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92 >
[레알 마드리드 2 : 1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와…… 진짜 높다!
-국뽕팍은 역시 만능형 스트라이커네; 높이에서 디에고 페레즈를 찍어눌러 버림.
-위에 축알못임? 디에고 페레즈 키가 180㎝인데? 높이에 강점이 있는 선수가 아닌데?
-니가 더 축알못인데? 디에고 페레즈가 키가 작아도 EPL 수비수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정도로 공중볼에 강한 선수다. 점프력이 진짜 대단한 선수임.
-응, 맹구들만의 베스트 선숰ㅋㅋ
-응, 이번 시즌 콥등이 무관.
-저기…… 아스날도 있어……. 얘들아?
-ㅋㅋㅋㅋ 맹구도 이번 결승전에서 지면 무관인데? 지들이 이길 거라고 생각하넼ㅋㅋㅋ
-맹구도 중증임ㅋㅋㅋㅋㅋ
-이번 시즌 무관인 리중딱도 쉿!
-콥들의 수준이 그렇지ㅋㅋㅋㅋ
-인종차별자가 가득해서 막판에 울브스한테 리그 우승을 빼앗긴 멍청한 첼시가 할 소리는 아닌데?
-그래도 우리 최강첼시는 울브스랑 승점 동률이었음. 골을 덜 넣어서 2위 했지. 그런데 리버풀은 그때 뭐 했지? 맨시티에 FA컵 우승 뺏기고, 리그컵 우리한테 뺏겼잖아?
-리준딱! 리버풀은 준우승이 딱이야!
-ㅋㅋㅋㅋ 이제 사스날이 아니라 사버풀이 과학 아니냐? 리버풀 4위로 만족해야!
-얘들아 아스날에 관심 좀…….
-루이스 페르난지뉴 탈맹하는 순간 울브스에서 리그 우승 달성ㅋㅋㅋㅋㅋㅋ 거기다 경기력이 맹구에서 보여주던 수준이 아니어서 놀랐닼ㅋㅋㅋ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인터넷 중계의 한편에 있는 댓글란은 서로를 헐뜯는 여러 팀 팬들의 조롱이 가득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두 팀의 결승전은 치열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었다.
“측면을 더 강하게 압박해!”
“중앙은 내줘! 하지만 깊게 들어오는 상대 공격수는 끝까지 붙어서 막아!”
“대니 마이어스를 믿고 수비해!”
맨유의 감독인 제라르 트뤼포 감독이 쉴 틈이 없이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소리를 질렀다.
그는 전반전 막판까지 측면을 집요하게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를 보며 이를 물었다.
‘중앙을 일부러 비웠는데…… 그걸 알고 계속해서 측면을 두들기는 건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박규태를 막기 위해서 중앙을 비워두었다.
중앙에 배치된 세 명의 미드필더 중에서 한 선수는 박규태를 맨투맨으로 따라붙고, 나머지 두 명은 최대한 측면을 도와 움직여 상대의 공격을 막는다.
이게 일단 기본적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술적인 구상이었다.
분명히 틈이 많은 전술이지만, 이번 시즌에 폼이 제대로 오른 골키퍼인 대니 마이어스와 발 빠른 중앙 수비수인 디에고 페레즈와 루카스 밀리탕을 믿고 선택했다.
그 선택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박규태를 제외한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과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가 맨유의 중앙에서 중거리 슈팅으로 기회를 꽤 많이 날렸으니까.
거기다 비어 있는 중앙으로 레알 마드리드의 중앙 미드필더진이 깊게 올라오면서 미드필더진과 수비진의 사이에 틈이 생겼다.
맨유는 그 틈으로 발 빠른 공격수인 패트릭 페닝스를 배치했다.
그리고 패트릭 페닝스가 만든 공간을 남은 공격진이 제대로 휘저으며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비록 상대의 공격에 실점했지만, 그들도 상대의 허점을 잘 노려서 골을 넣어서 만회했다.
‘분명히 1 대 1로 끝나야 할 전반전일 텐데…….’
문제는 그의 예상을 벗어난 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였다. 조금은 더딜 측면의 공격으로 레알 마드리드는 기어코 골을 넣으며 2 대 1로 달아났다.
“저런 공격수를 어떻게 막으란 거지?”
그의 시선이 박규태에게 향했다.
“정말 무서운 공격수야.”
제라르 트뤼포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규태가 무려 3명의 선수를 끌고 들어가는 장면이 나왔다. 그 틈을 라두 웅구레아누가 놓치지 않고 슈팅을 가져갔다.
