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화-스페셜 덩치 #
56화
막상 만들고 나니 딱히 쓸데는 없지만 지난 혼종의 아픔을 이겨내고 노에라의 인정을 받은 그는 뿌듯했다.
“림자야. 움직여 봐.”
“끄으응... 이거 너무 힘든데?”
팔,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보지만 자동이 아닌 수동으로 돌아가는 터라 림자가 안간힘을 써야 겨우겨우 움직였다.
“...뭐 모양만 그럴싸했으면 됐지... 배로 다시 돌아와.”
그의 말에 잽싸게 배 모양으로 돌아온 림자가 자연스럽게 공중을 부유하며 살 것 같은 목소리를 내뱉었다.
“후... 아까 그 모양은 좀 비효율 적인 것 같다.”
“그럼 그렇지, 겉만 그럴 듯 했네?”
“...”
노에라에 비웃음에 침묵으로 대답한 그는 림자에게 배에서 나오라고 한 뒤 배를 검은 공간에 집어넣었다.
“너 계속 그 상태로 있을 수 있어?”
검은 형체 상태로 존재하는 림자에게 그가 물었다.
“아니, 이 상태는 좀 불안정해서 계약자의 그림자에 있는 게 제일 좋다.”
“음...내 그림자?”
“...나도 그렇게 들어가고 싶진 않아.”
“그럼 그냥 삼이 그림자에 있어.”
“좋다!”
반화의 저 끔찍한 그림자 안에 있느니 삼이의 작은 그림자가 더 좋은 녀석이 냉큼 승낙했다.
“이제 잘 쉬었으니 이사 준비도 하고 해야겠네.”
딱히 챙길 짐 같은 건 없었지만 지금 완성되고 있는 집을 점검하고 확인해야 했기에 그는 일단 녀석들은 이곳에 두고 혼자 집으로 넘어왔다.
“음? 아...게이트로 가야 하네...”
들어 올 때 게이트를 통해 들어 와서 나갈 때도 게이트로 나가야 하는 그는 다시 별장으로 돌아와 차를 꺼냈다.
-낑?
순이와 삼이, 꼬맹이는 차에 태우고 노에라와 덩치는 별장에 남겨 두기로 한다. 노에라야 별장에 있는 진으로 집에 넘어가면 되고 덩치는 아직 집이 완성 되지 않아서 데리고 가봐야 게이트 주변에서 지내야 되기 때문에 남아 있기로 한다.
부르릉!
차를 타고 게이트 쪽으로 이동하며 지배자들이 사라지고 변화된 생태계를 확인하며 이동한다.
“음... 괜찮네? 별로 바뀐 것 없고, 그냥 강 주변에 몬스터들이 좀 많아 졌네.”
그동안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몬스터들이 강 주변에 대거 몰려 있는 걸 제외하고는 큰 이상은 없었다.
안심하고 게이트를 통과한 그는 잠시 회사 건물에 들렀다.
“사장님 있어요?”
“어! 이반화씨!? 우와!! S급 능력자를 보다니...우리 회사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몬스터 군주라니.”
입구의 안내원 자리에 있던 여성이 그를 보고 놀란 듯 그의 질문에 답은 없이 감탄사만 내뱉는다.
“...저기..”
“네? 아! 네, 사장님 지금 안에 계세요. 잠시 만요. 지금 바로 연락 해 드릴게요.”
이번에 새로 뽑은 직원인 듯 빠릿빠릿하자만 어수선하게 민사장님에게 연락을 취한다. 잠시 후,
“사장님이 지금 내려오시겠다고 하시는데...”
“아, 제가 올라간다고 해주세요.”
“네.”
여직원이 아직 들고 있던 수화기를 향해 그의 말을 전달했다.
“바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저...”
“네?”
“사인 한 장만 부탁 드려도 될까요?”
“아...네.”
여직원에게 사인을 해주고 사장실로 올라간 그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민사장님을 발견했다.
“뭘 문 앞에 서 계십니까?”
“하하! 반화씨가 오신다는데 이 정도는 해야죠, 제가 내려가도 되는데.”
“괜찮아요, 어차피 다시 올라 올 건데.”
“게이트 다녀오신 겁니까?”
“네, 뭐 잠깐 쉬다 왔죠.”
“부럽네요. 게이트의 자연 환경이 끝내주긴 하던데... 몬스터들만 아니라면.”
“많이 개발 되지 않았나요?”
“게이트 남쪽은 거의 정리가 끝나 간다고 하는데 아직 북쪽은 한참이죠. 아! 그리고 폴리 크랙 쪽에서 정산금을 입금해 드렸습니다. 그리고... 선물로 하나 보낸 게 있는데. 이겁니다.”
