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91화 (191/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91 >

모든 것이 완벽했다.

리그 무패 우승과 코파 델 레이의 우승.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시즌에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거머쥐었다.

박규태도 많은 것을 얻었다.

리그 득점왕과 다양한 CF와 광고.

그리고 그를 향한 팬들의 사랑까지.

하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아직 한 발이 남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남아 있었으니까.

너무 많이 남발해서 이제는 지루해진 유행어를 내뱉던 박규태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어휴…….”

솔직히 조금은 힘이 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목숨을 보장받으려면 월드컵 4강 신화만 이룩하면 끝이지 않겠는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솔직히 중요하지 않았다.

월드컵이 중요했다.

그래도 처지는 프로의식을 다잡았다.

경기에서 계속 이겨나갈 의욕이 살짝 떨어진 박규태가 조용히 각오를 다지는 순간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띠링!

[챔피언스리그 우승 시 애인이 생길 확률 0.4% 증가.]

가만히 홀로그램을 바라보던 박규태가 아까와 다르게 강렬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의욕이 샘솟는데?”

그가 필승을 다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하게 눈물이 났지만, 박규태는 웃었다.

회귀했음에도 그는 아직도 솔로였다.

* * *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둔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경기장인 푸카스 프렝시 스타디온은 어느덧 결승전을 보기 위해 헝가리를 찾은 축구팬들로 가득했다.

1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오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들은 물론이고, 2026-27시즌에 겪었던 우승의 기쁨을 다시금 겪고 싶은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관중석을 채웠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캐스터의 김철우!

-해설의 김민석입니다.

-하하! 사실 작년에는 제가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중계했었는데…… 올해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중계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군요.

-저도 그렇습니다. 최근 3년 동안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상당히 큰 이슈가 많았는데……. 오늘 어쩌면 그런 이슈의 중심을 직접 지켜볼 기회를 얻게 될 것 같아서 상당히 기대가 큰 상태입니다.

-오늘의 키 플레이어는 누구일까요?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당연히 박규태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챔피언스리그에서 14골을 넣으면서 득점 1위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그야말로 레알 마드리드를 ‘하.드.캐.리’했거든요? 오늘 경기에서 과연 몇 골을 넣을 수 있을지가 궁금합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키 플레이어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루이스 너츠 선수죠. 이번 시즌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올 수 있게 만든 EPL 최고의 공격수라고 평가해도 모자람이 없는 선수입니다.

-그만큼 대단한 활약도 보여줬죠?

-맞습니다. 챔피언스리그 득점 2위! 무려 11골을 넣으며 챔피언스리그에서만큼은 박규태 선수 부럽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었던 루이스 너츠 선수입니다!

박규태는 필드에 입장하기 전.

조용히 루이스 너츠를 바라봤다.

이번 시즌에 56경기에 나서서 34골과 12개의 도움을 기록한 루이스 너츠는 리그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12경기에서 1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큰 활약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레알 마드리드의 코치진은 이번 결승전의 중요한 사항으로 루이스 너츠의 무력화를 손꼽았다.

‘회귀 전에 탈맹에 성공해서 서른이 넘는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활약하며 어마어마한 기록을 쌓았던 선수가 이제는 맨유의 레전드가 되어가다니…….’

뭔가 묘한 감흥이 들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인 벨로아 솔랑케 감독을 조용히 바라봤다.

‘감독님은 회귀 전에 맨유의 전설적인 감독이었는데……. 지금은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이고.’

그렇게 회귀 전과 지금을 한참을 비교하던 박규태는 필드에 입장하는 주심의 뒤를 따라 걸었다.

작년에는 울브스.

올해는 레알 마드리드.

2년 연속으로 결승전을 경험하는 박규태는 묘한 표정으로 자신의 귀에 들려오는 챔피언스리그 주제가를 들으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야.’

-두 팀의 선수단이 모두 입장했습니다.

-준비가 다 된 것 같습니다.

“오늘 이기면 트러블인가?”

“트레블이야.”

머쓱하게 머리를 긁는 라두 웅구레아누.

그는 평소보다 훨씬 굳은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가 피면서 긴장을 풀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트레블이라는 단어는 경험이 꽤 있는 라두에게 긴장감을 불러왔다.

