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엘프와 조우 #
23화
"그걸 어떻게? 느껴지는 기운으로는 뛰어난 인간은 아닌 것 같은데?.”
"다 아는 수가 있지. 뭐 이유를 말해 줄 것 같진 않은데 여기서 헤어지자고?.”
"으음... 행운을 빌지. 저 존재라면 오히려 우리보다 안전하겠지만..”
꼬맹이의 기운은 얼추 엿 봤지만 순이의 기운은 전혀 알지 못하는 엘프들은 다시 자기들의 길을 걸어갔다.
애초에 순이가 흡수 한 기운은 차원이 다르기도 했지만 흡수 과정에 사용한 그의 기운이 일부 스며들었기에 비교 불가한 힘을 가진 순이였다. 꼬맹이도 사실 순이처럼 불덩이의 힘을 전부 다 줄 수 있지만 굳이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스스로 노력해서 강해지는 재미를 꼬맹이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이 녀석은....
-냐아?
그의 시선에 뭘 보냐는 듯 품안에서 고개만 들어 그를 본다. 몸을 움직일 생각은 1도 없는 순이였다.
"그래.. 귀여우면 장땡이지 뭐.”
말캉말캉한 뱃살을 주물럭거리며 엘프들이 떠나길 기다렸다.
지난번 S급 인간의 기운을 가늠해서 대충 때려 맞춰 봤는데 맞았다. 엘프들이 여기까지 왔다라.. 아직 게이트 주변도 정리 하지 않았는데 굳이 왔다는 건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여기서 차까지 꺼내면 이상하게 볼 테니 쟤들이랑 거리 좀 벌어 질 때 까지 저 안에서 놀다 가자. 꼬맹이 가르쳐 줄 것도 있고.”
-캉!
지난번 읽은 콴의 검술을 꼬맹이에 맞게 가르쳐 줄 생각이다.
모래를 가르고 텅 빈 도서관 안으로 들어 온 일행은 넓은 중앙 홀에 자리 잡고 순이는 구경을, 꼬맹이는 그가 가르치는 검술을 연습했다.
먼저 기운의 운용 방법을 알려주고 자세를 잡아 주곤 바로 연습에 돌입했다.
꼬맹이도 지금의 능력을 꽁으로 얻은 건 아니어서 곧 잘 따라 왔다. 처음 검을 잡을 때도 느꼈지만 녀석의 검에 대한 재능은 진짜 뛰어 난 것 같았다.
"좋아. 조금만 더 연습하다 가자.”
-캉!
점점 가르쳐준 검술에 빠져든 꼬맹이가 아쉽다는 듯 더 열심히 집중해서 검을 휘둘렀다.
검에 타오르는 마나가 점점 진해지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시간이 충분히 지났다고 생각한 반화가 연습을 중단하고 순이를 품에 다시 집어넣고 꼬맹이와 도서관을 빠져 나왔다.
"어? 벌써 해가 졌네?”
어느새 해가 저물어 사방이 깜깜했고 하늘에 떠있는 두 개의 달빛만이 고즈넉이 지상을 비췄다.
공간에서 차를 꺼낸 그가 조수석에 꼬맹이를 태우고 그 위에 순이를 올렸다. 조금 더 큰 꼬맹이가 순이를 끌어안고 신나는 기분으로 창밖을 본다. 순이는 관심 없다는 듯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며 눈을 감았다.
부릉!
부드럽게 시동이 걸리고 차가 출발한다. 사막 지형에도 충분히 굴러 가는 출력에 어떤 길이든 굴러가는 바퀴 덕에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신나게 달려가기 시작한다.
모래 덕에 창문을 열지는 못하지만 오프로드의 주행에 그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점점 재미를 느꼈다.
"이거 중독되겠는데?”
노래를 틀고 노에라가 알려준 방향으로 주행한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몬스터는 그대로 교통사고를 일으키며 몬스터들을 패닉에 빠지게 하고 소문이 퍼졌는지 어느 순간부터 달려드는 녀석들이 사라 졌다. 나름 치는 맛이 있었는데.. 아주 어릴 때 기억도 가물가물했던 놀이공원의 범퍼카가 생각이 나는...
한참을 달리다가 배가 고프면 공간에서 먹을 것을 꺼내 먹으며 쉬다가 가기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뜨고 있었다. 잠시 차를 멈추고 뜨는 해를 지켜보며 차 밖으로 나와 아침을 먹으려 했는데 모래바람에 다시 차 안으로 들어 와 간단하게 스프로 요기를 했다.
