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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79화 (80/295)

# 79화-야생 엘프와 조우 #

79화

용과 두르한의 몸이 마비가 풀릴 때까지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반화는 롭스1호기의 갑판에 자리를 펴고 드러누웠다.

크로롱 액이 맛있긴 한데 그에게는 그냥 그게 끝이었다. 그를 자극하는 요소는 그런 감각들이 아니기에 잠깐의 유흥에 불과했지만, 삼이와 꼬맹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이 자식들이! 자꾸 보채면 아예 없어?”

조금만 더 달라며 칭얼거리는 녀석들을 엄하게 혼낸 후, 풀 죽은 녀석들을 끌어안고 자리에 누워 다시 달래주며 낮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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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해가져서 사방이 깜깜해지자 림자가 조명을 켜 주위를 밝혔다. 그 눈부심에 반화가 눈을 뜬다.

“으으으~! 잘 잤네.”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꿀잠 중이 삼이와 꼬맹이를 두고 용과 두르한이 있는 곳을 봤다. 마비가 풀렸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반화를 보고 민망한 듯 바라보는 녀석들.

“죄송합니다.”

“응? 아아. 뭐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일이 생기면 바로 구박은 하지만 시간이 지난 일로는 딱히 뒤끝이 없는 반화였기에 쿨하게 녀석의 사과를 넘긴다.

“배 안 고파?”

“예...이제 소화되기 시작해서.”

조금 줄어든 배였지만 여전히 빵빵해보였다.

“흠...그럼 오늘은 그냥 쉬고 내일 아침에 출발 할 거니까, 안에 들어가 쉬어.”

“예.”

용과 두르한이 배 안의 방안으로 들어가고 반화도 꼬맹이와 삼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며 림자에게 롭스를 공중으로 띄우라고 한다.

“위성 있는 곳 까지 올려.”

“알겠다, 마스터.”

스르르르

롭스1호가 위성이 있는 곳 까지 올라가고 나서야 반화도 방으로 들어 잠에 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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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엘프.”

“예.”

“정령왕이 어디 있다고?”

“...저도 잘...”

“여기는 어디인 것 같아?”

“저도 잘...”

“아는 게 뭐야.”

“죄송합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한 일행은 걸어도 끝나지 않는 사막에 짜증이 몰려 왔다. 분명 산맥이라고 했는데 보이는 건 이글이글 끓어오르는 지평선뿐이었다.

“목이 말라...”

용이 더위에 허덕이며 혀를 내밀고 연신 물을 찾았고, 삼이는 살판났다.

총총총총!

-아빠~! 빨리!

신이 나서 사방팔방 날아다니며 반화와 일행들을 재촉하는 삼이 때문에 반화와 꼬맹이를 제외한 일행들은 점점 지쳐갔다.

“왜? 뭐 또 있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삼이가 모래 속에 묻혀있는 몬스터들을 찾아내는 터라 또 뭘 발견했거니 생각하며 반화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물 있어!

“물?”

그 말에 용이 풀린 눈을 번쩍 뜨며 좀비처럼 일행을 제치고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삼이가 말한 물까지 도착한 용이 허겁지겁 목을 축이고 있을 때 반화의 품에 있던 꼬맹이도 냉큼 달려가 벌컥벌컥 물을 마셨다.

“좀 뜬금없이 오아시스가 있네?”

혹시 또 몬스터의 함정일까 싶었지만 이번엔 진짜 그냥 오아시스였다. 그리고 원래 오아시스는 뜬금없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좀 쉬다가 그냥 이미낸스파스에 올라서 이동하자. 바보 같은 짓이었어.”

반화는 크라센 산맥을 만만히 본 것을 인정했다. 그냥 좀 돌아다니면 되겠거니 했는데 이건 지구의 땅과는 크기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넓었다. 지배자들이 각자 자리 잡고 있는 이유가 있었다. 마나 농도도 굉장히 진했다.

인공위성으로 아래를 보며 이동하기로 결정하자, 일행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자리에 퍼질러졌다.

그냥 사막이라면 이렇게 지치진 않았을 텐데 크라센 산맥의 사막은 일반 사막이랑 좀 달랐다. 끈적끈적 달라붙는 마나의 진한 농도에 일반적인 능력자라면 숨 막혀 들어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거기에 삼이가 몰고 오는 몬스터. 물론 반화가 바로바로 처리 했지만 꼬맹이를 제외한 녀석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로 강한 놈들이 그냥 널려있었다.

“크로롱 물 줄까? 꼬맹아?”

-응!

지루한 꼬맹이를 위해 크로롱 액을 가공시킨 물을 꺼내다가 그냥 한통씩 일행들에게 돌리자 녀석들이 눈을 반짝이며 꿀꺽꿀꺽 마신다. 원액을 가공해서 예전처럼 중독성을 나타내지는 않았지만 그들에게 그 맛은 확실히 기가 막혔다. 특히 이런 사막에서라면 더욱 꿀맛이었다.

