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97화 (197/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97 >

박규태의 골로 3 대 1로 앞서나가는 대한민국.

하지만 후반전 38분에 포르투갈의 집념의 골이 터지면서 한 점 차이까지 점수가 따라붙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시간이 없었을 뿐.

그리고 파비오 실바가 엉망이었다는 것도.

-경기가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8강에 진출합니다! 원정 첫 8강 진출에 성공하는 대한민국입니다! 대단합니다!

-3 대 2라는 아슬아슬한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두는 대한민국입니다!

-마지막 골은 대단했죠?

3 대 2로 끝난 경기.

이탈리아 현지 관중들은 그저 야유만 내뱉었다.

박규태가 마지막에 넣었던 골 때문에 야유의 크기는 더 컸지만, 대한민국의 선수단은 오히려 뭔가 알 수 없는 기세가 올라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2002년을 떠올리게 만든 박규태의 세리머니가 선수단에도 작은 영향을 끼친 것 같았다.

‘좋아……. 이제 딱 1승만 남았다.’

8강 진출에 성공한 박규태가 환하게 웃었다.

선수들도 표정이 상당히 밝았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의외로 박규태가 아니라 포르투갈의 수비진과 많은 볼 경합을 벌이며 공격진이 파고들 공간을 만들었던 한정훈에게 돌아갔다.

박규태는 굳은 표정으로 어버버 인터뷰하는 것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라커룸으로 향했다.

2002년 4강 신화를 딱 1경기만 이기면 2030년에 재현할 수 있었다.

“이제 딱 1승 남았다.”

* * *

[대한민국 원정 첫 8강 진출 성공!]

[어게인 2002? 놀라운 성과에 서울이 요동쳤다!]

[3 대 2 짜릿한 승리! 대한민국은 강하다!]

[2002년이 떠오른 박규태의 반지 세리머니!]

[이탈리아전에서 보여준 안지환의 반지 세리머니가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다시 등장했다!]

[포르투갈이 이상하다? 경기가 끝난 뒤에 말싸움을 한 파비오 실바와 곤살루 게드스!]

[박규태, ‘이탈리아 관중들이 내뱉는 인종차별적 발언이 사방에서 들렸다.’]

[이탈리아 언론, ‘노골적인 인종차별 욕설이 들렸다. 영광스러운 월드컵이 아니었다.’]

[세계의 질타가 쏟아지는 이탈리아 월드컵! 뻔뻔한 이탈리아 축구협회는 묵묵부답.]

[FIFA 관계자,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아마도 직설적인 인종차별 발언을 내뱉은 이탈리아 관중들은 그에 따른 큰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8강전 상대는 크로아티아!]

[다음 상대는 2018 월드컵 준우승팀인 크로아티아!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어휴……. 유벤투스부터 시작해서 그냥 이탈리아는 조금 극혐이다.

-주작투스가 있는 나라가 그렇짘ㅋㅋ

-포르투갈은 팀이 개판났넼ㅋㅋㅋ 파비오 실바 빨던 호동생들 없지?

-10년 전에 사라진 호동생들 찾아봤자 뭐함?

-캬! 밤에 환호성으로 우리 동네가 진동하더라! 옛날 2002년에 느껴봤던 감동이다.

-윽……. 아재였네? 2002년? 도대체 언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임? 극혐!

-ㅠㅠㅠ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데 너무 뭐라고 하지 마라. ㅠㅠㅠㅠㅠ

-캬! 박규태가 마지막에 골 넣는 순간에 아파트 전체가 울리더랔ㅋㅋㅋㅋ

-이번 16강부터 서울시청에서 응원하던데 열기가 장난이 아니더라;;

-팀에 월클이 2명이나 되니 되게 경기 수준이 높다;; 이게 우리나라 축가 맞냐?

-다음 상대 누구임?

-크로아티아임.

-거기 누구 유명한 선수 있냐?

-케빈 블라시치랑 요시프 브레칼로가 있지. 근데 다 노장이라서……. 딱히?

-확실히 뭔가 특출난 선수는 없지.

-그래도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우리나라보다는 전체적인 능력이 다 좋을걸?

-ㅇㅇ 우리는 너무 잘하는 선수만 잘함. 공격에는 이강민, 김치팍이 없으면 부족하고, 수비진도 김한솔이랑 곽진수 없으면 솔직히 유럽팀 상대도 못 함.

-원정 첫 4강까지 갈 수 있을까?

-모르겠음. 내 생각에는 부상이 변수인 것 같은데……. 다행히 아직 큰 부상은 없음.

-주전들의 체력이 걱정이지; 아마 이번 8강이 가장 큰 고비가 될 것 같음.

