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크라센 산맥으로 #
70화
다행히 두 녀석은 동화책을 읽으며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았다.
-그럼 약한 애들(?)은 괴롭히지 말아야지.
-근데 삼이가 맞았는데?
-그럼 때려야지!
-아! 그러면 되겠다.
해결방법이 조금 다른 것 같긴 하지만... 뭐 전 보다는 조금 나아진 것 같으니 넘어가도록 하자.
-배고파...
“배고파?”
출발한지도 시간이 꽤 지나 녀석들이 배고픔을 호소했다.
“흠...라면 먹을까?”
-뀨웅!
-캉!
격하게 반응 하는 녀석들을 위해 주방으로 가서 라면을 끊인다. 덩치가 없으니 커다란 크기의 냄비는 필요 없었다. 양은 꼬맹이가 많이 먹으니 여전히 많아야 했지만.
후루루룩!
“오오오! 국물이 색다르군요!”
두르한이 국물을 마셔보더니 감탄했다.
“지난번에 바다에서 잡은 놈 뼈로 우렸거든.”
“? 바다에서요? 혹시 제가 볼 수 있습니까?”
반화는 뭐 어려운 일이라고 하며, 아직도 남은 물고기 같은 녀석을 꺼내 보여줬다.
“...이건?”
“뭔지 알아?”
“아뇨. 숲에 사는 엘프가 바다에 갈일이 뭐 있겠습니까?”
“뭐야, 그럼 왜 보여 달라고 했어.”
허무한 두르한의 말에 반화가 타박했다.
“그냥...바다에는 뭐가 사나 궁금해서...”
“라면이나 먹어.”
...
식사를 하고나서 잔뜩 늘어진 일행은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방으로 들어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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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반화가 떠난 후 한국의 주변 상황이 매우 부산스러워졌다.
오크침공으로 뭉친 내부 세력들이 중앙을 장악하며 힘을 모으고 있었고, 일본은 무슨 문제인지 게이트 내부에서의 활동을 잠정 금지 시켰다.
“이런... 해결책은 없는 건가?”
“지금은... 지난번처럼 푸른 네코신이 계신다면 모를까...”
“쯧... 네코신? 진짜 있긴 한 건가?”
“능력자들이 두 눈으로 똑바로 봤다고 합니다. 군인들도 봤다는 자가 상당히 많고요.”
“...일단 게이트 주변 경계하면서 사태를 지켜보자고, 혹시 모르니까 한국에 지원 요청도 해봐. 그 뭐야? 그 블랙오거가 지배자급 오크도 막았다며?”
“해보기는 하겠습니다만... 한국이 들어 줄 것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안 되면 직접 접촉하란 말이야! 돈이든 명예, 권력 뭐든 줄 수 있다고!”
“예..예!!”
일본 게이트 내부에 또 무언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안 그래도 능력자 수준이 주변국에 비해 떨어지는데 게이트 탐색조차 성과가 없는 마당에 이젠 아예 들어가지도 못하니 일본의 미래가 점점 보이지 않는다.
“후우... 갑자기 또 그런 놈은 어디서 나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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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들을 치자고?”
“예! 지금이 적기 인 것 같습니다. 엘프를 치고 한국까지 쓸어버립시다!”
“그게 가능해? 세계수가 있는데?”
“지난 전쟁으로 휴식기에 들어갔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한국의 능력자들은?”
“그자가 알아서 처리해 줄 겁니다.”
“...확실히 믿을 수 있겠어?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래서 쓰는 겁니다. 미친놈이니 여기서 붙들고 있어봐야 사고만 치겠지요. 차라리 풀어버리는 게 좋습니다. 저 놈들과 같이 사라져 주면 최고겠지요.”
“흠... 일단 추진해 봐. 그놈 아직 까진 별 문제 없지?”
“예! 그의 동료였던 판 윙이 잘 컨트롤 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끼어들지 않을까?”
“미국은 지금 아틀란티스 개발에 전념하고 있어 그럴 겨를도 없을 겁니다. 오크와 전쟁에도 항공모함만 보냈으니까요. 중동, 유럽 등등은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거라는 게 저희 판단입니다. 끼어들기도 전에 상황은 끝날 겁니다.”
“그렇단 말이지...알았어. 나가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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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위기에 대한 걱정을, 하나는 탐욕을 흘리며 음모를 그리는 가운데 중간에 있는 한국은 조용했다.
“쪼미야~”
-냐아?
“산책 갈까?”
-냥!
명하가 쪼미를 데리고 반화의 집 마당으로 들어갔다. 공원 보다 더 잘 꾸며진 마당을 걸어보며 새삼 오빠가 돈을 많이 버는 구나 싶었다.
“흐응? 좀 달라 진 것 같은데?”
지난번에 봤던 마당은 사람들의 손길로 꾸며진 예쁜 곳이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 자연 속으로 들어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들지 않지만 정갈한 풍경에 또 사람을 부른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와... 진짜 잘 꾸며 놨네. 어? 근데 저건 뭐지?”
