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188화 (188/199)

< 국뽕 박규태 선생 #188 >

유벤투스.

2020년대 초반부터 AC밀란과 함께 리그 우승을 다투고 있는 세리에A의 명문 팀이자, 그 어떤 팀보다 거칠고 막무가내 기질이 강한 울트라스를 가진 팀이다.

그 뒤로 훨씬 가면 다양한 우승 역사와 멋진 로망을 갖춘 팀이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많이 쌓은 팀이기도 했다.

덕분에 한국에서 유벤투스의 이미지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 분위기를 호날두의 노쇼와 파비오 실바의 인종차별 제스쳐로 더욱 좋지 않게 만들었다.

덕분에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의 축구팬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응원하기 위해서 새벽에 TV 앞에 앉아 있었다.

-야! 오늘 유벤투스 응징각이냐?

-ㅋㅋㅋㅋㅋㅋ 파비오 실바쉑ㅋㅋㅋㅋ 이번에 폼 좀 올라오나 싶더니……. 결국 인성이 드러나는구나!

-유벤투스 수준이 그렇지 뭨ㅋㅋ

-주주주주주작! 주주주주주작주작주주주작!

-응징 가즈아아아아아아아!

-야! 시작한다! 파비오랑 박규태 선발!

-유벤투스는 모이스 렌이 빠졌네;

-주포 하나 빠진 게 크긴 하겠는데?

-레알 마드리드는 풀 주전이네;

-레알 마드리드가 확실히 누르겠구만ㅋㅋㅋ

-응, 빠꾸이태 빡난사 갈기다가 1 대 0 유벤투스가 이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휴, 일뽕들 또 난리네. 진짜 한심하다.

-일뽕은 뭐로 갈구라고?

-국뽕으로! 주-모우우우우우우!

-주-모우우우우우!

라커룸에서부터 바짝 날이 선 두 팀의 선수단이 필드에 입장하기 무섭게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관중석에서 거대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곧이어 야유가 쏟아졌다.

배신자! 배신자!

꺼져라!! 죽어버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진짜 실바는 바르셀로나의 카이오 실바!

멍청한 녀석 나가 죽어!

중계 카메라가 관중석을 비추었다. 거기에는 관중 한 명이 돼지 머리를 파비오 실바의 유니폼과 연결한 인형과 슈퍼 김치맨의 인형으로 연극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연히 인형극의 승자는 김치맨이었다.

김치맨은 무적이었다.

덕분에 전광판에 나온 인형극을 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관중들이 크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아아아아아아!

슈페르 김치만! 슈페르 김치만!

슈페르 김치만! 슈페르 김치만!

그란 김치! 그란 김치! 그란 김치!

광란의 도가니처럼 흥분하는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의 광기 어린 눈빛에 파비오 실바는 순간적으로 이곳이 자신이 알고 있던 레알 마드리드가 맞는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박규태는 그런 파비오 실바를 무시하고 오랜만에 보는 친구에게 다가갔다.

“유벤투스는 어떤 팀이야?”

“x같은 팀.”

“얼른 이적하고 싶어 하는 것 같네?”

“그렇지……. 유벤투스는 정말 최악이야. 차라리 울브스에서 뛰던 시절이 더 좋았어. 팬들은 제정신이 아니어도 뭔가 반짝이는 뭔가가 있었거든.”

박규태는 울브스에서 뛰던 시절에 동료였던 브란도 사미의 말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유벤투스의 핵심 미드필더가 된 브란도 사미는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EPL이 그리워.”

“그 정도야?”

“같은 이탈리아 출신의 선수가 조금 못했다고 부모 욕을 하는 팬들을 어떻게 생각해?”

“그건 좀…….”

“지난해 여름에 인테르에서 연락이 왔을 때 탈출을 해야 했는데……. 내가 너무 멍청했어. 토리노가 아니라 고향인 밀라노에 있는 인테르로 갔어야 했어.”