한숨 돌린 일행이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위성으로 이동한다.

“흠... 불덩이가 있을 만한 곳이려면 화기가 있는 곳이겠지?”

“예, 아마 용암지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뭐야, 최상급 정령? 그놈 좀 불러서 물어봐.”

“그게...제가 부른다고 오는 게 아니라서.”

[사용자님, 사막지대를 벗어났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응? 벌써? 아...괜히 걸었네.”

지난번 제국을 찾을 때도 괜히 생고생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반화가 그런 길을 자처하는 것일지도, 본인은 모르겠지만.

“한번 보여줘 봐, 뭐 있나 보자.”

크라센의 산은 어떤가 싶어 위성에게 요청하자 바로 눈앞에 반투명 스크린이 뜬다.

“허어... 고대 인간들의 마도문명은 진짜 대단하군요.”

두르한이 스크린을 보며 감탄을 했다. 반화는 스크린을 살펴보며 지상의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그의 눈에 잠깐 스쳤지만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음? 이거 다시 돌려 볼 수 도 있어?”

[예, 모든 정보는 일단 임시로 저장되어서 필요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스크린의 정보를 확인 하시겠습니까?]

정말 위성 하나는 잘 주운 것 같았다.

“이거 좀 돌려 봐.”

[예. 사용자가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겠습니다.]

띵!

반투명보다 조금 진한 스크린이 스크린 옆에 떴다. 사용법을 서명하려 했지만 딱 봐도 지구의 것과 비슷해 스킵하고 바로 영상을 돌려본다.

스르르르르 멈춤!

“흠... 이거 엘프 맞지?”

“네?! 자...잠시 만요!”

반화의 말에 두르한이 급하게 영상을 자세히 확인했다.

“오오오오!!! 마..맞는 것 같습니다! 저희 종족의 특징이 그대로 있어요!”

흥분이 가득한 목소리로 두르한이 그에게 말했다.

“찾으려는 불덩이는 못 찾고, 엘프만 찾았네.”

반화의 말에도 두르한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 이내 반화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일전의 사건으로 엘프들은 그에게 미움이 박힌 상태였는데, 과연 어떻게 나올 건지 반화의 기분에 따라 기적적으로 찾은 엘프들과의 만남이 성사될 수 도 있는 중요한 일이었다.

“뭘 그렇게 눈치를 봐? 너 쟤들 때문에 따라온 거였잖아.”

반화의 시큰둥한 말에도 두르한이 기쁨이 가득 찬 말로 연신 고개를 숙이며 반화에게 감사를 전했다.

-응? 아빠. 쟤 친구들 만나러 가?

“응. 쟤 친구들 좀 보고 불덩이 보러 갈 거야.”

-으음~ 알았어.

삼이는 불덩이가 빨리 보고 싶긴 했지만 엘프친구들도 만날 생각에 좋다고 했다.

“일단 이 쪽에 사는 것 같은데... 용케 산맥 안쪽에 있네?”

“떠나지 않았던 엘프들은 대부분 강한 전사들이여서 세월이 지난 만큼 강해졌을 겁니다. 그들을 만나면 알 수 있겠지만 짧은 시간이 흘러 간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이트를 넘어 이곳에 온 저희와는 겪은 시간이 다를 겁니다. 인간 제국이 그렇게 된 것도, 이 세계의 인간들이 사라진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니들 왜 여길 떠났다고 했지?”

“그 당시 인간 제국의 초대 황제였지요, 지배자가 되기 직전이던 아주 강한 인간이었습니다. 그 인간은 철저하게 유사인종에 배타적이었습니다. 우리 엘프들이나 수인족들도 다 일단 잡아 들였고 노예로 부리고 죽였죠. 점점 살 곳을 잃어가던 중 세계 떠돌아다니던 한 인간을 만났습니다. 그는 매우 강했죠. 그 황제 보다...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었습니다만, 그러고 보니 반화님과 좀 비슷한 구석이 있군요. 분위기나 눈빛 뭐, 그런 것들이요.”

“얼굴은 왜 못 알아 봐?”

“음...좀 오래된 일이라 가물가물하긴 한데, 얼굴이 흉터로 가득차서 알 수 있는 건 눈빛뿐이었습니다. 아주 살벌한 눈이었지요. 그를 마주쳤을 때 저희 엘프는 모두 다 죽었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리고 그때 여왕님이 우리 모두를 대표해 나섰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대가로 우리 종족을 살려달라고.”

그냥 가볍게 물었는데 생각보다 사연이 좀 길다.

“그래서? 걔는 그게 습관인가?”

“...큼...다행히 저희 예상과는 다르게 그 인간은 저희를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그는 강해지기 위해서 이 세계의 모든 지배자들을 찾고 있었을 뿐이었지요. 그렇게 저희와 그냥 지나쳤는데 마침 그쪽에 강한 지배자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그 인간은 그 지배자와 싸웠죠. 그런데...”

