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5화-전문 둥지 털이범 #
85화
그가 지상으로 뛰어 내릴 쯤 바닥에서 느껴지던 울림은 극으로 치달았다.
...
태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이랄까? 울림이 갑자기 멈추고 사방이 묘한 정적에 휩싸인다.
꿈틀...
대륙이 꿈틀거리듯 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앙!!!!!!!!!!!!!!!!
천지가 뒤바뀌는 것 같은 엄청난 굉음과 동시에 대륙이 폭발하며 그 속의 존재를 일부 드러냈다.
“호오? 여태 본 것 중에는 제일 크네.”
반화의 눈에도 크기가 짐작 가지 않을 만큼, 마치 자기가 대륙 그 자체라는 크기에 그의 기대가 점점 커졌다.
-!!!!!!!크아아아아아!!!!!
그 크기만큼이나 엄청난 포효를 지르며 크라센 산맥의 주인이 돌아 온 것을 알리며 모습을 드러내는 놈. 그 기세에 산맥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엘프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갑작스런 울림에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모인 엘프들은 제발 우려하던 일이 아니길 빌었지만 천지가 개벽하는 소리와 동시에 퍼지는 엄청난 피어에 모두 몸이 굳어 버렸다.
이게 바로 세계를 5등분 하던 고대 지배자의 힘이라는 듯 자신의 존재를 각인 시키던 크라센이 잠을 자던 자신을 깨운 놈을 바라봤다.
자신에 비하면 티끌도 되지 못하는 반화에게 기가 찬 듯 크라센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워낙 깊은 잠에 빠진 터라 자극이 없이 깨어 날 수 없는 일종의 가사상태였던 자신을 자극한 존재가 저렇게 나약해 보이는 존재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적어도 자신과 싸웠던 놈들 중 하나이거나 그에 비슷한 녀석일 줄 알았는데...
처음의 자극은 매우 작았다. 그냥 자신을 슬쩍 톡 건드린 수준의 아주 작은 자극이었다. 그때 녀석은 반쯤 정신을 차렸다가 자극이 끝나자 다시 잠에 들었는데 이번에 느낀 자신을 건드리는 자극에 마침내 잠을 깨고 일어났건만...
-크르르르...뭐, 어떤 놈이 깨우든 깨워줘서 고맙군. 그 대가로 깔끔하게 죽여주마.
마치 관대하게 상을 내리듯 공중에 떠있는 반화를 내려다보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 크라센.
그리고 반화도 혼자 중얼거리는 놈을 어이없는 눈으로 봤다.
“뭐야, 이 새끼 덩치만 큰 거 아냐?”
그의 크라센에 대한 평가는 매우 박했다. 실망한 그는 혼자 뭐라도 된 듯 내려다보며 중얼거리는 놈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뭐라는 거야? 새끼가...”
스윽...콰아아앙!!!!!!
-크어억!!!!
갑작스러운 공격에 놈이 어이없게 비명과 동시에 날아갔다. 뻗었던 발을 다시 원래대로 돌리며 반화가 찌푸렸던 인상을 폈다.
“오? 이거 손맛(?)이 좋은데?”
의외로 찰진 맛이 있었다. 비록 그가 원하던 만큼의 힘은 아니었지만 그 찰진 맛에 그의 기분이 다시 좋아 졌다.
그리고 어이없게 발길질 한 대 맞고 널 부러진 크라센은 어이가 나갈 뻔 했다. 그냥 툭 쳤는데 날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혹시 몸이 회복이 안 된 건가하고 확인 해봤지만 몸 상태는 전성기의 그 때보다 더 좋았다. 그럼 그가 자는 동안 이정도 힘은 강한 편이 아니게 된 것인가 생각도 해봤지만 지금도 덜덜 떨거나 몸이 굳은 산맥의 생물체들을 보면 그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저 작은 생물체가 자신의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크아아아악!!!!!!!
복잡한 생각을 언제부터 했다고 그냥 때려 부수기로 한 녀석이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 반화를 노려봤다.
“뭘 봐? 못 생긴 게. 난 귀여운 애들 아니면 안 봐준다.”
자신의 취향을 분명히 밝히는 반화의 태도에 서로 의사소통은 되지 않지만 충분히 느껴지는 건방짐을 서로 기분 나빠하며 노려본다.