“엄청 불만이 많은 것 같네.”

“불만은 많지.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선택한 이적이고……. 계약이 끝나는 순간까지 버텨야지.”

비관론자가 된 것 같은 브란도 사미의 말에 박규태가 고개를 절레 흔들었다.

“그래, 잘해보자고! 친구.”

“팍도 오늘 해트트릭해.”

“그러면 너희가 지는데?”

“내가 1골 넣으면 나머지 공격진이 3골은 넣어주겠지. 그 정도도 못하면 탈락해야지.”

어깨를 으쓱 들어 올린 브란도 사미의 모습을 보며 박규태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니콜라스 브라보가 물었다.

“오랜만에 옛 동료를 보는 기분이 어때?”

“그냥…… 묘했어.”

“경기력에 영향이 갈 것 같아?”

“아니, 저 친구가 아주 박살을 내달라고 부탁해서 아주 전력으로 부숴버리게.”

“저 친구…… 스파이야?”

“그냥, 비관론자가 된 불쌍한 친구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의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삐이이이익!

전반전이 시작되었다.

* * *

세리에A의 강팀들은 박규태를 많이 겪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최근 AC밀란과 유벤투스가 리그에서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쉽게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그리 인상적인 결과를 남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경기 전.

유벤투스의 감독은 박규태를 조금 우습게 보고 있었다. 사실 경기력이나 그의 실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경계할 필요도 없었다.

“바르셀로나를 봐! 팍이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치열한 접전을 벌일 수 있던 것은 팍을 집중적으로 마크한 것이 아닌 그에게 공을 연결하는 주변 선수들을 묶어서였다!”

유벤투스의 감독인 마우리시오 포란첼라의 말에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팍에게 토리노의 맹주가 어떤 팀인지 제대로 보여줘! 우리가 어떤 팀인지 마드리드 녀석들에게 보여주라고! 알겠어? 가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줘!”

그의 말에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았다.

그리고 전반전 시작과 동시에 그들은 치밀하게 자신들의 전술을 활용해서 많은 점유율을 가져갔다.

마우리시오 포란첼라 감독의 전술은 포백과 스리백을 오가는 전술로, 탄탄한 수비와 높은 점유율로 상대를 찍어누르는 것을 좋아하는 감독이었다.

탄탄한 수비는 그들에게 많은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렇다고 그들의 수비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다. 점유율만 높고 엉성한 마무리를 하는 팀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비지오.

사무엘 토냐치.

파비오 실바.

모이스 렌.

유벤투스의 화려한 공격진은 지난 시즌 리그 우승을 가져간 AC밀란의 공격진보다 대단했다.

거기다 새롭게 팀에 합류한 젊은 네덜란드 선수인 카렐 데 하스는 이번 시즌에 짧은 출전 시간에도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톡톡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파비오! 상대 에이스가 경기가 끝나고 울상인 얼굴로 네게 다가와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을 상상해봐! 어떨 것 같아? 난 아주 환상적일 것 같은데!”

“좋군요.”

“좋아! 그런 마음으로 골을 넣어!”

파비오 실바가 씩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포란첼라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이 만든 유벤투스의 새로운 카테나치오는 그 어떤 팀도 쉽게 뚫을 수 없는 방패다.

“세리에A의 수준을 보여줘!”

그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의 선수들이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분명히 만족스러운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

전반 10분이 지나가는 상황까지 경기의 흐름은 너무나 완벽하게 그의 생각처럼 흘러갔다.

상대방의 홈 경기장이었음에도 유벤투스의 점유율은 58%를 기록하고 있었으며, 레알 마드리드는 제대로 된 역습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했다.

-아! 뭔가 제대로 슈팅이 나오지 않습니다!

-레알 마드리드가 상당히 침착하게 수비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유벤투스의 마무리가 계속 아쉽습니다.

-파비오 실바아아아아!

-아! 이번에도 빗나갑니다!

슈팅은 10개였다.

