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4화-잘가 #
74화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는 반화에 서서히 두르한을 놀리는 것도 지겨워진 삼이와 꼬맹이는 슬금슬금 유적을 향해 걸어갔다.
그 모습에 두르한은 기겁하며 말리려 했다.
“반화님이 아시면 혼 날겁니다?”
적극적으로 막지는 못했지만...
-괜찮아! 아빠가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만 않으면 된 댔어!
물론 반화가 그런 말을 하긴 했지만...맞으러 가는 것이라기보다 부수러 가는 것 같은 둘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끼던 두르한은 결국 그 뒤를 따라간다. 혼자 남은 용은 괜히 혼자 있다가 돌아온 반화에게 맞을까 싶어 서둘러 그들을 향해 뛰어갔다.
...
“흠... 그냥 여기 있지 뭘 그렇게 귀찮게.”
아무도 인지하지 못했던 림자가 배의 내부에서 고개를 드러내며 사라지는 그들을 보며 중얼거린다.
.
.
사뿐사뿐 공중에 떠있는 유적으로 들어온 삼이와 꼬맹이는 이곳저곳 구경하며 감탄사를 질렀다.
공중의 섬은 작은 도시를 축소해놓은 모습이었다. 그것도 미래적인 매우 발전된 도시.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건 중앙에 솟아 오른 탑이었다.
-저기도 가보자!
-응!
신난 녀석들은 탑을 향해 뛰어 갔고 뒤에서 따르고 있는 용과 두르한은 어쩔 수 없이 그 둘을 향해 힘없이 걸어가던 와중에...
위이이이잉...척!
“뭐...뭐지?”
발밑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흠칫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두르한.
-이 섬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용이 뭔가 감지 한 듯 말했다.
그 사이, 탑으로 향한 삼이와 꼬맹이...
-음... 먹어도 되는 걸까?
-맛없어 보이는데?
언제 올라갔는지 탑의 꼭대기에 올라선 삼이와 꼬맹이는 공중에서 둥둥 떠다니며 묘한 빛을 내는 커다란 구를 톡톡 건드리며 속삭였다.
툭!
파지지직!
-응? 이거 봐~
꼬맹이가 재미있는 걸 발견하곤 삼이를 불렀다.
톡!
파지지직!
-히히! 꿈틀거린다.
건드릴 때마다 스파크를 튀기며 움찔거리는 구슬이 재미있는 듯 둘이 톡톡 건드리며 놀 때, 섬이 진동을 일으키며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녀석들은 그저 장난치기 바빴다.
-에이, 재미없어...
-맞아...아빠, 언제오지?
금방 싫증을 낸 녀석들은 반화를 찾기 시작했다. 흥미가 떨어진 구슬위로 삼이가 파닥파닥 날아가 구슬의 위에 털썩 앉는 순간 구슬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삼이...그 모습에 꼬맹이가 당황해 구슬로 달려들었지만 순식간에 사라지고, 홀로 남은 꼬맹이는 그저 발만 동동 굴렀다.
-으앙... 삼이...삼이..아빠!!!!
어쩔 줄 몰라 하며 삼이만 부르다가 결국 반화를 찾는 꼬맹이. 그러나 구슬 속으로 빨려 들어간 삼이는 그런 바깥 상황과는 다르게 매우 편안해 보였다.
-우와~~!!! 신기해!
구슬 속에서 주위를 둘러본 삼이가 감탄사를 질렀다.
삼이가 보는 풍경은 바로 섬이 내려다보는 지상의 모습이었다.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음에도 작은 생물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보였고 원하면 줌인 까지 할 수 있었다.
[사용자 인식합니다......미등록 사용자로 판단, 등록하시겠습니까?]
삼이는 알아들을 수 없는 고대어로 방송되는 소리에 삼이가 고개를 갸웃 했다.
-응?
[승인되었습니다. 사용자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등록된 사용자 1명. 이미낸스파스 가동합니다.]
위이이잉..
오랜 기간 사용하는 자가 없었던 고대 유적이 삼이로 인해 가동되기 시작했다.
섬 위에 있는 용과 두르한은 영문도 모른 채 진동하는 유적에 긴장했고 꼬맹이는 뭔가 결심 한 듯 작은 솜 주먹을 꽉 쥐었다.
-삼이를 구해야해!
스륵!
화르르르르!!!!!!!!!!
스윽...
사아아아아.....텁!
-응?
검을 꺼낸 꼬맹이가 탑을 향해 하얀 오러로 내려치는 순간 뭔가에 막혀 위를 봤다.
-...아빠? 끼이잉...
검을 잡고 있는 반화를 발견한 꼬맹이는 뭐가 서러운지 반화의 품에 안겨 삼이를 계속 불렀다.
“응? 삼이가 왜? 얜 또 어디 갔어?”
-구슬이.. 먹었어요! 삼이... 내가 못 구했어요...히이잉...
“구슬? 그건 또 뭐야, 그래서 여기 부수려고 했어?”
-응...