사족보행이던 놈이 앞발을 지상에서 떼며 몸을 일으키자 안 그래 크던 몸의 덩치가 더 커지며 산맥을 비추던 빛마저 가려 지상이 밤이 된 것처럼 어두워진다.
“헛...돼지 같은 게, 왜? 두발로 서면 뭐 달라 질 것 같아?”
그의 외모 디스에 알아듣지도 못했지만 기분이 나빠진 크라센이 주먹을 들어 반화를 내려쳤다.
쿠아아와아아악!!!!! 콰드드득!!!
주먹질이 바닥에 내리 꽂히자 지진이 일어난 듯 용암파도에 땅이 그야말로 초토화 되었지만 반화는 이미 놈의 머리 위로 이동한 뒤였다.
“두발로 선 멧돼지라... 맛은 있으려나? 두들겨야 육질이 부드러워지나? 에이... 그래도 살아 있는 놈인데 그러면 내가 사람도 아니지.”
자신의 머리에서 중얼거리는 반화의 목소리에 화가 잔뜩 난 놈의 몸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 용암이 끓어오르듯 몸에 연기를 뿜어내며 꿀렁거리는 놈.
화르륵! 화륵! 치이이이......쾅!쾅!
몸이 활화산이 된 듯 끓어오르는 녀석이 바닥에 박힌 주먹을 빼며 위에서 계속 중얼거리는 반화를 향해 휘둘렀지만 정말 약 오르게 한 대도 맞지 않는 반화, 그에 열불이 터진 놈의 몸은 피가 흐르는 듯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크아아아!!!!
후우우웅!!!! 후웅!!!!
쾅!!!!!
-크억!!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 반화가 살포시 주먹을 같이 뻗어 맞춰줬지만 돌아오는 건 녀석의 고통에 찬 신음이었다.
“아...귀 썩겠네. 돼지가 신음이라니.”
잘 자고 있는 놈을 깨워 미안한(?) 그였지만 자꾸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는 척을 하며 계속해서 놈을 놀린다.
손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더 이상 반화를 얕보지 못하고 놈이 생각이라는 걸 하기 시작했다.
“어허! 돌 굴러가는 소리가 여기 까지 들린다, 임마!”
퍽!!!!
-꾸엑!
생각 할 시간도 주지 않고 반화가 놈의 머리에 찰지게 손바닥을 붙였다가 떼었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이성을 잃은 녀석이 정말 온몸을 폭발시키며 반화를 향해 마구 달려들었다. 놈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산맥은 물론 대륙이 들썩거리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지만 얄미운 반화는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요리조리 쏙쏙 피했다.
.
.
그리고 그 모습을 롭스1호기에서 파스로 옮겨간 일행들도 보고 있었는데, 처음엔 크라센의 등장에 모두 아무리 강한 반화라도 좀 힘들지 않을 까하고 정말 진심으로 걱정했으나 그 것도 잠시 반화의 발길질 한방에 나가떨어지는 크라센을 보며 어이가 없으면서도 괜히 마음 졸인 것이 억울해 졌다.
-아빠 최고! 얍!얍!
-얍!얍!
물론 처음부터 전혀 그런 생각이 없는 둘도 있었다. 처음 등장 할 때 꼬맹이와 삼이도 긴장 할 만 한 크라센의 기세에 살짝 긴장하기도 했지만 반화가 질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 하지 않은 녀석들은 반화가 녀석을 농락하는 모습을 파스가 준비한 롭스에서 가져온 간식을 와작와작 씹으며 관람했다.
둘의 속편한 모습에 허탈해진 나머지 일행들도 긴장을 풀려고 할 때 갑자기 파스의 동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 뭐...뭡니까?”
일행 중 가장 약한 두르한이 불안 한 듯 소리치자 파스가 바로 응답했다.
[이반화 사용자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의 충돌에 의한 후폭풍으로 인한 것으로 고도를 좀 더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있는 위치도 매우 높은 위치였는데 이제는 아예 우주로 나갈 듯 파스가 동체를 올렸다.
“허허...우리가 이정도면, 지상은...”
두르한의 예상대로 크라센이 날뛰는 덕분에 산맥은 이미 난리였다.
