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90화 (190/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90 >

다시금 김치와 국뽕을 함께 찾기 시작했다.

몇몇 코치들은 신흥 사이비 종교를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박규태를 바라봤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뭐…… 큰 문제는 없잖아.”

“그래도 이건 좀 비정상적이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하자고? 저렇게 기세가 오른 선수들에게 이제부터 김치와 국뽕을 찾지 말라고 말하게? 그냥 저렇게 놔두는 게 정신건강에 좋아.”

이야기를 나누는 두 코치의 걱정처럼 레알 마드리드의 젊은 선수들 사이로 박규태의 사상과 이론은 급속도로 빠르게 퍼지기 시작했다.

물론, 나쁜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었다.

박규태는 믿음이 가득한 눈빛으로 선수들의 기세를 제대로 끌어올렸다.

“경기가 안 풀리면 외치는 거야! 어떻게?”

“주-모우우우우!”

“경기에 집중이 안 되면?”

“김-치이이이이!”

어떻게 저런 말로 선수들을 휘어잡았는지 몇몇 베테랑들은 궁금증이 절로 생겼다.

사실 방법은 간단했다.

그저 행동으로 보여줬다.

말만 내뱉고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그 누구도 박규태를 따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박규태는 다른 선수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줬다.

“리그 우승 파티? 좋지! 우리 집에 있는 훈련장에서 멋진 개인기 훈련 파티를 하자고!”

“그게 파티야?”

“그럼! 얼마나 재미있는데!”

“젠장…….”

“팍은 김치와 축구에 미쳤어.”

며칠 전, 레알 마드리드가 무패 우승을 확정 짓자 파티를 하자던 젊은 선수들이 몇몇 있었다.

박규태는 그들을 데리고 오히려 훈련장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축구선수라면 필요한 프로의식을 마음껏 드러내며 선수단을 휘어잡았다.

주장인 크리스티안 이오리도 박규태의 행보에 고개를 절로 끄덕이며 감탄했다.

“이상한 소리만 하지 않으면…… 진짜 선수로서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인데…….”

“그러면 너무 완벽한 선수가 아닐까?”

“음…… 그렇겠지. 생각해봐! 축구의 신은 메시에겐 키를 빼고 모든 걸 줬고, 호날두에겐 양심을 빼고 모든 것을 준 것처럼 팍에게는 정상적인 뭔가를 빼고 모든 걸 줬을 거야.”

“그 정상적인 게 뭔데?”

“그걸 알았으면 내가 팍을 고쳤겠지.”

“…….”

“이상하게 밤에 팍의 응원가인 김치송이 생각나더라…….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너도 정상이 아닌 것 같아.”

필리페 카발이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축구와 관련된 여러 장점을 얻었지만, 뭔가 소중한 것을 잃은 느낌이었다.

* * *

코파 델 레이 결승전.

벨로아 솔랑케 감독은 자신의 걱정과 다르게 태연한 젊은 선수들의 모습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결승전이라는 압박감에 허덕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어린 선수들의 눈빛에는 알 수 없는 광기가 서려 있었다.

그들은 누구보다 강하게 승리를 갈구하고 있었다.

“오늘 경기에서 이기자.”

“좋아! 하나! 둘! 셋!”

“주-모우우우우우!”

도대체 뭐가 그들을 그렇게 경기에 집중하게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벨로아 솔랑케 감독은 분명히 멋진 명언을 곁들여서 선수들을 휘어잡았을 거라고 예상했다.

현실은 그냥 ‘주-모우!’와 ‘김-치!’를 외친 것뿐이었다. 사실 행동으로 조금 보여준 것도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필드에 입장할 시간이 되었다.

발렌시아의 누에보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보기 위해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이 가득 들어찼다.

그들은 두 팀의 선수단이 필드에 입장하기 무섭게 큰 목소리로 자신이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박규태는 바르셀로나의 감독인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봤다.

‘오늘 경기에서 지면 경질이라지?’

이번 경기마저 놓치면 에르네스토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감독직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그만큼 이번 시즌의 바르셀로나는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나쁘지 않은 시즌이었지만, 바르셀로나의 팬들에게는 불만이 가득한 시즌일 것이다.

