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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같은 몬스터마스터-2화 (3/295)

# 2화-돌아옴 #

2화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어느새 해가 지고 고양이의 몸은 점점 윤이 나며 늙은 노묘의 모습에서 뽀송뽀송한 과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움찔... 꿈~벅...

-냐아아~

나른한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이어지고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난 녀석이 두리번두리번 무언가  찾는 듯 하다가 곧 장 내 품으로 쏙 들어와 몸을 부빈다. 아까의 서운함은 벌써 잊은 듯이.

그르릉 그르릉

"몸이 애기가 되니 애기 때 하던 애교를 다 부리네."

그렇게 나와 고양이 순이가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비로소 돌아 온 것에 대한 낯설음을 훌훌 털어버리고 익숙함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다음날

얼마만의 깊은 잠인지 일어나 보니 어느새 해가 하늘 위에서 내리쬐고 있었다. 어제, 낯설음을 털어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청바지와 간단한 티셔츠를 입으니 다시 어색함을 입어 버렸다. 순이를 이동장에 넣어 문을 나서며 한걸음 한걸음 어색함을 털고 버스를 타서 자리에 앉았다.

옆자리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이동장 안에서 말똥말똥 바깥을 구경하는 순이를 보며 눈을 못 떼다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하더니 이내

"저기 고양이 잠시만 봐도 될까요 ?"

"너무 귀여워요 ."

"우아아 눈 봐, 완전 보석이다 그거 뭐지, 블루 다이아인가? 사파이언가."

"얘는 무슨 종이예요?"

"음... 그냥 길에서 주운 아이예요. 목줄 해놨으니까 열어서 살살 쓰다듬어 줘도 되요. 사람을 워낙 좋아 해서."

"와~! 진짜요 ? 그래도 되요 ?"

그의 실수였다. 오랜만의 말이 통하는 사람과의 대화에 잠시 기분이 붕 떴었나 보다. 쉴 틈 없이 재잘거리는 학생들에게 잠시 정신을 놓고 있다가

"털봐, 이게 무슨 색이지? 하늘색? 파스텔 톤?"

"고롱고롱 거린다."

"기분 좋은가봐."

"진짜 애교쟁이야! 귀여워."

"나 이런 고양이 첨 봐."

...

"저기 이제 내려야 되어서요."

"아 네 .."

"으아아, 진짜 귀여웠어요."

"감사했습니다."

결국 두 정거장 먼저 내려버렸다.

평범하게 반응한다고 했지만 사실 옆자리에 살아있는 존재가 있는 게 얼마 만인지 이런 평화로운 상황이 아직은 어색했다. 일찍 내리며 천천히 집에 걸어가면서 걱정을 하다 보니 금방 가족들이 사는 집에 도착했다. 집 앞에서 호흡을 한번 가다듬고...

"저 왔어요."

"쌈쭌~!"

"왔니?"

"우리는 부부동반 모임 있어서 이제 나 갈려고 했는데 딱 맞춰서 잘 왔네."

"슬이 좀 잘 돌보고 밥은 해놨으니까 저녁까지 잘 먹이고 우린 내일 오니까 잘 지내고 있어."

"응 알았어요. 누나는요?"

"아침부터 부산떨더니 아까 나갔어."

"우리도 이제 간다. 아 명하는 신입생 MT인가 가서 내일 올 거야."

"응 조심해서 다녀와요."

"그래 집 잘 봐~"

걱정했던 부모님과의 재회는 너무 싱겁게 끝이 났다.

나에게는 오랜 시간 떨어져 있어 어색할 것 같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편하게 다가오는 느낌에 새삼 가족이라는 것이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부모님과의 만남에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

"삼쭌! 꼬냥이!"

"음? 아 잠깐만"

4살은 되었을까 아직 어린 조카의 관심이 온통 고양이에 가 있는 모습에 감정을 잠시 털어 버리고 이동장의 입구를 열어 순이를 풀어 주었다.

잠시 새로운 환경에 어리둥절 두리번거리다 오랜만에 보는 어린 조카를 보곤 반갑다는 듯 머리를 품에 부비며 인사를 건넨다.

"우오오오"

-냐아

"꼬냥이! 뽀실뽀실해."

아이와 고양이가 만나니 그 순수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슬이 밥은 먹었어?"

"응. 아니. 응."

슬이의 관심은 온통 순이에게 가 있었다.

"순이는 아직 밥 안 먹어서 배가 너무 고프대."

"꼬냥이 배고파? 빱먹자! 나도 머글래 .같이 머거."

순순히 순이와 밥을 먹고, 아이와 놀게 놓아두니 다행히 귀찮음 하나 없이 아이와 잘 놀아주는 순이 덕분에 소파에 앉아 쉬면서 TV를 보던 차에 갑자기 뉴스 속보가 떴다.

