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9화-크라센 산맥으로 #
69화
간단하게 준비를 마친 반화는 엘프에게서 넘겨받은 크라센 산맥으로 가는 지도를 보며 어떻게 갈지 고민했다. 가는데 까지도 멀지만 크라센 산맥의 크기도 지구의 땅을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
“흠...차로 가다가는 끝도 없을 테고, 가다가 길도 잃을 수 있겠는데?”
차는 무리라고 생각한 그는 그냥 날아갈까 했지만 그러면 여행의 묘미가 사라질 것 같아 바로 생각을 지웠다.
“음...?아! 그게 있었네. 림자!”
쏘옥!
“불렀나?”
“너도 당첨이다.”
“?”
영문을 모를 반화의 말에 녀석이 표정도 없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 했다.
“가는 건 해결 됐고, 꼬맹아~!”
-캉!
토도도도!
“가서 간식 많이 챙겨놔. 좀 오래 돌아다닐 거니까.”
-와아! 아빠랑 놀러 가는 거예요?
“응, 지난번에 가기로 했잖아. 아! 삼이 것도 챙겨.”
-응! 알았어요.
꼬맹이가 신난 발걸음으로 간식 창고로 향했고 노에라에게 몇 가지 주의를 간단하게 주었다.
“가족들한테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고.”
“어떻게 연락을 하나?”
“음...잠시만.”
반화가 검은 아공간에 손을 집어넣고 여기저기 휘적거리더니 뭔가를 꺼낸다.
“여기다가 마나 불어 넣고 말하면 돼.”
“음...옛날 마도시대의 통신 수단인가?”
“어. 유적지에 하나 있었더라고.”
“알았다! 걱정마라.”
노에라에서 통신 수정구를 던져 주고 사용하는 방법을 간단하게 설명해 줬다.
“게이트 안 넘어도 되니까 급하면 바로 해.”
머리에 수정구를 올려 굴리며 장난치는 노에라에게 다시 한 번 주의를 준다. 그리고 이제 남은 건 가족들한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다고 말하는 건데...
“음...내일 말해야겠어.”
지금 그 말을 했다가는 잔소리 폭격이 무차별적으로 날아올게 뻔하니 오늘은 그냥 이대로 쉬고 내일 말하기로 한다.
-아빠! 다 챙겼어요!
“응? 그래? 어디... 저거 다 가져가게?”
-응!
꼬맹이가 마당 한쪽에 쌓아 놓은 간식을 보고 반화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창고에 넣어 둔 간식이란 간식은 다 꺼내 놨네...
“음...그래 일단 챙겨는 두자.”
그가 손을 휘둘러 식량창고 아공간에 일단 쌓아 놓은 간식을 다 챙겨 넣는다.
-언제 가요?
-언제 가?
어느새 삼이도 다가와 그에게 물었다.
“음... 내일이나 모레 쯤?”
-우아~ 우아~ 슬이한테 자랑해야지!
-나도, 나도!
타다다다닥!
“응?... 이러면 나가린데.”
녀석들은 신이 나 나머지 옆집으로 뛰어가 슬이에게 자랑해버렸다. 가족들 귀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
“...에휴. 그래, 니 맘대로 해라. 몸만 건강하게 갔다 와.”
“어, 걱정 하지만 안전하게 가는 거니까.”
예상외로 가족들은 그러려니 했다. 이유는 신소이에게 있었다.
“아까 소이랑 통화 했어. 니가 세계 최고 일거라는데, 그래도 늘 조심해. 아틀란티스는 아무리 강해도 위험하다며?”
“알았어. 1절만 해줘...”
더 말하려는 누나를 겨우 말렸다. 그래도 신소이가 도움이 될 때가 있네. 썸남 이야기는 일단 입 닫아 줘야겠어.
.
.
.
가족들과 이야기가 잘 끝난 관계로 바로 다음날 크라센으로 출발하기로 하려다가 덩치가 문득 생각났다.
“아...걔 또 데려와야 되네...덩치가 커서 불편하네. 좀 압축 좀 시킬까?”
덩치가 들었으면 식겁할 생각을 잠시 하던 그가 엘프왕국이 있는 곳으로 공간을 열어 이동했다.
“어!? 야! 너 언제 왔어?”
“방금.”
“그래? 우린 이제 복귀하려고 했는데.”
“그래? 부상자들은 다 치료했어?”
“급한 건 이미 다 조치 했고 자잘한 건 복귀해서 치료하기로 했어. 사망자가 없으니까 다행이지. 그건 그렇고... 너지?”
“뭐가?”
뜬금없는 신소이의 말에 그가 물었다.
“만주 지역 난장판으로 만든 거. 너 맞지?”
“어.”
“이번엔 뭐로 그런 거야? 꼬맹이도 안 데려 왔잖아?”
“그런 게 있어.”
대충 얼버무리며 대답하는 그에게 끝까지 묻던 그녀는 떠날 준비가 끝난 회사 소속 능력자들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하며 돌아갔다.
그는 그녀가 떠난 뒤 바로 덩치가 있는 곳을 찾았다.
“오셨습니까?”
