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화-새로운 게이트 #
5화
저쪽 세계에 흥미가 더 생긴다. 두 달 동안은 학교나 다닐 생각 이었는데... 종종 한 번씩 들려야겠어. 이 녀석 훈련도 시킬 겸.
-냥?
"먹어먹어 ~ 많이 먹어~ "
꿀꺽 꿀꺽
한번 미친놈은 여전히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 와서 예전처럼 평범하게 지내고는 있지만 그저 정상처럼 보일 뿐이다. 내용물의 본질은 이미 괴물이니까. 아직 그 치열 했던 삶이 아쉬운 걸 보면 말이지. 아쉽다. 이제 더는 괴물들이 존재했던 세계가 없다는 것은...
이제 여기서 나름의 재미를 찾아야겠지. 역설적이게도 이런 느긋한 생활도 만족스러우니까. 그 세상의 인간들이 있다면 강했으면 좋겠어.
아! 엘프 녀석들도 언제 한번 살펴봐야겠어. 고향에서 벗어난 이유가 뭘까? 다시 고향을 찾은 녀석들이 어떤 행동할지 궁금하기도 하니까.
-냐?
갸웃
집사의 기분이 왔다 갔다 하는 걸 느낀 고양이는 4일 만에 변해서 돌아 온 집사 놈이 정상은 아니라는 걸 느꼈지만 이내 관심을 끊었다. 그전에도 그다지 멀쩡하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고..
밥을 먹다 나를 보고는 다시 밥을 먹는 녀석에게서 뭔가 찜찜한 기분을 느꼈지만 저 놈의 태평함에 한숨이 나왔다. 자기가 가진 기운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네. 얼씨구. 허공에 갑자기 왜 앞발을 휘두르는 거야?
"쯧쯧"
-냐?
저번에 봤던 그 시커먼 놈쯤은 솜방망이 펀치 한방이면 날려 보낼 건데.
그러고 보면 예전에도 한번 뭔가를 키워 봤던 경험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예상외로 잊어버린 기억이 꽤 존재하는 건가? 돌아오게 된 건 다행이지만 이런 느낌이 내가 그동안 삼켰던 괴물들의 마지막 발악이라고 생각 하면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든다. 사실 뭐 그냥 내가 잊어버린 것 뿐 이겠지만.
.
.
.
3일 후
>등록증<
드디어 등록증이 나왔다. 따로 심사는 없고 바로 나온 걸 보면 그 엘프 심사관의 어지간히 귀찮았나보다. 나야 뭐 번거로움 없이 좋았다.
등록증이 나왔다는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자, 지난번에 못 봤던 동생이 곧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야! 그거 진짜야? 진짜? 등급은 ? "
"야? 야아? 야아아아? 용돈이 궁하지 않은 가 보지 ? 이제 쓸데도 더 많아 질 텐데?"
"헹 .그래 봤자 시험치고 해서 취업 하는데 유리한 거지 아직 취업 된 거 아니잖아 ?"
"전투 등급 B 원하는 즉시 스톨로지 관리관 5급 지원 가능. 대기업 소속 능력자과에 지원하면 얼마 받는지는 알지?"
"오빠 아니 오빠님 ."
"새로 게이트도 열려서 능력자들 우대 한다는데. 니가 그렇게 자립심이 넘치는 줄 몰랐네."
"아니..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
"망언이지. 전화는 왜 했어."
"아 ! 나중에 등록증 찍어서 보내줘~? 애들한테 자랑 해야지."
"싫어 "
"왜에~ 못난 얼굴은 가려 줄게"
"끊는다."
“잠깐만!! 근데 오빠 새로 생긴 게이트 들어 갈 건 아니지? 요즘 거기 들어 갈 능력자들 정부에서 모으고 있다는데.”
"생각 중이다."
"안 돼! 미쳤어? 거기에 괴물들도 산 다잖아. 스톨로지에서랑은 비교도 안 된대. 그냥 스톨로지 관리관 준비하던 거나 마저 해서 거기 들어가"
"웬 일이냐 내 걱정도 해주고"
"그래야 안정적으로 용돈이... 아니 그게 아니고 암튼 엄빠도 말은 안 해도 걱정스런 눈치였으니까 새로운 게이트는 들어 갈 생각도 하지 마."
