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3화-전문 둥지 털이범(부제: 일타이피) #
83화
반화가 거센 분노의 불꽃을 일으키며 날아오고 있는 거대한 불덩이를 바라 봤다.
“아따, 크긴 크네?”
하늘을 뒤덮은 듯 불꽃의 파도를 연상시키는 불의 정령왕은 드래곤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더욱 거센 불꽃을 일으켰다.
-고오오오오!!!!
화끈! 화끈
하늘이 불타는 듯, 아직 근처에 오지도 않았지만 느껴지는 화끈한 화기에 랑이와 두르한이 인상을 썼다.
“정말 어마어마하네요.”
“그러게, 나도 정령왕은 처음 봐.”
아직 신수로써는 아이나 다름없는 랑이도 저 정도의 기세는 처음 느껴봤다. 아, 꼬맹이는 기세를 읽기도 전에 맞고 있어야 했으니까 제외.
순식간에 반화의 일행 앞으로 다가온 불덩이.
“여~ 안녕?”
오랜만에 보는 친구처럼 인사하는 반화에게 불덩이가 어이없다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에 기분이 묘해진 반화가 주먹을 쥐려는 찰나,
-오오오! 내 씨앗이!
스으으으륵!
돌연 불덩이가 작아지며 반화정도 크기의 작은 인간의 모습으로 바뀐다.
“응?”
반화가 의아한 듯 녀석을 보자 정령왕이 눈치를 보며 삼이에게 다가간다.
-오...아직 씨앗의 기운이 있기는 하구나...그런데 이 거대한 힘은 뭐지?
삼이들 살펴보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불덩이.
“엘프! 쟤 뭐라고 하는지 알아?”
“예, 정령어를 쓰고 있습니다만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지금 삼이님을 보면서 불의 씨앗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그래? 아쉽네, 손맛이 묘해 보이는 게 좋을 것 같았는데.”
주먹 쥔 손을 풀며 반화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하하하....”
그들이 대화를 하거나 말거나 불덩이는 삼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 뭘 봐?
하지만 삼이는 자신 빤히 보는 놈이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까칠하게 말했다.
-내가 네 어머니다. 아가.
-응? 우리 엄마는 너 아닌데?
-무슨 소리! 내가 네 엄마야...
신기하게 정령왕의 말을 알아듣는 삼이. 애틋한 표정으로 삼이를 보는(표정은 없지만 그렇다고 생각 되었다.) 것을 보니 조금 안타까운 일이긴 했다. 눈뜨고 자기 자식을 순이에게 뺏긴 것이니까.
“흠...일단 대화 좀 할까?”
그때 반화가 두르한의 통역을 앞세워 말을 끊었다.
-넌...인간? 맞나? 음...인간의 느낌은 아닌데,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구나.
“...라는 데요?”
두르한의 빠른 통역.
“대화가 통해서 다행이긴 하네.”
다짜고짜 달려든 드래곤과는 달리 이 녀석은 일단 대화가 가능했다. 성격 더러운 정령이라기에 일단 한 대(?) 때리고 시작하려 했는데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었다. 조금 아쉽긴 했지만...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저 단순한 레드 드래곤이 씨앗을 잃어버릴 때 당했던 사건을 정령왕에게 미주알고주알 말했기 때문에 갑자기 느껴지는 씨앗의 기운에 이상함을 느낀 정령왕은 일단 기다렸다. 씨앗의 기운에 저 무식한 자식은 바로 분노하며 날아갔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정령왕은 역시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것을 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지난번에도 일방적으로 그냥 두들겨 맞기만 했던 드래곤, 그렇다면 상대는 녀석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것인데... 자신도 드래곤을 상대로 쉽게 이길 수 있긴 하지만 일방적으로는 안 되니까 상대는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녀석은 일단 바로 저자세로 가면 자기 자존심도 있으니까 싸울 것처럼 가다가 눈치를 보며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는 전략을 사용했다. 정령도 역시 오래 묵을수록 좋았다.
