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이상한 섬(여기까지 무료분량이었습니다.) #
54화
노에라가 꺼낸 뼈는 머리만 인간일 뿐 밑에 부분은 인간이라고 짐작하기 어려운 커다란 뼈들이 이어져있었고, 다 꺼내 땅에 펴 보니 그 형체가 얼추 짐작이 되었다.
“마스터, 이거 마스터가 지난번에 만든 거랑 비슷하지 않나?”
“시끄러.”
아직도 그의 마음속에 남은 실패작인 ‘혼종’이를 떠올리게 만드는 뼈의 모양은 세월이 짐작 되지 않을 정도로 멀쩡한 상태였다.
“노에라. 옛날 인간들은 다 이렇게 생겼어?”
“...그럴 리가, 해골씨가 인간의 뼈를 모델로 만들어 진 건데, 전혀 이렇게 생기지 않았다.”
“그래? 그럼 이건 뭐야? 그냥 머리만 이런 생물이 있었던 건가? 그러기엔 너무 사람 머리뼈에 몸통하고 어울리지도 않는데? 누가 일부로 만든 것 같은....?어?”
“그러네? 일부러 만든 것 같네?”
그와 노에라가 뼈를 보며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 꼬맹이는 금세 흥미를 잃고 섬의 안쪽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낑?
그런 꼬맹이의 눈에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크르르르르....
쿵!쿵!
-끼아아아아아!!!!!
파바바박!
꼬맹이를 발견한 이상한 것이 쇳소리를 내며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스윽.
쾅!!! 퍽!
꼬맹이가 바로 검을 들어 놈의 돌진을 막고 밀쳐냈다. 그 힘에 멀리 나가떨어진 놈은 바로 일어나 다시 꼬맹이에게 달려들었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섬 안 쪽에서 나는 소란에 반화가 그쪽을 바라봤다. 뭔가 충돌하는 소리가 계속 이어지다가 잠시 후 잠잠해진다. 그리고 그 소란이 나던 곳에서 꼬맹이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도도도 걸어 나온다.
“응? 꼬맹이, 뭐했어?”
-캉?
“저 악마한테 물 들었나보네. 이렇게 시끄럽게 해놓고 모른 척하다니...이래서 친구가 중요하다는....우씨..”
가만히 있으면 될 걸 기어코 순이에게 한 대 맞은 노에라가 쭈구린다.
덥석!
“요 녀석! 뭐하다 온 거야?”
꼬맹이를 품에 안고 녀석이 걸어 나온 길을 따라 걸어 가보니 전투의 흔적과 꼬맹이 특유의 불꽃에 탄 흔적이 곳곳에 남겨져있었다.
-끼잉...
“잘못한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순이가 늘 혼나는 모습을 지켜봤던 꼬맹이는 혹시라도 혼이 날까 싶어 낑낑 거렸지만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그였다.
“호? 이건가?”
녀석과 싸운 놈을 보니 아까 그 뼈처럼 기괴한 모양을 한 놈이 있었다. 머리는 사람의 머리인데 몸통은 사마귀를 닮은 기괴한 모습이었다.
“흠... 이런 놈이 자연적으로 태어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당연하지, 이건 마스터가 만든 혼종과 거의 맞먹는....”
꽁!
스윽스윽
다시 이마를 문지르는 쭈구리, 노에라를 덩치가 안쓰럽게 쳐다본다.
“그냥 발견한 섬인데 특이한 섬에 들어 왔네.”
이쯤 되면 굳이 순이를 탓 할게 아니라 반화, 자신도 일을 벌이는데 한 몫 하는 것 같지만 애써 외면하는 그였다.
“오늘은 그럼 보물찾기로 할까?”
-뀨웅?
갸웃갸웃
녀석들이 고개를 갸웃하며 무슨 말인지 궁금해 했다.
“이렇게 생긴 놈들을 제일 많이 찾아오면 각자 제일 가지고 싶은 것 선물 해 줄게.”
쫑긋!
후다다닥!
쾅!!!!!쿵!쿵!! 퍼버버벅!
