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첫번째 몬스터 #
6화
...
"이리와 봐"
-캉!
"생긴 것도 개고, 하는 짓도 개인데 그냥 데려 갈까"
쫑끗 쫑끗
"네 발로 다닐 수 있나?"
-낑?
"그러니까 *네발로 다닐 수 있냐고 *"
머릿속에 울리는 의지에 당황한 녀석이 두리번두리번 하더니 이내 내가 한 것을 알고는 두발에서 네발로 바꾼다. 생각보다 더 영리한 놈이네.
"그래그래 잘했어"
머리를 쓰다듬자 꼬리가 프로펠러 마냥 휘둘러진다.
-캉!
"그래그래. 일단 집에 가자고 .이놈은 아직도 퍼질러있네"
찰떡마냥 퍼진 순이를 한쪽에 다른 쪽으로 이 녀석을 잡고 집으로 이동했다.
.
.
.
집
찌릿 찌릿
끼잉
어느새 일어난 순이가 녀석을 뚫어져라 노려본다. 순이의 기운을 느낀 녀석은 앓는 소리를 내며 구석으로 파고든다. 그리곤 꼬리를 감추고 바들바들 떨고 있다.
"요놈"
버둥버둥
-냐아아아
순이의 뒷덜미를 잡아 눈을 마주하자 바둥 거리던 녀석이 얌전해진다.
"사람들한테는 안 그러더니 왜 이래? 질투해? 약한 애 괴롭히고 그러는 거 아니야 "
-냐아아..
"그래그래 착하지. 너도 이리와"
-끼잉
조심조심 다가오는 녀석을 보니 일단 좀 씻겨야 할 듯하다 .온 몸이 꼬질꼬질 하네...응? 설마
"순이 너 , 꼬질꼬질 하다고 구박 한 거야? "
-냥!
"깔끔한 척 하기는 매일 바닥에 뒹굴고 그루밍도 잘 안하는 녀석이."
공기의 수분을 모아 꼬질꼬질한 녀석을 씻기고 향기가 나는 분자를 녀석 몸 곳곳에 뿌렸다. 그리곤 집에 퍼진 꼬질한(?) 냄새를 모아 집 밖으로 내보내자 집안 공기가 상쾌해졌다.
"으 야 이거 뭔 냄새야 ! 똥차 지나갔었나?"
"야이씨. 미친, 너 똥 싼 거 아니야?"
"너겠지!"
잠시 밖에서 알 수 없는(?) 소란이 일어났다. ...큼 ..순이가 싫어 할 만했네.
절레절레
-냐아 (둔한 집사 같으니)
깨끗해진 녀석을 순이가 다가가 냄새를 맡더니 금세 친한 척을 한다.
부비부비
톡톡
-냐아
-카앙?
-냐아앙
-캉!
서로 알아듣지도 못하면서 서로 바라보며 울더니 갑자기 동시에 나를 쳐다본다.
"뭐?왜?"
-냥
툭툭
순이 녀석이 툭툭 치는 발 앞에는 밥그릇이 놓여 있었다. 뭐야. 말이 통하는 건가? 개(?)랑 고양이랑 말이 통했던가?
"안 먹어도 기운이 넘쳐서 천년만년 살 수 있는 녀석이 꼬박꼬박 잘도 먹네."
궁시렁 거리면서 밥을 그릇에 담아 주었지만 순이는 가만히 있었다. 그러더니 몬스터를 한번 보곤 그릇을 녀석의 앞으로 툭툭 밀어준다.
-냐아~
-끼잉?
-냥!
순이와 그릇을 번갈아 보던 녀석이 허겁지겁 그릇으로 달려가 숨도 쉬지 않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호오"
-냐아!
나를 보며 우쭐하는 순이를 보며, 다행히 녀석이 적응하는데 꽤 도움이 될 것 같이 듬직해 보이긴 했다. 그래도 지가 첫째라고 동생도 챙기네.
"그나저나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 음."
"크기가 딱 우리 꼬마 조카랑 같으니까 넌 앞으로 꼬맹이다."
-낑?
"니 이름 꼬맹이라고"
-캉!!
"안 돼. 널 주워 올 때부터 너한테 결정권은 사라졌어. 넌 꼬맹이야"
-카앙~
이렇게 순조롭게(?)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집이 좀 좁겠는데 이제? 조만간 집을 옮겨야 겠네.
"두 달만 일단 참자 ."
어느새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학교도 다니면서 종종 게이트를 넘어가 주변을 살펴보고 꼬맹이 녀석과 순이 녀석이 기운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훈련시키고 이제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
순이는 기운을 자유롭게 사용했고 여러 가지 응용을 하고 있는 단계이고 꼬맹이 녀석은..
쾅! 쾅! 쐐에에엑
-크워우어워
한창 실전 중이다.
녀석은 코뿔소같은 머리에 덩치가 세배는 더 크고 가죽이 온통 금속으로 이루어진 몬스터와 싸우고 있다. 양손으로 검을 쥐고 있는데 그 검에는 잿빛 마나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뚫릴 때 까지 계속 움직이면서 한 곳만 계속 찔러!"
-캉!
몸의 마나를 순환 시키며 몸을 강화 시키고 신체능력이 올라간 녀석은 내게 배운 대로 스텝을 움직이며 몬스터의 신경을 분산시키며 검으로 계속 한 곳만 찔렀다.
-꾸어어엉
꼬맹이의 공격에 더는 버티지 못한 놈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 모션을 취하자 옆에 있던 순이 녀석이 순식간에 움직여 놈의 머리를 앞발로 내리쳤다.
츠츠츠츠 치이익..
놈의 머리가 깨끗하게 절단 되고 절단면에서 남은 전류가 살을 태우는 연기가 퍼져 나왔다.