"그래그래. 그리고 아무리 전투등급이 높아도 초짜를 탐사도 안 된 곳에 데려가진 않아. 걱정마라"
"알았어. 그리고 진짜 나 용돈 줄 거지?"
"끊는다."
"아 진짜 ㄴ ㅏ...."
뚝!
어차피 괜히 가족들 걱정에 끼칠 일은 당분간 할 생각이 없긴 했다. 그냥 몰래 왔다 갔다 하면 그만이지.
일단 능력자 사이트에 들어가 여러 가지 정보를 탐색했다. 우리나라의 S급 능력자만 해도 정부, 세계연맹, 그리고 엘프들의 제자로 불리는 한명까지 해서 총 3명이었다. A급도 다수 존재하고 그들 대부분 대형 길드를 이끌고 있다. 세계에서도 수준급인 라인업이었다.
연맹 소속 능력자의 경우 우리나라에 있는 시간 보다 스톨로지 내부에서 다른 나라들과의 분쟁에 참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 협정이 끝이나 국내에서 휴식 중인 걸로 알려져 있다.
이번 게이트 내에는 등급외의 세계수와 비등한 강한 존재는 물론 기존 스톨로지의 몬스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종류의 다양한 몬스터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몬스터의 등급이 재조정 된다고 한다.
이런 사소한 변화는 있지만 어쨌든 여전히 능력자는 고수입 특수직업의 위치를 더욱 확고해 질 것이라고 예상된다. 스톨로지에서 나오는 자원만 해도 이미 천문학적인데 새로 열린 게이트는 아예 게이트를 둔 새로운 인류와의 무역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심심하니 한 번 놀러가 가봐야겠어...
.
.
.
게이트 내부
“자 이제 기운 풀어 줄 테니까 마음대로 기운을 움직여봐. 니 방식으로.”
-냐아?
화르르르 츠츠츠츠츠
말이 끝이 나자마자 순이의 몸에 푸른 불꽃과 노란 전기가 휘감는다. 기운을 마구 풀어버린 채로 순이가 날 뛴 공간은 그야말로 핵 맞은 자리처럼 초토화가 되었다.
"... 멀리 와서 다행이네 "
주변에 아까 정말 산만한 이족보행 몬스터 하나가 여기를 영역으로 삼고 있었던 것 같은데...보이질 않네.?
실컷 날 뛴 녀석은 어느새 내 곁으로 다가와 픽 쓰러 졌다.
"기운은 쓰는 건 잘 하네. 몸이 적응 되려면 좀 걸리겠지만."
그런 녀석을 품에 안고 기운을 안정화 시켜주고 난장판인 주변을 텅 빈 공터로 잘 다듬어 놓고 주변을 구경하러 걸음을 옮겼다. 한참을 걸어가다 희미하게 느껴지는 기운의 충돌을 느끼고 그쪽으로 걸음을 바꿔 걸어 가봤다. 이미 싸움이 끝이 난 후인지 그 장소에는 선명한 피 비린내가 진동을 했다.
-끼잉 끼잉
가까이서 작게 들려오는 작은 동물의 신음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작은 강아지의 얼굴에 이제 두발로 걸을 정도의 아이 크기의 몸을 가진 녀석이 한쪽 구석이 숨어 떨고 있다가 나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때, 내 뒤에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진한 날 것의 냄새와 고약한 노린내가 훅 풍겨왔다.
-크르르르르
고개를 돌려 보니 3~4미터는 되는 덩치의 곰처럼 생긴 두 발로 선 몬스터가 나를 보며 이를 드러냈다.
"지금 나 보고 웃은 거냐?"
-크릉!
"뭐야? 말을 알아들은 건가? 아~ 이 녀석 때문인가?"
돌아선 내 품에 안겨있는 순이의 모습에 눈이 고정된 녀석은 순이의 강한 기운에 섣불리 다가오지 못했다. 잠시 눈치를 보던 녀석이 품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판사판으로 곧장 내게 달려들었다. 흠...
