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화-던전 #
44화
그 속에는 각종 무기들이 한쪽에 진열 되어 있고 반대편에는 서적들이 정리 되어있었다. 무기가 진열 된 곳으로 발을 옮겨 하나하나 살펴보는 반화.. 검부터 활, 도끼 스태프 등등 냉병기라고 불리는 거의 모든 무기들이 진열 되어있었고 그 앞을 쭉 지나가다가 한 곳에 멈춰 섰다.
“응?”
그의 앞에 있는 물건은 하나의 로브였다.
스윽.
손을 가져가 한번 만져 본다.
“일반 천은 아닌 것 같고...설명은 없나?”
진열장 여기저기 살펴봤지만 설명은 없었다.
“흠... 일단 다 챙겨 놔야지.”
서적이고, 무기고 다 자신의 공간을 열어 집어넣고, 더 담을게 없을까 꼼꼼하게 살펴 봤지만 더 이상은 없었다.
“그냥 창고였나 보네.”
던전은 중요한 물건을 보관해 두기위한 창고였었나 보다. 더 이상 사람 손의 흔적은 없었다.
저벅저벅...
밖으로 나오니 덩치가 통로 문 앞을 막고 있었는데 밖에서 소란이 나는 걸로 봐선 그들이 깨어난 것 같았다.
-꾸오오?
어떻게 할까 물어 보는 덩치.
“잠깐만.”
일단 기다리라고 한 뒤 방금 나온 공간을 무너트린다.
콰콰카카캉쾅!
“음... 좋아.”
열렸던 공간의 입구가 막히고 그저 전투의 흔적처럼 보였다.
“그리고...”
콰직!
텅!
이 던전을 지탱하고 있는 거대한 동상의 주요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잡아 뜯어 사방으로 던진다.
“겉은 그냥 고철 덩어리였네.”
속살을 드러낸 코어는 틈이 없을 정도로 복잡한 기하학 문양으로 뒤덮여 있었다.
“됐어. 덩치야. 비켜서서 이리와.”
-꾸옹!
덩치가 문에서 떨어져 그가 있는 곳으로 왔다.
“여기서 앉아서 힘든 척해.”
-꾸오오오?
왜인지는 모르지만 하라니까 일단 자리에 앉아 힘든 척을 하는 덩치, 그 타이밍에 맞춰서 문이 박살나며 에르반과 미스터 장이 들어 온다.
“어? 반화씨? 여기 계셨군요!”
에르반이 반화를 보고 다가왔다.
“네, 다행히 놈들을 쓰러트리고 혹시 있을 사람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태연하게 말을 하는 반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놈들은 쓰러져 있고 반화씨와 블랙오거는 사라져서.”
“그랬습니까?”
“여기서도 그놈들과 싸운 건가?”
미스터 장이 주변을 둘러보더니 그에게 물었다.
“보시다시피요. 방금까지 싸우고 있었죠.”
“으음...”
보면 모르냐는 듯 덩치를 가리키며 말한다.
“정말 고생 하셨습니다. 혹시 살아 있는 사람들은 찾으셨습니까?”
“아뇨, 이제 여기 있던 놈을 쓰러트렸거든요.”
“아! 그렇군요...”
말을 흐리며 주위를 둘러보는 에르반.
“응? 저건?”
“아아. 저게 여길 지탱하는 것 같더군요. 놈들이 저걸 지키고 있었어요.”
저걸 지키려고 했었는지는 반화도 모른다. 일단 부숴버리고 봤으니까...
“그럼...저게 출구?”
“그건 잘 모르겠네요. 일단 사람들부터 찾아보죠?”
“아! 네. 자자! 다들 주목해 주세요. 일단 당장 위협되는 것들은 모두 제거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저 문을 하나씩 같이 들어 가보도록 하죠.”
“예!”
에르반의 주도로 가까운 문부터 열기로 한다.
“자, 그럼...”
끼이익!
저벅저벅...
“음...일단 적은 없는 것 같군요..”
반화가 제일 처음 열었던 도구들이 있는 곳이었다. 그도 처음 보는 것처럼 은근슬쩍 연기하며 주위를 살펴 본다.
‘역시 가져 갈건 없네.’
다시 봐도 그냥 도구들만 있었다. 한참을 수색하던 그들은 이내 그게 끝이라는 걸 인지하고 도구들을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일단 여기 두고 다른 곳을 찾아보죠.”
마치 짠 것처럼 반화가 들어갔던 순서대로 들어가는 그들은 마정석이 진열 된 곳을 보며 좋아 했다.
