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화-네번째 몬스터 #
48화
“흠...순이 녀석... 좋은가 보네?”
-냐!
무슨 생각으로 갑자기 삼이를 물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순이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덥석!
“요, 냥아치. 봐주는 건 이번까지야? 한번만 더 사고 치면 진짜 화낸다?”
-냐아아...
눈을 피하며 소리를 내는 녀석의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쳤다.
“장난 아니야, 순아.”
-냐앙...
파바바바박!
-뀽!뀽!
목덜미를 잡힌 순이를 내려놓으라며 반화의 다리를 긁는 삼이를 들어 올려 마주 본다.
“삼이 때문에 봐주는 거야, 알았지?”
-냐!
“삼이, 너는 순이 닮으면 안 되는데...”
-뀨웅?
“노에라, 불의 정령왕이 소멸하려면 얼마나 걸려?”
“글쎄...?”
“이 녀석이 그 놈 대신 할 수 있지 않을까?”
“흠...불의 기운이 너무 작아... 불의 정령들이 인정하지 않을 거야.”
“그거만 채우면 돼?”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무슨 짓은.. 그냥 궁금해서, 엉?”
“제일 중요한 게 불의 정령들의 인정을 얻는 거야. 그놈들은 성격이 지랄 맞아서 지들 왕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죽어도 지들 멋대로 행동 할 테니까. 이 녀석은 불의 기운을 충분히 흡수 하지 못하고 태어나서 놈들이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불의 기운만 충족 된다면 ...근데... 저 녀석은 불의 기운이 충족 되도 순수성이 떨어져서 나도 잘 모르겠다.”
“음... 일단 불의 기운을 채우기는 해볼까?”
“? 어떻게?”
“방법은 찾아야지.”
“순수성도 중요하다! 괜히 또 이상한 짓 하지마라, 저 악마가 다 마스터를 보고 배운 거야! 아주 똑같아!”
“시끄러, 지금 누구랑 같다는 거야, 저 냥아치랑? 내가?”
-냐!
자기도 동감이라는 듯 순이가 고개를 휙 돌린다.
“저게!”
“에휴...”
고개를 절레 절레 하는 노에라와 서로 고개를 휙휙 돌린 반화와 순이...그리고 그런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는 꼬맹이와 삼이...
“일단 그 정령왕부터 찾아보자고, 연락 온 거 없어?”
“없다.”
“게임 한다고 정신 팔려서 또 못 받은 거 아냐?”
“저 악마 때문에 놀라서 게임도 못했다! 억울하다!”
“그럼 말고, 뭐가 그렇게 억울해?”
“으으으....”
두 손을 꼭 쥐고 부들부들 떠는 노에라에게 반화가 가서 게임이나 하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이 자식들은 연락처도 안주고 갔네. 직접 가야되나? 에이, 몰라 귀찮아.”
찾아 가기 귀찮은 그는 급하면 지들이 찾아오겠거니 생각했다. 정령하고 제일 가까운 종족이니 일이 발생하면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움직임을 보이겠지. 찾아오라고도 얘기해 두었고.
“본가나 가 볼까?”
-캉!
“우리 꼬맹이 가고 싶어?”
-캉!캉!
“지난번에 순이는 안 갔었는데... 이번에 다 가자. 덩치 살 집도 구할 겸. 노에라!”
“뭔가?”
“내일 본가에 갈 거야. 그전에 등록해야 되니까 별장에 가지 말고 여기 있어.”
“알았다!”
손을 움직이느라 정신이 없는 노에라는 건성건성 대답했다.
“삼이도 데려가야겠네...식구가 좀 많다?”
-냐아~
-뀨~
“얘도 등록 해야겠지... 그전에 교육을 좀 해야 되는데... 말은 알아듣니?”
-뀨웅?
....
“순아, 니가 알아서 교육시켜, 니 자식이잖아. 입으로 낳은.”
-냐!
자신 있게 대답하는 순이가 삼이를 데리고 한 쪽으로 간다. 뭘 하나 싶어 몰래 보니...
-냐아~
-뀨?
-냐아아아!
-뀨웅!
“...꼬맹아, 쟤 뭐라는 거야?”
갸웃?
-낑?
“아니야...에라, 모르겠다. 알아서 하든지 말든지. 사고 치려면 쳐라. 혼나면 돼. 안 그래 순?”
-냐아...?
슬그머니 눈치를 보는 순이.
“꼬맹아, 이리와. 우린 한숨 자자. 음... 뭐 잊은 거 있나?”
-낑?
“아니야.”
쏘옥
품에 들어 온 꼬맹이를 안고 눈을 감는다. 잠시 후 머리에는 순이와 삼이가 달라붙어 따뜻한...아니 뜨거운 온기를 나누어 준다.
“아이고, 뜨끈뜨끈하네, 겨울 다 되어 간다고 이렇게 따뜻하게 해주고.”
반화가 중얼거리더니 다시 잠에 빠지고, 낮은 숨소리만 공간을 채운다.
.
.
