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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53화 (54/295)

# 53화- 이상한 섬 #

53화

거대한 물보라가 일며 낚시 줄 끝에 달린 존재가 덩치의 힘에 끌려 올라왔다.

슈욱!

쿵!

갑판에 육중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 놈은 정신없이 파닥 거리며 바다로 돌아가려 애를 썼지만 어느새 다가온 반화가 손으로 대가리를 쳐 기절 시켜버린다.

“? 이게 뭐야...마스터?”

커다란 몸통에 놀란 노에라가 그에게 물었다.

“음...이거 도감에서 본 것 같은데...”

엘프들이 작성한 도감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던 그가 마침내 찾은 건지 손을 짝하고 마주쳤다.

“아! 씨써펜트? 였던가? 그랬던 것 같은데.”

“드래곤은 아니겠지? 대가리만 보면 용족처럼 생겼는데...?”

“그쪽 아류 일거야. 설마 드래곤이 저 가짜 미끼를 물겠어?”

“마스터가 설마라고 하면 설마가 아니라서 두렵다...근데 저거 먹을 건가?”

“당연하지.”

익숙하게 손을  움직여 기절한 놈을 해체하기 시작한다.

내장은 바다로 버리고 남은 대가리와 살코기들... 크기만 해도 덩치의 세배는 되어 보이는 놈을 적당히 잘라 일부만 남겨두고 식량 아공간에 넣어 둔다.

“이거면 충분하겠네.”

“빨리! 먹자!”

옆에서 연신 입맛을 다시는 노에라가 금방이라도 달려 들 것처럼 보챘다.

-캉!

-꾸옹!

덩치가 꼬맹이에게 자랑을 하며 으쓱 거리자 꼬맹이가 낚싯대를 그대로 두고는 반화에게 다가 왔다.

도도도도

착!

“응? 꼬맹이 왜?”

-끼잉~

“먹고 싶다고?”

끄덕끄덕

옆에 쪼르르 앉아서 기다리는 순이, 삼이를 보며 반화가 서둘러 살을 회 뜨기 시작한다. 덩치가 먹을 살은 큼지막하게 썰고 나머지는 한입 사이즈로 썬 그가 차에서 테이블을 꺼내 그 위에 회를 올려 두었다.

“잠깐만.”

바로 달려들려는 녀석들을 말린 그가 차에서 만들어 둔 초장, 간장, 그리고 듀스잎을 꺼냈다.

“자! 여기에 싸먹으면 더 맛있어.”

하나씩 듀스잎에 싼 회를 입에 넣어 주니 찹찹 잘도 먹는 녀석들.

“마스터!!! 최고다!!! 우와!!!”

그중 연신 감탄하며 듀스잎에 회를 싸먹는 노에라. 이에 질세라 나머지 녀석들도 달려들고, 많았던 회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냐아!

탁탁!

솜방망이로 탁자를 치며 부족하다고 말하는 순이와 그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보는 녀석들.

“딴 거 잡아서 먹자. 이건 많이 먹었잖아.”

-끼잉..

실망한 꼬맹이가 꼬리를 축 늘어뜨린다.

“...그럼 조금만 더 먹을까?”

-캉캉! 냐! 뀨웅! 꾸엉!

“콜!”

결국 창고에 넣은 살덩어리 하나를 더 꺼내 썰어 주었다.

“덩치야 니가 잡은 거니까 더 맛있지?”

-꾸옹!

맛있게 먹는 덩치에게 반화가 의미심장하게 물었지만 덩치는 의심 없이 대답했다.

“그럼, 이거 먹고 또 잡아야지?”

-꾸옹..?

그의 속내를 짐작한 덩치가 먹는 속도를 느리게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먹성 좋은 꼬맹이 덕에 팍팍 줄어드는 양에 다급하게 다시 속도를 올려 결국 순식간에 해치워 버린다.

“자, 다 먹었네?”

-꾸옹...

터덜터덜..

배를 채운 덩치가 다시 낚싯대를 둔 곳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그렇게 회를 먹는 사이 배는 점점 더 깊은 바다로 향했고, 주변은 온통 바다로 둘러싸여 방향을 가늠하기도 어려워 졌다.

그때, 배 크기를 훨씬 넘어서는 거대한 그림자가 배 밑으로 드리워졌다.