다행히 반화의 주먹이 나가기 전에 태도를 바꿔서, 맞고 시작하는 것은 피했는데 자신의 씨앗의 반발에 당황한 녀석은 옆에서 말하는 인간이 점점 거슬렸다. 하지만 가까스로 인내하며 대화를 시도했기에 다행히 더 이상의 불상사는 없었다.
-일단 인간으로 보이니 인간으로 칭하겠다. 이 곳에 어떻게 온 것인가? 그리고 내 자식을 누가 데려 갔었던 거지?
정령왕의 물음에 반화는 좀 머슥 했다. 괜히 자식 뺏은 느낌이라...
-아빠! 쟤가 자꾸 자기가 엄마래! 혼내줘!
그런 그의 마음도 모르고 삼이가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냐...’ 라고 속으로 생각하던 반화는 그냥 한 대 치고 깔끔하게 해결 할까 싶어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가 했다.
‘역시 단순한 게 편하지.’
그리고 그 모습을 흘긋 본 정령왕이 안 좋은 촉을 느꼈는지 일단 한발 물러섰다.
-흠흠...그건 일단 넘어가도록 하지. 더 중요한 문제는 내 씨앗이 벌써 태어났다는 것이지. 여기까지 왔다는 건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이겠지?
“뭐 그럭저럭? 해결 방법이 있나봐? 말하는 거 보니?”
-? 당연히 일의 원흉이 해결 방법을 들고 와야 하는 것 아닌가?
“뭐야, 해결 방법 없어?”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두르한이 통역을 하면서 눈치를 봤다. 그리고 그런 두르한을 살피며 정령왕도 덩달아 눈치를 살폈다. 분명 저 인간처럼 보이는 존재가 보통은 아닌 것 같은데 기운을 읽을 수 없으니 어떻게 할지 잠깐 고민 했지만 아직도 회복 되고 있는 드래곤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숙여 들어갔다.
또 한 번 운 좋게 반화가 주먹을 쥐려는 순간 태도를 바꿔 이번에도 무사히 넘겼다.
-차..찾아보도록 하지.
“그래그래, 찾아야지. 곤란한 건 내가 아닐걸?”
날이 갈수록 본래 성격이 나오는 반화.
-크르르르...
몸이 어느 정도 회복된 드래곤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음? 이제 정신 좀 차리나 본데?”
반화가 그 모습을 보고 말하자 다들 드래곤을 바라봤다.
-크르?
-정신 좀 차렸나?
정령왕이 녀석에게 말을 걸자 드래곤이 흔들리는 눈동자로 그렁그렁 눈물을 매달았다.
-뚝!
-크헝...
“...쟤들 뭐하는 거야?”
“그...글쎄요? 저도 처음 보는 광경이라.”
울먹거리는 드래곤과 그걸 달래는 정령왕의 모습을 어디서 볼 수 있을 것인가. 당연히 처음 보는 모습이겠지.
-자자! 뚝하고 모습 좀 바꾸면 안 돼?
끄덕.
정령왕의 설득에 드래곤이 고개를 끄덕이고 모습을 작게 하기 시작한다. 점점 작아지더니 인간의 크기와 비슷해진 드래곤은 두발로 선 용인족이 되었다.
“오? 저거 본 것 같은데, 그치 꼬맹아?”
-응! 때려 줄까요?
“응? 아냐... 안 때려도 돼.”
오염종을 떠올리는 모습에 반화가 그냥 꼬맹이에게 기억나는지 물어 본 것인데 꼬맹이는 다른 의미로 받아 들였나 보다. 애써 회복시킨 녀석을 다시 두들길 수는 없는 노릇이라 그가 꼬맹이를 말렸다.
“으으음...”
용암지대 위에서 이야기를 나누자니 모양이 빠지는 터라 반화가 림자에게 롭스 1호기를 내려오게 했다.
