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9화-복수 #
49화
“아!”
“뭐야 갑자기?”
갑자기 소리를 지른 반화에게 누나가 묻는다.
“아냐. 잊은 게 기억나서.”
“집에 뭐 불이라도 켜 두고 왔어?”
“아니, 나 잠시만 애들 좀 봐줘.”
“으아아아~ 마스터 나도 데려가줘!!”
겨우 슬의 손에서 빠져나온 노에라가 달라붙었다.
“..그래, 금방 올게.”
집 대문을 열면서 공간을 열어 별장으로 이동한다. 뒤따라오던 누나가 문을 열어 주위를 살펴봤지만 언제 사라진 건지 그녀의 눈에 반화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뭐야? 원래 능력자들은 이렇게 빨라?”
...
급하게 사라진 반화는 별장 앞마당으로 가 두리번거렸다.
“뭐 찾는 거라도 있나?”
세상 편한 모습으로 테이블에 널 부러진 노에라가 묻는다.
“덩치가 없어.”
“마스터가 게이트 쪽에 두고 온 것 아닌가?”
“아니, 여기로 오라고 했는데?”
“...블랙 오거가 길을 잃을 일은 없을 텐데...”
주위를 둘러봤지만 덩치의 모습은 물론 왔다는 흔적도 없었다.
“왔다가 딴 곳으로 간 건 아니겠고...”
“마스터... 이건 백퍼다.”
“뭐가? 뭐 아는 거라도 있어?”
“튄 거다! 이 나쁜 자식! 혼자 튀다니! 나도 데려가지...”
꽁!
“...농담도 모르나 마스터는...”
“시끄러. 어디서 맞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 덩치를 봐라, 어디가 가서 맞을 짬밥인 것 같은가? 지배자들하고 싸우지 않는 이상....어!? 에이... 설마. 마스터!”
“왜?”
“혹시 여기로 오는 길에 지배자들이 있지 않았나?”
“음?”
그러고 보니 이곳에 오기위해서는 강을 지나야 하는데 게이트와 직선상에 지배자가 둘이나 있었다. 강에 사는 거대한 거북이와 그 등껍질에 사는 새 같은 녀석들...
“생각이 있으면 피해서 왔겠지. 괜히 거기 가서 맞으려고 하지 않지 않을까?”
“쯧쯧, 마스터, 그 놈이 똑똑하다지만 그전에 굉~장히 단순한 놈이라고... 들이받았을 가능성이 99퍼지.”
“1퍼센트는?”
“튀었....”
꽁!
“맨 날 때린데 때려...”
혹이 난 곳에 또 한 덩이를 올린 노에라가 머리를 문질렀다. 그때 멀리서 커다란 덩어리가 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왔네. 돌아서 왔나 보네. 봐라, 너보다 똑똑한... 뭐야?”
숲에 가려 졌던 덩치의 모습을 보고 노에라를 보고 말하던 그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끄어엉...
“으어어어어!? 마스터!! 얘 왜 이러냐!?”
쿵!
마당 입구까지 걸어 온 녀석이 앞으로 그대로 고꾸라졌다.
“정신 차려! 마스터! 상처가 너무 크다! 이러다 죽겠어!”
“조용히 좀 해.”
쓰러진 덩치에게 다가간 반화는 거친 숨을 쉬는 녀석을 보았다. 온몸의 상처에서 피가 줄줄 새고 있었는데 대부분 날카로운 것에 베인 흔적과 찔린 상처들, 그리고 한 팔은 심각하게 짓 눌려 형체만 간신히 남아 있었다.
“...”
아무 말 없이 녀석의 상처를 바라보는 반화와 그런 그를 간신 눈을 떠 보는 덩치.
-그릉..
“바보 같은 자식. 상대가 안 될 것 같으면 돌아서 와야지...”
그런 덩치를 타박한 반화가 손을 녀석에게 대고 마법을 걸었다. 환한 빛을 받은 상처들이 회복되며 점점 혈색이 돌아왔지만 짓눌려진 한쪽 팔은 상태가 조금 호전 되었을 뿐 여전히 형체만 남아있었다.
-꾸오오옹...