“! 장로님!”
아무 생각 없이 지상을 보다가 산맥에 남아 있는 엘프들이 생각난 두르한이 갑자기 소리를 질었다.
-?깜짝이야!
삼이가 스크린으로 반화와 크라센의 전투를 보고 있다가 그런 두르한 때문에 놀란 듯 말했다.
-왜 그러는 건가? 엘프여.
정령왕이 두르한의 모습이 이상한 듯 물었다.
“그게...지금 저 산맥...아니 지상 어딘가에 저희 종족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음....그렇군. 엘프들이 저 곳에 살고 있었지.
“제발...”
어떻게 찾은 동족인데 이대로 죽은 모습을 보고 돌아 갈수는 없다는 생각에 두르한이 결국 아직도 뒤집어지고 있는 산맥에 혼자라도 가보기로 했다.
-무모하군. 지상에 가기도 전에 죽을 거야. 지금 저 모습을 보고 갈 수 있겠는가?
난장판의 원흉들을 비추고 있는 스크린을 가리키며 정령왕이 말렸다.
-응? 왜? 무슨 일 있어?
그때 점점 시시해지는 전투에 삼이가 두르한 쪽으로 관심을 돌리며 말했다.
“아닙니다. 저 혼자 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만약 일행 중 누군가 다친다면 어차피 저도 반화님 손에 무사하진 않을 테니까요.”
이야기를 듣고 따라 가려는 삼이와 꼬맹이를 두르한이 겨우겨우 말리고 엘프들을 찾으러 내려가려 하는 순간 파스가 갑자기 스크린 하나를 띄웠다.
[지난 번 정보 검색의 흔적으로 같은 종족을 찾았습니다. 사용자가 원하시면 파스로 이송 가능합니다. 하시겠습니까?]
“아!...”
두르한이 산맥이 있던 장소에서 이미 멀리 도망가고 있는 엘프들을 보며 안도의 탄성을 질렀다. 하지만 엘프들의 상황은 안심하기에 일렀다. 땅은 계속 지진이 일어나며 갈라진 사이로 용암이 계속 폭발했고 엘프들의 뒤로 후폭풍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었다.
“사용자라면! 아!... 반화님인데...”
그가 알고 있는 이 위성의 사용자는 반화였다. 저들을 구할 기회가 생겼는데 하지 못함에 두르한이 안타까워했다.
-응? 나도 사용자인데? 내가 하라고 하면 돼?
[예. 하시겠습니까?]
-응!
[엘프들을 이송합니다. 다소 불안한 상황이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두르한이 안타까워 할 때 삼이가 태연하게 파스와 대화를 하고 엘프들을 이송하기로 했다.
“저..정말 감사합니다!”
두르한이 몸이 부서질 듯 삼이에게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히히! 아냐, 아냐!
-우리 삼이 착하다!
스윽스윽
꼬맹이가 그런 삼이를 기특하다는 듯 쓰다듬어 주자 삼이가 꼬맹이에게 안기며 애교를 피웠다.
파스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는 엘프들을 동선을 계산한 뒤 조심스럽게 하나씩 이송을 시도했다.
팟!
팟!
파파파파파파파팟!!
“크억! 켁...켁!”
“쿨럭!...”
파스의 탑 속 로비로 하나씩 이송된 엘프들이 괴로워하며 ‘켁켁’ 거리며 바닥을 뒹군다. 그 모습을 보며 두르한이 안절부절하며 어떻게 된 것이냐고 파스에게 물었다.
[약간의 부작용으로 불안정한 상태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크로롱 액을 조금씩 마시면 진정 될 겁니다. 부작용은 금방 사라질 테니 안심하십시오.]
“하아...다행이군요.”
두르한이 안도의 숨을 내쉬며 통에 있는 크로롱 액을 가지고 괴로워하는 엘프들에게 다가가 한 모금씩 마시게 했다.
괴로움에 뭐가 뭔지도 모르고 주는 대로 마신 엘프들이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이송 완료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모든 엘프들이 탑 로비로 이송되었다.
.
.
.
이런 급박했던 하늘의 상황과는 달리 오히려 지상의 상황은 여유롭게 느껴졌다. 물론 반화만 그런 것이지만.