"아직 멀었네."
끼잉..
"한 달 만에 이정도면 뭐 꽤 많이 발전했지 . 기죽지마 임마."
꼬맹이 녀석이 상대한 몬스터는 지난번 순이가 몰고 왔던 검은 오거와 비슷한 수준의 마나를 가진 놈이었다. 물론 애초에 종이 다른 녀석들이기 때문인데 전투력 자체는 오거가 더 강하겠지만 저놈은 방어력하나로 먹고 사는 놈이라 쉽게 죽지 않아 오거도 굳이 상대 하지 않는 나름 녀석이다.
"이거 가죽 뜯어다 팔면 꽤 돈이 될 것 같은데 ..흠... 아직 내다 팔긴 이르겠네."
-냥!
"니가 그거 먹는다고 뭐 좋아 진다고 꼬맹이한테 양보해 ."
-냐아~
"아이구 착해라"
-캉캉!
놈한테서 나온 마력덩어리, 마정석을 어느새 빼낸 순이가 내게 자랑하더니 이내 꼬맹이 녀석한테 양보한다. 순이처럼 그냥 내가 가진 정수를 먹일 수도 있지만 그런 편법으로 키우는 것보다 차근차근 한번 키워 보려고, 마나를 사용하는 길만 늘려주고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 지금은 사냥하며 마나를 사용하는 법을 익히고, 마정석을 이용해 마나를 모으고 있다. 순이 처럼 한 번에 강해지면 강해진 건 좋지만 키우는 맛이 없지. 보람이 없 달까? 애초에 순이는 그냥 고양이기도 했고... 그래도 한 달 동안 생사를 넘을 때도 있을 정도로 강하게 큰 녀석은 어느새 검에 마나를 불어 넣어 오러를 만들어 내기 까지 했다. 음.. 지금 능력자 등급으로 치면 A~S사이인데 S쪽에 가까운 상태라고 보면 된다.
"이제 이쪽 산맥 쪽은 거의 다 돌아 본 것 같은데 지난번 그 껌댕이는 안보이네 . 좋은 상대인데 ."
쓰담쓰담
-낑
녀석은 검을 쓰는데 꽤 좋은 자질을 가진 것 같다.저 작은 털 복숭이 손으로 야무지게 움직이는 걸 보면 내가 만들어 준 길이 많은 도움이 되었을지라도 그럼에도 성장 속도가 놀라울 정도니까.
"이제 당분간은 사냥보다 저 산맥을 일단 넘어 볼까"
-카앙~
-냥? 냐아아!
"왜 순이는 싫어?"
-냐아
"넌 그럼 집에서 놀아, 이제 뭐 그 정도 기운 다룰 줄 알면 돌아다니면서 연습 할 필요는 없으니까. 아무거나 건드리고 다니지 말고 . "
-냥~냥~냥~
부비부비
"그래그래 , 꼬맹아~ 우린 저기 한번 넘어가보자"
-캉!
"잠깐 여기서 기다려"
순이 녀석을 집에 데려다 놓고 게이트 안으로 다시 들어올 때 게이트 근처로 가 보니 게이트 안 밖으로 성이 완성되어 성 안 쪽으로 건물들이 건설되어가고 군대와 여러 능력자 단체들이 사방으로 몬스터사냥 혹은 정찰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그 주변을 둘러보다가 꼬맹이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제 조금만 더 있다가 공개적으로 활동해도 되겠어.
"가자~ 꼬맹아."
-캉~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려면 몇 년이 걸릴 까 ? 뭐 언젠가는 여기까지 오겠지만 그전까진 이 주변이나 더 깊숙한 곳에 집을 지어 쉴 곳을 만들어 두어도 될 것 같다. 한 일,이년 안에는 못 찾겠지.
여기저기 둘러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산맥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그리고 그 끝자락에 보이는 것은 정말 말 그대로 푸른 초원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걷기에 좀 멀겠지 ? 차라도 있으면 드라이브하기엔 딱 이겠는데. 오프로드로. 흠 나중에 한번 타봐야지."
-낑?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
-캉~
"음? 잠시만? 저기 뭐가 있는 것 같았는데"
나무들 사이로 작은 실루엣이 보였다가 이내 사라진다.
"낑?
"도망갔나? 자 ~ 가자"
.
.
.
집에 돌아온 나와 꼬맹이는 돌아다니면서 묻은 먼지와 꼬맹이가 흘린 땀을 날려버리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후루룹
“여기로 돌아와서 제일 좋은 게 음식이네. 그동안 왜 먹지도 않고 그렇게 미친 듯이 산건지.”
인스턴트 우동 한 그릇에 새삼 행복감이 밀려온다.
"게이트 넘어가서 제대로 집 한 채 지어 놔야겠네. 풍경 좋은 곳에서 가끔 라면 같은 것도 해먹고 ."
이 곳에서 먹는 것도 좋지만 거기서 먹는 맛도 색 다르겠지.
그나저나 아까 본 녀석은 몬스터 같지는 않았는데 별 생각 없이 그냥 놔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한번 잡아 볼 껄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 있는 모든 생물과의 만남은 색다른 자극을 주었고 재미가 있었다. 꼬맹이 녀석을 키워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 중 하나이기도 하고 너무 치열하게 살아 봐서인가 이렇게 느긋하게 소소한 재미는 내가 그 미친 삶에서 빠져나온 뒤의 낙이 되어있었다.
“뭐, 돌아 다니다보면 다시 보겠지. 그 주변에서 사는 놈일 테니까. 신수였으면 좋겠는데? 여기, 신수는 어떻게 생겼을까? 순아?”
텁!
-냥!냥 (놓아라! 집사!)
파바바박!
순이의 찹쌀떡 같은 볼은 중독성이 넘친다.
쭉~ 쭈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