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뽕 박규태 선생 #189 >
포란첼라 감독은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50m를 질주한 박규태를 바라봤다.
빗장을 걸어 잠근 것처럼 상대를 막는다는 ‘카테나치오’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전술이었다.
그리고 포란첼라 감독은 자신의 전술적인 유연함까지 녹여서 새로운 카테나치오를 만들었다.
그는 이 전술이 분명히 세계에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의 확신은 한 선수가 보여준 50m 질주에 산산이 조각나서 부서져 버렸다.
누구보다 발을 많이 맞추며 스리백과 포백의 전환이 유연했던 유벤투스의 수비진이었다.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이탈리아의 국가대표가 된다면 더 탄탄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는 전문가도 꽤 있었다. 그만큼 유벤투스에 있어서 지금의 수비진은 자부심이었다.
그런 자부심이 무너져내렸다.
“이게 무슨…….”
믿을 수 없었다.
분명히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은 무엇보다 가혹했다.
-유벤투스가 실점한 뒤에 크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더욱 빠른 역습으로 흔들리는 유벤투스의 수비진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좋지 않습니다! 이번 시즌에 유벤투스가 선취점을 내준 뒤에 흔들리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아! 포란첼라 감독이 급히 선수들을 조율합니다! 그가 외치는 목소리가 중계 카메라에 잡히는군요. 뭔가 목소리가 상당히 크고 다급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아직 배고팠다.
“김치 허슬!”
촤아아악!
박규태가 적극적으로 상대 수비진을 압박했다.
유벤투스가 자랑하는 수비수인 알렉스가 얼굴을 찌푸리며 공을 급히 처리했다.
하지만 상대의 압박에 패스는 부정확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시 공을 빼앗는 레알 마드리드!
-역습입니다! 급히 스리백으로 전환하는 유벤투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은 이미 깊게 들어온 상태입니다! 너무나 위험한 상화아아앙!
-라두 웅구레아누에게 연결되는 공!
-라두의 크로스!
-박규태가 뛰어오릅니다!
“큽!”
중앙으로 들어온 윙백 피에르 스카누가 급히 뛰어올라 박규태와 경합했다.
미스매치인 상황.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뛰지 않았다면 박규태는 자유롭게 헤딩을 시도해서 유벤투스의 골망을 흔들었을 것이다.
-유벤투스의 윙백인 피에르 스카누가 박규태 선수와 경합을 하면서 잘 걷어냈습니다!
-유벤투스의 단단한 수비진이 흔들립니다! 박규태 선수의 위치를 계속 놓치고 있어요!
-코너킥이 선언되었습니다.
“정신 차려!”
코너킥 상황.
피에르 스카누는 급히 선수들을 일깨웠다.
그가 소리를 고래고래 질렀다.
“니콜라스를 마크해!!”
“뭐 하는 거야! 라인을 지켜야지!”
“더 들어와!”
그제야 살짝 붕 떴던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피에르 스카누는 침을 삼키며 박규태를 노려놨다.
‘오늘 경기……. 너무 불길하다.’
뭔가 경기가 계속 꼬이고 있었다.
저 망할 김치맨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자신을 보고 씩 웃고 있었다.
피에르 스카누가 길게 숨을 내뱉었다.
‘일단은 버텨야 한다.’
그리고 버틴 뒤에 다시 분위기를 유벤투스로 가져오면서 동점을 노려야 했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버티면 이길 가능성도 있었다.
“일단…… 이번 코너킥부터!”
그가 굳게 다짐하고 자리를 잡았다.
코너킥은 바로 날아들었다.
라두 웅구레아누의 코너킥은 날카로운 궤적을 그리며 유벤투스의 골대 앞으로 떨어졌다.
골키퍼가 잡으러 나가기에는 조금 모호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놔두기에는 골대에 조금 가까운 위치에 떨어지는 공을 확인한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급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자릴 잡은 선수가 있었다.
-박규태애애애애애!
-높게 떠오릅니다!
레알 마드리드의 9번.