“? 뭐야 저건.”

반화가 그림자를 발견했다.

“응?”

먹는데 열중하던 노에라도 이상한 느낌에 배 밑을 바라봤다.

-?낑?

점점 진해지던 그림자는 더 이상 어두워 질 수 없을 때까지 진해졌다.

쿠우웅!!!!

꼬르르르....

스르르르...

그림자가 배를 친 것 같은데 빈 통을 물에 집어넣어 공기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거 그 거북이놈 등껍질로 만들었지?”

노에라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던 상황을 이해했다. 반화가 배의 외부를 감싼 재질로 지난번 만들어 놓은 등껍질을 사용했었다. 순이의 솜방망이를 버틸 수 있었던 건 단단한 강도도 있지만 충격을 반사하는 기능의 힘이 컸다. 금만 간 상태로 순이의 발길질을 튕겨 내는 걸 봤던 반화가 배의 밑바닥에서 웬만한 몬스터의 공격도 버틸 수 있는 등껍질을 사용했으니..

뭔지는 모르겠지만 배를 집어 삼키려던 거대한 미확인 생물체는 오히려 자신이 충격을 받고 꼬르륵 소리를 내며 가라앉는다.

“어!? 마스터! 저거 그냥 가라앉게 둘 거야!?”

다급한 노에라에 목소리에 반화가 배를 움직여 그림자에서 벗어났다. 그 후, 점점 옅어 지는 그림자에 손짓하니 다시 점점 진해진 그림자의 정체가 물 밖으로 드러났다.

슈오오오옥!

촤르르르ㅡ촤아!!!

크기만큼 엄청난 물보라를 일으킨다.

“우와!!!!”

노에라가 감탄사를 지르고, 덩치가 낚싯대를 던져두고 달려왔다.

여객선 크기의 두 배는 되는 커다란 크기에 생긴 건 거대한 도미처럼 생긴 것을 보며 꼬맹이와 노에라는 입맛을 다시고 삼이는 신기한지 짧은 날개를 파닥이며 깡충깡충 뛰었다.

“꼬맹아, 흠...일단 내장부터 뺄까?”

-캉!

꼬맹이가 능숙하게 오러로 검을 만들어 거대한 도미를 자르기 편할 정도의 크기로 늘렸다.

서걱! 서걱!

후두두두둑!

도미만큼 거대해진 오러소드가 자연스럽게 공중에 떠있는 놈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긁어낸다. 그 양이 어마어마해 바다가 몸살을 일으켰다.

서걱! 스스스석!

머리를 자르고 몸통을 토막 낸 오러소드가 사라진다. 꼬맹이가 칭찬해 달라는 눈빛으로 그에게 머리를 가져다 댄다.

스윽스윽

“잘했어.”

-캉!

잘라놓은 살덩이들을 부위 별로 조금씩 떼어 나머지는 식량 창고에 넣어 두려 했는데 아까 잡은 놈도 크기가 커 절반도 넣지 못한다.

“흠...이것도 좀 늘릴까...아니야. 굳이.”

식량창고로 쓰는 아공간을 늘릴까 하다가 그냥 바다에 나머지를 던졌다. 반화의 검은 공간은 시간이 멈춘 곳이고, 식량창고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크기라서 거기에 보관해도 되지만 검은 공간에는 식재료를 넣은 적이 없어 뭔가 찜찜했다.

“응?”

-까득.. 까득

조용하게 울리는 소리에 반화가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며 소리의 근원을 찾았다. 덩치의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그는 한 번에 짐작했다.

“꼬맹아...”

-끼잉...?

슬금슬금 덩치의 뒤에서 나오는 꼬맹이의 손에는 자기 몸보다 커다란 마정석이 들려있었다.

“언제 그건 또 빼 간 거야. 덩치랑 나눠 먹어.”

-캉!

-꾸옹?

반화가 화를 내지 않고 나눠먹으라는 말에 꼬맹이가 신이 나서 덩치에게 마정석의 일부를 떼어 준다.

“...욕심 내지 말고.”

-끼잉...