"음, 엘프도 이쪽으로 갔던 것 같은데 무지하게 열심히 달렸나 본데?”
지나나오면서 간간히 보인 전투 흔적으로 보아 엘프들이 지나가며 마주친 몬스터들 같았는데 방향이 그와 같았다.
"제국에 볼일이 있나?”
-냐아
엘프들이 이렇게 급하게 가는 모습에 잠시 이유가 궁금해져 서둘러 다시 출발하기로 한다.
차가 다시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출발했다.
심심한지 순이가 뒹굴 거리긴 했지만 이내 고롱고롱 코를 골며 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니 모래로 덮였지만 어렴풋이 성곽을 나타내는 건축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제국의 도시 중 하나였던 모양인데 반쯤은 으스러지고 모래로 덮여 그 형체만 간신히 알아 볼 정도 였다.
가까이 다가가 차를 세우고 내려 살펴봤다. 풍화가 될 만큼 돼서 그 규모조차 알 수 없었고 내부는 이미 모래로 덮여 퍼내지 않는 이상 흔적도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음.. 이거 뭐 볼 것도 없겠는데? 리치 하나로 충분히 제국에 대한 것들도 알겠고... 엘프는 뭐 때문에 온 거지?”
엘프의 목적이 궁금하긴 했지만 어디로 간 건지 알 수 도 없는 흔적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찾을 열정은 나지 않았다.
-냐아아아~
그때 차에서 내려온 순이와 꼬맹이가 나를 불렀다.
"? 거기서 뭐해?”
그를 부르는 소리에 다가가 보니 뾰족한 무언가가 모래 속에 튀어 나와 있었다.
"뭐지?”
궁금증이 생긴 그가 두 녀석을 뒤로 물러서게 하고 모래를 날려 버렸다.
그러자 드러나는 하나의 철로 만들어진 동상. 천년이라는 세월에도 녹 하나 쓸지 않고 그 모양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묘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동상이 나왔다. 뾰족한 부분은 손으로 잡고 있는 대검의 윗부분이고 전체적인 크기는 대략 3미터 정도의 여장군 모습이었다.
동상의 밑에 있는 글귀는 조금 지워 졌지만 동상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기에는 충분했다.
>>[email protected]*^@ 콴 장군을 기리며
"콴? 콴이 여자였어? ”
음.. 리치의 기억에 콴이 있긴 했지만 그 기억은 콴에 대한 강한 느낌만 있지 직접적인 모양을 몰랐는데 이제 보니 여장군이었다. 투구를 쓴 모습이라 얼굴은 알 수 없지만 동상이 얼마나 잘 만들어 졌는지 리치의 기억에 있는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재질이 뭐지? 꽤 좋은 것 같은데?”
동상을 통통 두드리던 그가 돌연 동상에 손을 대고 그대로 공간을 열어 집어넣었다.
"순. 꼬맹이 잘했어!”
-냥~
-캉!
그의 칭찬에 으쓱한 녀석들이 뭔가를 바라는 눈으로 그를 바라 본다.
"자 먹어먹어.”
간식을 꺼내 녀석들의 입에 물리고 차에 태워 별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엘프는 뭐 지들이 알아서 가겠지...
반화 일행이 돌아가던 순간 엘프들은 쉬지도 않고 반화가 도착한 성을 지나 제국의 수도로 달려갔다. 정령들 까지 불러내어 달린 결과 제국의 수도로 생각 되는 곳으로 도착 했지만 그들을 반겨 주는 건 모래로 뒤덮인 황량한 모래 무덤 밖에 보이질 않았다.
"어떡하죠? 자료에 의하면 여기가 맞을 텐데. 여왕님의 기억이 틀릴 일은 없는데...”
"음...모래 속에 파묻힐 정도로 시간이 오래 지났어. 사람의 흔적은 여기로 오면서도 느꼈겠지만... 없다.”
"네. 아마 제국은 멸망 한 것 같아요.”
엘프 무리가 심각하게 현재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모래 밑을 수색 해봤자 그들의 흔적만 있겠고.. 이제 다른 게이트 근처에서 인간들의 흔적을 찾아야 하나...”
"일단 제국은 없으니.. 남아 있던 우리 전사들은 어디 있을 까요?”
"글쎄... 그들은 어딘가 꼭 살아 있을 거야. 그들이 없다면 그들 자손이라도 있겠지. 그만한 힘이 그들에겐 있었다. 비록 고향을 버리지 못하고 남았지만.”
"그렇겠죠?”