-라두우우우우!
-와아아아! 정말 기가 막힌 슈팅이었습니다만……. 오늘 미친 듯한 선방을 보여주고 있는 대니 마이어스의 펀칭에 막혔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생각보다 경기가 치열합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최근에 경기력이 정말 굉장해서……. 상당히 일방적인 경기가 될 것처럼 보였는데 그게 아닙니다!
-말씀드리는 순간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2 대 1로 끝난 전반전.
1 대 1 동점으로 전반전을 끝내지 못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물론이고, 15번의 슈팅에서 고작 2골밖에 뽑아내지 못한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경기를 지켜보던 팬들은 빨리 후반전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화장실을 가거나 출출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경기장 내부에 있는 매점을 찾았다.
그리고 곧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 * *
“생각보다 질기네.”
“그만큼 상대가 많이 준비했다는 뜻이지.”
“대니 마이어스? 다비드 에레라가 은퇴하고 자리를 잡은 골키퍼인데…… 꽤 하더라?”
“팍은 지난 시즌에 상대해 봤지?”
“그때는 저렇게 뛰어나지는 않았지.”
박규태의 말에 니콜라스 브라보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사이에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후반전이 시작되기 무섭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까와는 조금 다르게 강한 전방 압박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뭔가 준비를 하기 전에 빠르게 골을 넣어서 일단 동점을 만들 생각인 것 같았다.
그들의 생각은 제법 맞아들어갔다.
-노련합니다! 패트릭 페닝스! 팀의 로컬 보이이자 레전드인 마커스 래쉬포드의 패스를 받고 더 깊게 들어갑니다! 다시 공은 마커스 래쉬포드에게!
-큰 부상으로 1년 이상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마커스 래쉬포드는 이번 시즌에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11골 10도움은 그저 우연이 아닙니다!
토리노로 임대를 간 뒤에 큰 부상으로 무너진 마커스 래쉬포드가 이번 시즌에 맨유로 돌아왔다. 그는 제라르 트뤼포 감독의 밑에서 다시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 11골 10도움을 기록한 것은 그에게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는 계속해서 노력했다.
그의 노력은 기어코 결실을 보았다.
-고오오오오오올!
-마커스 래쉬포드의 깔끔한 패스가 완벽한 타이밍에 루이스 너츠에게 이어졌습니다!
-루이스 너츠! 그리고 마커스 래쉬포드! 맨유의 전설과 새로운 전설이 동점을 만듭니다!
-대단합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번 시즌에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를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경기력입니다!
점수가 다시 2 대 2가 되는 순간.
제라르 트뤼포 감독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이 조합을 보기 위해서 토리노에서 망가진 마커스에게 다시 기회를 준 것이었다.
부족함이 없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력에 박규태가 조금은 감탄했다.
그럴 것이 오늘 경기의 맨유는 코파 델 레이 결승의 바르셀로나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고 감탄만 내뱉을 생각은 없었다.
2 대 2 동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더욱 거세게 상대 수비진을 쥐고 흔들기 시작했다.
파벨 바브루스크는 아까보다 훨씬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박규태를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무서운 자식……! 아직도 이렇게 뛸 힘이 남아 있다고?’
슬슬 지쳐가는 자신과 다르게 박규태는 펄펄 날았다. 호세 펠릭스가 집중적으로 마크를 하고 있음에도 박규태는 막힘없이 맨유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그리고 기어코 기회를 만들었다.
-박규태! 박규태!
-수비진을 등지고 공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 박규태 선수가 깔끔한 패스를 연결합니다!
-니콜라스 브라보! 니콜라스 브라보 슈우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오오올! 니콜라스 브라보오오오오오! 다시 경기는 3 대 2로 레알 마드리드가 앞서나갑니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수비진을 등지고 공을 지킨 박규태가 상대 수비진의 틈을 파고들던 니콜라스 브라보에게 깔끔한 스루패스를 연결하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3번째 득점을 도왔다.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싸늘하게 식은 땀을 닦으며 급히 교체를 진행했다.
“로날도! 호세를 도와서 팍을 막아! 하지만 적극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어. 파벨처럼 적극적으로 측면 수비에 가담하면서 역습의 기점으로 패스를 전방으로 찔러.”
“알겠습니다, 감독님!”
이번 시즌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맨유로 이적한 로날도 만드라고라가 필드에 투입되었다.
몇몇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그런 로날도에게 반갑다는 눈빛을 보냈다.