?
민사장님이 건넨 것에 반화의 표정에 물음표가 생긴다.
“카드? 무슨 카드죠?”
“아, 키입니다. 물론 카드로도 사용 되죠. 한도는 1조원정도에 어떤 곳에서도 사용 가능한 카드입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 폴리 크랙 정도는 되어야 만들 수 있다는 카드죠. 그리고... 그 사람들이 항공기 하나를 보냈어요. 슈퍼카를 좀 실어서..”
“?슈퍼카요?”
“네, 자기들이 특수 제작해서 몬스터 공격에도 끄덕없는 튼튼한 슈퍼카들만 3대, 그리고 항공기까지 모두 반화씨에게 선물로 준답니다.”
“흠...”
하긴 그들이 생각 할 수 있는 보상이라 봐야 물질적인 것인데 이미 반화는 몇 조 단위의 재산을 쌓아 둔 상태, 그들이 줄 수 있는 게 궁색 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생각 할 수 있는 건 군수 물품이나 아티팩트인데... 그게 반화의 마음에 찰 일은 없을 거고.
“그리고 아티팩트 주더군요.”
“아티팩트요?”
“네, 이겁니다.”
산타 할아버지처럼 자꾸만 뭔가 꺼내서 반화에게 넘기는 민사장님은 자기가 세운 회사에 이런 사람과 계약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다.
“피로 회복과 온도 조절이 되는 팔찌입니다.”
“흠...그래요?”
시큰둥한 반화의 반응에 민사장님은 잠시 당황 했지만 이내 평온을 찾으며 반화에게 잘 포장된 상자 둘을 건넨다.
“부모님께 선물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면 애인과 나눠서 끼면...”
“...민사장님, 저 애인 없는 거 알고 그런 거죠?”
“하하 그럴 리가요, 이렇게 잘생기고 능력 좋으신 분이 늘 혼자 길래 안타까워서 그러죠.”
“...전 됐습니다. 사장님 하세요. 부모님한테는 더 좋은 걸 드렸으니까요.”
지난 번 반화가 만들어 준 반지가 있었기에 그는 그동안 깔끔하게 그의 일을 처리해 준 민사장님에게 양보했다.
“허...이런 귀한 걸 제가 어떻게 받습니까? 이거 경매에 내놓으면 사려는 부자들이 줄을 섭니다.”
“그 부자에 이제 사장님도 들어가지 않아요?”
“그게 다 반화씨 덕인데...”
“부담 갖지 마시고 가지고 계세요, 요즘 일도 너무 많이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럼, 감사히 받겠습니다.”
“아! 제가 온 용건을 아직 말도 못했네요. 일정 좀 잡아 주세요. 게이트 북쪽으로 사냥 가는.”
“? 아! 지난번처럼 북쪽을 정리 하시는 겁니까?”
“지난번 정도 까진 아니고 조금 정리 할게 있어서요.”
“음... 네, 알겠습니다. 일정 잡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엘프왕국으로 가는 방법 아십니까? 그냥 가족들이랑 여행을 좀 가려하는데. 해외는 절차가 복잡할 것 같아서요”
“제가 아는 엘프에게 말해 보겠습니다. 출입국이 좀 까다로워서. 몇 분이 가시는 지, 언제인지만 알려 주세요.”
추석에 가기로 한 가족여행을 엘프왕국을 선택한 그는 날짜와 인원을 민사장님에게 알려주고 차로 돌아와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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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왕국? 지금 거길 갈 수 있어? 입구 심사 엄청 까다롭다는데...
<>오~ 역시 S급 능력자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알았어. 엄빠한테도 말해 놓을게.
<영국의 기사왕 앤드류씨가 오늘 SS급으로 승급 했다는 소식을 세계연맹을 통해 알렸습니다. 세계연맹 소속 앤드류씨는 영국의 기사왕으로 불리 정도로 뛰어난 S급 강화계 능력자였는데요, 이번 세계능력자연맹 위원회와 엘프 왕국의 만장일치로 최초로 SS급 능력자가 되었습니다. 아틀란티스가 열리고 그동안 정체 되었던 능력자들의 등급이 요동 치고 있는 와중에 더 높은 가능성을 열어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스톨로지와는 다르게 풍부한 마나 덕분에 아틀란티스에서 사냥하는 능력자들이 그 영향을 받아 빠른 속도로 강해지고 있긴 한데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존재는 높은 등급을 가진 자들이었다.
처음부터 높은 등급을 가진 자도 있었고 조금씩 올라간 자들도 있었지만 지난 15년간 S급을 벗어나지 못한 그들은 지난 반년 간 그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이 성장하고 있었다.