그리고 림자의 모습을 본 드래곤과 정령왕이 흥미를 보였다.
-오... 그림자 일족이군. 정말 오랜 만에 보는 것 같은데? 인간들이 멸종한 뒤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용케 불러냈군.
림자의 종족에 대해서 아는 것 같은 정령왕의 말에 반화가 흥미를 보였다.
“뭐, 좋아. 일단 자리를 옮겨서 대화를 나눠 보자고.”
롭스 1호기를 본 드래곤과 정령왕이 또 놀랐다. 짧은 생을 살던 인간들은 이렇게 특이한 물건을 잘 만들어 내는 종족이었다. 과거 인간이 멸종하기 전에도 잠시 동안이지만 그들에게 즐거움을 주던 인간의 존재가 다시 이 세계에 나타난 것은 기쁜 일이었지만 그게 저런 인간들이라면 조금 곤란하기는 했다.
-새로 나타난 인간들은 다 너와 같은가? 게이트를 통해 들어온 것 같은데... 직접 연 것인가?
진실이 급한 정령왕이 먼저 질문을 쏟아내었다.
“아닙니다. 저 인간은 인간들에서도 유일한 존재입니다.”
굳이 반화에게 통역하지 않고 두르한이 그 질문을 부정해 줬다.
-역시...다행이군, 그나마.
-크르...저 털뭉치는?
“아아... 꼬맹이님은 원래 이 곳에 살던 존재였습니다. 반화님을 만나 저렇게 힘을 가지셨지요.”
이 것도 굳이 통역 필요 없이 두르한이 답 할 수 있었다.
-...혹시 씨앗을 훔쳐간 존재가 저 존재인가? 큼... 내가 그때 얼굴을 기억 못하겠군.
‘그러시겠지. 순이에게 쳐 맞기만 했을 테니.’
두르한이 통역해주자 반화가 순이가 신나게 솜방망이를 날렸을 그림을 생각 했다. 분명 얼굴을 보지도 못했을 거다. 덩치차이도 어마어마한데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달려들었을 테니까.
“아니라고 하고, 지금 삼이가 순수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불의 정령들한테 왕으로서 거부 될 거라는데 그거 맞아?”
-음...그건 나도 모르겠군.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내 어머니로부터는 듣지 못한 이야기다... 씨앗이 저렇게 순수한 불의 기운 보다 강한 기운을 받아 일찍 태어난 건. 예외가 있어도 보통은 불의 기운이 훨씬 강해서 불순한 기운을 밀어내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불의 기운이 꿈틀거리면 사라질 기세라, 씨앗이라고 하기에도 좀...
“응? 그럼 그냥 불의 기운만 강해지면 되는 거 아냐?”
-? 그게 가능 할 리가 없지 않나. 비슷해 질 때까지 불의 기운을 쌓으려면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르는데 그동안 다른 기운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 같고, 한 번에 그런 강한 힘을 주면 받아들이는 건 둘째 치고 그런 강한 기운은 나를 통째로 갈아 넣거나...흠흠...이건 통역 하지 말게.
“예?...이미 했는데요?”
언어능력이 너무 좋아 그냥 바로바로 동시통역하는 바람에 이미 반화의 귀에 들어가 버렸다. 두르한은 자신이 무슨 말을 통역했는지 뒤늦게 알아차리고 반화를 향해 휙 소리가 날 정도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반화의 표정을 보고 안절 부절했다. 옅게 미소 띈 표정으로 봐서 당장이라도 정령왕을 갈아 넣을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뭐해? 설마 내가 쟤 갈아 넣을 거라고 생각 한 건 아니겠지?”
“예? 아닙니까?”
“...맞을래? 니가 대신 갈려 볼래?”
도대체 자신을 뭐로 본 것인지 한심하게 두르한을 본 그가 역시 오냐오냐(?) 해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심도 있게 고민했다.
