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휴식 #
51화-엘프여왕
쩌저저적....
금만 생기고 순이의 솜방망이를 버텨낸 등껍질이 순이에 발에 어린 푸른 전류마저 팅겨낸다.
“음... 괜찮네.”
만족한 반화가 순이를 보내고 금이 간 등껍질을 쪼개고 한 곳에 모은 후 뭉치기 시작한다. 거대했던 등껍질이 하나의 찰흙 덩어리처럼 뭉쳐지고, 몇 번 손짓으로 주물럭거리자 거대한 공이 만들어진다.
“흠...일단 밥부터 먹고 할까?”
어느새 구워진 한 때는 창공을 날아다니며 위세를 떨었던 지배자였던 놈은 맛있는 냄새를 밖에 까지 풍겼다.
“마스터!!!!! 고기 다 됐어!!”
타이밍 맞춰 그를 부르는 노에라.
서둘러 마당으로 가니 모두 고기 앞에서 침을 흘리며 그만 기다리고 있었다.
“오? 용케 참았네?”
“덩치가 못 먹게 몸으로 막았다. 꼬맹이랑 순이가 발로 때려도 안 비킨다.”
“그랬어? 역시 덩치 밖에 없네.”
-꾸오옹!
“자, 먹자.”
한쪽 다리를 떼어 덩치에게 먼저 준 뒤 나머지 다리를 떼어 나눠 먹었다. 크기가 크기인지라 다리 한쪽으로도 많았지만 먹성 좋은 꼬맹이와 노에라 덕분에 순식간에 사라진다.
“맛있어?”
-캉!
“최고다!”
순이는 간식에 대한 식탐은 있지만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 좀 먹더니 살을 조금씩 떼어 삼이에게 주었다.
-뀨웅!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잡아 뜯는 삼이를 순이가 흐뭇하게 바라본다.
“잘 먹네. 순이는 더 안 먹어?”
-냐아~
“근데 정령도 고기를 먹어?”
“...마스터 누누이 말했지만 쟤는 일반적인 정령이 아니라고.”
“그래? 잘 먹으면 됐지 뭐. 이 것도 먹을래?”
-뀨웅?
반화가 건넨 것을 두 손으로 쥔 삼이가 갸웃 하더니 한입 깨문다.
-까드득!
찹찹!
-캉캉!
그 모습에 꼬맹이가 손에 쥐고 있던 고기를 내팽겨 치고 달려 왔다.
“넌 많이 먹었잖아.”
-끼이잉..
“에휴... 그래그래, 자 먹어.”
“...그거 그냥 마정석은 아닌 것 같은데 마스터?”
“이거? 아까 잡은 놈들 꺼, 지배자 급은 안 돼도 비슷한 정도는 되는 놈들이니까.”
반화가 꺼낸 것은 지금 먹고 있는 지배자가 아니라 그놈 부하들의 마정석이었는데 충분히 SSS급은 넘는 놈들이었다. 그걸 사탕 주듯이 주는 반화의 모습에 노에라는 이제는 그러려니 하며 먹던 고기를 마저 먹기 시작했다. 순수한 신수로써 저런 마정석은 필요 없는 노에라... 꼬맹이는 분명 저걸 먹는다고 도움이 되지 않지만 맛으로 사탕 까먹듯이 먹는 녀석을 절레절레 했다.
“얘, 이거 먹어도 될라나?”
“이제 와서 뭘 걱정하는 건가...”
“그런가? 하긴. 많이 먹어. 몇 개 더 있으니까.”
-캉!
“넌 좀 줄여야 돼, 불량 식품 많이 먹으면 안 좋아.”
저렇게 높은 순도의 마나가 깃든 마정석을 불량 식품 취급하는 반화였다.
“흠... 정령왕을 찾긴 해야 되는데...아! 그 레드 드래곤.”
또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제는 해탈한 노에라가 그를 바라 봤다.
“그놈 대화는 통하겠지?”
“음... 아마 꽤 오래 산 놈일 거다, 씨앗을 맡겼으니...그래 봤자 저 깡패한테 쳐맞...으악!”
팡!팡!
파닥파닥 날아다니는 노에라에게 솜방망이를 날린다. 그걸 또 따라하는 삼이...
“쓰읍. 순아, 삼이도 그만.”
둘을 말린 반화가 노에라에게 물었다.
“그놈이면 정령왕,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글쎄? 맡기고 떠났는데 알까?”
노에라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순아, 얘 어디서 주워 왔어?”
-뀽 ?
반화가 노에라를 잡으러 짧은 날개를 열심히 파닥거리며 날려고 노력하던 삼이를 들어 올리며 순이에게 물었다.
-냐아?
“...몰라?”
-냐아아~
“뭐래?”
노에라에게 통역을 부탁하는 그에게 노에라가 고개를 저었다.
“뜨거운데서 주워왔대... 아마 화산을 말하는 것 같은데? 레드 드래곤이 있으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그냥 엘프한테 물어 보자.”
레드 드래곤을 찾아도 정령왕의 위치도 알지 모르는데 어떤 드래곤인지도 모르는 상황에 괜한 고생을 할 것이 눈에 보인 그가 빠르게 포기했다. 이 사실을 드래곤이 알았다면 정말 기뻐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지 않았을까...