저 영국의 SS급은 이제 시작을 알리는 계기일 뿐이다. 엘프들만 가지고 있던 S급 이상의 고위 등급을 이제 인간들도 차지하게 될 것이다.
“흠... 승급 절차가 아직까진 귀찮네.”
S급 이전 까지는 비교적 간단한 절차였지만 그 이상은 아직까지는 연맹과 엘프들의 심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제 점점 엘프들의 영향은 줄어들겠지만, 여전히 복잡한 건 사실이었다.
“나중에 민사장님 통해서 간단하게 할 수 없냐고 물어 봐야지.”
지금 등급으로도 충분히 귀찮은 상황이 많이 없긴 했지만, 한국에도 SS급이 나오고 더 높은 등급이 정부 쪽에서 나온다면 귀찮은 일이 생길 수도 있기에 상황을 봐서 승급하기로 한 그는 멍하니 뉴스를 보는 노에라를 지나쳐 TV를 껐다.
“가서 게임이나 해, 덩치는 별장에 있어?”
“...또 창 휘두르고 있다. 아! 마스터가 새긴 문신! 그거 좀 오버스펙 아닌가?”
“그 정도는 해야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지는 않겠지.”
“음...드래곤이 싸다구를 날려도 거뜬해 보이긴 하더라. 디자인은 영 구리지...”
꽁!
“..만.. 우씨.”
한 대 맞은 녀석이 힘없는 날개 짓으로 컴퓨터 앞으로 간다.
저거 땅의 신수라더니 돌대가린가? 저렇게 맞고도 깐족거리는 걸 보면 통증을 못 느끼는 거 아냐?
커다란 혹을 달고 열심히 게임을 시작하는 노에라를 보며 그가 고개를 저었다.
“덩치 녀석 또 연습하나 보네.”
이 집안의 최약체 덩치는 오늘도 자신을 단련 하고 있나보다.
“흠... 이번엔 녀석만 데리고 갔다 와야겠네.”
-낑!?
그의 말에 놀란 꼬맹이가 득달같이 달려와 그를 애처롭게 봤다.
“꼬맹아, 이번엔 할머니, 할아버지랑 이모들, 그리고 슬이랑 같이 놀고 있어? 금방 갔다 올게. 알았지?”
-끼이잉...
“착하지? 맛난 거 구해 올 테니까.”
그의 말에도 시무룩한 꼬맹이를 겨우겨우 달래고 노에라만 두고 순이와 삼이, 꼬맹이 까지 데리고 본가로 향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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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빠!”
본가로 가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이제 막 내려 버스 뒤에 있던 그의 차를 발견한 여동생, 명하가 차를 향해 달려 왔다.
“? 이제 집에 가는 거야? 오? 술 안 마셨네?”
“내가 맨 날 술 마시는 줄 알아? 요즘 과제 때문에 정신없단 말이야. 오빠야 말로 웬일이야?”
“얘들 좀 맡기려고.”
“오오오! 진짜 며칠?”
명하가 세 털복숭이를 껴안으며 소리를 질렀다. 까탈스러워 보이는 순이지만 막상 사람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는 다는 것을 아는 동생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잠깐 일이 생겨서. 한 삼일 정도면 될 거야.”
“왜 더 오래 있어도 되는데. 아! 오빠 그 옆에 공사하는 집, 진짜 오빠 꺼 맞지?”
“어, 왜?”
“우리 쪼미, 너무 커서 산책도 하고 해야 되는데 저번에 나갔다가 사람들이 하도 뭐라고 하기도 하고, 눈치도 보여서...아직 애기인데.”
“그래?”
얼굴이 고양이긴 해도 덩치가 있다 보니, 얼핏 보면 고양잇과 대형 육식동물로 착각 할 수 도 있으니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산책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까 걱정 마.”
“오키오키! 나 먼저 들어간다? 요 귀요미들은 내가 데리고 들어갈게, 차 주차하고 와.”
“됐어, 바로 간다. 애들 잘 보고.”
“그럴래? 하긴 본지도 얼마 안됐으니, 나중에 봐!”
탁!
동생이 애들을 데리고 내리고, 그는 다시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갔다.
“노에라, 집 잘 지키고 있어. 그리고 민사장님 연락 오면 바로 별장으로 와서 말하고.”
“어어어엉.”
게임에 몰두해 건성으로 말하는 녀석.
꽁!
“...알았다.”
결국 한 대 맞고서야 정신을 차린 녀석을 두고 별장으로 넘어와 덩치를 찾았다.
“음...”
후우웅!
휘익!
슈오오오옥!! 쿵!
마당 밖 공터에서 열심히 창을 휘두르는 녀석을 말없이 지켜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