1미터는 넘어 보이는 크기의 마정석에서 겨우 주먹만 한 조각을 덩치에게 주는 꼬맹이에게 그가 말했다. 그의 말에 결국 반을 떼 준 꼬맹이가 아쉬워하는 눈으로 반이 날아간 마정석을 울먹이며 깨작깨작 씹었다.

자기 몸보다 큰 마정석을 껴안고 파먹는 귀여운 모습에 반화가 미소를 지었다. 먹는다고 탈 날일은 없지만 중독되면 아무 몬스터나 잡으러 다닐 수 있기에 적당히 자제는 시켜줘야 했다. 원래 하급 몬스터였던 꼬맹이 인지라 다른 녀석들에 비해 유독 마정석에 집착이 강한 꼬맹이었다.

“오늘 낚시는 이제 그만해도 되겠네. 덩치도 그거 먹으면서 쉬어. 좀 쉬다 저녁 먹자.”

-꾸옹!

꼬맹이가 넘긴 마정석 반쪽을 몇 번 씹어 없앤 덩치를 꼬맹이가 아쉬운 눈으로 계속 봤지만 덩치는 애써 외면하며 낚싯대를 한쪽에 정리하고 갑판에 앉아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 봤다.

육지에서만 살던 녀석이 언제 바다에서 해지는 모습을 봤을까... 반화를 만나지 않았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경험에 덩치는 반화가 더욱 좋아 졌다. 집, 창, 자신보다 작지만 무서운 순이, 꼬맹이 등등 그리고 몸이 망가져 온 날 반화의 걱정 어린 눈빛이 다 좋았다.

탓! 탁!탁!

-냐아~

순이가 멍하니 있는 덩치의 몸을 타고 올라가 머리에 자리 잡고 해가 지는 모습을 본다. 덩치는 머리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에 또 기분이 좋아졌다. 순이를 따라 삼이도 덩치를 올라타려다 미끄러져 그의 손에 떨어진다.

-꾸옹?

삼이가 덩치의 손을 톡톡 건드렸다.

-뀨웅!

손에 떨어진 삼이를 어깨위로 올려 주니 그제야 얌전히 자리를 잡고 순이와 해를 번갈아 본다.

“언제 저렇게 친해 졌지? 순이랑은 별로 안 친하지 않았나.”

“저 덩어리가 맞고 온 날 저 악마가 얼마나 화를 냈는지...으으...”

그 날 반화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보인 순이의 분노에, 노에라는 덜덜 떠는 목소리로 말렸던 기억이 떠올라 몸을 떨었다.

“응? 그랬어? 순이가?”

“그래... 후... 예전에 느낀 마스터의 기운과 너무 닮아서 더 무서웠지...”

“아~ 내 기운이 좀 섞여서 그런가?”

노에라에 말에 이 세상으로 다시 돌아 온 날 순이에게 준 괴물의 정수, 그걸 정제하는데 그의 기운이 좀 섞여 들어 노에라가 그런 느낌을 받은 모양이다.

“근데 저 악마가 흡수한 정수가 도대체 어떤 거야?”

“그거? 마지막 까지 살아남았던 놈들, 열 놈 중 하나였지, 아마?”

“...저런 괴물이 열이나 더 있었나?”

“나머지 아홉은 그 놈보다 더 강했지.”

“으으으...상상 할수록 무서운 곳이다. 묻지 말걸...”

노에라가 진저리를 치며 오늘은 악몽을 꿀 것을 예상했다.

“바다라 그런 가 더 어둡네.”

해의 절반이 사라질 쯤이 되자 주위에 순식간에 어둠이 몰려왔다. 목적지도 없이 나아가는 배의 안에서 반화가 마법진으로 설치한 조명을 켜 불을 밝히고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쪼르르 달려와 그의 앞에서 준비하는 모습을 목을 빼며 기다리는 녀석들에 웃음이 절로 난 그는 아까 잡은 도미같은 몬스터와 그 전에 잡은 시써펜트 꼬리를 꺼냈다. 도미는 부위 별로 회로 썰고 커다란 솥에 매운탕을 끓이고 시써팬트는 안을 갈라 버터와 채소를 넣고 적당히 간 한 뒤 껍질 채로 불에 굽는다.

침이 꼴깍 넘어가는 비쥬얼과 냄새로 당장이라도 달려 들 것처럼 녀석들의 엉덩이가 들썩 거린다.