-끼잉~
어느새 마정석 하나를 다 먹은 꼬맹이가 달라붙어 애교를 피운다.
“안 돼. 많이 먹었잖아. 유적에서 가져 온 것도 니가 반은 먹었어, 임마.”
-끼잉...
축 처진 꼬리로 고기를 뜯던 꼬맹이가 금세 살랑살랑 흔들며 맛있게 뜯어 먹는다.
“근데 마스터, 덩치한테 그린 마법진은 뭐야?”
“아, 그거?”
노에라가 궁금한지 잔뜩 집중한다.
“나중에 봐봐.”
“그냥 가르쳐 주면 안 되나?”
“나중에 봐.”
“치사하다! 췟!....”
말로 틱틱 거리면서 몸은 점점 반화에게 멀어졌지만 공간을 격하고 날아 온 딱 밤에 결국 머리에 난 혹을 문지르며 꼬맹이 옆으로 가 반화를 ... 아니 고기를 씹었다.
밥을 다 먹고 반화는 다시 동상이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음...생각해보니 그냥 카피마법을 쓰면 되는 거였어..”
차를 만들 때 사용하고는 쓰지 않았던 카피 마법이 생각난 그가 동상을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파스스스ㅡ...
하지만 카피 마법을 사용한 동상이 부셔져 내리며 실패했다.
“?뭐야? 오래 돼서 그런가? 아닌데...”
예상에 없던 일에 반화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괜히 동상 하나만 날린 그가 다시 서적들을 찾아 본다.
“...카피 방지마법도 있었어?”
아무래도 저 동상들엔 카피 방지 마법이 걸려 있었던 것 같다. 안타깝게도 해제 마법에 대해서는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쓸모가 없네. 쓸모가...”
책을 휙 던진 그는 결국 자신의 마음대로 하기로 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도 된다고..”
“글쎄? 그럴까?”
옆에서 노에라가 깐족거렸지만 이미 동상에 집중한 반화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혼종이 탄생하겠네..”
.
.
.
밤새 마당에서 뚝딱거리던 반화가 마침내 완성 했는지 소리를 질렀다. 집에서 잘 자고 있던 녀석들이 뭔가 싶어 고개를 내밀고 봤지만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잠에 빠진다.
“마스터...원형과 너무 다르지 않은가?”
“시끄러, 작동하기만 하면 되지.”
“작동은 하는가?”
대꾸도 없이 자신이 만든 작품을 보는 그는 조심스럽게 마나 패턴을 풀며 가동을 했다.
그르르르...피슈우우우욱..
“풉!”
딱!
스윽...문질문질
결국 한 대 맞은 노에라지만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마스터의 실패라니...그 얼마나 고소한가! 혹을 문지르면서도 웃던 녀석은 한 대 더 맞고서야 입을 다물었다.
반화가 만든 작품을 보자면 우선 크기부터가 남달랐다. 덩치를 둘이나 붙여 놓은 듯 한 크기에 팔은 8개, 다리는 두 개, 머리도 두 개에 등에는 등껍질에 뾰족하게 솟은 뿔들... 원형을 완전 무시한 혼종이 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삐걱거리며 각자 자기주장을 하는 팔, 다리, 머리...그리고 강풍을 일으키며 돌아가는 등껍질...총제적 난국이었다.
“...마스터, 일단 끄는 게 좋지 않겠나?”
“...”
“설마...”
끄는 방법 따위는 모르는 반화였다.
“기다려봐. 몇 개만 고치면 되겠지 뭐. 명령은 알아들을 거야.”
그렇게 말한 그는 제멋대로 움직이는 놈에게 다가가 명령을 한다.
“앉아! 앉아!...앉... 아놔.”
쾅!!!!
결국 성질을 못 참고 자신이 만든 혼종을 날려버린다.
“저렇게 될 줄 알았어. 쯧쯧”
그 모습에 노에라가 고개를 저으며, 날리면서 난 소란에 다시 깬 녀석들에게 손을 휘휘 저으며 계속 자라고 한다.
반화는 날려버린 곳으로 다가가 일단 움직임의 원동력인 제련된 마정석을 제거 하고 검은 공간 안으로 집어넣었다.
씁쓸한 마음으로 돌아온 그는 벤치에 앉아 멍 때리기 시작했다.
토닥토닥
작은 손으로 그런 반화의 어깨를 두드리는 노에라의 입가에는 미소가 진하게 파여 있었다.
“마스터도 그럴 수 있는 거지..큽.. 마스터는 큼큼...부수는 건 잘하지 않나, 그거면 큽... ”
“꺼져.”
“옙!”
저기압인 반화에게서 머리에 손을 감싸며 잽싸게 도망가는 노에라가 집 안으로 들어 갈 때 꼬맹이가 눈을 비비며 나왔다.
-끼잉
“더 자지 왜 나왔어?”