하지만 박규태는 걱정이 없었다.

“깔끔하게 잡고 월드컵을 준비해야지.”

“그래야겠지.”

“좋은 패스를 많이 찔러줘.”

“팍…… 설마 이번에도 한 시즌 70골을 기록할 생각이야?”

“욕심이 많네.”

“그러게……. 조금은 베푸는 삶을 살아야지.”

투정을 부리는 것 같은 농담을 내뱉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씩 웃으며 긴장을 살짝 풀었다. 이제야 제대로 필드가 보이는 선수들도 있는 것 같았다.

‘젊은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걱정했는데…….’

그래도 재능을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맨유도 제법 선수들이 정신적인 부분을 잘 무장했는지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는 사이에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곧이어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이익!

2029-30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지금 부다페스트에서 시작되었다.

* * *

-빠릅니다! 박규태! 안쪽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어서 공을 연결받는 라두 웅구레아누! 멋지게 다리를 뻗어서 공을 연결받았습니다!

-이어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압박! 파벨 바브루스크가 급히 발을 뻗었지만 라두 웅구레아누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었습니다! 무지개처럼 꺾이는 크로스!

-중앙에 자리를 잡았던 니콜라스 브라보가 높게 떠오릅니다! 헤더어어어어어어! 아아아아!

-아쉽습니다! 좋은 기회였는데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펼쳐지고 있는 부다페스트의 푸카스 프렝시 스타디온 경기장.

약 8만 5천여 명의 관중이 멋진 경기를 보기 위해서 찾아온 가운데, 경기의 시작과 동시에 레알 마드리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치열한 경기가 시작되었다.

라두 웅구레아누는 자신을 압박하는 파벨 바브루스크를 보며 이를 물었다.

‘생각보다 단단하네……!’

그래도 못 뚫을 수준은 아니었다.

거기다 가장 힘든 상대는 박규태가 아까부터 계속 데리고 다니고 있었다.

덕분에 힘들다고 응석을 부릴 수도 없었다.

‘그럴 생각도 없지만!’

툭! 툭툭툭!

순간적으로 유연하게 몸을 튼 라두가 자신의 빠른 발을 활용해서 파벨 바브루스크의 옆을 뚫었다.

맨유의 미드필더인 파벨은 급히 오른쪽 풀백인 카를로스 마뉴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앞을 막아!”

파벨 바브루스크가 측면을 돕기 위해서 빠진 맨유의 중앙에는 자연스럽게 공간이 만들어졌다.

당연히 그 틈을 레알 마드리드는 놓치지 않았다.

공을 가진 라두가 비어 있는 중앙으로 공을 연결했다.

그리고 중앙으로 들어와 공을 잡은 반대편 윙어인 호세 마르켄스가 골대에서 제법 먼 거리에서 슈팅을 가져갔다.

철썩!

-고오오오오오오오올!

-호세에에에에 마르켄스!

-레알 마드리드가 전반 11분에 결승전의 첫 득점을 터뜨렸습니다! 그것도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입니다! 정말 먼 거리에서 나온 슈팅이거든요?

-맞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취점.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그들은 결승전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레알 마드리드의 수비진을 뚫어냈다.

전반 17분.

중앙 미드필더인 호세 펠릭스의 득점이었다.

순식간에 1골씩 주고받은 두 팀.

박규태는 준비가 철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보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많이 준비했네.’

하지만 가만히 당하고 있을 생각은 없었다.

“여기! 여기!”

자신을 집중적으로 마크하는 호세 펠릭스.

그를 따돌리기 위해서 박규태는 열심히 뛰었다.

“뻐킹 김치맨! 전반전에 탈진해서 필드를 나갈 생각이야? 조금만 천천히 뛰라고!”

호세 펠릭스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미안하지만…… 너희 팀의 고소한 땅콩맨이 너무 잘해서 나도 슬슬 제대로 움직여야겠어. 땅콩의 고소한 맛을 봤으니 이제는 김치의 매운맛을 보여줘야지.”

“미친놈.”