이번 시즌에 그 누구보다 많은 골을 넣고 있는 괴물 같은 골게터가 날아드는 공에 자신의 머리를 정확히 가져다 대면서 공의 궤적을 깔끔하게 바꾸었다.
철썩!
그리고 골망을 흔들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올!
-박규태! 대단합니다! 전반전이 이제 절반이 흐르고 있는 시점에서 2골을 넣어버리네요!
-유벤투스의 단단한 수비가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처럼 느껴집니다!
2 대 0이 끝이 아니었다.
박규태는 고작 2 대 0으로 끝낼 생각이 없었다.
“감히 사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축구팬에게 눈을 찢어? 오늘 경기의 해트트릭 세리머니는 내가 눈을 확대해주는 멋진 세리머니로 응징해주마.”
박규태가 살벌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니콜라스 브라보가 옆에서 침을 삼켰다.
* * *
“…….”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경기의 결과가 충격적이었으니까.
박규태의 두 눈을 손으로 확대하는 세리머니는 잊을 정도로 경기의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아…… 이런 경기가 나옵니다.
-6 대 0의 점수로 유벤투스가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정말 치욕적인 패배인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까지 찾은 유벤투스의 원정팬들이 충격에 빠진 것 같습니다.
전반전에 3골.
후반전에 3골.
유벤투스의 카테나치오는 명성과 다르게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진에게 종이처럼 찢어졌다.
[충격적인 패배에 얼이 빠진 유벤투스!]
[파비오 실바, ‘인터뷰할 마음이 아니다. 제발 꺼져 [email protected]#$!’ 기자에게 욕설 파문!]
[박규태, ‘주작이 뭐냐고요? 뭔가 좀 이상한 그런 게 있습니다! 하하!’]
[한국의 유벤투스 팬에게 눈을 찢는 모욕을 준 파비오 실바를 응징한 국뽕 스트라이커!]
[눈을 찢어? 난 눈을 확대해주마!]
[UEFA 관계자, ‘유벤투스도 슬슬 바뀌어야 한다.’]
[충격에 빠진 이탈리아! 광기에 빠진 마드리드! 국뽕에 빠진 대한민국!]
-아…… 싼다! 싼다! 싼다! 롤링싼다!
-???:박규태는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이번 시즌에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이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파비오 실바가 있다!
-ㅋㅋㅋㅋㅋㅋ 주주주주주주작! 주주주주주작! 유벤투스의 수준…… 잘 알았습니다 ^오^!
-이걸로 4강 진출은 거의 확정이네.
-6점을 어떻게 뒤엎으려고?
-진짜…… 레전드였다.
-유벤투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속이 시원하더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파비오 실바가 날린 실수 딱 2개만 넣었어도 이렇게 질 경기는 아니었음.
-진짜…… 와, 파난사였음.
-슈팅 21개 중에서 유효슈팅 2갴ㅋㅋㅋ 유벤투스는 진짜 문제가 많구나;;
-모이스 렌이 없었음. 솔직히 파비오 실바보다 유벤투스는 모이스 렌이 있어야 함.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 그는 김치인가?
-그는 김치야! 그는 김치야!
-박규태가 왜 국뽕 스트라이커임? 맨날 김치만 외치던데…… 김치 스트라이커 아님?
-그냥 국뽕이 어감이 좋아서 그런 것 같음. 다들 국뽕 스트라이커라고 부르더라.
경기가 끝났다.
레알 마드리드는 기분 좋은 승리 뒤에 더 좋은 소식을 라스팔마스와 경기에서 들을 수 있었다.
라스팔마스와 경기에서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리그 연승이 끊기기는 했지만, 바르셀로나가 발렌시아에게 2 대 1로 패배하면서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리그 우승이야!”
“우승이라고! 우승!”
“2년 만에 리그 우승이라니!”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라커룸에서 환하게 웃으며 짧게 기쁨을 나누었다.
하지만 기쁨은 잠깐이었다.
선수들은 프로답게 금방 현실을 바라봤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준비했다.