"자! 오늘은 여기서 쉬고 내일 아침 돌아간다.”
"넵!”
.
.
.
쉬지 않고 계속 달려 별장에 도착한 반화 일행을 노에라와 덩치가 반겨 준다.
"오오오? 생각 보다 일찍 왔네?”
"뭐 별로 볼게 없더라고.”
"천년이 지났는데 뭔가 있으려면 아마 모래를 파내던가, 외곽으로 나간 인간들의 흔적을 찾아야 할 거야.”
"외곽?”
"지난 번에 말하지 않았던가? 제국에서도 강했던 인간들, 비록 해골씨를 이기진 못하고 졌지만 그들 중 살아 있는 자들은 그들 스스로를 보호하려 악의가 미치지 못하는 곳으로 제국을 떠났다고. 뭐 그래 봤자 였겠지만.”
"음.. 그거 하나하나 찾아보기엔 너무 귀찮겠는데. 천천히 돌아다니며 찾아보지 뭐. 아 그리고 이거”
그가 공간에서 동상을 꺼내 노에라에게 보여 주었다.
"응? 이건?”
"이거 무슨 금속으로 만들어 졌는지 알아?”
"음.......이걸 어떻게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구하기 어려운 걸로 통째로 동상을 만들다니.. 이건 금속이 아니다.”
"금속이 아니라고?”
"그래. 지배자의 힘이 담겨 있는 걸로 봐서 그들 중 하나의 뼈 같네.”
"뼈? ”
"그래 뼈.”
동상을 다시 한번 보던 그가 미세하게 남아 있는 힘의 잔재가 왜 있었는지 이제야 궁금증이 풀렸다.
"호오? 콴이라는 자 생각보다 더 뛰어 났을지도 모르겠는데?”
"?”
그 콴 장군이라고 적힌 앞부분의 내용이 대충 지배자와 싸움에 승리한 뒤 그를 기리기 위해 동상을 세운다 라고 쓰여 있었을 거라고 예상이 된다.
"쓸 만 하겠네.”
혹시 몰라 들고 온 건데 생각 보다 좋은 결과였다.
"여기서 제일 약한 게 덩치네. 덩치 무기나 하나 만들어 줄까?”
"꾸엉?”
S급 블랙 오거가 이 무리의 최약체라니.. 누가 봐도 최강자처럼 보이는 외모였지만 가녀린 덩치 였다.
"뭐가 좋을까.. 니 덩치에 비해 양이 많지는 않으니 창이 좋겠네.”
덩치의 의견 따위는 무시한 채 동상의 대검을 떼어 냈다. 뼈이긴 했지만 그 속성이 금속과 비슷해 그냥 녹이기로 한다.
"아! 순아 이리와.”
-냐
...
어느새 자리 잡은 벤치 위에서 고개만 들고 대답한다.
부스럭 부스럭.
그가 간식 봉지를 흔들자 그제야 다가오는 녀석이었다.
"요 녀석!”
-냐아아.
간식을 입에 문 녀석의 볼을 쭉쭉 늘린다.
"다 먹고 여기에 기운 좀 쏘아 봐”
-냠냐냐냠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간식 먹는데 집중하는 순이의 배가 지난 번 보다 포동포동 해진게 눈에 띈다.
"뚠뚠이네. 뚠냥이.”
놀리는 그에게서 고개를 휙 돌리고는 계속 먹는데 집중한다.
"다 먹었으면 기운 좀 쏴. 어딜! 일 좀 해, 이 먹고 노는 냥아치야.”
다 먹고는 도망가는 녀석의 목덜미를 잡아 뼈로 얼굴을 향하게 했다.
데롱~
버둥버둥
-냐아아~
땡글땡글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그 정도 연기에 속을 그가 아니다.
"빨리~ 이거 하면 놔 줄게. 힘든 것도 아닌데 좀 해줘.”
결국 항복한 순이가 뼈에 앞 발 젤리를 붙이고 기운을 불어 넣는다.
기운을 받은 뼈는 푸른색의 스파크가 튀기 시작한다.
순이를 놔 주고 여기저기 튀는 스파크를 붙잡아 뼈 안에 위치시키고 공중에 띄운 채로 창 모양으로 주물럭주물럭 만들기 시작한다.
스윽..스윽..
10분정도 모양을 잡던 그가 주변을 기운을 모아 모양 잡힌 창에 압박을 가했다가 풀었다가 반복을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길이가 15미터에 두께가 30센티미터는 되는 기다란 막대가 만들어 졌다.
"이정도면 탄력에 강도는 충분하고 ..날은 그냥 깎으면 되겠네.”