끼에에에!!!! 꿰에에에!!!
순식간에 섬 안 쪽으로 사라진 녀석들이 놈들을 때려잡는 소리로 섬이 흔들거렸다.
“응? 노에라 넌 가지고 싶은 거 없어?”
“난 그냥 빨리 집으로 갔으면 좋겠다... 오늘 답장하라2002 하는 날인데...”
“...그래 여기만 구경하고 가자.”
삼이는 그의 머리에 자리 잡고 나른하게 퍼져있었고 꼬맹이, 덩치, 순이는 신나게 돌아다니며 놈들을 때려잡았다.
“생각 보다 많네? 섬이 크기도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들리는 소란에 그가 그 수를 짐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이제 잠잠해질 쯤 그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근데 쟤들 어떻게 가지고 오려고 때려잡기만 하는 거지?”
노에라도 같은 궁금증이 생긴 것인지 그에게 물었다.
“글쎄?...”
그가 조금 불안한 생각을 할 쯤, 그걸 실천 하는 녀석들이 있었으니...
쌔에에에에엑!!!!!
쾅!쾅!쾅!
콰가가가가가가가!!!!
그가 있는 자리로 날아오는 놈들의 시체들...
“이 자식들이...”
“으아아아아!!!! 이 망할 것들!!”
그와 노에라가 열심히 시체들을 피해 요리조리 피하다 보니 세 군데에 정확히 쌓이는 사체들을 보고, 그 장소를 조금 벗어나 포격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뀨!뀨!뀽!
그저 신난 삼이가 나른함을 깨고 일어나 그의 머리에서 방방 뛰었다.
“넌 좋겠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노에라는 아무 걱정 없는 삼이를 부러워했다.
포격이 그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뛰어 오는 녀석들에 화낼 핑계가 궁색한 반화는 속으로 화를 다스리며 쪼르르 앞에 와서 칭찬을 바라는 녀석들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주며 잘했다고 말했다.
“순이가 제일 많긴 한데 다 열심히 했으니까, 집에 가면 갖고 싶은 것 하나씩 노에라한테 말해서 노에라는 나한테 알려줘.”
“알았다.”
일일이 세기도 귀찮을 만큼 많은 수의 사체는 군대로 따지면 일개 사단을 하나 통째로 옮긴 숫자와 비슷했다.
“음...군대?”
생각해보니 이곳에 비밀리에 군대를 조직 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잠시 들었다.
“마스터, 애초에 살아 있던 놈들은 아닌 것 같다.”
뜬금없는 노에라의 말에 반화가 놈들을 자세히 살펴봤다.
“음?”
인공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 분명한데 아까의 멀쩡한 뼈도 이상했고 앞에 쌓여 있는 놈들은 피한 방울이 없었다. 꼬맹이가 처음 발견 한 놈이야 불꽃에 다 증발했다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놈들이 지배자급 몬스터들도 아니고 몸이 마나로 진화한 것도 아닌데 피도 안 난다는 건 살아 있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는데 충분했다.
“만든 지는 꽤 되었을 것 같은데... 뼈만 남은 놈을 봤을 때, 살이 다 없어 진 걸로 봐선 짧은 시간이 지난 건 아닌 것 같고...얘들아, 혹시 이놈들이 많이 모여 있었던 장소가 있었어?”
갸웃?
덩치와 꼬맹이는 고개를 갸웃 했고 순이는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들며 냥냥 거렸다.
“순아, 거기로 가자.”
-냐!냥!
“또 뭐? 노에라, 얘가 뭐래?”
“츄르? 그게 뭔가? 무제한으로 달라는데?”
“...저 돼냥이...”
노에라에 말에 중얼거린 반화의 목소리를 기가 막히게 눈치 챈 순이가 반화의 어깨에 올라서며 볼을 툭툭 건드린다.
“이게 아빠한테 버릇없이.”
-냐아아아!
팡팡팡!
목덜미를 잡힌 순이가 솜방망이를 마구 날리는 탓에 주변에 있던 녀석들이 혼비백산하며 피했다.
