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93 >
[레알 마드리드! 트레블 달성!]
[챔피언스리그 결승! 레알 마드리드 6 대 3 승리!]
[맨유를 꺾고 ‘빅 이어’를 들어 올린 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의외로 관심은 빠르게 식었다.
레알 마드리드도 차 퍼레이드가 끝나기 무섭게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이제 이탈리아로 향했다.
[2030 이탈리아 월드컵! 개막전은 6월 13일!]
[개막전은 이탈리아 vs 모로코!]
[대한민국 6월 1일에 이탈리아와 친선경기!]
“원래라면 2030 지중해 월드컵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나라 간의 사정이 생겨서 결국에는 이탈리아 홀로 월드컵을 개최한다고 했더라.”
이강민의 말에 박규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일찍이 대표팀에 합류한 박규태는 6월 1일에 있는 이탈리아와 친선경기에 출전해서 2골을 몰아넣었다.
하지만 수비진이 흔들리며 대한민국은 이탈리아를 상대로 5 대 3으로 패배했다.
경기력은 만족스러웠다.
수비진도 주전이 아닌 백업이 출전했기에 이탈리아를 상대로 크게 흔들릴 것도 예상은 했다.
그렇기에 패배를 했음에도 대표팀의 내부 분위기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이번 세대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야. 대표팀 주전이 모두 유럽 4대 리그 소속인 시기가 또 있을까? 거기다 주전 수비진의 수준도 역대 최고라고 볼 수 있고.’
지금의 대한민국 베스트 11이 유럽의 여러 팀과 비교해서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문제는 주전과 백업의 수준 차이.
유럽 4대 리그 소속팀 출신인 주전과 K리그 출신 백업들의 수준 차이가 상당했다.
이건 분명히 대한민국의 4강 진출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의 선수단이라면…….’
운이 조금 따라준다면 정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개막전이 시작되었다.
시작은 이탈리아와 모로코의 경기였다.
당연히 승자는 이탈리아였다.
에드워드 바이반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킨 이탈리아가 1 대 0으로 기분 좋은 첫 승을 거두었다.
이번 시즌에 가장 큰 우승 후보라고 불리는 잉글랜드는 뉴질랜드를 상대로 3 대 0 승리를 거두었다.
루이스 너츠와 라두 웅구레아누는 물론이고 인테르의 필 포든과 울브스의 제임스 티저드까지 선발로 나선 초호화 공격진은 부실한 뉴질랜드의 수비진을 농락했다.
스페인은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8 대 0이라는 큰 점수 차이로 승리를 거두었다.
잉글랜드와 함께 큰 기대를 받는 스페인은 예전 무적함대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자신들도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팀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알렸다.
의외로 큰 이변은 없었다.
이겨야 할 팀이 대체로 이기고 있었다.
그리고 6월 16일에 이변이 생겼다.
대한민국이 속한 M조에서 생긴 이변이었다.
M조는 피파랭킹 14위인 대한민국과 44위인 루마니아 그리고 97위인 수단이 속한 조였다.
이변은 M조의 첫 번째 경기인 루마니아와 수단의 경기에서 나왔다.
1 대 1로 팽팽한 경기는 후반 추가시간에 수단이 루마니아를 상대로 기적 같은 골을 넣으며 승리를 거두었다.
덕분에 동유럽에서 꽤 성적이 좋은 루마니아는 조별예선 탈락에 가까워졌고, 수단은 통과할 확률이 높아졌다고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에 대한민국의 경기가 다가왔다.
6월 20일이 다가왔다.
상대는 수단에 패배하며 독이 바짝 오른 루마니아였다. 뱅상 엘라즈 감독은 베스트 11을 모두 기용하며 4-4-1-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기본적으로 4-3-3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뱅상 엘라즈 감독의 취향에 잘 들어맞는 수비적인 포메이션이 ‘4-4-1-1’이었다.
특히 뱅상 엘라즈 감독은 루마니아를 상대로 점유율을 앞세워 찍어누를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무승부만 해도 조별예선 통과가 확실한 쪽은 대한민국이었으니까.
반대로 루마니아는 어떻게든 이번 경기에서 승리해야만 조별예선 통과의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라커룸에서 뱅상 엘라즈 감독이 선수단에 조용히 한 가지 사실을 강조했다.
“루마니아는 어떻게든 1승을 얻기 위해서 경기 시작과 동시에 모든 라인을 바짝 끌어올릴 거다. 점유율을 내줘도 좋아! 상대의 초조함을 이용하면 승리는 저절로 우리가 가져올 거야.”