창 의 한쪽 끝에 손을 가져가 서걱서걱 잘라내니 순식간에 날카로운 송곳 같은 모양이 된다.
"자! 여기. 니 꺼야 이제.”
그가 주는 창을 받아 든 덩치가 이리 저리 휘둘러본다.
"깜짝이야! 이 덩치만 큰 게 어딜 보고 휘두르는 거야?”
공중에 파닥파닥 떠있던 노에라의 머리 위를 스치는 창에, 노에라가 파리처럼 덩치의 머리에 날아가 뒤통수를 후려 쳤다.
"꾸오오?”
뒷통수를 긁적거린 덩치가 창이 마음에 드는지 양손으로 꽉 잡는다.
여러 무기를 만들고 써봤던 반화에게 이정도야 별 것 아니었지만 재질도 재질이고 만들어진 과정부터 순이의 기운이 내재된 창은 신이 만든 무기가 있다면 이게 아닐 까 싶은 명품 중 명품이었다.
하지만 무기가 아무리 명품이라고 해도 다루는 기술이 꽝이면 아무 소용없는 짓.
"꼬맹아. 이제 검술 연습할 때 덩치랑 같이 해. 덩치는 그 창 연습하고. ”
그래서 꼬맹이와 연습을 빙자한 대련을 시켰다. 꼬맹이의 검을 막다 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기술이 생기겠거니 하는 무책임한 생각이지만 새끼 때부터 혼자 자라온 덩치에겐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어차피 지금까지의 생존도 그런 식의 반복으로 이루어 졌으니까.
-캉!
-꾸옹
덩치의 차이가 확연히 나는 두 녀석이지만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붙인 건 꼬맹이였다.
퍽!
쾅!
이리저리 꼬맹이에게 맞고 뒹굴 거리는 덩치 덕에 마당이 난장판이 되기 직전이 되자 반화가 노에라를 데리고 마당을 나가 연습 할 만 한 공터를 만들었다.
"여기서 연습해. 꼬맹이. 힘 빼고 최대한 덩치한테 맞춰서 힘쓰고 검술만 사용해. ”
-캉!
조금씩 창에 적응 하는 덩치와 힘을 빼고 검으로만 덩치를 상대하는 꼬맹이. 아직은 시작 단계라 바로 효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저 둘의 재능이면 머지않아 지금의 틀을 깨고 더욱 강해진 모습을 보일 것이다.
"열심히들 해, 어디 가서 맞고 다니면 안 되니까.”
그의 눈에는 여전히 연약한 녀석들일 뿐이지만.
꼬맹이는 불덩이의 힘을 얻어 아마 이곳 지배자급 정도는 충분히 상대 가능은 하겠지만, 갑자기 커진 기운이 익숙해지지 않아 다루는 게 서툴다. 그러고 보면 순이 녀석은 아예 괴물의 정수하나를 온전히 흡수 했는데 처음에만 버벅 거렸지 얼마 가지 않아 자유자재로 다뤘다.
"저 영악한 자식. 꼬리 한 아홉 개 달린 거 아냐?”
탁탁!
꼬리로 대답하는 순이...
"마스터! 술은 언제 담글 건가?”
"응?”
노에라가 한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쪽을 바라보니 하얀 푸롱푸롱나무 앞에 웬 토성이 하나 있었는데 그 크기가 나무의 반을 가릴 정도였다.
"... 설마 저기에 다 채워 넣은 거야?”
"잘했지? 열심히 했다.
"그래.. ”
가까이 가서 보니 토성 안에 수북하게 듀스잎이 차 있었다.
"노에라 가서 이거 덮을 뚜껑하나 만들어 와봐”
"알았다!”
파닥파닥 열심히 밖으로 날아간 녀석이 잠시 뒤 나무의 가지가 얽혀 만들어진 커다란 원판을 가지고 온다.
그 사이 반화가 푸롱나무의 수액으로 토성 안을 채우기 시작했다.
가지고 온 뚜껑을 덮고 속에 가속시간 마법을 걸어 두고 간단한 식사 준비를 한다.
메뉴는 라면.
훈련을 끝내고 돌아온 꼬맹이와 덩치, 노에라와 저녁을 먹고 (순이는 고기만 좋아 한다.) 만들어진 듀스잎 담금주로 입가심을 했다. 이건 순이도 좋은지 한 그릇 뚝딱 마셔버렸다.
남은 건 리치의 창고(?)에 넣어 두고 자리를 마무리하고 오늘하루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