.
다음날.
밤새 게임을 한 노에라와 삼이를 데리고 등록을 하기 위해 차를 끌고 뉴월드 본사로 갔다. 등록 센터에 가는 것 보다 이 쪽이 처리하기 더 편했다. 어차피 회사에서 다 해주기 때문에 그냥 확인만 해주면 된다.
“음...반화씨는 늘 특이한 몬스터들만 데리고 오는 군요.”
“특이? 흥! 특별한 거겠지.”
특이라는 말이 거슬렸는지 노에라가 콧김을 훅 하고 내뱉는다.
“어제 러시아에서 돌아 왔는데 언제 테이밍을 하셨습니까?”
“지난번에 했는데 집에 뒀었죠, 요렇게 삐뚤어진 성격이긴 해도 말은 잘 듣거든요.”
“그런가요? 그런데 전투력 등급 측정은 안하시고 그냥 등록만 하시는 겁니까? 도감에 없는 몬스터라 측정을 안 하시면 그냥 F등급으로 올라갑니다.”
“네, 그냥 등록만 해주세요.”
“음...네, 알겠습니다. 헛! 말하는 몬스터라...”
“나는 몬스터가 아니라 신...!!웁웁.”
“시끄러. 임마.”
신수라고 말하려는 녀석의 입을 막고 서둘러 나온다.
“? 암만 봐도 특이해요. 그렇죠?”
검사관이 그런 일행을 보며 민사장님에게 말했다.
“네, S급 몬스터를 테이밍한 사람은 달라도 뭐가 다르네요.”
검사관이 물은 질문과는 좀 달랐지만 민사장님의 말에는 동의 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
씩!씩!
몬스터라는 말이 기분이 나빴는지 연식 씩씩거리는 노에라를 보며 반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뭐라고 그렇게 열을 내?”
“마스터가 사람 같은 개라고 들으면 좋겠...씨잉..”
말이 끝나기도 전에 딱 밤을 맞은 노에라가 머리를 문지르며 궁시렁 거린다.
“넌 암만 봐도 매를 버는 스타일이야. 삼이 잘 잡고 있어.”
쿨쿨 잘도 자고 있는 삼이의 곁에 노에라가 붙고 나서야 차를 출발시킨다. 다시 집에 가서 그가 순이와 꼬맹이를 태워 본가로 향했다.
.
.
.
“저, 왔어요.”
“어? 왔어?”
명하가 문을 열어준다.
“삼춘!!!”
“부모님은?”
“카페~ 뭐 먹을 건 안 사왔어?”
“없어.”
“쳇.”
달려 온 슬이를 안고 안으로 들어가니 방에서 누나가 나온다.
“왔어?”
“어, 피곤해 보인다?”
“어제 밤새고 마감쳤다가 이제 일어났어.”
“오빠! 근데 뭐가 많다? 순이, 꼬맹이...그리고 얘들은 뭐야? 얜 뭔데 이렇게 귀여워!”
“새 식구.”
“우와! 삼촌! 나 내려줘.”
그가 슬이를 내려놓자 노에라와 삼이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까칠한 노에라가 파닥파닥 날아가 슬이를 피하려 했다.
“힝... 삼촌...”
“노에라.”
“...”
덥석!
반화의 나직한 부름에 도망가려던 노에라가 얌전히 슬이의 손에 잡혔다.
“쥐? 귀여워.”
“슬아 마음에 들어?”
“응!”
삼이보단 노에라가 마음에 들었나 보다. 하긴 입만 다물면 귀여운 햄스터가 짧은 날개로 날아가는 게 귀엽긴 했다.
“걔는 노에라 라고 하고, 얘는 삼이야, 삼이는 순이 자식이야.”
“뭐!? 순이가 애를 낳았다고? 언제?”
“응. 입으로.”
“뭔 소리야?”
“있어. 어쨌든 순이 자식이야. 근데 쪼미는?”
“후... 저기 봐라.”
동생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웬 대형견 크기의 고양이?가 있었다.
“뭐야...? 쟤가 쪼미라고? 쪼그만 해서 쪼미라고 지은 거 아니었어?”
“몰라...점점 커지고 있어. 거기에 게으르긴 또 얼마나 게으른지. 지 엄마 꼭 닮았어.”
“내가 뭐!”
누나의 말에 발끈하는 명하
“몰라서 묻냐?”
그의 앞에서 투닥 거리는 자매와 쪼미를 번갈아 본 그가 쪼미에게 다가가 본다. 고개를 들어 그를 보는 고양이...
“...내가 미안하다...쪼미야.”
아무도 듣지 못하게 조용히 속삭인 그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냐아~
꾸욱꾸욱
반갑다고 허공에 꾹꾹이를 시전하는 녀석은 아직 1살도 안된 아기였다.
슥슥.
녀석을 쓰다듬어 준 그는 아직도 투닥거리는 자매들 사이에 삼이를 들이댔다.
“뭐야!....어? 와....얘 뭐가 이렇게 귀엽냐? 털 봐... 우와 보들보들해, 털색 예술이다.”