전반전 15분이 막 지나는 상황에서 이 정도 슈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유벤투스가 경기를 완전히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슈팅 10개에 유효슈팅이 1개다?

이건 좀 문제가 있었다.

포란첼라 감독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번에도 제대로 된 유효슈팅을 기록할 수 없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탄탄한 수비가 유벤투스의 공격진을 꽉 잡고는 기회를 주지 않고 있었다.

‘모이스 렌이 부상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한 골이 들어갔을 것이다.

“저 녀석…… 이성을 잃었는데?”

“우리 팀에서 뛸 때도 그랬잖아. 뭔가 골이 안 들어가면 답답해서 소리나 질렀지.”

“큭큭큭! 확실히 그랬지.”

레알 마드리드의 몇몇 선수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뒷담 대상인 파비오 실바는 그런 사실도 모르고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잔디를 거칠게 짓밟으며 화를 풀고 있었다.

“야, 그거 잔디 비싼 거야.”

“닥쳐.”

“쯧쯧……!”

박규태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 녀석은 진짜 글렀다.

그래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기 전까지는 좋은 이미지였던 것 같은데…….

박규태가 혀를 찼다.

아무래도 그의 생각과 다르게 원래 인성이 좋지 않았던 선수인 듯했다.

‘음……. 그보다 곧 기회가 올 것 같은데?’

그의 생각은 정확했다.

금방 레알 마드리드에 역습 찬스가 찾아왔다.

정확히는 상대의 도움으로 기회가 만들어졌다.

시작은 파비오 실바였다. 그는 조금 무리해서 돌파를 시도하다가 공을 빼앗겼다.

그리고 동시에 박규태가 질주하기 시작했다.

-박규태! 박규태! 박규태! 빠릅니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공간으로 잘 파고들었습니다! 브란도 사미가 급히 발을 내밀었지만! 빨라요오오오! 더 깊게 들어갑니다! 유벤투스의 수비진이 아직 정비되지 않았어요!

-순간적으로 유벤투스의 새로운 카테나치오가 흔들립니다! 기회가 왔습니다!

-한 명! 그리고 두 명! 오늘 박규태가 정말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직도 달립니다! 상대 수비수가 바보가 됐어요! 젠장! 너무 멋진 개인기입니다!

-달립니다! 달립니다!

-오디세아스 골키퍼가 급히 나옵니다!

-아! 늦었어요! 박규태의 슈우우우웃!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올! 위대한 김치! 국뽕 스트라이커 박규태가아아아아! 유벤투스를 상대로 멋진 선취점을 얻어냈습니다!

-단 한 번의 역습으로 레알 마드리드가 점수를 얻었습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가 뜨겁게 타오릅니다!

-이게 박규태! 이게 어나더 팍! 이게 국뽕 스트라이커! 이게 대한민국의 저력입니다! 이거죠! 이거죠! 이거죠!

-50m를 달린 환상적인 드리블이었습니다!

50m를 질주한 박규태가 그대로 슈팅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게 바로 골이 되었다.

당연히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큰 충격과 함께 광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아아!

그-란 김치! 그-란 김치!

위대한 김치가 우리에게 있지!

멍청한 파스타들에게 없는 김치가!

우리 마드리드에는 있지!

벌써 여러 개가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김치팍 응원가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뒤흔들었다.

엄청난 질주를 보여준 박규태는 그대로 중계 카메라가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대로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중계 카메라를 두 손으로 가리키고는 노래를 불렀다. 그의 입에서 나온 노래는 조롱에 가까운 노래였다.

“날아오르라! 주작이여! 환상의 날개애애애애애! 날아! 오.르.라아아아아아아아!”

그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인종차별의 대가를 톡톡히 보여주며 한국 팬들에게 국뽕을 선사했다.

그가 크게 소리쳤다.

“주-자아아아아아악!”

< 국뽕 박규태 선생 #188 > 끝

ⓒ 엉심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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