분명히 더 높게 올라가고 우승컵을 하나 들어 올릴 수 있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단 하나도 못 얻었다.

이제 남은 기회는 코파 델 레이뿐이었다.

“그런데 어쩌나…….”

마지막 기회도 놓칠 거다.

-고오오오오올!

-어나더 김치파아아악! 환상적인 하프 발리슈우우우웃! 바르셀로나 수비진의 정신을 쏙 빼놓는 멋진 드리블을 보여준 뒤에 멋진 슛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드리블 도중에 수비수와 경합하면서 공이 높이 튀어 올라 슈팅이 힘들 거라고 봤는데……. 그걸 기어코 넣어버렸습니다. 이게 월드클래스의 힘일까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정말…… 감각적인 슈팅이었습니다. 전반전 15분 만에 레알 마드리드가 1점을 앞서나갑니다! 바르셀로나!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전반전 15분에 선취점이 터졌다.

박규태가 홀로 만든 득점이었다.

바르셀로나의 수비진은 이제 박규태가 드리블을 시도하려는 순간마다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그만큼 그의 드리블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었다.

“팍이 못하는 게 뭐가 있을까요?”

19살에 팀의 주전으로 올라선 다미앵 펠티에의 물음에 펠리페 카발이 바로 대답했다.

“연애.”

“예? 팍이라면…… 인기가 상당하지 않을까요?”

“상상을 해봐. 네 딸이 항상 골을 넣고 ‘주-모우우우!’를 외치는 팍과 사귄다면…… 어떻게 하겠니?”

“상상하기도 싫은데요?”

“그거야.”

필리페 카발의 말에 다미앵 펠티에가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팍이 슬퍼 보여요.”

“나도.”

* * *

“왜 이쪽으로 패스를 안 준거야!”

“모하메드! 뭐해?”

“집중해!”

바르셀로나의 공격진이 잘 안 풀리는 것 같았다. 모하메드 소우를 시작으로 미구엘 모레노와 베냐트 라미레스까지 슈팅을 모두 허공에 날려버렸다.

오죽 답답했으면 서로 싸우고 있을까.

하지만 그것과 다르게 경기는 꽤 팽팽했다.

전광판에 적힌 점수는 2 대 1.

레알 마드리드가 한 점을 앞서고 있었다.

-바르셀로나도 분명히 강한 팀이거든요? 그런데…… 뭔가 안 풀리는 것 같습니다.

-방금 넣었던 만회 골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수비수인 조 고메즈 선수가 만든 골입니다. 적어도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공격진에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기회가 왔을 때 정말 쉽게 넣는 느낌이거든요?

-박규태 선수가 1골……. 그리고 니콜라스 브라보 선수도 1골을 넣으면서 바르셀로나와 다르게 레알 마드리드는 공격진이 모두 골을 넣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1골을 따라붙은 바르셀로나.

그들은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어 연장전까지 경기를 이어가기 위해서 악착같이 달려들었다.

평소와 다르게 격양된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이 자신이 사랑하는 전술까지 무너뜨리며 공격적으로 레알 마드리드를 두들기기를 주문했다.

다행히 효과는 있었다.

후반 34분.

미구엘 모레노가 내어준 패스를 중앙 미드필더인 알렉산더 코로조가 받아서 그대로 골을 넣었다.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점수를 따라잡기 무섭게 환호성을 내지르며 응원가를 불렀다.

박규태를 만나면 꼭 써먹겠다고 다짐한 노래라는데……. 노래의 주인공은 별생각이 없어 보였다.

김치가 맛없다는 내용과 박규태가 바보다.

이런 식의 내용이었으니까.

그래서 박규태는 후반전 43분에 괘씸한 노래를 부른 꾸레들에게 응징을 해주었다.

솔직히 수비수 한 명을 제외한 모두가 공격을 위해서 높게 올라온 것도 꼴 보기 싫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는 아직 자신의 드리블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아직도 날 몰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맞아야지.”

그래, 모르면 맞아야 한다.

-박규태 빠릅니다! 달립니다!

-극단적으로 공격에 나선 바르셀로나의 선수들이 급히 복귀합니다! 박규태 선수의 앞에는 줄리아노 네우만이 홀로 있을 뿐입니다!