“기다려봐~ 아빠가 찾아 볼 테니까”
다시 돌아 온 반화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는 꼬맹이를 달래 주고 삼이의 기운을 찾기 시작했다.
“? 밑에 있네?”
-밑에?
스윽 스윽
꼬맹이의 눈 꼬리에 걸린 눈물을 닦아주고 그가 녀석을 손을 잡고 공간을 찢었다.
쩌저저적!
“여기 있네.”
-어? 아빠~~~!
토도도도.. 폭!
그를 발견하자마자 품에 쏙 안긴 삼이를 꼬맹이가 인터셉트해 얼굴을 비빈다.
-힝...없어진 줄 알았어.
-?
톡톡
영문을 모르지만 삼이가 꼬맹이의 얼굴을 톡톡 쓰다듬어 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침입이 있습니다. 사용자는 신속히 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방에서 울리는 고대어에 반화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용자?”
그가 고대어로 말하자 시스템이 반응한다.
[언어 인식. 사용자로 등록하시겠습니까?]
?
“뭐야, 보안도 안 걸려 있어?”
[이미낸스파스는 사용자가 아니면 접근 할 수 없는 곳. 다른 보안은 없습니다. 거기에 오랜 시간 사용자가 없는 상태였으므로 모든 기능이 초기화 된 상태입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하긴 이정도 고도에 이런 섬이 있다고 누가 생각할까, 아니 안다고 해도 접근하기도 힘들 것이다.
“흠... 등록하면 뭐가 좋아? 함부로 사인하면 안 되는데.”
[...이미낸스파스의 모든 능력을 사용 할 수 있습니다.]
“뭐 다른 제약 같은 건 없어?”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넌 뭐야? 인공지능이야?”
마치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대답하기에 잠시 기계라는 사실을 잊을 뻔 했다.
[저는 이미낸스파스을 움직이는 시스템 그 자체입니다.]
“어디 있는데?”
[그 정보는 극비입니다.]
“그래? 뭐 나중에 찾아보지 일단 등록부터 하자고.”
[스캔합니다. 사용자로 등록합니다. 현재 등록된 사용자는 2명입니다.]
“응? 하나 더 있어?”
쫑긋!
삼이가 뭔가 촉이 온 듯 귀를 쫑긋했다.
“삼이, 너야?”
-응? 뭐가?
[등록자 정보를 열람하시겠습니까?]
“어”
시스템이 정면의 스크린에 삼이와 반화의 모습이 찍힌 정보창을 띄운다.
“삼이네? 넌 고대어도 모르는데 어떻게 등록 한 거야?”
-응? 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래도 보안이 너무 취약한 것 같다.
“이거 내가 먹으려면 보안 좀 강화해야겠어. 자! 일단 나가자.”
반화가 삼이와 꼬맹이를 데리고 현재 있는 위치에서 지상의 용과 두르한이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헉! 반화님?! 유적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아까만 해도 땅에 진동이...”
“해결했으니까 호들갑 그만 떨고 롭스에 타. 이거 가져가야 되니까.”
반화가 발로 땅을 툭툭 치면서 일행들을 롭스 1호기에 태웠다.
스르륵.
쑤오옥!
순식간에 반화가 연 검은 아공간으로 사라진 자칭 이미낸스파스. 그리고 바로 공간을 닫은 반화가 배에 올라섰다.
“그런데 반화님... 밖에 혹시 무슨 일이라도?”
벌써 두 번이나 사라졌다가 온 그에게 두르한이 걱정된 마음으로 물었다. 설마 자신이 비운 사이 엘프들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 것인지...
“아아~ 러시아 놈들이 공격 했더라고. 러시아 알아?”
“예..?! 설마 엘라프를??”
“어”
“어...어떻게 되었습니까?!”
반화의 말에 깜짝 놀란 두르한이 놀라 물었다. 평소라면 인간의 나라하나가 덤벼 든 것이 이렇게 놀랄 사실은 아니었지만 오크들과의 전쟁으로 엘라프는 많이 지쳐있는 상태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가 다급하게 반화의 대답을 기다렸다.
“멀쩡해. 그거 때문에 좀 늦었지.”
“휴우...반화님이 직접 해결 하신 겁니까?”
“뭐...그렇지?”
왠지 모르지만 말을 흐리는 반화였지만 안도감에 두르한은 느끼지 못했다.
.
.
.
조금 전...
러시아의 회심의 공격이 실패한 뒤 한국이 오히려 전쟁을 선포한 그때 반화는 덩치 때문에 엘프왕국 엘라프로 와 있었다.
“뭐야? 멀쩡하네?”
-꾸옹?
갑자기 나타만 자신을 훑어보는 반화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덩치.
“반화님?”
여왕이 그를 발견했다.
“어. 잘됐네. 여기 무슨 일 있었어?”
“아! 예... 인간들이 공격해 왔습니다.”
“? 인간들? 우리나라가?”
“아니요. 다른 나라였습니다. 언어로 봐서는 중국의 언어를 쓴 자가 있긴 했는데 제정신이 아닌 자였습니다. 오염된 상태더군요. 다행히 덩치님이 막아 주셔서 물리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냥 덩치한테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 때문에 온 것이었는데 도움을 주기위해 그가 온 것이 되어 버렸다.