-박규태랑 몇몇 주전들 빼고는 전원 로테이션을 돌린다고 하던데……. 솔직히 좀 걱정되네;

-그걸 믿냐? 인터뷰로 심리전 시작한 거지. 아마 교체해봤자 체력 소모가 심했던 측면 자원만 교체할걸? 절대 이강민이랑 박규태는 못 뺌.

16강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요즘 국민들은 월드컵에서 승승장구하는 축구대표팀을 보며 큰 기대를 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이탈리아와 시차 덕분에 조금 늦은 저녁 시간대에 대표팀의 경기를 중계해 주어서 각종 외식업계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수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덕분에 선수들은 평소와 다르게 뭔가 조금 붕 뜬 기분을 느끼며 훈련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진짜 8강까지 올라오다니…….”

“여기까지 올라온 것도 대단하지.”

“진짜…… 우리도 많이 발전했다. 그렇지?”

“4강까지 갈 수 있을까?”

“모르지.”

박규태는 그런 선수단을 보며 강하게 꾸짖었다.

“꾸짖을 갈!”

“선배님?”

“이제 겨우 8강이다. 그런데 여기에 만족하고 포기할 생각은 아니겠지?”

“그건…….”

“축구에 목숨을 걸어라.”

박규태가 굳건한 눈빛으로 선수단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이제 광기가 가득했다.

“1승에 목숨을 걸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제 딱 1승만 할 수 있다면 살 수 있었으니까.

“고작 8강에서 만족할 생각이야?”

“아닙니다!”

“좋아……. 공약을 하나 걸지.”

“네? 무슨 공약이요?”

“대한민국이 결승전까지 올라가면 선수단 전원에게 차를 선물할게.”

“네? 차요?”

“그래, 개인당 2억 원 이하로 원하는 차를 한 대씩 사줄게. 어때? 의욕이 생기지 않아?”

“2억 원…….”

“와…….”

그제야 붕 뜬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다. 박규태는 그것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좋아! 이제 멋진 드림카를 얻고 싶으면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까?”

“야! 더 빡세게 뛰어!”

“2억이야! 2억!”

“달려! 달려!”

흐트러졌던 분위기가 조금 살아났다. 이강민은 그런 선수단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우리가 결승까지 갈 수 있을까?”

“선배님……. 꼭 갈 겁니다.”

박규태의 말에 이강민이 씩 웃었다.

“그래, 나도 갔으면 좋겠다.”

* * *

-대단합니다! 대한민국이 크로아티아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있습니다!

-박규태 선수와 곽진수 선수를 제외하면 풀 로테이션을 돌리는 선택을 했는데……. 경기력이 나쁘지 않습니다. 후반전에 김한솔 선수와 정우현 선수가 투입됩니다!

-측면을 틀어막겠다는 뜻이거든요? 1점 차의 리드를 후반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지킬 생각입니다!

-대단합니다! 대한민국 강합니다!

1 대 0으로 앞서나가는 대한민국.

4강 진출까지 남은 시간은 4분.

박규태는 후방에서 빌드업을 못하게 강한 압박으로 크로아티아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딱 4분만 버티면 4강 진출입니다! 대한민국! 조금만 더 버티면 됩니다!

-이어지는 크로아티아의 공격!

-이제는 박규태 선수가 아예 수비진까지 내려와서 상대를 압박합니다.

박규태가 이를 꽉 물었다.

‘꼭 이긴다!’

목숨이 걸린 경기였다.

당연히 악착같이 뛸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박규태는 초조한 표정으로 주심을 바라봤다.

그리고 남은 1분까지 모두 흐른 뒤에 주심이 자신이 물고 있는 휘슬을 크게 불었다.

삐익! 삐이이익! 삐이이이이익!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4강 신화를 다시 씁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이겼습니다아아아아! 오늘 경기의 결스으으응고오올을 넣은 김경일 선수에게 달려가는 박규태 선수입니다! 정말 기쁜 것 같습니다!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대한민국이 1 대 0으로 크로아티아를 잡으며 4강에 진출했습니다!

원정 첫 4강 진출.

그리고 2002년 신화의 재림.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그 누구보다 크게 기뻐하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박규태는 울고 있었다.

‘드디어……. 지긋지긋한 굴레에서 벗어났다.’

눈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들처럼 살 수 있으니까.

동시에 탈력감을 느꼈다.

“후우…….”

계속해서 달릴 목표를 이뤘기에 느껴지는 작은 아쉬움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아직 박규태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4강까지 왔는데……. 결승까지 가봐야지.”

이제 딱 1승만 더하면 대한민국은 2002년에도 이룩하지 못했던 아시아 최초 타이틀이 붙는다.