“진짜 귀엽긴 하네? 근데 얘 무슨 종이야? 얼굴은 순이 닮긴 했는데...이거 설마 날개?”
“어? 이마에 뿔도 있어.”
삼이를 샅샅이 살펴보던 그녀들이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걔, 몬스터야.”
“뭐!?”
“후...야 넌 자꾸 어디서 이런 걸 주워 오는 거야? 순이가 물어 온 거야? 쟨 어떻게 몬스터를 주워왔어? 게이트에 순이 데려 간 거야?”
따발총처럼 쏟아 붓는 질문에 소파에 앉은 그가 꼬맹이의 양발을 잡아 귀를 막았다.
“순이한테 물어 봐.”
-냐아~?
“...넌 결혼도 안했는데 왜 자꾸 식구가 늘어 나냐?”
“오빠, 얘 내가 키우면 안 돼?”
“안 돼, 이년아. 쪼미 하나도 감당 못하는 게. 거기에 몬스터를 니가 어떻게 키워?”
“아, 왜 언니가 그래~ 응? 오빠~”
“안 돼. 걔 몬스터라니까 뭘 들은 거야?”
“순이가 몬스터를 어떻게 낳아?”
“입으로.”
“쟨 아까부턴 뭔 소리래. 슬아! 쥐 괴롭히면 안 돼. 그렇게 잡아당기면 아파해요.”
“으아아아!!! 마스터 ! 못 참겠다! 아프다! 아프다고! 이 어린 인간 힘은 왜 이렇게 쎈 거냐!”
결국 참지 못한 노에라가 말을 쏟아 내었다.
“....?! 이건 또 뭔 일이래...”
노에라의 말에 놀란 세 여자는 어안이 벙벙했다.
머리가 지끈해진 반화가 꼬맹이의 배에 머리를 푹 감쌌다. 난 모르겠다. 노에라 니가 알아서해....
-끼잉?
토닥토닥
그런 반화의 머리를 토닥여 주는 꼬맹이.
“...저거 순이 데려 올 때부터 알아봤어. 하여튼 저 사고뭉치.”
졸지에 사고뭉치가 된 반화였다.
“...안녕? 난 노에라라고 해.....”
“그..그래?”
“엄마!! 쥐가 말해!”
슬이가 놀란 눈으로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이반화. 설명 좀 하시지?”
“...노에라. 니가 설명해.”
“하하하...마스터...그게 ..”
어디 말해보라는 듯 팔짱을 낀 세 여자에게 둘러싸인 노에라가 나지도 않는 식은땀을 닦았다.
.
.
.
결국 반화가 간단하게 설명한 후에야 진정이 된 그녀들은 반화를 사고뭉치 보듯 봤다.
“오빤 나한테 뭐라 하면 안 되네. 자기도 맨 날 주워 오면서.”
“시끄러... 내가 주워 온 게 아니라니까? 순이가...”
“순이 탓 하지 말고! 에휴... 너 알아서 하겠지. 돈 잘 버니까 다행이다.”
“아, 맞다. 오빠! 그거 들었어? 러시아 난리 났잖아!”
“어, 들었어.”
“쳇! 뭐가 그래? 안 놀래? S급 능력자들 2명이 사라졌대. 지금 다른 나라에선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고 도망갔다는데? 지금 그 사람들 찾으려고 난리야.”
샌디 크랙이 취한 조치가 이건가 보네. 흠...좋은데?
“나랑은 상관없어.”
“그래? 그리고 이번에 정권 바뀌면 능력자들 대우도 올라간다는데... 그동안 대기업에서 마구 부렸던 사람들도 제대로 대우 받는다는데~ 아~ 나도 능력자 되고 싶다! 오빠! 능력자 만들어주는 방법은 없어?”
“시끄러, 공부나 해. 맨 날 술 먹고 다니지 말고.”
“힝... 쪼미야~”
동생이 쪼미에게 달려가 안긴다.
-냐아
귀찮은 집사가 또 들러붙었지만 떼어내는 것조차 귀찮은 녀석이 가만히 있었다.
“으아! 마스터! 살려줘!”
노에라의 외침에 고개를 돌려 보니 슬이가 능력을 써서 노에라를 쥐돌이처럼 순이 앞에서 흔들고 있었다.
“순아! 물어!”
슬이의 외침에..
탁! 탁!
무는 대신 앞발로 노에라를 툭툭 건드리며 슬이와 놀아 주는 순이, 삼이도 그런 순이를 따라 행동한다.
“이놈의 집구석! 으아아아!”
노에라의 비명과 슬이의 웃음이 섞인 평화로운 집안 풍경을 살펴보며 반화는 뭔가 하나가 빠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흠...어제도 느낀 것 같은데...뭐가 하나 빠졌는데?”
-낑?
“뭐가 빠져?”
꼬맹이와 누나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한 그가 이내 생각을 지워냈다.
“뭐 나중에 생각나겠지. 아무것도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