“뭐라는 거야. 조용히 하고 있어, 임마.”
뭐라고 말하려는 듯 간신히 소리를 내는 덩치를 다시 타박한다.
“이 미련한 자식! 지금 창 잃어버린 게 뭐가 중요해. 죽을 뻔한 자식이...마스터 아니었음 어떡하려고 했어!”
“지금 창 잃어 버렸다고 한 거야?”
“엉...”
“쯧... 찾아 줄 테니까 얌전히 쉬고 있어.”
회복되지 않는 팔을 보며 그가 한숨을 쉬었다. 그 자신의 상처라면 충분히 회복 할 수 있지만 다른 상대를 치료하는 건 처음 일 뿐더러 지금 이정도로 회복시킨 것도 리치의 고대 마법 지식 덕분이었다. 단순히 물리적인 상처가 아니라서 회복시키려면 더 고위의 치료마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리치의 지식에도 이 것 이상의 치료마법은 없었다.
“노에라, 어디서 맞고 왔는지 알아내. 아... 일단 좀 쉬게 둬. 상태는 이제 괜찮아 졌으니까, 그리고 나도 집에 갔다가 와야 하니.”
“알았다!”
다행이 몸은 안정을 찾았고 녀석의 집으로 옮겨 줬다. 편히 쉬고 있으라고 한 뒤, 그는 본가의 앞으로 이동했다.
“아이구야! 깜짝이야... 반화야?”
“어? 오셨어요?”
“어..엉.. 어디서 온 거야? 아까 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급히 집 앞으로 온다고 주위를 살피지 않아, 부모님이 있는 줄도 모르고 이동을 했다. 부모님이 그가 이동하는 모습은 보지 못해 몰래 따라 온 줄 아셨기에 다행히 잘 넘어 갔다. 그리고 노에라는 얌전히 반화의 뒤통수에 붙어 있었다.
“야가 안하던 짓을 하네. 얼른 들어가자.”
“네.”
집 안으로 들어가니 누나가 어떻게 같이 들어 오냐고 물었고 문 앞에서 만났다고 하며 부모님이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
“이게 다 뭐야? 아이고...”
삼이와 순이, 꼬맹이 그리고 쪼미가 같이 어울려 놀다가, 안으로 들어오신 부모님에게 달려 들었다.
-냐아~
-캉!
덩치 큰 쪼미부터 꼬맹이, 순이 ...그리고 삼이는 순이가 하는 걸 그냥 따라하며 부모님에게 인사한다.
“아이고... 반화, 니 또 고양이 하나 데리고 왔나? 귀엽기도 하지. 이리와 봐라. 읏차!”
삼이를 보자마자 눈에 띄는 화려한 색에 엄마가 늘어난 식구를 눈치 챘다.
“예쁘기도 해라. 조그만 게 왜 이렇게 예쁘노?”
“그치 엄마? 진짜 예쁘지? 얘 우리가 기르자!”
“그럴까?”
반화를 보며 은근슬쩍 압박을 가하는 모녀.
“안돼요.”
단호한 그의 말에도 아랑 곳 없이 삼이만 보는 엄마가 일반 고양이에게는 있을 수 없는 뿔과 날개를 발견했다.
“뿔? 날개도 있네? 고양이 아니야?”
“응, 얘 몬스터래.”
“진짜? 아이고, 반화 쟤는 뭔 몬스터를 이렇게 귀여운 애들만 주워 오니?”
“얘 순이가 낳았대. 입으로.”
“뭔 소리야 너는.. 얼굴은 순이 닮긴 했는데... 이 털색이며 날개는 또 뭐고 ”
엄마의 한심한 표정과 목소리에 발끈한 명하가 빼액 하려다 누나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는다.
“넌 좀 시끄러. 엄마한테 버릇없이.”
“씨잉... 나만 그래.”
반화의 뒤통수에 붙어서 그 모습을 보던 노에라는 왠지 저 인간이라면 자신과 잘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반화 너는 어디 그렇게 급하게 간 거야? 바로 따라 갔는데도 없더만.”
“아아 잠깐 일이 생겨서...”
“그래? 해결은 됐어?”