꼬맹이가 벤치에 앉아 있는 반화에게 안기며 칭얼거렸다. 매일 그의 품에서 자던 꼬맹이가 잠 자리가 불편했던 건지 그의 품에 들어가자마자 다시 잠에 빠진다. 꼬맹이의 고른 숨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진 반화는 동상 일은 잊어버리기로 한다. 나중에 엿이나 바꿔 먹을 생각이다.
스윽스윽
꼬맹이를 쓰다듬으며 밤을 샌 그도 눈을 감고 잠시 눈을 붙인다.
.
.
.
다시 집으로 돌아 온 그는 기다렸던 손님을 맞이했다.
“진짜 왔네?”
“...오시라고 했으니까요.”
“그래? 그렇게 말 잘 들을 줄은 몰랐네? 용건이 뭐 길래?”
“차도 한잔 안 줍니까?”
“차는 없고 탄산은 좋아하려나?”
“..괜찮습니다. 그냥 물이나 한잔 주세요.”
반화의 앞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고풍스런 느낌을 주는 여성 엘프가 있었다. 그 뒤로 지난 번 그를 찾아 왔던 엘프가 몇 명 보였다. 그들은 반화의 말에 눈썹이 실룩 거렸지만 반화의 주위로 날아다니고 있는 노에라와 품속의 꼬맹이의 기운을 짐작하고는 여왕께서 당부한신 말을 듣는 것 뿐 이라고 자위하며 얌전히 있었다.
“마실 건 없고, 이건 먹겠지?”
“이건!...”
부엌으로 간 반화가 잘라서 온 열매에 놀란 눈으로 그와 접시를 번갈아 보는 여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 이거 니들만 키울 수 있는 거라고 했나?”
“마스터, 정확히는 정령들이 있어야만 키울 수 있는 거다.”
“그게 그거지.”
“이걸 어떻게 구하셨죠? 설마 엘프들을 만났나요!?”
여왕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뭔 소리야. 이거 내가 키운 거야”
“네? 정령의 힘이 느껴지지 않는...헉!”
그때 반화에게 총총총 걸어온 삼이가 그에게 안아 달라고 한다.
-뀨웅!뀨웅!
-낑?
꼬맹이가 한쪽으로 자리를 피해 주며 삼이를 들어 올린다.
“저...저 아이는 뭐죠?”
여왕이 삼이를 보며 놀란 토끼 눈으로 물었다.
“얘? 순이 자식.”
“네?”
뚱딴지같은 반화에 말에 반문 하는 여왕의 눈에 바닥에 널 부러져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고양이에게 고개 짓을 하는 반화를 멍하니 바라봤다.
“고양이의 새끼라구요? 말도 안돼요!”
순이의 기운까지는 읽지 못한 그녀는 반화가 장난친다고 생각 했는지 소리를 질렀다.
-크르르ㅡ
그런 여왕에게 낮게 으르렁 거리는 꼬맹이가 투기를 살짝 드러낸다.
“헉..!”
“꼬맹아.”
-캉!
“그래그래.”
반화가 꼬맹이를 진정 시키자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는 엘프들...
“용건이나 말하지?”
“...네.”
여왕의 말을 간단히 요약하면 아틀란티스에 남아 있었던 엘프를 찾는데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힘만으로는 지배자들이 득실거리는 크라센 산맥을 넘기에는 위험이 너무 커 꼬맹이를 대동해서 지배자들의 섣부른 공격을 막겠다는 것이 요지였다.
“흠... 전혀 흥미가 돋지 않는데?”
“원하시는 것이 있으십니까? 저희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도와 드리겠습니다.”
“아! 니들 이 녀석 보고 뭘 느낀 거야?”
반화가 품에 있는 삼를 들어 올려 여왕의 눈앞에 두자 그녀가 기겁하며 몸을 뒤로 뺐다.
“뭘 그렇게 놀라? 이 귀여운 녀석한테.”
여왕은 저런 흉악한 기운을 품은 삼이를 고양이 다루듯 하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 흉폭하기로 유명한 불의 정령의 기운과 알 수 없는 기운들이 섞여 있는 삼이는 그녀들에게는 공포 그 자체였다. 외형의 귀여움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불의 정령을 삼킨 괴물 입니까? 어떻게 이런 아이들만 데리고 있는 것인지...”
“이런 아이들에 나도 포함 되는 건 아니지? 난 빼달라고.”
노에라가 인정 할 수 없다며 파닥파닥 거리며 여왕에게 따졌다.
“물론 순수한 땅의 신수께서는 ..헙!”
여왕의 말이 못 마땅한 것인지, 아님 삼이가 괴물 취급받은 것이 못 마땅한 것인지 누워 있던 순이가 다가와 그녀를 살짝 노려보았다.
“아아아....여긴 도대체...”
여왕은 자신이 들어 온 이 곳이 괴물들의 소굴임을 깨닫고 신음을 뱉었다.
“어쨌든 불의 정령기운이 느껴지긴 한다는 거네?”
반화는 그런 여왕의 심정에는 관심 없이 삼이에 대한 것만 물었다.
“...예”
겨우 진정한 여왕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럼 도와줄 테니까, 불의 정령왕 좀 불러봐.”
“네!!?”
... 엘프들이 깜짝 놀라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