제법 한국에 오래 있어서일까.
뱅상 엘라즈 감독은 모국어인 불어와 4년 이상을 보낸 한국어를 절묘하게 섞어서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선수들도 그런 감독의 0개국어를 잘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의 공격진이 꽤 뛰어난 수준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어쩔 수 없는 실점은 이해하지만…… 어처구니없는 수비의 실책은 용납할 수 없어.”
그 말이 끝이었다.
선수들이 라커룸을 나섰다.
* * *
로마에 있는 스타디오 올림피코 경기장.
딱히 인기 있는 경기가 아니기에 관중석이 만석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관중이 자신들의 국가를 응원하며 승리를 기원하고 있었다.
경기장에 입장한 두 팀의 선수들은 곧이어 주심의 휘슬과 함께 필드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뱅상 엘라즈 감독의 말처럼 루마니아는 어떻게든 승점 3점을 확보하기 위해서 경기 초반부터 강하게 대한민국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당연히 대한민국은 4-4-1-1 포메이션을 지키며 그런 루마니아의 맹공을 차분히 막아내고 있었다.
점유율 41%
그리고 슈팅 2번.
대한민국의 전반 20분의 기록은 겉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빈약해 보였지만, 2 대 0이라는 숫자가 적힌 전광판은 대한민국이 루마니아를 이기고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전반전에 2골을 몰아넣은 박규태는 제법 매서운 루마니아의 공격진을 보며 골이 더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아약스에서 뛰고 있는 데니스 만과 올림피우 모루찬이 중심이 되어서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흔들고 있었다.
-안드레이 마티스으으으 고오오올!
-아! 정말 아쉬운 장면입니다.
-인테르 출신의 윙어이자 루마니아의 11번인 안드레이 마티스가 추격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 대한민국이 유리한 것은 사실이거든요? 상대는 어떻게든 승점 3점을 얻기 위해서 필사적입니다. 그 부분을 우리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잘 노려야 합니다!
-방금의 실점을 제외하면 지금까지는 우리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루마니아의 초조함을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전방으로 이어지는 패스!
“솔직히 2골은 더 넣어야 안심이 되겠어.”
박규태는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으며 자신을 마크하고 있는 루마니아의 중앙 수비수인 혼조 파레다를 등으로 밀어냈다.
그리고 가볍게 공을 잡아냈다.
“근데 넌 이름이 왜 이렇게 왜색이 짙냐?”
“난 한국말 몰라.”
“자……! 따라 해봐 두 유 노 김치?”
“꺼져.”
“뽕! 뽕! 뽕 국뽕!”
“미친 새끼.”
루마니아어와 한국어가 치열한 승부를 가리고 있는 사이에 그의 눈은 필드를 훑었다.
그리고 공을 지키고 있는 사이에 상대 수비진에 침투한 선수에게 빠르게 패스 연결했다.
뻐엉!
“나이스 패스!”
측면으로 돌아 뛰던 정우현이 공을 잡고 빠르게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었다.
-정우현! 달립니다!
-이번에 프리미어리그 번리로 이적해서 꽤 준수한 활약을 했던 정우현 선수입니다!
-각이 나왔어요!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정우현!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루마니아와 점수 차이를 다시 벌려놓습니다!
골이 들어간 순간.
정우현이 주먹을 움켜쥐며 펄쩍 뛰었다.
그는 박규태를 두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주-모오오오오오!”
그의 외침에 박규태가 달려오며 받아주었다.
“샤따-내려어어어어어!”
* * *
[박규태의 해트트릭! 대한민국! 루마니아를 상대로 4-2 승리! 조별예선 통과 확정!]
[대한민국의 승리에 필요했던 점유율은 고작 ‘40%’]
[좋았던 공격력! 조금 아쉬운 수비력!]
[뱅상 엘라즈 감독, ‘상대 공격진이 컨디션이 좋았다. 우리는 최선의 수비를 했다.’]
[다음 상대는 수단! 뱅상 감독은 로테이션을 돌려서 선수들의 체력을 아낄 것이라 밝혀!]
-주모오오오오오!
-캬! 32강 진출은 확정이구만!
-48개국 참가가 확정되고 조별예선을 항상 통과하더라 문제는 16강 이상을 올라가지 못함;
-중국은 조별예선에서 신나게 두들겨 맞네;
-우리나라 빼고 다 두들겨 맞음.