누나는 자세한 건 묻지 않고 넘어갔다.
“어, 일단은. 저녁 먹자. 배고프다.”
“그래. 엄마, 아빠 씻고 나오세요. 저녁 준비 해 놓을게요.”
“응~ 알았어.”
말만 ‘응’ 이라고 대답하고 여전히 삼이를 껴안고 만져보는 엄마를 아빠가 재촉하자 아쉬운 몸짓으로 삼이를 내려 두고 방에 들어 가셨다. 그 틈을 타 삼이를 껴안고 방으로 들어가려는 그의 동생 명하의 못덜미를 잡아채는 반화.
“어딜 데려가려고?”
“눈치는 빨라가지고... 으엉~ 너무 귀여워...”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어렸을 때 쪼미보다 훨씬 예뻐 보였다. 쪼미는... 귀엽기보다는 잘생긴 스타일이랄까? 순이는 명하가 어렸을 때라 기억이 안 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오빠 진짜 안 돼? 오빤 순이도 있고 꼬맹이도 있잖아. 저 귀여움 덩어리들...쪼미는 너무 도도해..나한테만, 엄마한테는 안 그러면서! 내가 데리고 왔는데!”
“시끄러워, 내려놓고 식사 준비나 도와. 슬이는 자?”
“칫! 아까 신나게 놀더니 자.”
“누나, 이거 회로 좀 먹고 나머지는 버터 구이 해먹자.”
“응? 이게 뭐야?”
그가 가지고 온 커다란 아이스박스에는 지난 제국을 찾아 갈 때 잡아 놓은 갑각류의 꼬리 살과 집게 살의 일부였다.
“몬스터 고기인데. 피부에 좋대.”
사실인지는 물론 그도 모른다. 다만 가끔 해변 쪽에서 잡혀서 판매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고가로...
“그래? 그냥 먹어도 되는 거야? 독 없어?”
“말이 몬스터지 그냥 그쪽 세계 야생동물이야. 마나를 품은 게 좀 다를 뿐이지 먹어도 돼.”
“언니는 참..푸렁인가 푸룽인가 그 열매는 잘만 먹으면서. 그거 먹고 피부 좋아 진 것 봐. 완전 20대 초반이야. 지난번에 마트 장보러 갔는데 나랑 친구냐고 그랬다고...억울해, 난 왜 그대로야?... 오빠 이것도 사람 차별해?”
“...멍청아. 피부가 문제가 아니라 니 이목구비...”
짝!
“악!”
그의 등에 손바닥을 날린 명하가 손을 부여잡으며 인상을 쓴다.
“뭔 돌덩이도 아니고..호오!호오!호오!”
벌게진 손바닥을 입으로 불며 궁시렁 거리는 명하를 무시하고 반화가 가져온 갑각류 고기를 회 썰 부위를 덜어 내고 나머지를 명하에게 건넸다.
“이거 버터 발라서 오븐에 구워.”
“눼에눼에..”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버터를 찾으러 냉장고로 가는 명하와 간단하게 곁들여 먹을 반찬을 준비하는 누나의 곁으로 다가온 네 마리의 털뭉치들.
-냐아~
-끼잉!
-뀨웅?
“마스터 나도 배고프다.”
뒤통수에 매달려 있던 노에라가 배고픔을 호소하며 파닥파닥 날아다닌다.
“? 야. 너 왜 여기 있어?”
“뭔 소리냐 마스터...벌써 머리가..”
꽁!
“덩치 옆에 있어야지. 왜 따라왔어.”
“... 너무해. 따라 온지도 몰랐던 거야?”
“에휴... 다쳐서 온 녀석인데 하나는 남아 있어야지, 지금 바로 가.”
“그럼 여기는?”
“알아서 말할 거니까 가서 덩치나 맛있는 거 먹여. 자, 이거 일단 이거 먹고.”
찹찹찹!
반화가 건네는 회를 집어 먹은 녀석을 공간을 열어 별장으로 보냈다.
“먹을 거는 안에 있으니까 꺼내서 줘.”
“걱정마라는!”
회를 푸짐하게 먹은 녀석이 힘차게 사라졌다.