“내가 양아치냐? 바로 갈아버리게? 빨리 다른 방법이나 말해 보라고 해, 진짜 갈아버리기 전에.”
“헙! 예.”
그 모습을 조마조마하게 보던 정령왕이 다행히 인간이 그냥 넘어가는 것을 보며 통역이 안 되었구나 생각을 했다.
-흠흠... 그게 아니라면 화기를 다루는 모습으로 불의 정령들의 인정을 받으면 간단하게 해결 될 것이다. 아직 내가 소멸될 시기가 아니니 가장 가능성 있는 해결방법인 것 같군.
그 말을 들은 반화가 고민했다.
“언제쯤 소멸하는데?”
-대충 천년 정도 남은 것 같군.
“뭐야, 많이 남았네?”
-인간들에게나 많이 남은 거지 나에겐 그리 많지 않은 시간이다. 그리고 불의 정령들의 인정을 받기에도 짧은 시간이 될 수도 있지.
“그냥 불의 기운으로 그 정령들 후드려 패면 끝나는거 아냐?”
-그...그게 된다면 간단하긴 하겠지만 불의 기운이 아닌 다른 기운으로 녀석들을 대한다면 최악의 상황으로 흘러 갈 거야.
“시간도 많은데 뭐, 역시 급한 일은 아니었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는 인간에게 정령왕은 말을 잃었다. 그게 쉬우면 개나 소나 정령왕이 되게? 왕이 직접 심은 씨앗이 오랜 시간 화기를 받아들인 순수한 상태여야 할 텐데...
“여기 혹시 너희 집이야?”
-내 집은 아니고 이 녀석 집이다.
“그래? 아, 근데 니들 무슨 사이야?”
-...내 남편이다.
“...? 남편?”
“뭐야, 제대로 통역 안 해?”
갑자기 말을 어버버 거리는 두르한을 나무라는 반화. 하지만 두르한의 통역을 듣자 그도 어이없는 듯 둘을 봤다.
“뭐야, 부부야?”
-오랜 시간은 아니지만 남은 시간을 함께 하기로 했었다.
“거, 감동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아까 모습으로 봐서는 눈물 많은 아들을 달래는 엄마의 모습이었는데...부부라니 조금은 충격이었다.
-아빠! 심심해!
그때, 삼이가 계속 대화만 하는 그들 사이에서 심심한 듯 보채기 시작했다.
-내 아이가 왜 인간에게 아빠라 부르는 건가...?
조심스럽게 정령왕이 묻자 반화도 조금은 난감했다. 아빠라 부르고 싶어서 부른다는데 뭐...
-아빠니까!
그리고 당당하게 말하는 삼이.
-내가 아빠..압!....왜!?
뒤에서 소리 지르는 드래곤의 입을 틀어막은( 정령왕은 인간 여성의 모습을 했다.) 정령왕이 삼이의 눈치를 봤다.
“원래대로 태어났으면 어차피 소멸하기 직전에야 볼 수 있는 거 아냐? 이렇게 태어난 건 우리 순이가 한 거니까 순이가 엄마가 되는 것도 맞지. 순이 배에서 나왔으니까, 위로 나왔지만.”
반화도 그냥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삼이가 자기들 자식이라고 순순히 넘겨 줄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까.
-그...그렇지만...그래도 내가 낳은 아이인 내 일부인데...
“생물학적(?)으로 봐도 순이의 기운이 더 많고 심지어 이 녀석, 꼬맹이의 기운도 있으니까 우리 가족이야. 그건 양보 못해.”
-끄으응...
정령왕이 안절 부절했다. 그 모습에 반화도 조금은 안타깝기는 했다.
“뭐...친하게 지내는 건 뭐라 안할게.”
이 정도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더 가면 괜히 복잡해진다.
-...그러지. 그런데 인간, 여기서 사는 건 아니지 않나?