결승에서 또 1승을 가져온다면 아시아 최초 월드컵 우승 타이틀을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인터뷰도 다 끝났다.

호텔에 들어선 박규태는 얼굴을 찌푸렸다.

뭔가 불길했다.

지금쯤이면 뭔가 알림음이라도 들려야 했다. ‘두 유 노 클럽 플레이어’가 원하는 것을 이룩했으니까.

그런데 이상하게 조용했다.

“뭐야?”

그때 들려오는 꺼림칙한 알림음.

-띠링!

박규태는 급히 홀로그램을 열었다. 그리고 허탈함과 동시에 큰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VTS가 당신의 활약에 감명을 받아서 SNS에 응원을 남겼습니다.

-휴식기에 들어갔던 VTS가 다시 활동합니다.

-큰 활약을 펼치고 있는 당신과 국가대표팀을 위해서 월드컵 응원가를 발표했습니다.

-‘두 유 노 랭킹’에 큰 변화가 생깁니다.

-VTS가 1위를 유지합니다.

-목표가 바뀌었습니다.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하십시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부르르 몸을 떤 박규태.

그가 분노로 가득 찬 표정으로 홀로그램을 보면서 이제 절규하기 시작했다.

“왜! 왜! 왜! 왜! 왜!”

왜 갑자기 다시 활동하는가?

박규태는 이해할 수 없었다.

“햄보칼 수 없어! 꽈찌쭈! 꽈찌쭈! VTS가 왜 지금 활동을 다시 시작하는 거지? 으아아아아아! 왜! 왜! 왜! 4강까지 올라왔잖아! 망할 자식들아!”

그의 분노는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허탈한 표정으로 침대에 주저앉은 박규태.

그가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불합리한 쓰레기 같은 시스템.”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다.

“그래, 어차피 결승까지 갈 생각이었어. 이 망할 국뽕 시스템이 염병을 떨지 않아도 말이야.”

그의 눈은 평소보다 더욱 광기에 물들었다.

“그렇게 국뽕을 찾는다면……. 진짜 국뽕이 뭔지 보여주지! 내가 못할 것 같아?”

박규태가 실성한 것처럼 웃었다.

* * *

[대한민국 원정 첫 4강 진출!]

[어게인 2002!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새로운 역사를 다시 만들었다!]

[이강민, ‘아직 경기는 남아 있다. 우리는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자격이 있는 팀이다.’]

[뱅상 엘라즈 감독, ‘만족스러운 경기였다. 김경일을 투입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크로아티아 감독, ‘완벽한 패배였다. 대한민국의 단단한 수비를 뚫을 수 없었다.’]

[환호성으로 물든 서울시청 앞 광장!]

[김경일, ‘정말 행복하다. 4강 진출에 크게 만족한다.’]

[휴식기에 들어갔던 VTS의 갑작스러운 복귀!]

[VTS의 월드컵 응원가?]

[월드컵 효과? VTS 음원 순위 1위 달성!]

-주모오오오오오오오오!

-진짜……. 4강에 진출한 거야? 진짜?

-와……. 지난 월드컵이랑 수준이 다르더라. 선수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랐음.

-세대교체가 제대로 이루어졌음.

-로테이션 급 선수들도 실력은 떨어져도 진짜 악착같이 뛰더라……. 감동함.

-진짜 이런 성적을 얻을 자격이 있었음.

-이번 VTS 노래 좋더라;;

-월드컵 응원가로 차트 1위? 진짜 월드컵 뽕이 그만큼 대단하긴 하네;

-캬! 4강에 취한다!

-다시 4강이라니……. 진짜 감격스럽다.

-진짜 ㅠㅠㅠㅠ 대단하다.

-일뽕즐 침모오오오올

4강에 취한 대한민국.

뱅상 엘라즈 감독은 물론이고 이강민을 비롯한 선수단과 국민들도 즐거워했다.

2002년의 신화를 다시 썼으니까.

모두가 기뻐했다.

동시에 만족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4강이면 만족할 기록이다.

-더는 힘들겠지.

하지만 한 선수의 인터뷰가 4강에 만족하던 대한민국에 울려 퍼졌다.

그의 인터뷰는 단호했다.

모두가 기분 좋은 섬뜩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박규태가 단독 인터뷰에서 내뱉은 말이 4강에 취했던 모두를 일깨웠다.

“나는…… 배고픕니다.”

2002년 대한민국을 4강까지 이끌었던 네덜란드 출신의 명감독이 내뱉었던 명언이었다.

그의 눈은 광기 이상의 무언인가가 담겨 있었다.

박규태가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나는 아직 배고픕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97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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