“와~ 머리가 빵! 터질 것 같은데?”
-화르르르!!!!
두 눈에 불을 뿜으며 반화를 한 대라도 치기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크라센, 그러나 그런 녀석의 파이팅에도 불구하고 반화는 전혀 맞아 줄 생각은 없었다. 팰 생각은 있어도...
“음?...흠, 이거 간만에 놀릴 맛이 있는 놈을 만났더니 좀 들떴나?”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며 난장판이 된 대륙을 보고 반화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거 엘프들도 다 죽은 거 아냐? 그럼 두르한한테 조금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 것 같지는 않아 보였지만 안타까운 듯 말하는 그가 저 불타는 멧돼지를 이제는 그만 끝내야 됨을 인정했다.
“잘 놀았다. 돼지야!”
끝까지 외모를 놀리던 그가 주먹을 쥐기 시작했다. 편하게 늘려 놓았던 손을 들어 올리며 불타는 멧돼지...아니 용암이 온몸에서 끓어오르는 크라센을 향해 천천히 뻗는다.
그 모습을 보며 방심한다고 생각한 크라센은 천천히 뻗어지는 주먹에 간단히 피하고 드디어 한방 날릴 생각에 들떠 온몸의 힘을 폭발 시켜 달려들었다.
-크아아아!!!!!!!
화르륵!!!
쐐애애애액!!!!!
하늘을 가릴 정도로 거대한 몸에 어울리지 않는 어마어마한 속도로 반화에게 달려는 드는 녀석.
쿠아아아아아!!!!!!!!!!
퍼억!!!!!!!!
...-꾸에에엑!!!!
과르르르르르릉!!!
달려오는 속도보다 빠르게 날라 가는 크라센을 보며 반화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손맛이 좋네.”
누구나 그럴 듯한 계획은 있었다. 쳐 맞기 전에는... 크라센도 마찬가지였다. 저 먼지 같은 놈이 뻗은 주먹을 간단하게 피하고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이미 자신은 정신을 놓은 상태로 그로부터 멀리 날라 가고 있었다.
-꾸어어어!!!!
깨질 것 같은 머리를 털고 일어난 크라센이 반화가 있는 곳을 봤지만 초점이 잡히지 않은 눈에는 반화가 보이지 않았다.
“나 찾아?”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리에 크라센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크어...꿱!!!!!
쾅!!!
-꾸어엉!!!
퍽!
-꾸에에엑!
정말 그 큰 몸이 빈틈하나 없게 골고루 다져지는 크라센의 모습에 하늘에서 그 모습을 보던 일행들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아빠, 멋있어!
다른 의미로 소름 돋은 아이도 있었지만...
퍽!!!
-꾸어어....꺽!
털썩...
반화의 구타에 견디지 못한 놈이 결국 온몸의 용암이 식으며 쓰러졌다.
“음... 조금만 더 버텨보지. 아쉽구만.”
반화가 주먹을 거두며 입맛을 다신다.
기절한 놈을 두고 반화가 잠시 고민하는 사이 기절했다고 생각한 놈의 몸이 다시 끓어오른다.
“?”
그 모습에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는 반화.
-크르르르...크아아앙!!!!!!!!!
까드드드득!! 꽈직...콰득!!!쾅!!!
불타는 두 눈을 번쩍 뜨며 피어를 지르는 놈의 몸이 점점 압축되기 시작했다.
-크아아!!!!
괴로운 듯 연신 피어를 지르는 놈의 두 눈에는 엄청난 살기가 담겨있었고 그 두 눈은 또렷하게 반화를 노려보고 있었다.
“? 뭐야, 제대로 해보자는 거야?”
그런 녀석의 모습을 재미있게 지켜보던 반화가 인상을 찌푸렸다. 감히(?) 자신에게 아직도 살기를 품다니 그 근성은 인정하겠지만 타겟이 잘 못 되었다.
“그래그래. 맘껏 해봐. 대신...놀아 주는 건 끝났어.”
놈의 거대한 몸체가 반화보다 한 뼘 정도 클 정도 까지 압축되어 줄어드는 것을 보며 반화도 장난은 그만 두기로 했다.
-크르르....
쿠아아악!!!!!!!
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