4월 16일.
벨로아 솔랑케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과감하게 주전을 모두 빼는 선택을 했다.
많이 지친 몇몇 선수들은 아예 마드리드에서 휴식까지 주며 체력 관리를 해주었다.
박규태도 거기에 포함되어 있었다.
유벤투스는 그런 레알 마드리드의 여유에 잔뜩 화를 냈지만, 6 대 0으로 벌어진 점수 차이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오히려 2차전에서 1골을 더 내주며 경기에서 졌다.
덕분에 유벤투스는 종합 스코어 7 대 0으로 완벽하게 밀리며 8강에서 탈락했다.
그렇게 챔피언스리그 8강이 끝났다.
그리고 4강 진출 팀이 모두 결정이 되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핫스퍼.
레버쿠젠.
올라올 수 있는 팀은 다 올라왔다.
의외의 팀이라면 레버쿠젠이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8강 2차전에서 3 대 2, 역전 승리를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당연히 바르셀로나의 언론은 에르네스토 리바스 감독의 경질과 관련된 이야기를 쏟아냈다.
그러는 사이에 레알 마드리드의 4강 상대가 정해졌다.
상대는 독일 분데스리가의 강팀.
2024-25시즌에 마이스터 샬레를 들어 올리며 다시금 챔피언스리그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팀.
이번 시즌 바르셀로나를 잡아낸 팀.
바로 ‘레버쿠젠’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천천히 레버쿠젠과 관련된 정보를 모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무패 행진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다.
4월 20일.
레반테전 2-1 승리.
4월 24일.
데포르티보전 2-0 승리.
4월 27일.
에스파뇰전 3-0 승리.
우승을 확정 지었음에도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에서 흔들림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찾아온 4월 30일.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단을 태운 비행기가 레버쿠젠이 기다리는 독일로 향했다.
* * *
우우우우우우우우우!
거센 야유가 들려왔다.
“와……. 진짜 야유가 대단한데?”
“난 저런 야유를 듣고도 저런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팍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
벤치에 앉아 있는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오늘 경기에서 홀로 날뛰는 박규태를 보며 감탄했다.
-대단합니다! 박규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결코 활약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박규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그를 막을 수 있는 수비수가 없습니다!
-박규태! 시즌 61호 골! 그리고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4호 골을 기록합니다!
-막을 수 없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놀라운 움직임이었어요. 특히 측면으로 돌아서 들어가는 라두 웅구레아누 선수를 활용한 침투가…… 저는 그냥 놀라울 뿐이었습니다. 그저 감탄만 했어요.
-여러분! 이 선수가 대한민국의 국가대표이자 자랑인 박규태 선수입니다!!
5 대 1로 앞서나가는 레알 마드리드.
그중에서 3골을 박규태가 홀로 집어넣었다.
레버쿠젠의 수비진은 귀신이 홀렸다는 눈빛으로 박규태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후반전까지 모두 끝났다.
1차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레알 마드리드는 5월 8일에 있는 4강 2차전에서 3 대 3 무승부를 기록하며 종합 스코어 8-4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을 잡고 18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 성공!]
[제라르 트뤼포 감독, ‘선수단이 모두 고생했다. 우리는 이번 승리를 거머쥘 자격이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 vs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결승전 흥행이 확실한 두 팀이 붙는다!]
[스페인컵 결승전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둔 레알 마드리드는 트레블을 기록할 수 있을까?]
[리그 38경기 37승 1무로 무패우승을 기록한 레알 마드리드! 남은 경시는 스페인컵 결승과 챔피언스리그 결승!]
[코파 델 레이의 결승 상대는 바르셀로나, 챔피언스리그 결승 상대는 맨유!]
트레블까지 남은 경기는 딱 2경기.
하지만 상대가 만만찮았다.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의 상대는 엘 클라시코의 라이벌은 ‘바르셀로나’였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상대는 EPL의 맹주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 국뽕 박규태 선생 #189 > 끝
ⓒ 엉심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