-더 깊게 들어가는 박규태! 박규태!

공을 가지고 깊게 파고들었다.

줄리아노 네우만이 급히 따라오는 것이 옆에서 느껴졌지만, 박규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막을 수 있으면 막아봐!’

반칙만 아니라면 뚫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까지 도달한 박규태가 바로 슈팅을 가져갔다.

아니, 정확히는 가져가려고 했다.

촤아아악!

“아아악!”

-줄리아노 네우만의 반칙!!

-주심이 레드카드를 들었습니다!

-너무 깊은 태클이었습니다! 줄리아노 네우만 선수가 너무 마음이 급했던 것 같습니다!

-프리킥이 주어지는군요.

-한 발자국만 더 들어갔으면…… 페널티킥이었을 겁니다.

박규태가 뻘쭘하게 필드에서 일어났다.

‘모르는 건 아니네……. 큼.’

줄리아노 네우만이 퇴장을 각오하고 몸을 날린 것 같았다. 어떻게든 승부차기까지 가서 경기를 가져오겠다는 상대 수비수의 몸부림을 느낄 수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

라두 웅구레아누가 박규태에게 물었다.

“직접 찰 거야?”

“어떻게 할까?”

“직접 차.”

그 말을 듣고 박규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자신이 없나 보네.”

“오늘 집에 나오면서 검은 고양이를 봤거든! 거기다 라커룸에서 바나나도 바닥에 흘렸고……. 오늘 뭔가 안 풀리는 느낌이야. 너무 불길해.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굳이 미신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공 앞에 섰다.

그리고 뒷걸음질을 하며 거리를 쟀다.

삐이이이익!

곧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박규태가 손을 들고선 공을 향해 뛰었다.

그리고 자신의 왼발을 휘둘렀다.

완벽한 위치에 놓인 디딤발.

박규태는 자신의 왼발에 공이 맞는 순간 골을 확신할 수 있었다. 골대를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중계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간 박규태가 소리쳤다.

“주-모우우우우우우!”

* * *

[레알 마드리드! 코파 델 레이 우승!]

[3 대 2의 대접전! 엘 클라시코는 항상 명경기를 만든다!]

[박규태의 우승을 이끈 프리킥 득점!]

[벨로아 솔랑케 감독, ‘너무 아름다운 프리킥이었다. 팍은 정말 못 하는 게 없는 선수다.’]

[이제 남은 경기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더욱 기대감이 커지는 레알 마드리드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결승전!]

[무슨 자신감? 맨유의 SNS에 실수로 올라온 챔피언스리그 우승 멘트!]

[루이스 너츠 vs 박규태! 세계 최고의 공격수는 누구인가? 세계 축구팬의 관심!]

-ㅋㅋㅋㅋㅋ 아닠ㅋㅋ 어디에다 루이스 너츠를 비벼? 누가 보면 루이스 너츠가 발롱도르 포디엄이라도 한 줄 알겠다.

-캬…… 맹구들ㅋㅋㅋ 근거 없는 자신감 오지죠?

-ㅋㅋㅋㅋ 도발 오지넼ㅋㅋ 벌써 김칫국 잔뜩 마시고 우승하고 난 뒤에 올린 멘트도 만들어둠ㅋㅋㅋㅋ

-이번 시즌 딱 1패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 상대로 어떻게 이기려고? 어떤 의미에서는 맹구도 정말 대단하다.

-딱 트레블 기록하고 끝나겠네.

-그러겠지. 규태가 있는뎈ㅋㅋ

-응, 결승전에서 느그규태 빠꾸이태됨.

-ㅋㅋㅋㅋ 응, 땅콩쉑은 콩이나 까겠짘ㅋㅋ

-콩까지마!

-콩까지마!

-어? 댓글이 왜 2개가?

-어? 댓글이 왜 2개가?

-2등도 잘한 거야!

-맹구 리그에선 3등이던데?

-ㅋㅋㅋㅋㅋ 루이스 너츠 가지고 맹구쉑들 콩도 못하넼ㅋㅋㅋㅋㅋㅋ

-최.강.맨.유! 이번에 우승하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저 웃음만ㅋㅋㅋㅋ

< 국뽕 박규태 선생 #190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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