눈으로 수화를 봤다. 저 괴물을 저렇게 막 다룰 수 있다니... 거기에 자신들의 편을 들어 주다니,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드는 인간이었다.

“순이가 무슨 사고를 친다고 그래? 이렇게 예쁜 애가!”

-냐아~

할짝할짝.

누나의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는 순이... 그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는 반화.

“너! 요즘 나한테는 잘 안기지도 않으면서!”

...그게 불만이었나 보다.

“반화야, 또 무슨 사고 쳤니?”

“오빠, 또 무슨 사고 쳤어?”

누나와 반화의 소란에 가족들이 모두 반화를 잠정적 범인으로 추정하며 추궁했다.

“나 아니라고!”

“너 아니면 우리 집에 사고치는 사람이 어디 있어? 명하가 까불거리기는 해도 너만 하겠니?”

“엄마!?”

졸지에 사고 친 아들이 된 반화가 억울한 듯 했지만 가족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아빠, 사고뭉치야?

-사고 쳤어요?

삼이와 꼬맹이의 순수한 질문에 할 말을 잃은 반화. 그 모습을 순이가 의기양양하게 바라봤다.

“그래서 무슨 사고 쳤는데?”

“몰라, 무슨 자식얘기 나오고 부모얘기 나오던데?”

“뭐!? 자식?”

수화와 엄마의 대화로 점점 더 극으로 치달은 오해, 이쯤해서 풀어 줘야 하지만 도무지 순이가 사고 쳤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가족들 덕분에 모든 오해를 뒤집어쓴다.

“어쩐지... 요즘 집을 자주 비우더라니까?”

“그러게.”

아무래도 듀스잎 담금주와 크라센 고기는 사람들을 많이 취하게 만드는 조합인가 보다. 점점 소설을 쓰는 가족들을 멍하니 보던 반화에게 다가 온 덩치.

“그래...덩치 너 밖에 없네.”

덩치의 위로를 받고 있는 반화를 본 명하가 처음 덩치를 봤을 때와는 달리 무서움이 1도 없는 걸음으로 다가와 덩치를 요리조리 살펴봤다.

“눈이 똘망똘망한 게 계속 보니까 귀엽네? 나 좀 어깨에 올려 줘. 사진찍자!”

유일한 편인 덩치가 명하의 장난감이 되고... 이제는 더 이상 편이 없는 반화는 이 파티를 어서 끝내기로 했다. 술이 깨면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를 테니.

그렇게 마무리를 하려던 차에 밖에서 서성거리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 뭐야? 누구세요?”

이 때다 싶어 문 앞에서 서성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아! 저희는 독우 교회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물 좀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

“...뭐?”

“잠시면 됩니다.”

좁은 자취방에 살 때 자주 보던 사이비들이었다. 왜 뻔히 편의점이 바로 코앞에 있는데 자취방을 두들기며 물을 찾는 건지, 뭐 그래도 사기 치려면 머리라도 조금 굴리는 노력은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사이비들을 이 집에도 나타나다니... 기분도 안 좋은데 그냥 털어버려?

진지하게 고민하던 반화.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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