로날도도 씩 웃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경기가 다시 진행되기 무섭게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물론이고 로날도 만드라고라도 매섭게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점수는 3 대 2 레알 마드리드가 1점을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맨유는 세 번째 실점을 허용하는 순간 빠르게 중앙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패스가 조금 미숙한 파벨과 다르게 후방에서 플레이메이커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로날도 만드라고라를 투입했습니다.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파벨보다 수비적인 부분이 조금 부족하겠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로날도의 날카로운 패스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파벨 바브루스크와 다르게 로날도 만드라고라는 수비적인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선수였다.
거기다 나이도 있기에 활동량도 부족했다.
덕분에 조금은 지지부진한 부분이 없잖아 있던 측면에 조금의 여유가 생겼다.
당연히 레알 마드리드는 그 틈을 놓칠 생각이 없었다. 패스의 기점은 당연히 올시 구르마였다.
겨울에 이적한 올시 구르마는 후반기에 라두 웅구레아누와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했다.
호세 루이스와 다른 유형의 미드필더인 그는 레알 마드리드에 새로운 옵션이 되었다.
당연히 맨유는 그런 올시 구르마를 적극적으로 견제하면서 그가 쉽게 전방으로 패스를 하지 못하게 막았다.
하지만 파벨이 있던 전반전과 다르게 파벨이 교체된 뒤부터 올시 구르마는 더 자유롭게 맨유의 틈을 찔렀다.
-날카로운 패스가 또 맨유의 수비진을 뚫었습니다!
-박규태가 달려갑니다! 디에고 페레즈와 경합! 공을 놓치지 않습니다! 굉장합니다! 박규태! 박규태!
-공을 가지고 더 깊게 파고듭니다!
더 깊게 파고들던 박규태.
그가 스쿱턴을 하며 순간적으로 디에고 페레즈를 벗겨내는 데 성공했다.
“팍의 앞을 막아!”
필드에 미끄러진 디에고 페레즈의 외침에 맨유의 수비진이 급히 움직였다.
덕분에 잘 정렬이 되었던 맨유의 수비진이 흐트러졌고, 레알 마드리드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툭!
박규태의 간결한 패스가 이어졌다. 공을 받은 선수는 아까 골을 넣었던 니콜라스 브라보였다.
뻐엉!
철썩!
니콜라스 브라보는 맨유의 골키퍼인 대니 마이어스가 제대로 대응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골을 넣은 그가 주먹을 움켜쥐고 소리쳤다.
“으아아아아! 좋았어! 이거야!”
팀의 네 번째 득점이 터지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큰 환호성을 내질렀다. 1점 차이로 아슬하게 앞서나가는 순간에 터진 쐐기 골의 의미가 그만큼 중요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단합니다! 니콜라스 브라보의 멀티 고오오올! 그리고 박규태 선수의 두 번째 도움!
-오늘 박규태 선수가 1골 2도움의 멋진 활약을 펼치며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을 이끌고 있습니다!
-4 대 2로 앞서나가는 레알 마드리드!
기뻐하는 레알 마드리드와 다르게 맨유의 선수들은 2점 차이가 나는 점수를 보며 허탈해했다.
남은 시간은 약 15분 정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시간이기는 하지만 상대는 일반적인 팀이 아닌 레알 마드리드였다.
그들은 순순히 맨유에게 실점을 허용할 팀이 아니었다.
제라르 트뤼포 감독은 기세가 꺾인 맨유의 선수단을 다독이며 급히 두 번째와 세 번째 교체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역전을 할 수 없었다.
후반 37분에 터진 골로 추격에 기대를 걸었지만, 후반 41분에 터진 올시 구르마의 중거리 슛과 추가시간 1분을 남기고 박규태가 넣은 추가 골에 6 대 3으로 무너졌다.
그리고 잠시 뒤에 주심이 휘슬을 부는 순간.
삐익! 삐이익! 삐이이이익!
와아아아아아아아아!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거대한 함성을 내뱉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뻐했다.
박규태는 울브스에서 한 번.
그리고 이어서 레알 마드리드에서 한 번.
2년을 연속으로 트레블을 기록하며 다시금 축구계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게 되었다.
자신에게 막걸리를 뿌리는 라두 웅구레아누와 세레머니를 위해서 가져온 수정과를 맛보고 놀라는 니콜라스 브라보를 뒤로하고 그가 하늘을 바라봤다.
“남은 건 이제 월드컵.”
박규태가 조용히 주먹을 움켜쥐었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92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