후다다닥!
“...에휴...”
멀찌감치 피하며 한숨을 내쉬는 노에라와 녀석들...
“알았어, 알았어.”
결국 순이를 껴안으며 약속한 후에야 순이의 반항이 끝이 났다. 그 짧은 사이 순이의 솜방망이질에 사방은 초토화가 되어 사체는 어디 갔는지 사라져 있었고 사방에 푸른 전류가 남아 ‘지지지직’ 거리고 있었다.
“길 한번 잘 뚫었네.”
덕분에 섬을 관통하는 고속도로가 여러 군데 만들어져있었다. 순이가 앞발로 가리키는 방향대로 이동한 그들 앞에 누가 봐도 인공적인 건물이 나왔다.
“호? 여기야?”
-냐아~
순이의 대답을 듣고 품에 안겨 있던 녀석을 놔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고대 사원을 연상하게 하는 벽화들과 횃불의 흔적들...
“횃불을 썼네?”
“아까 그 놈들 만드는데 마정석을 다 사용한 모양이다. 마스터! 저 그림들을 봐!”
“응? 왜?”
“지난번에 본 악마의 사원 이미지와 비슷하지 않아?”
“어? 그러네?”
반화가 공간을 열어 책 하나를 꺼내 그 안의 그림 하나와 벽화를 비교해 본다.
“거의 비슷한데? 여기가 그놈들 아지트인가?”
점점 안으로 들어가니 넓어진 공동에 제단처럼 생긴 것이 중앙에 있는 형태가 나타난다.
“음... 자료가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악마의 사원인건 알겠지만 무슨 목적으로 그놈들을 만들었는지 이곳에서 뭘 했고 어떻게 사라진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한 기분이었다.
-캉!캉!
그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꼬맹이가 그를 불렀다. 꼬맹이가 부르는 장소로 이동하니 역시 녀석은 복덩이였나 보다. 자료실로 보이는 곳에는 많은 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다행히 이곳에 대한 기록물이 조금 남아 있었다.
“고대 언어네?”
제국이 존재하던 시대와는 다른 언어인 고대의 언어로 적혀져 있는 책에는 제단이 어디에 사용 되는 것인지 적혀 있었다.
기록물을 읽던 그가 눈에 띄는 내용을 발견했다.
“제단에 자격을 증명하면 그를 소환해 계약 할 수 있다 라...”
지난번에 시도 되었던 악마소환은 제물을 이용해 이루어졌다면 이곳은 제단에 자격만 증명하면 무언가와 계약할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하는 장소였다.
그때...
그오오오오.....
솨아아아아......
묘한 울림과 서늘한 공기가 반화는 물론 곁에 있던 노에라와 덩치에게 느껴졌다.
“순이?”
-냐아?
바로 순이를 의심한 반화는 옆에서 왜 부르냐는 듯 대답하는 녀석을 민망하게 보며 원인을 찾았다.
“덩치, 노에라, 꼬맹이...다 있는...아!”
텁!
머리를 쓰다듬은 반화는 삼이가 없어진 것을 그제야 눈치 챘다.
-냐아!!!?
순이도 그제야 안 듯 당황하며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꾸옹!
그때 덩치가 한 쪽 방향에 손가락을 가리킨다. 녀석이 가리킨 방향에는 제단이 보였고 그 위에 팔짝팔짝 뛰고 있는 생물은 누가 봐도 삼이였다.
“언제 저길 간 거야...”
아무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그 곳에 올라간 삼이...그리고 제단에 사방으로 검은 줄이 생기며 회오리가 아래에서부터 차오르기 시작한다. 서늘한 공기는 일반인이아니라 뛰어난 능력자들도 소름 돋게 하기엔 충분했지만 여기 있는 일행들에게 시원한 공기에 불과 했다. 하지만 반화는 자격의 증명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 일단 서둘러 삼이에게 다가갔다.
그를 막아서 회오리였지만 간단하게 뚫어 버리고 삼이를 잡은 반화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봤다.
그오오오오오!!!