그때 부엌에서 나온 누나가 뭔가를 찾았다.
“응? 그러고 보니 그 쪼그만 날아다니는 햄스터는 어디 갔어?”
“아까 일 있었다고 했잖아. 걔 뭐 조사 할게 있다고 해서 데려다 주고 온 거야.”
“아? 그래? 아쉽네. 슬이가 좋아 했는데.”
“나중에 데려오지 뭐. 준비는 됐어?”
자연스럽게 넘어간 반화가 회를 접시에 담아 식탁에 올려 두었다.
-끼잉~
-냐아~
그의 발에 매달려 온갖 애교를 피우는 녀석들에게 따로 회를 챙겨주니 챱챱챱 맛있게도 먹는다.
-냐무르먀누므루냠
-냐무르먀누므루냠
순이와 똑같이 따라하는 삼이녀석.
“반화야, 근데 진짜 입으로 낳았다는 게 뭐야?”
“응? 아아.. 지가 입으로 물고 데리고 왔다는 거지, 뭐.”
“뭐? 쟤 몬스터잖아? 너 진짜 게이트에 순이 데려 간 거야?”
“뭐 그냥...가까운데 놀러 갈 때 데려 갔었지. 요즘 거기 개발 잘 되서 위험한 구역은 다 분리 되어 있어서 괜찮아.”
“그래? 그래도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조심해.”
음... 그렇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녀석이지.
“알았어.”
“그리고 조금 있으면 추석인데... 그때 우리 가족끼리 여행 갈까하는데 너, 시간 있어?”
“응? 언제인데?”
“얘는 추석 날짜도 몰라? 자! 봐. 10월, 11일부터 13일까지인데 주말도 끼어있고 해서 대체 휴일로 5일 정도 부모님도 쉬기로 했고 명하 쟨 뭐, 남는 게 시간일 테니까.”
“아니거든! 나 데이트 있는 거 취소한 거 거든!?”
“차였겠지.”
“이씨!”
“시간 내 볼게. 어디로 가려고? 나 해외는 좀 절차가 복잡할 건데.”
“아!... 맞다, 그렇네... 너 S급이랬지?”
“응.”
“우리 오빠가 S급 이라니... 쟤들 데리고 어떻게 S급이 된 거지? 아! 등록증에 블랙오거 있었지? 걘 어디 있어?”
상처 입고 돌아 왔던 덩치 모습이 생각난 반화가 잠시 침묵했다.
“...게이트 안에 잘 있어. 여기 옆에 공사 하는 거 알지?”
“어! 무슨 공원 만들려는 건가봐! 장난 아니던데?”
“거기 집 지을 거야. 나 그리고 거기로 이사가.”
“뭐!? 야 그게 무슨 소리야. 거기 그냥 넓은 수준이 아니던데? 산하고도 연결 되었다는 말이 있던데? 공원이라고...”
“그 녀석 덩치가 워낙 커서 집이 커야 돼.”
“...돈이 썩어 나는 구나..”
반화의 깜짝 말에 씻고 나온 부모님도 놀라셨다. 식사를 하려고 자리에 앉자 다리 위로 올라온 네 털 덩어리들을 하나씩 안으며 놀란 마음을 진정 시키던 가족들은 그 맛에 다시 놀랐다.
“우와! 짱 맛있어.. 살살 녹는다.”
“그러게, 반화야 맛있네? 아들 덕분에 이런 것도 먹고 좋다야.”
“많이 드세요. 많이 사놔서 좀 드리고 갈게요.”
“그럴래? 아 그리고 집을 저기로 옮긴다고?”
“네, 음... 추석 전 까지는 완성 될 거예요. 그리고 이집 까지 연결 했으면 좋겠는데...”
부모님은 일단 공사가 끝난 뒤 생각 해 보자고 하시며 슬쩍 돈 걱정을 하셨다.
“걱정 마세요. 쓰는 게 힘들 정도니까.”
“!!! 그럼, 오빠! 나 차!...”
짝!
엄마의 등짝스매싱에 입을 닫고 다시 음식을 입에 넣는 명하가 아직 포기 하지 않은 눈빛으로 그를 본다.
“뭘 봐?”
“씨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