그 말을 끝으로 박규태가 눈을 빛냈다.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던 호세 마르켄스가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박규태는 빠르게 중앙으로 달려갔다.

“젠장! 그만 뛰어! 뻐킹 김치맨!”

호세 펠릭스는 짜증을 내며 그를 따라서 뛸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레알 마드리드가 평소와 다르게 중앙에 큰 투자를 하며 강하게 밀어붙였다.

중앙에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아진 레알 마드리드는 박규태가 만들어준 공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중앙에 틈이 생겼음에도 막을 생각이 없었다.

‘팍을 마크하면서 생기는 중앙의 틈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확실하게 막을 자신이 있다거나, 아니면 그 틈을 챙길 여유가 없다거나! 둘 중 하나지!’

벨로아 솔랑케 감독이 눈을 반짝였다.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틈을 챙길 여유가 없으니 아예 공간을 내어주고 중거리 슈팅은 수비진의 능력으로 커버할 생각인 것 같았다.

‘상당히 극단적이군.’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그런 모습을 보고 깨달았다.

중앙이 약점이라고.

‘그래도 너무 중거리 슈팅을 남발하면 위험해. 더 확실한 기회를 만들어보자.’

가운데가 비었다고 신나게 중거리 슈팅을 남발하다가 상대에게 기세만 넘겨지고 무너진 팀을 많이 봐온 박규태는 중앙에서 여유롭게 공을 잡은 올시 구르마를 바라봤다.

‘나도 슬슬 공격 포인트를 하나 기록해야지!’

챔피언스리그 득점 2순위인 루이스 너츠와 득점 차이는 고작 3골이었다.

그 차이를 더 벌릴 필요가 있었다.

그의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적당한 위치로 뛰던 그의 발에 올시 구르마가 날카로운 스루패스를 연결하면서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박규태는 자신을 뒤에서 압박하는 호세 펠릭스와 앞에서 달려드는 맨유의 디에고 페레즈를 빠르게 훑었다.

‘미안하지만…… 측면으로 공을 보낼 거야!’

툭!

박규태는 적극적으로 중앙을 돌파할 생각이 없었다. 오늘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상대 수비를 끌어들이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공격을 이끄는 것이 아니었다.

측면과 중앙의 사이.

공을 받기 좋은 위치에 있던 라두 웅구레아누가 공을 잡고 상대 풀백이 예측하지 못하게 바깥으로 빠르게 돌아서 측면을 타고 뛰기 시작했다.

더 깊게 돌파를 허용한 맨유의 수비진은 급히 라인을 잡고 라두 웅구레아누의 드리블을 주의했다. 최근 5경기에서 라두는 크로스보다 드리블을 선호했으니까.

하지만 라두는 드리블을 칠 것처럼 페이크를 걸고서 바로 크로스를 올렸다.

뻐어엉!

그리고 자리를 잡은 박규태가 다른 맨유의 수비수와 함께 높게 뛰어올랐다.

“제길!”

“막아!”

오늘 박규태는 수비진을 끌어들이는 미끼 역할과 공중볼 상황에서 기회를 만드는 타겟터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그 임무를 멋지게 해냈다.

-박규태 헤더어어어어어!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올! 박규태!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5호 골을 터뜨렸습니다!

-2 대 1로 앞서나가는 슈퍼 김치팍의 센세이션한 골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수비진을 모두 허수아비로 만든 상당히 타점이 높은 헤딩이었습니다!

-완벽하게 넣었습니다! 상대 수비진을 뚫었습니다! 상대 중앙이 비어 있는 상황에서도 레알 마드리드는 오히려 측면에서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골을 넣은 박규태가 관중석을 향해 달렸다.

그는 두 팔을 풍차처럼 휘두르며 그대로 폴짝 뛰어올랐다. 박규태가 자신의 세리머니를 하기도 전에 팬들은 이미 그가 외칠 말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박규태를 대신해서 크게 외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우!

샤따-내려어어어어어어어!

박규태가 팬들의 호응에 흥이 난 듯이 주먹을 불끈 쥐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거야! 이거라고! 이게 국뽕이야아아아! 이게 국뽕이라고! 내가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다아아아아아!”

< 국뽕 박규태 선생 #191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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