검은 회오리가 천장에 흡수되며 기묘한 문양을 그린다.
스으으...
기묘한 문양의 중심에 검은 공간이 열리며 검은 덩어리를 뱉어 내고 사라진다. 사라진 문양은 제단의 사방으로 퍼지며 제단이 있는 공간을 뒤덮어 버린다. 제단과 제단이 있던 장소를 분리시키며 검은 덩어리와 반화, 그리고 삼이만 분리된 장소에 가두었다.
꿈틀.
스륵!
검은 덩어리가 꿈틀거리더니 하나의 형체를 만든다.
“응? 저건..”
모습을 그러낸 검은 덩어리는 누가 봐도 삼이와 닮아있었다.
*음?? 어떻게 존재하는 자가 둘이지?*
그때 삼이의 모습을 한 놈이 머릿속으로 말을 걸었다.
“니가 악마야?”
*응? 악마? 아아아~ 아주 오래전 인간들이 우리를 그렇게 부른 적이 있지. 요즘 우릴 소환하는 인간들이 없었는데...근데 나를 소환한 자는 네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같이 있지? 분명 시험에 응한 자를 제외 하고는 거부했을 텐데...*
“뭐 어쩌다보니... 악마가 아니라니 그럼 니들은 뭐야?”
*우리? 음...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림자에 기생하는 종족이라고 할 수 있겠군.*
“? 기생? 아!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 제물을 사용해야 하는 건 왜 그런 거고, 이 제단은 뭐야?”
*제물?? 우린 그런 걸 요구 하지 않는데? 우린 오직 이 제단만 이용해서 이곳에 올 수 있다. 일종의 규칙이지 우리의 왕이 정한...그리고 우리의 시험을 통과하는 그 존재의 그림자에만 우리는 머물 수 있다.*
“왕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말이지...”
*이제 그만 시험을 해도 되겠는가? 오랜 시간을 있을 수는 없다. 더 듣고 싶다면 시험을 통과해라. 아, 시험 대상은 네가 아니군..*
-뀨웅?
녀석이 삼이를 가리키며 시험을 시작한다고 말한다.
“흠... 삼이야 일단 저놈 혼내고 시작 할까?”
그가 삼이에게 말하는 순간 사방의 검은 공간이 울렁인다.
*이게 무슨!? 왕이 만든 공간을 부수는 존재라니... 얼른 시험을 끝내....*
이미 삼이는 녀석에게 다가가 작은 뿔에서 하얀 불꽃과 푸른 전류가 섞인 오묘한 것을 놈에게 방출했다. 순식간에 삼이에게 당한 녀석의 몸이 흩어짐과 동시에 사방의 공간이 깨지며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온다.
-냐아~
앞발을 들고 있는 순이와 그런 순이를 말리고 있는 노에라...
“...마스터 난 최대한 말렸다?”
“...괜찮아. 잘 해결 한 것 같으니.”
반화가 삼이의 그림자에 꿈틀거리는 존재를 확인하며 말했다. 삼이가 신기 한지 자신의 그림자를 잡으려 손을 뻗었지만 그림자는 쉽게 잡혀 주지 않았다.
-냥?
순이가 삼이에게 다가와 여기저기 살펴보더니 그림자가 이상한 것을 눈치 채고 순식간에 앞발로 툭 쳤다.
솜방망이를 피하지 못한 그림자는 튕겨 나와 데굴데굴 구른다.
...
“마스터? 저건 또 뭔가?”
“몰라, 지가 그림자 기생체래.”
뭔가 어감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게 그거라고 생각한 그는 순이가 다시 사고 치지 못하게 잽싸게 막고 놈을 들어 올렸다.
꾸물꾸물 삼이의 형체를 한 녀석은 지친 모습으로 그의 손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아직도 상황이 파악 되지 않는 녀석을 노에라가 날아와 어깨를 톡톡 두들겨 준다.
“환영해, 친구. 자네는 나랑 잘 맞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묘하게 동질감을 느낀 노에라는 녀석을 안쓰럽게 바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