“흠...저기 저 피떡이 오염된 놈이지?”
“예.”
반화가 검은 핏덩이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 형체도 남기 않은 놈을 알아내려 여기저기 헤집었다.
“응? 이거 지난 번 러시아 던전에 갔다가 본 중국 녀석 기운 같은데?”
미세하게 남아있는 기운을 읽은 반화가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뉴스에선 실종이라 떴었는데, 왜 이자가 여길 공격 한 거지? 그것도 오염 된 상태로...
“중국은 공격할 여력이 없었을 텐데?”
“중국인들은 아니었습니다. 수도 엘라스를 공격한 자들을 조사해보니 러시아 쪽인 것 같습니다.”
“그래? 정신 못 차렸나 보네?”
역시 그때 너무 관대하게 처리를 했나보다. 이렇게 기어오르는 걸 보니.
“안 그래도 슬이 때문에 기분이 영 꾸리 꾸리한데...”
슬이의 정보가 전 세계로 알려지는 바람에 그의 가족이 곤욕을 당한 일이 바로 전이었는데 안 그래도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러시아의 행동에 그의 주변으로 흉악한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아니야... 나 혼자 그냥 또 털어버리면 누군지도 모르겠지. 그럼 말짱 꽝이야. 덩치!”
-꾸옹?
“약 좀 빨아야겠다.”
-꾸오옹?
알 수 없는 반화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덩치가 고개를 갸웃 했지만 그는 그런 반응에 아랑 곳 없이 녀석의 손을 붙잡았다.
-꾸옹? 꾸워우어우어어어어어!!!!!!!!!!!
갑자기 잡힌 손에 의문을 표현하다 손끝에서부터 전해져오는 고통에 덩치가 비명을 지른다.
“잠깐만 참아. 잠깐이야.”
-꾸어어어어어!!!!
덩치의 커져가는 비명과 반화로부터 덩치에게 흘러가는 기운은 비례했다.
....-꾸억...
부릅!!
고통이 사라지고 덩치가 한숨을 내쉬었다가 갑자기 눈을 부릅뜨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크아아아와!!!!!!!!!!!!!
퍽!
“시끄러, 임마.”
넘치는 힘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녀석의 뒤통수를 때린 반화에, 덩치는 몸속 넘치는 힘에도 여전한 고통의 손맛에 입을 다문다.
“가자. 한바탕 하러.”
-꾸옹?
영문도 모르고 반화에게 붙잡혀 사라지는 덩치를 용용이가 멍하니 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당황하며 낮은 울음소리를 흘린다.
-크르르ㅡ?
“뭐...뭐지? 방금 그 힘은?”
덩치에게 힘을 전달하는 과정을 지켜보던 여왕은 지난번 반화에게 느꼈던 기세보다 진한 기운이 전달되는 것에 넋을 잃었다.
“무슨 일을 하려고...”
반화가 덩치가 사라진 장소를 멍하니 보며 여왕이 중얼 거렸다.
“응? 여왕님 덩치는 어디 갔습니까?”
용군주가 구슬피 우는 용용이 때문에 왔다가 멍하니 서있는 여왕을 보며 물었다.
“저도 잘...”
뭔가 홀린 듯 한 여왕의 목소리에 용군주가 고개를 갸웃 했다.
...
반화와 덩치가 다시 나타난 곳은 러시아의 크렘린 궁이 무너지고 다시 세운 새로운 장소였다.
“흠...여긴가?”
두리번거리며 위치를 확인하던 반화는 덩치의 허벅지를 두들기며 말했다.
“덩치야. 다 쓸어버려. 달려드는 놈이 누구든지.”
공식적으로 SS급 테이머 반화의 상징인 블랙오거 덩치가 러시아의 심부에서 날뛴다? 세계가 경악할 일을 반화는 태연히 지시했다.
-꾸엉?
“그러라고 준 힘이니까 아낌없이 쓰라고. 니 맘대로.”
...-크아아아!!!!!!!
그의 말에 덩치가 피어를 사방에 발산하며 새롭게 세운 궁으로 달려간다. 갑작스러운 덩치의 등장과 피어에 난데없이 봉변을 당한 입구를 지키던 자들은 대응도 하지 못하고 정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덩치를 멍하니 바라 봤다.
“...뭐...뭐야? 방금?!”
“블랙오거?? 그게 왜 여기에? 게이트에서도 발견 된 적 없는데...”
“이런...빨리 궁으로 무전 때려! 난 장군님께 연락 할 테니까.”
“에..예!!”
그들이 당황하며 무전을 때리려 할 때 이미 궁 앞에 선 덩치가 거창을 하며 그대로 궁에 차징을 한다.
콰아아아앙!!!!!!
그르르릉!!!! 쾅!!!쾅!!!!!
퍼석!
애써 다시 세운 궁이 다시 무너지는 장면을 망연히 바라보는 자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반화는 아직도 모자람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