“이건 조금 더 기다려야겠고, 회부터 먹자.”

우르르르

순식간에 식탁 앞에 앉은 녀석들이 반화만 뚫어져라 봤다.

착!착!착

와구와구와구

접시를 올리자마자 달려든 녀석들은 씹지도 않고 꼴딱꼴딱 잘도 먹는다. 덩치는 접시 째 입에 들이부었다. 회를 다 먹어 갈쯤 구이가 완성 됐다.

“자! 이건 뜨거우니까 식혀서 천천히 먹어.”

그의 말에도 뜨거운 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잘도 먹는 녀석들... 마지막으로 매운탕까지 매우면서도 국물 한 모금 남기지 않고 다 먹고는 갑판에 그대로 드러눕는다. 다들 작은 동산처럼 뽈록하게 올라온 배를 쓰다듬으며 입가에는 만족스런 미소와 빨간 국물 자국이 묻어있었다.

바닷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잔잔한 바다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친 후,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쉬지 않고 천천히 이동하는 배의 선실로 들어가 모두 꿀잠에 빠진다.

한편, 반화가 남은 고기를 던진 곳에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나며 무언가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그르르르...

잠시 낮은 울음소리를 낸 놈이 주위를 한번 보더니 다시 바다 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

.

.

다음날

꿀 같은 잠에서 깨어나니 어느새 해가 머리위에 떠 있었다.

“여기가 어디쯤이려나...?”

보이는 건 오로지 바다 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어떠한 장치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움직이기만 하는 배는 묵묵히 앞으로만 전진했다.

“마스터!”

“왜?”

“우리 언제까지 바다에 있는 거야?”

“지겨워 질 때쯤? 왜?”

“난 땅이 좋은데...”

“음...별장으로 보내 줄까...어? 저거 섬 아냐?”

“? 어디??어디야? 어! 진짜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그들의 눈에 들어 왔다.

“잘 됐네, 저기서 좀 쉬자.”

“난 무조건 콜이다!”

노에라는 하루 만에 밟을 수 있는 땅에 당연히 좋아 했고 다른 녀석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 했다.

배의 방향을 바꿔 곧장 섬으로 이동한다. 점점 가까워지는 섬은 생각 보다 멀리 있었고 컸다.

“꽤 큰데?”

“크면 좋지! 섬이라니 나도 처음이다!”

바다를 건넌 적이 없는 노에라에게도 섬은 처음이었다. 신난 녀석이 작은 날개로 파닥이며 섬을 향해 날아갔다.

덩치와 꼬맹이는 볼 것도 없이 신난 채로 아직 거리가 꽤 남아 있었지만, 노에라를 따라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치기 시작한다.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이제 잠에서 깬 아기, 삼이와 물을 싫어하는 순이는 그저 그런 모습한 멍하니 봤다.

“삼이, 아직 졸려?”

-뀨~..

아직 눈을 껌뻑껌뻑 거리는 삼이를 한쪽 품에 안고 물에 닿는 것조차 싫어하는 순이를 반대편에 안은 채 공중으로 날아 오른 반화는, 홀로 움직이는 배를 검은 공간을 열어 넣어 두고 벌써 섬 가까이 헤엄쳐 간 녀석들의 뒤를 따라 갔다.

“마스터~~~!!”

멀리서 그를 급하게 그를 부르는 노에라.

“?”

속도를 올려 섬 쪽으로 가니 세 녀석들이 무언가를 둘러싸며 구경하고 있었다.

“뭐해?”

“왔어? 이거 봐.”

“응?”

노에라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뼈로 추정 되는 하얀 것이 반쯤 모래에 묻혀있었다.

“뭐야? 그냥 뼈 아냐?”

“자세히 봐봐.”

노에라의 말에 뼈를 자세히 보는 그에게 익숙한 모양이 떠올랐다.

“해골? 사람 뼈? 이게 여기에 왜 있지?”

천 년 전에 멸종했다는 아틀란티스의 인간 뼈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니... 그것도 섬에...?

“노에라, 일단 뼈만 빼내봐.”

그의 말에 노에라가 땅을 움직여 절반의 머리뼈만 보이던 해골의 전체를 꺼냈다.

“뭐야, 이게? 이게 사람 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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