“이거 S급 마정석 같은데요?”
“일단 여기 있는 마정석 모두 챙겨서 나갑시다.”
에르반도 흥분한 듯 빠르게 말을 했다.
“후...이제 두 개만 남았습니다. 저기부터 가보죠.”
마지막에 나왔던 놈이 아닌 반화도 열어 보지 못한 곳을 가리키는 에르반.
“열겠습니다.”
끼이이이익
팟팟팟팟!
문을 열자 그 안에 불이 들어오며 사방이 환해졌다.
“음??”
그리고 그들의 귀로 희미한 소리가 들려온다.
“설마?”
마음이 급해졌지만 혹시나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모르니 침착하게 소리가 나는 곳으로 이동하는 일행들에게 그 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벌써 며칠째 인지 몰라...망할! 결국 이러다 다 죽을 거야....”
누구인지 모르지만 남성의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어오고 마침내 그들은 마주 할 수 있었다.
“어....어?!”
“뭐야? 왜 그래?”
머리는 산발에 수염이 자라 얼굴은 알아 볼 수 없지만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빽빽한 철창 속에 갇혀있었다.
“구조대입니다! 모두 괜찮으십니까?”
에르반이 격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어...어...으와오아아!!!! 구조대다!!!!!”
“뭐!!!!?”
그들을 본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환호 했다.
“저 사람 에르게이츠반 이잖아?”
“우릴 구하러 온 거야!”
잔뜩 흥분한 사람들에게 에르반이 큰소리로 누군가를 찾았다.
“크라시노테스키님 여기 있습니까?”
“저기 있어요. 그 사람!”
철창 속 사람 한 명이 한 쪽을 가리켰다.
“...무사하셨군요...”
“..어떻게 온 거지? 그놈들이 지키고 있었을 텐데?”
“구조대에 S급 능력자만 3명입니다.”
“?그래도 안 될 텐데?”
믿을 수 없어 하는 한 남자는 구조대를 살펴봤다. 그놈들을 상대하고 이곳에 왔다고 하기엔 너무 멀쩡했다. 아무리 S급이 3명이라도 그놈들은 그보다 더한 놈들이었는데...
“일단 여길 나가죠.”
“...그것도 문제군. 이거 부수는 건 힘들 텐데?”
그의 말에 환호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음...일단 시도는 해보죠. 잠시 만요.”
에르반이 구조대 일행에게 다가왔다.
“미스터 장, 반화씨? 저 철창을 부수어야 합니다. 가능하겠습니까?”
“글쎄, 한번 해봐야 알겠는데?”
미스터 장이 검을 뽑아 들었다.
“반화씨는?”
“일단 시도는 해보죠.”
“그럼, 다른 분들은 혹시 주변을 수색하면서 철창을 열 방법을 찾아보죠. 우린 저기로 가죠.”
철창이 있는 곳으로 간 그들은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멀리 떨어지라고 한다.
“나부터 해보지.”
-합!
검강을 점점 그가 몸이 떨릴 정도로 한계까지 압축한 뒤 사선으로 철창을 베었다.
콰쾅!!!
“쿨럭!”
반탄력에 충격을 받은 그가 뒤로 물러선다.
“퉷! 이거 힘들겠는데...?”
미스터 장이 이정도면 파워는 더 낮은 에르반은 할 필요도 없었다.
“덩치야. 한번 쳐봐.”
-크어어엉!!
“헛! 저게 뭐야... 블랙오거?”
여태 신경 못 썻던 거대한 크기의 덩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경악했다.
“진정하세요. 한국의 테이머의 몬스터입니다.”
철창 안에 있던 S급 능력자도 기대를 가지고 바라본다.
스윽...
후우우웅! 콰아아아앙!!!!
퍽퍽!
덩치가 휘두른 창에 철창이 뿌리째 뽑혀 날아간다.
“음? 안 잘렸네?”
무슨 재질인지 끝내 잘리지 않고 뽑혀서 날아갔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것에는 신경 쓰지 못했다. 그들은 철창을 벗어난 그 사실에만 관심이 쏠렸다.
와아아아아아!!!!
처음 볼 때보다 더 큰 함성을 지르려 서로 껴안는 사람들.
“반화씨...정말 감사합니다..”
에르반이 다가와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허어... 그놈들을 박살 낼 만 했네...”
옆에서 덩치를 보며 감탄하는 미스터 장.