집 앞 한켠에 우뚝 못 보던 하얀나무 한 그루가 단연 돋보였다.
-냐아~
?쫑긋!
-냐?
순이가 마당 한쪽 테이블 위에 누워 있다가 반갑다고 달려오는 쪼미를 바라본다.
슥!슥!
머리부터 들이대는 녀석을 그루밍 해주는 순이.
“순아. 저건 언제 심었어?”
-냐~
“나무 진짜 멋지네...어!!!!!!?”
사라라라락...
퐁!
“안녕하십니까. 마스터의 가족이 되시지요?”
“어...어...? 나..나무가!?”
“롱이라고 합니다.”
... 명하는 자신의 앞에서 벌어진 영화 같은 일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나 다른 세상에 온 거야?”
입을 다문 명하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였다.
-절레절레
-냐?
.
.
.
“저...이게 정말 될까요?”
“뭐라도 하나 걸리겠지.”
지금 두르한은 낚싯대를 하늘에 던지며 반화에게 당연한 의문을 던졌다.
“...”
하늘에서 낚시라니... 도대체 뭘 낚으라는 건지 싶었지만 신나서 방방 뛰는 꼬맹이를 보면 뭔가 있나 싶기도 했다.
-아빠! 삼이도 할래!
“그럴래? 음...아빠랑 같이 하자 그럼.”
아직 물리적인 힘이 약한 삼이는 그가 손을 잡아 주며 하기로 한다. 그러자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꼬맹이가 은근슬쩍 다가와 자기도 반화의 품에 들어 온다.
“꼬맹아 그러면 줄 엉킬 텐데?”
-나도 아빠랑 할 거에요!
“그..그래.”
꼬맹이의 뿔난 소리에 결국 반화는 힘을 써서 낚싯줄을 떨어뜨렸다. 편하게 가려고 했는데...일만 늘었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있던 일행. 결국 두르한이 포기를 선언했다.
“도대체 뭐가 잡힌다는 겁니까!?”
“어? 잡혔다.”
“잡히긴 뭐가...??!!!!”
꼬맹이의 낚싯줄이 팽팽해진다. 신이 난 꼬맹이가 힘차게 당겨 보지만 끌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 게 꽤 큰 놈인 것 같았다.
쏘옥!
“마스터? 지금 내 눈이 잘 못 되지 않았다면 저게 그 유명한 용이라는 신수가 맞는 거겠지?”
위로 불쑥 솟아난 림자가 그에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들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있는 것은 거대한 동체, 우아하게 솟아난 두 뿔. 용군주의 용용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멋진 모습의 용(?)이 한 마리 꼬맹이의 낚싯줄에 달려 있었다.
“꼬맹아...혹시나 해서 묻는데 미끼로 뭘 썼어?”
-? 푸롱 열매요!
“헉...”
두르한은 이제야 목이 막힌 한숨을 내뱉었다.
아~ 그 신수들이 좋아 죽는다는 푸롱 열매? 용 낚기 참 쉽네...
“그래?”
-응! 잘했죠?
-삼이도! 푸롱 열매로 할래! 큰 거 잡을래요!
“어? 아냐... 삼이야 저건 못 먹어.”
-못 먹어요?
당연히 먹을 줄 알았던 꼬맹이가 실망한 듯 물었다.
“뭐 먹으려면 먹을 수 있을 건 같긴 한데... 딱 봐도 쟤 말도 할 것 같지 않아?”
반화의 물음에 두르한은 황당한 듯 바라보며 말했다.
“용을 먹는 다고요...?”
윤기가 반지르르한 푸른 비늘의 용은 맛있어 보이긴 했지만 꼬맹이의 힘에 점점 딸려오며 느껴지는 그 용 특유의 힘에 기가 눌린 두르한은 이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용이 딸려 와???!!!!!!’
“억!! 용이!!?”
“깜짝이야, 갑자기 왜 저래?”
-끙차! 아빠! 너무 커요.
거의 배 근처까지 당긴 꼬맹이가 곤란한 듯 말했다. 너무 커서 배 위에 올릴 수는 없었다.
“잠시만 꼬맹아. 일단, 응?”
-크롸롸롸락!!!!
파지지지지직!!!!
쾅!!!!!!!!!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듯이 푸른 용의 두 뿔에 노란 전기가 응축 되더니 배를 향해 순식간에 쏟아 낸다.
치직...치지지지..
림자의 적절한 방어막 가동으로 무난하게 막히고 용은 황당한 듯 그들을 봤다. 오랜만에 먹는 푸롱 열매의 맛에 심취해 무슨 상황인지 제대로 이해가지 않았던 녀석은 배가 근처까지 오고 나서야 입에 걸린 바늘을 느꼈고 감히 자신을 농락한 놈들을 혼내 주려 했는데...
-아빠!
“응?”
-쟤가 먼저 때렸으니까 나쁜 놈 맞죠?