“어, 그렇지. 아까 전 문제 때문에 온 건데, 아직 시간도 넉넉하고 방법도 있으니 해결 한 셈이니까 돌아가야지.”
-그럼...우리가 친해질 기회도 없는 것 아닌가?
“불만이면 따라 오던가. 아...통역 귀찮네?”
두르한이 동시통역으로 잘 하고는 있지만 꼐속 대화하려니 조금 귀찮은 감이 있었다. 결국 반화가 정령왕의 양해를 일방적으로 구하고 녀석의 언어에 대한 지식을 삼켰다.
순식간에 반화의 검은 기운에 삼켜졌다가 나온 정령왕은 실체도 없는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게?...
여전히 의문인 느낌에 정령왕이 혼잣말을 넋을 놓은 듯 중얼거렸다.
“이제 대화가 되겠네. 아아, 이것 때문에 잠깐 실례 했어.”
-인간이라고...
“맞아, 인간.”
-이런 힘을 인간이 가졌다고?
정령왕이 아는 인간은 이런 힘을 가지지 않았다. 이건 예전 정령계라는 세계가 무너지기 전 보았던 괴물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힘이었다.
-세계를 삼키는 괴물들에 대해서 아는가?
“응? 괴물?”
-그래, 괴물들. 내가 살던 고향, 정령계를 삼킨 괴물. 그런 괴물들이 사는 세계가 있었지.
“호오? 그래? 그거 왠지 내가 아는 곳 같은데?”
정령왕의 말에 반화가 흥미를 보였다. 세계를 삼키는 괴물들이라니. 꼭 그가 살아 돌아온 세계를 말하는 것 같았다.
-오래전 정령계를 삼키려는 괴물이 있었지. 놈은 우리 세계를 바로 삼키려 했지만 다른 쪽에서 공간을 찢고 또 다른 괴물이 나타났다. 서로를 발견한 다음에 어떤 대화도 없이 바로 싸웠다. 정령계가 난리가 났었지. 우리 왕들의 힘은 그들에게 비하면 그냥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에 불과 했기에 우린 그저 약한 아이들을 유일하게 연결된 이곳으로 보내며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지.
흥미진진한 이야기에 산만하던 삼이까지 침을 꼴딱 삼키며 집중했다.
-결국 나중에 온 괴물이 처음 온 괴물을 삼켰어. 그리곤 우리에게 말했지. 어차피 누구든 이 곳에 왔을 거라고. 누군가 괴물들이 사는 세계와 정령계와 이 세계를 통과하는 바람에 괴물들이 삼킬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는군. 이미 모조리 파괴된 세계를 그 괴물은 삼키지 않고 그냥 떠났지만 이미 정령계는 회복할 수 없는 상태였지. 그래서 우리는 그 곳을 포기하고 지금 이 세계로 모두 옮겨 왔다. 이 세계로 와서 다른 공간으로 열린 흔적을 모조리 지웠다네. 그게 음... 천년 전 일인 것 같군. 생각보다 오래는 아니었군. 아무튼 그 괴물들에게서 너의 힘과 같은 느낌을 받았었다. 닿으면 사라질 것 같은 무서운 느낌을...
그 말을 들은 반화는 문득 예전 일이 생각났다. 분명 노에라도 인간들을 멸종시킨 악의가 어디선가 연결된 공간을 통해 흘러들어 왔을 거라고 했었던 것 같았는데...정령왕이 하는 말을 들으니 확실히 그가 있었던 세계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누군가 그쪽으로 넘어 갔었던 것이 분명했다.
“흠...누가 온 거지? 내가 가기 전에 죽은 놈인가?”
그가 삼켰던 괴물들을 떠올려 봤지만 인간과 비슷한 녀석은 딱히 없었다. 인간이 있긴 했는데 그 인간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온 것이 확실했다. 그 녀석이 사는 세계를 반화가 삼켰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