“어? 왔어요?”
덩치가 있는 곳에는 여왕과 용군주, 용용이가 같이 있었다.
“용용이가 많이 컸네요?”
“네, 이번 싸움에서 많이 성장 했어요. 이제 통통한 것도 많이 줄었죠... 그게 귀여웠는데.”
“그런데, 세계수가 힘이 좀 없어 보이는 데?”
“부상당한 사람이 워낙 많아서요... 또 전쟁 중간에도 죽은 사람이 없게 노력하랴, 앞에 있는 오크들을 상대하랴 힘을 좀 많이 쓴 것 같아요. 당분간은 회복에 전념 할 겁니다.”
여왕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푸릇푸릇하던 세계수의 잎이 많이 떨어져있어 물은 건데 역시 이번 전쟁에 힘을 과하게 쓴 부작용이었다.
“그래도 그 덕분에 희생자가 없어요. 다 세계수 덕분입니다. 아! 물론 덩치의 활약도 엄청 났지요! 그 변종 오크만 안 나타났으면 혼자 다 쓸어 버렸을 겁니다!”
용군주가 흥분한 듯 말을 잇지 못한다. 그런 주인은 쳐다보지도 않고 용용이는 그저 덩치의 옆에만 붙어 있다.
“크라센 산맥에 갈 거야. 원래는 덩치를 집에 데려 놓으려고 했는데... 여기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 갔다 올 동안 좀 데리고 있어.”
“네. 저희는 괜찮습니다.”
“어? 덩치 여기 두고 어디 가세요?”
“일이 좀 있어서요.”
“음... 그럼 저도 당분간 용용이랑 여기 있고 싶은데. 여왕님 가능 할까요?”
“저희야 좋죠. 신수인 용이 이곳에 머문다면 세계수의 회복이 더 빠를 테니까요.”
덩치 문제는 그렇게 해결하기로 했다. 용용이가 있으니 녀석도 집보다 더 잘 지낼 테니. 집에 가서 순이와 노에라의 눈치도 안보고...
“저... 반화님.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때 두르한이라는 엘프가 그들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 두르한님?”
여왕도 당황한 듯 그를 불렀다.
“불의 정령왕을 만나시려면 제가 있는 게 도움이 조금은 될지도 모릅니다. 불의 정령 계약자니까요.”
“흠...별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그리고 그 곳에서 만약 엘프들을 만났을 때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반화님은 엘프어를 모르시지 않습니까?”
“아~ 걔들 찾아보기로 했지? 흠... 뭐 그러던지. 하나 붙여 간다고 지장을 없을 것 같으니까.”
부려먹기도 딱 좋은 성격 같고.
반화의 속셈은 따로 있었지만 태연하게 선심 쓰듯 말한다.
“지금 바로 갈 건데 따로 챙길 거 있어? 꽤 긴 시간일 텐데.”
“지금 바로 옷가지만 챙겨서 오겠습니다.”
두르한이 필요한 물건을 챙기러 간 사이 용군주가 무슨 일을 하러 가는 지 물었지만 여왕이 적절하게 둘러서 얘기를 해준다.
“준비 끝났습니다.”
“그래? 덩치야. 잘 놀고 있어?”
-크웡!
이미 용용이와 잘 놀고 있어 보이지만... 녀석과 인사한 뒤 공간을 열어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엘프 하나를 달고.
-응? 아빠 쟤는 누구야?
“허어...불의 씨앗이라더니. 딱 한번 소환해 본 최상급 정령의 힘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 불의 기운입니다.”
서로를 보며 신기하다는 듯 보는 삼이와 엘프.
“자! 이제 크라센으로 갈 거야. 별장에서 북서쪽으로 가다가 서쪽으로 꺾을 건데 대충 1주일 정도 가야 돼. 중간 중간 쉬기도 할 거고. 그리고 산맥을 찾아다니는 시간은 ... 가 봐야 알겠네. 그만 갈까?”
-응!
“순아! 갔다 온다?”
-냐아아~
나른한 순이의 인사를 뒤로하고 일행이 공간을 넘었다.
“림자.”
쏘옥!
“그거 꺼내.”
“그걸? 아하!”
림자가 자신의 몸에 손을 집어넣더니 뭔가 꺼낸다. 끝도 없이 나오는 것의 정체는 바로 롭스1호기였다.
“배로 만들어.”
“알겠다.”
롭스 1호기에 들어간 림자가 변형을 시켜 여객선의 모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꼬맹이와 삼이는 좋다며 와와 거렸지만 두르한은 그저 입만 떡 벌린 채 말을 잃었다.
“뭘 그렇게 멍 때리고 있어?”
반화는 그런 두르한에게 한 소리 하고 꼬맹이와 삼이를 품에 안고 공중에 떠있는 롭스 1호기에 올라탔다. 최고급 여객선을 본 따 만들어 그 시설은 더 할나위 없이 고급이었다.
“이걸 타고 가는 겁니까?”
“어, 좋지? 편하게 갔다 오면 돼. 엘프왕국 지금 뒤처리 하느라 바쁠 텐데 너 땡잡은 거야.”