>>네, 이곳은 새로운 게이트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지금 보시는 저 게이트는 15년 전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 온 스톨로지의 게이트 보다 훨씬 큰 규모를 보이고 있는데요, 세계 곳곳에 나타난 이 게이트는 스톨로지의 게이트보다 크고 많은 장소에 생겨났습니다. 현재 정부는 사태파악에 힘쓰며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여 근처 시민들의 대비 시키며 접근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스톨로지 게이트의 개방일 때 중국은 물론 여러 나라들이 몬스터의 공격을 받았었고, 다른 이유이지만 북한은 멸망의 길을 걸었는데요, 지금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곳에도 보이는 이 게이트는 다시 우리에게 미지에 대한 불안감을 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올바른 판단과 대처로 국민들의 불안을 잠재워 주기를 바랍니다.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를... [email protected]$#@%! "

"삼쭌,  자?"

"아니 왜 졸려?"

"아니 안 졸려 ! 꼬쑨이랑 놀 거야. 근데 삼쭌."

"왜?"

"순이한테서 좋은 냄새 나 막 기분 좋아지는."

"음 ? 그래 ? 기분이 막 좋아져?"

"응응 좋아!"

마나 친화력이 좋은가 보네, 순이에게서 나는 마나 향을 맡을 정도면 꽤? 아무나 맡지 못 할 마나를 흡수 했는데 말이지. 그게 마나를 다루지도 못할 아이라면 더더욱...

냄새가 좋다면서 코를 박고 킁킁 거리던 아이가 잠에 빠져들고 순이는 아이를 따뜻하게 품어 준다.

저 정도 친화력이면 굳이 조기교육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깨우치겠네.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날이 녀석의 사춘기라면 꽤 볼만 하겠어. 물론 누나에겐 전쟁의 시작이겠지만.

"길만 만들어 놓아 줄까나. "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이 잠시 빛이 난다. 빛은 아이의 몸으로 ‘스륵’ 스며들었다.

"으차."

낮잠에 빠진 아이를 침실에 눕혀 놓고 나와 다시 소파에 앉았다. 폰을 보며 채팅 목록, 연락처 등등을 살펴 보다 이내 흥미를 잃는다. 굳이 살던 대로 평범하게 살 필요는 없지. 그렇다고 귀찮게 깽판치며 살 생각은 없으니 능력자등록하고 저 게이트나 한번 살펴볼까?

.

.

배고픔에 칭얼대는 낮잠에서 깬 아이의 보챔에 집에 있던 저녁밥을 챙겨 주었다.  한참 맛있게 밥을 먹던 아이가

"삼쭌은 배 안고파?"

"어?"

그러고 보니 입으로 무언가 섭취한 적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먹어야지."

찬장의 라면을 꺼내 작은 냄비 하나에 끓여 본다. 보글보글 끓는 라면의 냄새에 이끌려 한 젓가락 집어 먹자 잊고 있었던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삼쭌! 안 뜨거?."

후루룩

"괜찮은데?"

"입에서 연기나! 삼쭌!"

자신을 걱정, 신기해하는 조카의 모습에 불을 끄고 냄비를 식탁에 옮겼다.

"어? 냄비가 막 날아 다녀 삼쭌!"

"그래그래."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삼쭌이 그런 거야? 삼쭌 마법사야? 막 불도 만들고 할 수 있어?"

"그럼~, 불도 만들고 물도 만들고 다 하지"

일상에서 볼 수 없는 광경에 신이 난 조카의 재잘거림에 대답하며 라면을 먹으려 할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한 여자가 안으로 들어 왔다.

"엄마~!"

"아이구 우리 딸! 잘 놀고 있었어? "

"응응 ,쑨이랑~ 이러쿵 저러쿵."

"어머나 꼬순이도 왔네? 언제 이렇게 예뻐졌대? 고양이는 나이를 먹어도 귀엽구나...부러운 녀석!"

-냥!

오랜만에 보는 여인에 반가움을 표하는 고양이 , 그리고 겨우 아침부터 한나절도 안 지났건만 격하게 반가움을 표하는 딸과의 상봉을 마치고 나서야 나를 보았다.

"그거 라면이야?"

정확히는 내 앞의 라면이었나 보다

"나 한 젓가락만. 으~ 밥 먹다 체할 까봐 먹지도 못하고 그냥 왔어, 재수 없는 것들."

"어디 갔다 왔는데?."

"엄마 그거 뜨거..."

"대학 동기 모임!. 후룩~ 켁!  아뜨뜨!."

"..운데..".

"무!무물 빠리!."

"여기."

"흐아 왜 이렇게 뜨거워."

"뜨겁게 끓였으니까."

"찬물 좀 더 줘봐."

"여기"

두둥실

쪼로로록

쩌저적

"어?"

"이.. 이.. 이거 뭐야?"

"니가 그런 거야?"

"응"

"엄마 삼쭌 막 냄비도 날아다니게 하고 막 그래 !"

"너 능력사용자 된 거야 ?"

"그런가봐?"

"언제?"

"4일전?"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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