-그런데?

-그런데? 빨리!

어느새 두르한의 말에 집중하고 있던 꼬맹이와 삼이가 말을 재촉했다. 스토리가 흥미진진했나? 그가 동화책을 읽어 줄 땐 하품만 했는데...

“저희는 당연히 그 근처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싸움은 정말 순식간에 끝이 났어요.”

-누가 이겼어?!

-빨리!

“인간이 이겼습니다. 대신 인간도 멀쩡하진 못했습니다. 그만큼 지배자도 강한 존재였다는 거였죠. 그리고 그 인간이 떠나고 이변이 생겼습니다.”

“? 이변?”

“예, 저희가 스톨로지로 이동 할 수 있었던, 게이트가 그 곳에 생겼죠.”

“흠... 게이트가 그렇게 생겼다고? 그냥 힘끼리 부딪혀 공간이 찢어지면서 생긴 비틀린 길 같은데?”

“그건 뭐죠...?”

반화가 게이트라는 말에 다른 의견을 말하자 두르한이 처음 듣는 소리인 듯 물었다.

“뭐야? 그런 것도 모르고 들어갔어?”

“...예. 저희가 상상하던 전해 내려오는 게이트와 똑같아서...”

“큰일 날 놈이네. 쯧.”

반화가 그 소리에 혀를 찼다. 게이트라는 게 그렇게 우연히 열린다면 반화, 그정도 되는 존재가 아니라면 그냥 공간의 미아가 되거나 소멸된다. 그것도 모르고 무작정 거길 통과 했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엘프들이 그 짝이었다.

“차이가 있습니까?”

“힘으로 생긴 비틀린 공간은 목적지가 없어, 보통은. 그냥 골로 가는 거지. 생긴 게 비슷하다고 그냥 들어가면 꿱! 이지.”

반화가 손으로 목을 그으며 말했다.

“...그럼 스톨로지에서도 지구로 넘어 올 때도...”

“그건 좀 다르긴 한데, 자연적으로 생긴 거지? 그럼 그냥 힘으로 연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열린 거야. 차원 관리자들이나 나처럼 힘을 가진 놈들이. 뭐, 관리자가 아니라면 골로 가는 건 똑같겠네. 운이 좋았어. 두 번이나.”

“그..그렇군요. 어쨌든 그 인간 황제의 횡포에 저희들은 이 세계를 떠났습니다. 강한 전사들은 거부했습니다. 인간에게 떠밀리듯 도망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였죠. 그렇다고 해도 그들도 이대로 있다간 모두 인간들에게 당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 몇몇 장로와 저와 같은 전사들, 그리고 젊은 엘프들이 여왕을 보좌하기로 하고 몇몇 강한 전사들은 이 세계에 남아서 힘을 길러 인간들에게 대항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남은 애들이 강해져서 여기에 살고 있는 건가?”

“처음에는 일단 인간들을 피해 들어 왔을 것 같습니다. 그 인간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크라센 산맥은 만만히 볼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에 아마 선택했을 겁니다. 아직까지 여기서 살아 있는 걸 보면 이 곳에서 살 수 있을 만큼 힘을 길렀을 것 같습니다.”

“일단 어디 있는지부터 한번 찾아보자고.”

두르한이 기대를 가지고 위성이 움직이며 보여주는 지상의 모습에 집중했다.

삼이와 꼬맹이도 덩달아 집중하며 스크린을 봤지만 용은 관심 없는 듯 그냥 자리에 있었다.

“뭐해 너?”

그 모습이 아니꼬운 양아치, 반화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르한의 옆에 붙어 눈에 불을 켜고 엘프들을 찾는다.

“위성, 광범위 스캔 같은 것  없어?”

[에너지 소모가 큽니다.]

“에너지 채워 줄 테니까 좀 해봐, 이래서 언제 찾아?”

[예, 지상 스캔 시작합니다.]

우우우웅!

잠시 후 위성이 감지 할 수 있는 범위 전체를 파악한 후 조금 전 보였던 엘프의 형체와 대조하기 시작했다.

[서쪽 방면으로 유사한 종족이 다수 발견 되었습니다.]

“그래? 그럼 일단 그쪽으로 이동해.”

“드디어!”

헤어졌던 종족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두르한은 복잡한 심경이었다. 기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

“근데 걔들이 반겨 줘? 니들이 버리고 간 것 아냐?”

“반겨 줄 겁니다. 여왕님의 존재를 알려 준다면 두 발, 두 손  들고 환영하겠죠. 근데...반화님, 혹시라도 저들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해도 조금만 참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잘 설득 하겠습니다.”

“흠... 생각해보고? 나 그렇게 양아치 아냐.”

그동안의 태도로 봐선 그냥 들이박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일단 반화를 믿어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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