기쁜 감정이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하자 에르반은 사람들을 이끌고 코어가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동하며 어떻게 사로잡혔는지를 들었는데...
“크라시노테스키님은 어떻게 당한 겁니까?”
다른 사람들은 처음 마주친 놈들의 마법에 순식간에 당해버려 부상자도 없이 깔끔하게 사로잡혔다지만 S급은 그는 쉽게 당하지는 않았을 텐데.
“한 놈하고 싸우다 보니 뒤에서 한 놈 더 오더군.그래서 도망치려고 여기로 왔는데 그 뒤로는 기억나지 않아... 뭔가에 당했는데..”
“아! 그놈들 셋이었습니다. 아마 남은 한 놈에게 당한 것 같습니다.”
“음...그런가? 뭔가 작은 놈이었던 것 같은데...”
“아닐 겁니다. 똑같이 생긴 놈들이었어요.”
내심 찔끔했던 반화가 에르반을 응원했다.
“후우...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그 전에... 챙길 것부터 챙겨 보죠.”
던전하면 그 안에서 얻는 보물들이 아닌가? 물론 구조하려고 오기 했으나 현재 목숨을 잃은 사람도 없고 빠져나가기만 하는 상태에서 혹시 모르니 챙길 수 있는 건 챙기기로 했다.
“흠...그 골렘? 놈들도 챙길까요? 다는 못 가져가더라도...”
거대한 몸집의 골렘이었지만 능력자들이 뭉치니 쉽게 옮길 수 이었다.
“후우...이제 출구가 어딘지만 알면 되는데...”
“아까 다 찾아 봤지만 출구로 보이는 곳은 없었습니다. 남은 문은 텅텅 비어있었고요..”
“그럼...방법은 저거인가?”
그들은 한쪽에 떠있는 코어를 봤다.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죽을 겁니다...”
그들은 심각했지만 반화는 답답했다.
‘아..빨리 끝내고 이거 처리 해야 되는데...“
그의 머릿속에는 이곳에서 얻은 것들을 얼른 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냥 부숴보죠? 어차피 딴 방법이 생길 것도 아닌데.”
“음....”
“덩치야.”
-꾸옹?
“자..잠시 만요. 반화씨..”
“왜요?”
“마음의 준비를...”
“뭘 그렇게 질질 끌어요. 에피소드 이제 끝내야 되요.”
“네? 그게 무슨 말..?”
에르반과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되물었지만 반화는 무시하고 덩치에게 말했다.
“쳐!”
-크아앙!!!!
후우우웅!
퍽!! ....쩌저저저적! 팟!!!!!!
“어어어어엉!?”
코어가 반으로 갈라지고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빛이 쏟아졌다.
.
.
.
“반화씨? 에르반.. 그리고 미스터 장... 성공 하셨군요!?”
“여기가?? 설마?”
에르반이 주위를 휙휙 살펴본다. 그들은 던전으로 향하는 입구에 있었다. 그런데 던전의 입구가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쪼그라들기 시작한다.
“어?어....어!? 저러면 안 되는데?!”
샌디크랙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 소리를 쳤지만 던전의 입구는 사라지고 결국 남은 건 빈 공터였다.
...
“이게....”
일행들이 돌아 온 건 반가웠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던전이 사라지는 바람에 당황한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후우... 돌아 왔군요...”
하지만 무사히 돌아온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무사하셔서 다행이네요...”
그제야 그녀가 일행들을 하나하나 살펴 봤다.
“모두 구조하신 건가요?”
“네. 일단 구조된 사람들부터 이동시키죠.”
“네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어요.”
그녀가 손짓으로 직원을 불러 고생하고 온 그들을 안내했다.
“일단 자세한 내용은 가서 나누죠. 아! 저것들은 뭐죠?”
“음? 아! 던전에 있던 것들이 다 넘어 왔네요?”
“? 정말요? 휴우우..그래도 얻은 게 없지는 않았네요..”
“네?”
작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에르반이 되물었지만 그녀는 웃으며 넘어갔다.
한편 뒤에서 따라가는 반화의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주변에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게 사람들을 무사히 구출하고 자신들도 안전하게 빠져나와서 그런 줄 알았지만 전혀 달랐다.
‘철창도 뜯어서 넣었고, 코어는 뭐.. 반쪽나긴 했지만 그래도 없는 것 보단 낫겠지.’
그새 철창을 뜯어 챙기고 코어까지 챙긴 그는 가벼운 발걸음에 든든한 마음으로 숙소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