-???: 사무라이 니뽄은 아시아 최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 사무라이 니뽄? 웨일스랑 콜롬비아에 훔씬 두들겨 맞고 탈락 확정인 데스?
-일뽕들 오열! ‘전설의 1군’이 아니라서 탈락했다!
-전설의 1군은 언제 나오냐? 진짜 너무 궁금하다. 분명히 우주 평화를 지키고 있겠지?
-와 아시아 팀 다 전멸이네;;
-미쳤음; 우리나라만 지금 조별예선 통과 확정임. 호주랑 이란은 또 모르는데……. 이란은 다음 상대가 프랑스고 호주는 잉글랜드가 다음 상대임.
-캬……. 32강 가즈아아아아아아!
-1위로 통과하는 게 무적권 이득이다.
루마니아를 잡아낸 대한민국.
다음 상대인 수단을 상대로 대한민국은 풀 로테이션을 돌리며 주전들의 체력을 보존했다.
하지만 전반전의 경기력은 썩 좋지 않았다.
-아……. 전반전이 1 대 1로 끝났습니다.
-문봉수 선수가 오른쪽 측면에서 정말 열심히 뛰며 선취점을 만들었는데요……. 무엇인가 조금 아쉬운 전반전입니다.
-네, 중앙 수비수로 합을 맞춘 한대훈 선수와 김일표 선수의 의견 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이 부분이 전반전의 옥에 티가 된 것 같습니다.
뱅상 엘라즈 감독은 어쩔 수 없이 후반전에 박규태와 이강민을 투입하면서 공격을 강화했다.
그리고 이강민과 박규태는 뱅상 엘라즈 감독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
-고오오오올 박규태! 박규태애애애애!
-후반전 추가시간 3분을 남기고 수단의 심장에 쐐기를 박는 멋진 골이 터졌습니다!
-대단합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4-1로 수단을 잡아냅니다!
-전반전에 선발로 출전한 문봉수 선수의 선취점과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된 박규태의 2골과 이강민의 1골이 터지면서 수단의 수비진이 의욕을 잃었습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경기가 끝났습니다!
-대한민국이 월드컵 조별예선을 통과하고 32강 토너먼트에 진출했습니다!
2경기 연속 4점을 몰아넣은 공격력으로 32강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의 다음 상대는 코스타리카였다.
조별예선 통과를 기뻐할 틈이 없었다.
코스타리카도 만만찮은 팀이지만 그들을 잡고 올라가면 더 강한 팀이 기다리고 있었다.
‘코스타리카를 잡으면 16강 상대는 포르투갈이다. 유벤투스의 파비오 실바와 맨유의 호세 펠릭스, 그리고 도르트문트의 신성인 호딜손 고메즈가 공격진의 중심을 잡은 무서운 팀이지.’
바로 파비오 실바가 있는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과 32강에서 붙은 미국은 선수들의 수준은 물론이고 경기력도 부족했다.
그렇기에 전문가들 대부분이 포르투갈이 16강에 올라설 것이라고 예상하는 상황이었다.
‘포르투갈과 경기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뱅상 엘라즈 감독은 코스타리카를 그리 어려운 상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미리 포르투갈의 정보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뱅상 엘라즈 감독은 코스타리카의 정보를 손에 놓지 않았다.
‘쉬운 상대라고 정보수집을 소홀히 했다가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상대로 방심했다가 2 대 0이라는 처참한 패배를 기록했던 독일처럼 될 거다. 적어도 상대의 정보만큼은 꽉 쥐고 있어야 해.’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금방 흘렀다.
2030년 6월 28일.
월드컵 32강전.
대한민국과 코스타리카의 경기가 있는 아침이 밝았다. 연이어 이어지는 바쁜 일정에 선수들은 피로감을 호소했지만, 어리광을 부리지는 않았다.
선수들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는 의지가 있었다.
박규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래,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되지!’
자신의 목숨이 걸려 있어서 이러는 것이 아니었다. 선수라면 당찬 포부를 가지고 있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에 버스는 오늘 경기가 진행되는 바리의 스타디오 산 니콜라 경기장에 도착했다.
라커룸으로 향하는 선수들.
박규태가 조용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오늘 꼭 이긴다.’
한 번은 패배해도 기회가 있던 조별예선과 다르게 단 한 번의 패배로 탈락하는 토너먼트였다.
그가 필승을 다짐했다.
살기 위해서.
< 국뽕 박규태 선생 #193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