-크와아악!!
움찔!
그 소리에 뒤에 있는 작은 몬스터의 움직임이 느껴질 찰나에 다가온 곰탱이가 커다란 발을 내게 휘둘러 왔다.
퍼억!
그러나 휘두른 속도보다 빠르게 왔던 방향으로 튕겨 나갔다.
-꾸워어억
"곰탱이가 뭔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는 거야"
손을 휘두른 순간 동시에 함께 날라 가는 녀석의 잔상을 따라 비명이 따라 가다 ‘쿵’하는 놈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도 사라졌다.
......
벌벌벌
그 모습을 본 작은 몬스터는 전보다 훨씬 큰 떨림으로 나를 바라봤다.
잠시 나를 마주 보던 녀석은 내게서 그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했지만, 적대감은 없다고 판단한 건지 이미 그의 강함에 삶을 포기 한 건지 몸을 떨면서도 내게 다가 왔다.
-끼이끼잉
내게 다가온 저 녀석은 내 바지 자락을 털로 복슬복슬한 작은 손으로 붙잡고 잡아당긴다. 녀석이 당기는 방향대로 따라가니 아까 그놈과 전투의 흔적이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그 중심에 10여 개체의 이 작은 몬스터의 모습과 닮았지만 크기가 2미터는 되는 시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었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시체 중 하나로 다가간 녀석이 시체가 쥐고 있는 검을 손에서 떼어 내어 내게로 들고 왔다.
"뭐야? 날 주는 건가?"
-낑
녀석이 주는 검은 받아 살펴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검처럼 군데군데 녹이 쓸어 있었지만 여전히 시퍼런 검의 날과 검 자루에 새겨진 늑대문양이 눈에 들어 왔다.
"... 난 필요 없다 너 해"
-낑낑
받은 검을 다시 돌려줬지만 녀석은 낑낑 거리며 완강히 거부했다.
"쯧."
다시 검을 손에 쥐고 녹이나 없애 볼까 해서 마나를 주입했다.
그러자 검이 진동을 하며 여기저기 묻어있던 녹이 떨어져 나가며 원래의 모습이었을 광택이 나는 날이 시퍼렇게 선 날카롭고 단단한 검으로 변했다.
"재료도 재료고 봉인 걸린 검이네? 이런 검이 일개 하위 몬스터의 손에 있다라? 분명 사람 손을 탄 검 같은데 말이지?"
"이거 어디서 났어?"
-낑?
"네가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지...."
봉인을 푼 검은 내 기운을 넣어 검의 표면을 얇게 코팅하기 시작했다.
팅~
손으로 검 날을 튕겨 보니 아까와 달리 강한 반탄력이 느껴졌다.
"재료는 좋은데 뭐 특별한 건 따로 없고 그냥 좋은 재료만 썼었나 보네 ."
그나저나 이런 검 따위와 비교도 되지 않는 검은 이미 산보다 높이 쌓인 만큼 박살내 봤는데...저 조그만 녀석이 내게 이걸 주는 이유가 뭐야?
"뭐 이거 먹고 살려 달라는 건가?"
-끼잉?
"됐어 임마 이거 가지고 니 몸이나 지켜"
-깡!
"응?"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검을 다시 녀석에게 돌려주는데 갑자기 녀석이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더니 검을 두 손으로 받으면서 내게 절을 한다.
"뭐...? 뭐야"
무슨 의식하듯이 녀석이 경건하게 했지만 녀석의 모습은 그냥 강아지가 재롱떠는 것처럼 보였다. 뭐 물론 귀엽긴 했지만.
-캉!캉!
"뭐라는 거야 "
절을 한 녀석은 고개를 들고 나를 똘망 똘망 쳐다보았다.
초롱초롱
음....
"하...일단 주변을 좀 정리 하고 보자고 "
여기저기 있는 시체를 한 곳으로 모으고 그대로 땅을 파 묻었다.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던 녀석은 점점 더 초롱초롱해서 끝이나 갈 때쯤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정도에 꼬리는 모터 달린 듯 사방으로 파닥파닥 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