과연 그의 말대로 땡잡은 걸까? 두르한은 스케일부터가 다른, 이 일행에서 적응 할 수 있을까?
“자! 림자! 방향 설정 해 뒀어?”
“설정 다 끝났다. 출발하겠다.”
스르르륵..
부드럽게 공중에서 회전하더니 천천히 출발하는 롭스 1호기. 그 모습을 지상에서 보던, 근처에 살던 싸이클롭스가 저게 뭔가 싶었지만 익숙하게 느껴지는 기운 하나에 신경을 끄기로 했다.
‘저건 분명 괴물이 데리고 다니는 꼬맹이라는 작은 몬스터의 기운이 틀림없어. 모른 척 하자 모른 척!’
그런 싸이클롭스의 노력? 덕분에 반화와 롭스1호기는 신경도 쓰지 않고 녀석의 위에서 유유히 이동했다.
“당장 뭐 딱히 할 건 없으니까 쉬던지 놀던지 해. 꼬맹이랑 삼이도.”
-응!
-캉!
꼬맹이와 삼이는 갑판으로 나가 뛰어놀고 두르한은 눈치를 보다가 전쟁 동안 성장한 자신의 능력을 점검한다.
-응? 불이다!
-불이네?
호기심 왕성한 꼬맹이와 삼이에게 그런 엘프는 맛 좋은 먹잇감이었다.
-나랑 놀자!
-나랑도!
옆에 다가와 말하는 저 귀여운 몬스터들의 힘을 어느 정도 짐작 하는 두르한은 등 뒤로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쫄지 말고 얘들이랑 놀아 줘. 죽이진 않을 거야.”
태평한 반화의 말에 더 소름이 돋은 두르한은 이 일행에 들어 온 것을 후회했다. 물론 앞으로는 더 많이 후회 할 테지만. 반화는 느긋하게 녀석들이 두르한과 노는 것을 지켜봤다.
“좋네~ 데려오길 잘했어.”
펑!!
파지지지직!
“크허!”
삼이가 만든 푸른 전류를 죽기 살기로 피하던 두르한이 결국 한 대 맞고 푸들푸들 떨며 기절하고 나서야 녀석들은 흥미가 떨어 진 듯 그에게 왔다.
-아빠! 쟤 몸이 안 좋은가봐?
“응. 그래, 비실비실하네.”
SSS급 정령사가 졸지에 비실비실한 약골이 되어 버렸다.
-심심해요...끼잉...
출발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심심하다고 칭얼거리는 꼬맹이.
“낚시 할까?”
-낚시? 여긴 하늘인데요?
“하늘에서도 낚시는 할 수 있지...응? 림자, 뭐야?”
그때 돌연 롭습1호기에 방어막이 형성 되자, 반화가 림자에게 물었다.
“앞에 벼락구름이 모여 있다.”
“그래?”
그러고 보니 검은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장소로 롭스 1호기가 날아가고 있었다.
“그냥 자연 현상이 아니네?”
“...천둥 플라이들 같습니다.”
정신을 차린 두르한이 그에게 설명했다.
“? 그건 또 뭐야?”
“몸에서 전류를 생성하며 무리를 지어 생활하는 놈들이지요. 보통은 이렇게 높은 하늘에서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자기들 종족을 공격한 존재에게 끈질기게 복수하는데 그냥 상대하지 않고 지나가면 별 문제 없을...겁니다....”
별 문제가 생겼는데?
-꺄하하하!
파닥파닥~
지지지직! 파직!!!
번쩍!
-키리리릭!!!!
위이이이잉 툭!
풍뎅이를 확대 시킨 것 같은 놈들이 전류가 흐르는 자신들 몸 위를 뛰어다니는 삼이를 황당하게 쳐다본다. 여기까진 별 문제 없었지만... 한 녀석이 삼이를 툭 건드렸는데.
-힝...아퍼!
살짝 콩 박은 수준이지만 삼이가 울상을 지으며 꼬맹이에게 고자질을 한다.
“어...꼬맹아, 그러지마. 걔들...”
쌔애애애애액!
서걱! 화르르륵! 서걱! 서걱!
“착한 애들인데...”
꼬맹이의 검강 난도질에 놈들은 속절없이 잘리며 후두두둑 떨어진다. 지상에 있던 몬스터들은 때 아닌 호사에 파티가 벌어지고 야무지게 복수 해준 꼬맹이는 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호 해준다.
“교육을 좀 다시 해야 되나...?”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꼭!...”
그런 녀석들의 모습을 보는 둘은 교육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렇다가 앞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 물론 두르한은 자신의 몸을 위해서..
“꼬맹이! 삼이!”
-응?
-캉?
“아빠가 동화책 읽어 줄게.”
이런 교육에 가장 좋은 게 동화책이 아닐까. 녀석들도 흥미를 보이며 다가왔다.
쏘옥!
반화의 품에 쏙 안긴 저 귀여운 아이들을 어떻게 조금 전 까지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의 떼죽음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을까.
두르한은 앞날이 두려워 졌다. 제발 살아서는 돌아 갈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