“어...그런가? 아니, 우리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용에게 뛰어드는 꼬맹이의 손에는 어느새 검이 들려 있었다.
퍽!! 퍽!!
꾸어엑!!!!!!!
반화의 동화책 훈육으로 살생에 대해서는 조심하기로 한 꼬맹이는 검날이 아닌 검면으로 용을 다지기 시작했다.
“이러려고 동화책 읽어 준건 아니었는데...”
두르한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용은...
“그냥 깔끔하게 죽이는 게 나을 수도 있겠는데?”
반화의 말처럼 정말 맑은 하늘에서 먼지가 날 정도로 불쌍하게 맞고 있는 푸른 용의 푸른비늘이 더 푸르게 보이는 건 착각일까?
“꼬맹아, 그만해도 될 것 같아.”
-네!
착!
흐물흐물하게 다져진 용의 뿔을 잡고 배 위에 내려 온 꼬맹이가 칭찬해달라는 듯 그에게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 잘했어.”
슥!슥!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그는 용의 상태를 살펴봤다.
툭!
“살아 있나?”
-끄르르르...
입에 거품을 문 놈은 말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흠... 그냥 버리고 갈까?”
-안 먹어?
그의 품속 삼이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음...”
[email protected]
#$!%!#$!!!!!! 살려줘!!!!
그 말을 들은 건지, 불안함을 느낀 용이 다급하게 말했다. 언제 엘프를 본 건지 다급한 엘프어에 두르한이 정신을 차리고 반화에게 들은 것을 말해 줬다.
“용이 살려 달라고 합니다!”
“응? 뭐야 엘프어야?”
“예!”
-살려줘! 시키는 대로 할게!
“..라는 데요?”
“그래? 흠...근데 몸이 너무 커서 싣고 갈 수는 없겠는데?”
계속 꼬맹이가 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자...잠깐만!!!
용이 다급하게 말을 하더니 몸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다.
“오?”
-이..이것 좀 놓아 주면 안 될까?
한 사람 크기정도로 줄어든 녀석은 여전히 꼬맹이 손에 뿔이 잡힌 상태였다.
-응? 아빠...작아졌어요. 힝
작아진 모습에 실망한 꼬맹이가 녀석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툭!
쿠당탕!
-아이고야...죽을 뻔 했네...
“흠...엘프네?”
“예. 엘프의 모습이네요.”
뿔이 달려있는 점만 빼면 엘프와 똑같은 모습의 용은 엉덩이를 주무르며 밤탱이가 된 얼굴로 그들을 봤다.
-설마 인간??
용이 반화를 보며 놀란 듯 물었다.
“뭐래?”
“인간이냐고 묻는데요?”
-게이트를 연 것이 인간인가?
“게이트 열었냐고 묻습니다.”
푸르딩딩한 얼굴로 저렇게 진지하게 물으니 답을 안 할 수도 없고...
“쟤 한국어는 못하겠지?”
“...예.”
“가르쳐.”
“예?”
“가르치라고.”
“...예...”
언어가 원활하게 통해야 부려먹던 할 수 있으니 일단 말은 못해도 알아듣게는 해야 했다. 물론 반화 그가 가르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배우기 싫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제가 감당 할 수 없는데...”
“꼬맹이 데리고 가서 같이 가르쳐줘. 꼬맹이도 아직 더 배워야하니까.”
“...예.”
두르한은 힘없는 모습으로 용에게 다가갔다. 영문을 모르는 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이어진 두르한의 설명에 발끈했다.
-감히!! 인간이!!
“어...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분노하는 녀석을 말리는 시늉만 하는 두르한. 그리고... 잠시 후...
-쿨쩍...킁!
-저는 말렸습니다.
-적극적으로 말렸어야지!... 저런 괴물하고 어떻게 아는 거야? 설마... 너도 괴물인가?
-보시다시피 평범한 엘프입니다만...
반화의 발길질 한방에 정신을 차린 녀석은 배 한쪽에 쭈구려 두르한과 속닥속닥 거렸다. 두 눈이 퍼런 상태로..
-그럼 일단 한글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다행히(?) 반화의 힘을 맛본 용은 얌전하게 한글을 배우고 꼬맹이가 같이 배울 필요는 없어 졌다. 대신 꼬맹이는 용을 이리저리 찔러가며 구경했다.
-어떻게 변했어?
-삼이도 변하고 싶다!
삼이도 따라 다니며 용을 구경했다. 가뜩이나 심란한데 기웃 거리는 두 털뭉치 덕분에 욱 할 뻔 했지만 꼬맹이에게 맞은 아름다운 기억 덕분에 분노조절장애가 자연스럽게 치유가 되었다.
“꼬맹아, 삼이야. 귀찮게 그만하고 이리와.”
-캉!
쪼르르르
폭!
“하늘에만 있으니 지겹지?”
-응!
“밑에 내려가서 잠깐 쉬었다가 갈까?”
-네!
“림자! 땅으로 내려가자.”
“알았다.”
스르르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